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유수보살무상청정분위경 하권
[수보리와 우바이의 대화]
이때 수보리가 큰 장자(長者)의 집에 들어가서 걸식함에
그 장자의 며느리가 우바이(優婆夷)가 되었는데 수보리가 묵묵히 서 있는 것[住]을 보고 곧 말하였다.
“어진이여 어떻게 오셨습니까?”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누이[姉]여, 분위(分衛:걸식)를 구하러 왔소.”
“어진이여, 그대는 걸식한다는 생각을 계속하여 아직 멈추지 못하였습니까?”
“누이여, 나는 본제(本際)부터 이미 분위라는 생각을 끝냈습니다.”
“수보리여, 그 본제에 어찌 끝나고 끝나지 않음이 있어서 본제로부터 이미 분위라는 생각을 끝냈다고 말하십니까?”
“누이여, 본제는 공과 같고 말제[未際]도 또한 공하고 다 같이 본래 공합니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이와 같으면 어진이여, 이미 다 공한 것이면 어찌 다시 끝났다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십니까?
그대는 손을 펴세요. 마땅히 보시하오니 경(鄕)은 분위하십시오.”
수보리가 곧 스스로 손을 펴니 다시 우바이가 말하였다.
“어진이여, 이것은 나한(羅漢)이 그 근본을 깨닫지 못하고 도리어 멸(滅)을 취하여 증득한 이의 손이 아닙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누이여, 아라한의 손은 형상이 없고 볼 수 없고 또 굽히고 펼 수도 없습니다.
비유하면 요술쟁이가 허깨비를 만들어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느 것이 이 허깨비의 손입니까?’
다시 말하기를
‘허깨비의 손을 펼 수 있습니까?’라고 하였다면,
누이여, 허깨비의 손을[幻手] 볼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이와 같이 누이여, 세존께서 모든 법은 환(幻)과 같아 본래 공하다고 설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어진이여, 세존께서 일체가 공하다고 설하셨는데 어떻게 어진 이는 계속하여 식사를 구걸하십니까?”
이렇게 우바이가 미심쩍어 하면서 수보리에게 밥을 주고[分衛] 거듭 말하였다.
“어진이여, 발우를 앞으로 내세요.”
발우를 알맞게 앞에 내놓으니 발우가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이때 우바이가 손으로 발우를 더듬으니 발우가 있는 곳이 없고 손도 또한 수보리에 가까이 하지 못하였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이는 곧 집착 없는 청정한 몸으로 마땅히 부처님께서 공하고 한가한 수행자를 찬탄하실 것입니다.”
우바이가 이렇게 말하니 발우가 곧 스스로 나타났다.
이때 수보리가 곧 앞으로 발우를 주니 우바이가 발우를 가지고 밥을 채워서 수보리에게 주며 말하였다.
“어진이여, 이는 석가문 부처님[釋迦文佛]께서 칭찬하는 바 한가한 곳에 거처하는 제일인자[第一者]의 발우가 아닙니까?”
“누이여, 부처님께서 설하신 공하고 한가한 수행자는 발우를 두지 않습니다.”
“어진 이와 같이 공하고 한가한 수행자는 발우를 두지 않습니까?”
“누이여, 두지 않습니다.”
“또한 어진이여, 한가하게 살면서 발우가 없다면 어찌 마땅히 다시 식연(食緣)을 받습니까?”
다시 말하였다.
“어진이여, 이미 한가한 이는 또한 마땅히 아라한이 멸을 취하여 증득함이 없습니까?
또 어진이여, 이 발우를 드시고 나면 마땅히 먹는 것도 환과 같고 먹을 것도 변화[化]와 같음을 깨달아 아실 것이요 또한 변화한 사람이 환의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또한 마땅히 아지랑이가 목말라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그 먹는 이와 먹을 것이 마땅히 이와 같음을 깨달아 밝게 알면 곧 삼세가 본래 없는 것을 통달한 여래의 분위행일 것입니다.
