대방광선교방편경 제3권
[태어나서 크게 웃는 모양을 보인 인연)
“또 선남자여,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탄생하고서 크게 웃는 모양을 보였는가?
어찌 보살의 마음이 들뜨므로 이러한 모양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이른바 보살이 탄생하고서 사유를 하되,
‘나는 너를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나의 보리심 발함과 같이 하리라.
나는 마땅히 보리를 얻고서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 윤회하는 고통을 벗어나게 하리라.
나는 이러한 일에 게으른 생각이 없으리라.
나는 어떠한 한 종류인 중생이 하열(下劣)한 마음을 일으키고 미혹과 산란으로 뜻을 발작하여 해탈도에 능히 광대한 정진(精進)을 발기하지 못한 것임을 관(觀)하리라’고 한다.
이는 또한 어떠한가?
이른바 대비심(大悲心)을 구족한 자는 능히 정진을 일으키거니와 저들 중생은 이와 같은 행(行)이 없나니,
나는 저들로 하여금 이와 같이 광대한 정진을 성취하여 최상 해탈을 얻게 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일체지(一切智)의 과덕[果]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환희를 내고 그 기뻐하는 원인으로 크게 웃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요, 보살이 도거(掉擧)한 것은 아니니라.
[몸에 때가 없으면서 목욕한 인연]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의 몸은 본래 때[垢]가 없으면서 목욕하였는가?
이른바 보살은 한량없는 겁(劫)을 오면서 비록 때와 더러움을 떠났으나 지금 이 탄생함을 보이매 세속을 수순하여 그 몸을 목욕시켰느니라.
[다시 왕궁으로 들어간 인연]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탄생하고서 문득 동산으로부터 보리장(菩提場)에 나아가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지 아니하고 다시 왕궁에 들어갔는가?
그 일은 어떠한가?
이른바 보살의 몸매는 원만하고 위덕(威德)이 구족하여 사람이 보면 모두 이익을 얻기에 보살이 이에 왕궁에 들어가서 저 궁녀와 일체 권속을 모두 보게 한 것이며, 또한 그 궁중에서 세간을 수순하여 즐기는 일을 짓고 모든 쾌락을 받았다.
비록 함께 짓는 것이 있었으나 그러나 그 진실이 없고, 나아가 일체 소유한 것과 전륜왕(轉輪王)의 지위까지 모두 다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보살이 다시 왕궁에 들어갔느니라.
[마야부인이 7일만에 죽은 인연]
또한 무슨 인연으로 마야 부인은 보살을 낳으시고 7일 만에 목숨을 마치셨는가?
이 어찌 보살의 허물이 아닌가?
이른바 보살은 도솔천에서 장차 하강하여 어머니의 태장에 들고자 할 때에 먼저 천안(天眼)으로 자세히 관찰하여 마야 부인의 수명의 한도가 열 달을 채우고 또한 7일이 남아서 곧 마땅히 목숨을 마치실 것을 보았었다.
보살은 이와 같이 관찰하고서 이에 태장에 들어 열 달 동안 머물러 지냈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마야 부인은 7일 만에 목숨을 마쳤나니, 수명의 한도가 다함이요, 보살의 허물이 아니니라.
[보살이 어릴 때 배운 것들의 뜻]
또한 보살은 출가하기 전에 세간의 일체 예능을 두루 배웠나니, 이른바 글과 산수와 주술과 공교(工巧)와 노래와 춤 내지 활쏘기와 칼쓰기와 무술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을 배운 것은 그 뜻이 어떠한가?
이른바 보살은 세간을 조복(調伏)하여 가장 뛰어남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무슨 까닭인가?
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엔 한 사람도 배운바 예능이 보살보다 뛰어난 자가 없다.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은 출가하기 전에 이와 같은 일들을 배웠느니라.
[출가 전에 세속적인 생활한 인연]
또한 무슨 인연으로 보살이 출가하기 전에 처(妻)를 맞아들이고 아들을 두며, 또 궁녀와 처녀와 모든 권속을 많이 두었으니,
어찌 보살이 탐애(貪愛)를 낸 것이 아니라 하겠는가?
이른바 보살이 비록 세간과 같이하여 이와 같은 상(相)을 일으켰으나, 보살은 탐애의 마음을 낸 것이 아니다.
무슨 까닭인가?
보살 정사(正士)는 이미 탐애를 떠났었고, 탐애 가운데에서 하는 바도 그 실로 있는 바가 없다.
보살이 야수다라(耶輸陀羅)를 맞아들이어 처를 삼은 것은 보살이 야수다라로 하여금 숙세의 원을 만족하게 하기 위함이다.
저 야수다라는 옛적에 일찍이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이 원(願)을 발하여 말하되,
‘원컨대 나는 마땅히 석가모니부처님 법 중에서 석종(釋種)의 여자가 되겠나이다’ 하여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다.
저 숙세(宿世)에 허망한 말이 없었나니, 그러므로 나는 지금에 맞아들이어 아내를 삼았고, 저로 하여금 속히 선근 성취함을 얻게 하였었다.
세간의 모습을 따라 비록 이와 같이 하였으나, 보살은 마음에 과실을 내지 않고, 그 후엔 마땅히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었다.
라후라(羅睺羅)인 아들을 낳은 것은, 말하자면 세간 사람들이 비방하는 말을 하되,
‘만일 자식과 생육으로 뒤를 이은 것이 없다면 그는 장부(丈夫)가 아니니라’고 하는
이러한 비방을 없애기 위하여 이에 야수다라 석종의 여자로 하여금 즉시 라후라를 낳게 하였다.
그러나 이 라후라는 부모의 갈라람(羯邏藍) 등의 더러움으로부터 난 바가 아니니, 마땅히 알라. 하늘로부터 사라져 변화로 생긴 것이다.
궁녀와 채녀와 모든 권속을 많이 둔 것은, 보살이 각기 인연을 따라 교화하고 지도하여 모두 최상의 선근과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함이다.
그 후에는 마땅히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보살은 그 궁중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으로 4만 2천 궁녀와 채녀를 교화하고 제도하여 모두 이 보리 선근을 심게 하였고, 그 외의 모든 궁녀도 다 능히 신심(信心)이 천정하여 바른 소견에 안주(安住)하게 하였었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모든 보살마하살로서 보살행을 닦는 자는 세간상(世間相)을 따라 비록 왕궁에 있어서 처를 맞아들이고 아들을 두며 궁녀와 모든 권속들을 많이 모아두며, 나아가 5욕락으로 희롱하고 수순하여 행하나
모든 하는 바는 모두 그 진실이 없고 청정하고 결백하여 모든 때와 더러움이 없고, 사랑함과 집착함이 없으며, 움직임도 굴러감[轉]도 없다.
보살은 다만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숙세의 소원을 원만하게 하여 선근을 성숙케 하기 위하므로 곧 생각하거나 의논할 수 없는 좋고 교묘한 방편과 신통 원력(願力)으로 변화하여 생긴 것이며, 변화로 짓는 것이다.
그 신통으로 유희하는 법 가운데에서 삼마지 적정(寂靜) 쾌락을 얻어 응함을 따라 짓는 것이 모두 다 이익되게 한 것이다.
보살이 왕궁에 있을 때에 비록 일체 코끼리와 말과 종[奴婢]을 수용하였으나 그는 일일이 모두 숙세의 뛰어난 원력인 것이니, 보살은 그를 성취케 하기 위하여 섭수한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마땅히 알라.
보살이 처를 맞아들이는 등의 모양은 탐애의 마음이 아니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