만약 어진이여, 베푼다는 생각이나 받는다는 생각이 있는 자는 곧 온갖 분수[衆分數]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분수를 받는다는 것은 곧 두 가지 견해가 있음이요,
이 두 가지 견해가 있음으로써 곧 범부와 같이 다섯 갈래의 세계에 유전하면서 생사에 같이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우바이가 다시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또 어진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중요한 법은 다만 식사를 받고 베풀어 주는 것만이 아니라
마땅히 환과 같고 화(化)와 같음을 깨달아서,
본래 함이 없고[無爲] 있는 것이 없어 생사와 열반의 법[泥洹]에 이르기까지
또한 마땅히 꿈과 같고 환화(幻化)ㆍ아지랑이ㆍ그림자ㆍ메아리와 같으며,
또한 본래 없는 것과 같음을 밝게 깨달아
모든 법에서 다 마땅히 그러함을 보이는 것입니다.
모든 법은 청정하여 전혀 있는 것이 없고 베풂도 없고 받는 것도 없고
지계도 없고 계를 범하는 것도 없고
인욕도 없고 싸움도 없고
정진함도 없고 게으름도 없고
선정도 없고 산란함도 없고
지혜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으며
일체법이 전혀 있는 것이 없으니,
이런 행이 곧 응당히 세존께서 여법하게 받으시는 식사입니다.
제자(弟子)가 수행하는 법을 이와 같이 알고 분위를 행하는 자는 곧 3계(界)에서 잡식(雜食)의 생각이 없으며 또다시 니원(泥洹)을 지으려는 것에도 처하지 않습니다.”
수보리가 이 같은 우바이의 말을 듣고 곧 적막하여 말할 바를 알지 못하였다.
우바이가 다시 말하였다.
“어진이여, 니원은 고요합니까? 어찌 말 없이 대답을 않습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누이여, 어떤 말이 이와 같습니까?”
그리고는 수보리가 다시 말하였다.
“누이여, 환법(幻法)을 깨달았습니까?”
“어진이여, 나는 모든 법이 다 환화(幻化)와 같음을 깨달아서 환(幻)도 화(化)도 또한 다 본래 없고 있는 것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이때 수보리가 곧 있던 곳에서 홀연히 멸진정에 들어가서
우바이의 뜻이 어떤 승(乘)을 구하여 이로써 그것을 증명하여 용맹한 변재가 그렇게 사자후를 감당하고, 밝게 환법(幻法)을 알아서 설함이 자유롭고 걸림이 없는가를 알고자 하여
힘을 다하여 그곳을 관찰함에 우바이가 아나함(阿那含)이 되었음을 보았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누이여, 그대는 이미 아나함을 얻었습니까?”
우바이가 말하였다.
“어떻게 어진이여, 여래의 법에 본래 어찌 아나함의 수행법이 있겠습니까?
또 어진이여, 법은 형색이 없고 또한 다시 구하는 생각과 형상의 자취가 없고
피차가 아는 것이 없고 중간의 행함도 없고 또한 생각하는 것도 없고
취함도 없고 증득함도 없고 처소도 없음을 명료하게 아는 것이 도의 행일 뿐입니다.
이전에는 어진이여, 어느 곳에서 아나함을 마쳤으며 아나함을 즐겨 법을 증득하였습니까?
또 어진이여, 법은 가고 오는 것이 없는데
그 가고 오는 것이 있으면 향하여 나아가는 곳이 있고,
나아가는 곳이 있으면 일어남이 있고 멸함이 있고 생각이 있고 기억[想]이 있어서
다 범부에 떨어져서 유전하며 분수[數]를 알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우바이가 홀연히 그 자리에서 수보리 앞에 크고 광대한 사람으로 변화하여 구슬로 이슬 같이 빛나게 꾸민 자리에 앉아 널리 감동을 보이며, 빛나는 모습의 형상으로 위없는 불퇴전(不退轉)의 법륜을 굴리어 나타내니,
널리 사위국[舍衛]의 경계안과 시방 국토가 이 감동스런 변화를 보고 듣지 못함이 없었다.
그때 허공에 1만 2천의 하늘이 그의 설함을 듣고 다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이르렀으며,
사위국 안에 보살행의 뜻을 가진 2만 8천의 사람이 숙세의 많은 덕을 받들어 다 불퇴전을 얻었고 시방에서 온 모든 대사(大士) 대중이 이 말을 들었으며,
백억 보살이 본래 좇아 생겨남이 없는 법인(法忍)을 얻었고 다시 이 최상의 중요한 설법을 듣고는 곧 다 일생보처에 이르렀다.
이에 유수보살과 용수보살이 함께 멀리서 온 모든 대사(大士)의 대중들과 사리불ㆍ수보리들이 함께 사위국에서 비로소 성문을 나와 확연하고 가볍게 홀연히 허공으로 올랐으며,
유수보살은 몸빛이 드날리고 위신이 빛나고 빛나며 밝고 환하게 비추며, 밝은 그림자가 번쩍이는 것이 일월보다 더하여 널리 다른 빛을 가리고 하얗게 빛났다.
이에 어슴푸레한 곳을 환히 비추니 금시조왕이 나는 것과 같았다.
일체 중생이 이를 보지 못한 자가 없으며,
그 많은 하늘ㆍ사람을 거쳐서(經由) 모두
‘모든 법이 꿈ㆍ환화(幻化)ㆍ아지랑이ㆍ그림자ㆍ메아리ㆍ물거품ㆍ파초와 같다’는 중요한 말씀과 깊고
깊은 모양의 설법을 듣고 각각 기쁨을 품고 자비한 마음의 모습으로 향하였으며,
일체 하늘과 사람은 다만 꿈과 환의 소리를 들었으니, 화환의 법은 보아도 볼 수 없고 또한 얻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모양의 미묘한 설법을 들은 모든 이를 합하여 백천의 대중이 불퇴전을 얻었다.
[장자의 아들 선의]
이때 그 사이를 지나던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선의(善意)였다.
숙세에 덕의 근본을 심어서 또한 유수보살의 위없는 환화의 중요한 말씀을 듣고 아울러 다시 신통한 빛의 변화를 보고 곧 무상정진도의 뜻을 발하여 스스로 서원하였다.
‘나는 내세에 여래의 위없이 평등한 최정각(最正覺)의 도를 얻고자 합니다.’
이때 나타난 감동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았다.
유수보살은 그 족성자가 상쾌하고 맑고 아름다우며 뛰어나게 영리한 바탕이 있는 것을 보고 불종(佛種)을 잇고자 곧 큰 뜻을 발하여 마음에 보살의 뜻을 두고 입으로 서원을 읊조리며 소리는 일체에 통하는 사자후와 같이 곧 선의에게 청하여 말하였다.
“족성자여, 그대가 모든 법이 환화(幻化)와 같음을 안다면 반드시 낮은 승[勞乘]인성문과 연각의 경지는 여의었을 것이니,
곧 마땅히 위없는 정진도(正眞道)의 뜻을 이룰 것이요
또 마땅히 모든 법의 꿈과 환의 미묘한 설법을 깨달아서 다 무소유가 될 것입니다.”
이때 장자의 아들이 꿇어 앉아 대하여 말하였다.
“모든 법이 환과 같고 화(化)와 같음을 알았습니다.”
유수보살이 거듭 모든 법의 중요한 점을 말하여 장자의 아들을 권하여 보리심을 말하게 하니 장자의 아들이 기쁜 마음으로 뛸 듯이 좋아하였다.
이때 그 대성(大姓:子)의 마음이 크고 넓게 알아서 법인(法忍)을 이루었고, 8천의 하늘과 사람이 위없는 정진도의 뜻을 발하였다.
또한 5천의 천자(天子)가 허공에서 유수보살에게서 정진을 권하는 설법을 듣고 훤히 마음을 알고 좇아 생겨남이 없는 법락(法樂)의 인(忍)을 얻고 다 숙연하게 공경하며 유수보살을 향하여 지극한 예를 마치고 홀연히 허공에 올라 각각 본토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