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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반니원경 하권
[비행황제의 네 가지 따르기 어려운 덕]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들어 보아라. 비행황제에게 네 가지 따르기 어려운 덕(德)이 있으니,
무엇이 네 가지 덕인가?
모든 작은 나라의 왕과 모든 서심ㆍ이가(理家)와 모든 백성들이 황제의 궁궐에 오면 비행황제는 그들을 모두 만나는데,
온화한 마음과 부드러운 가르침으로 모든 왕들에게는 나라 다스리는 법을 말해 주고,
만족할 줄 알아 바라는 것이 없는 서심에게는 수행이 청정한 것을 으뜸으로 삼아야 된다고 하고,
이가와 백성들에게는 불묘(佛廟:탑)로 가서 사문의 바르고 참된 교화를 듣고 돌아가서는 반드시 수행하고 효도하라고 하여,
그들의 정해진 것에 따라 자애로운 마음으로 은혜를 베푸니, 모든 왕ㆍ서심ㆍ이가ㆍ백성들이 다 기뻐하며 진심으로 비행황제를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어 모든 천신들을 감동시킨다.
비행황제에게는 이러한 네 가지 덕이 있다.
[비구의 네 가지 덕]
아난 비구에게도 또한 네 가지 덕이 있으니,
모든 제근남(除饉男:비구)ㆍ제근녀(除饉女: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가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가서 경과 계를 물으면 아난은 그것들을 모두 자세히 설명해 주니, 4부 제자가 기뻐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서도 거듭 말하며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이것이 아난의 네 가지 덕 중의 첫째이다.
또 어떤 4부 제자가 경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여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의심하는 것을 질문하면
아난은 맺힌 것을 풀어 주어 깨달아 알지 못하는 이가 없고,
듣는 이마다 싫어하지 않고 나가서는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이것이 아난의 네 가지 덕 중의 둘째이다.
4부 제자 중에 덕이 높은 이들이 아난이 부처님을 왼쪽에서 모시는 것을 보고 칭찬하는 시가(詩歌)를 읊지 않는 이가 없으니,
이것이 아난의 네 가지 덕 중의 셋째이다.
부처가 말한 경을 말한 내용이 많든 적든 아난이 들은 것은 모두 기억하고 알고 외우고 읊고 암송하여 4부 제자에게 하나도 보태거나 빼지 않고 널리 전수하니,
이것이 아난의 네 가지 덕 중의 넷째이다.”
[작은 마을에서 반니원에 들려 하시는 까닭]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기에서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고을과 나라들이 있는데, 사위국(舍衛國)ㆍ사지국(沙枝國)ㆍ전파국(栴波國)ㆍ왕사국(王舍國)ㆍ바라나국(波羅㮈國)ㆍ유야리국(維耶梨國) 등 이들 모든 나라는 이치[義]를 분명하게 알고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려 하시면서 왜 그곳으로 가시지 않고 작은 고을, 그것도 성 밖에 있는 좁은 마을, 보잘것없는 고을에서 반니원에 들려 하십니까?”
[비행황제 대쾌견의 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작은 마을이라고 말하지 말아라.
왜냐 하면 옛날에는 구이나갈국의 이름이 구이월왕국(鳩夷越王國)이었는데, 그 나라가 태평스러울[大樂] 때에는 어떠한 질병도 없었고, 쌀과 곡식이 풍성하였으며 백성이 많았고 집집마다 효자(孝子)가 있었다.
동서로 뻗은 성의 길이는 480리였고, 남북으로 뻗은 너비는 280리였다. 성은 일곱 겹이었는데 모두 불에 구운 벽돌을 겹쳐 쌓아 성을 지었고, 황금ㆍ백은(白銀)ㆍ유리(琉璃)ㆍ수정(水精)을 성벽에 붙였으며, 또한 이들 네 가지 보배로 기와를 만들어 성을 덮었다.
성의 높이는 여섯 길[丈] 넉 자[尺]였고, 성 위의 너비는 두 길 넉 자였다.
성안에는 보배 나무가 있었는데 그 꽃은 5색(色)으로 빛이 났고,
도로[行]에는 세 갈래 길이 있었는데 양쪽 가장자리는 모두 네 가지 보배로 만든 기와로 그 위를 덮었고,
양쪽 가에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 있었는데 집들도 무늬를 넣어 아로새겼고, 의복은 천상 세계의 의복과 같았으며, 거문고ㆍ비파 등 많은 악기를 즐겼고, 남녀가 혼잡하지 않았으며, 덕을 노래하였고,
도를 증득하고 즐거워하여 도가 더욱 밝아져 백성들은 근심과 두려움이 없었고, 마음은 항상 기쁨에 가득 차 있었으며,
머리 위에 장식을 달지 않아도 청명(淸明)한 향내가 멀리까지 퍼졌다.
그 성왕(聖王)의 이름은 대쾌견(大快見)이었고, 비행황제라고 불렸다.
군사를 다스려 정돈하고 세상에 은혜를 베푸는 것은 아무도 견줄 이가 없었고, 도(道)로써 통솔하므로 왕법(王法)을 어기는 백성이 없었고, 날아가고자 하면 생각하자마자 곧 몸이 날았다.
왕에게는 저절로 생겨난 칠보(七寶)가 있었는데, 황금으로 된 비륜(飛輪), 신력(神力)을 지닌 흰 코끼리, 검붉은 색의 신마(神馬), 명월주(明月珠), 하늘 옥녀(玉女)인 부인, 보배를 맡은 거룩한 신하, 군사를 맡은 거룩한 신하이다.
왕에게 또 네 가지 덕이 있었으니, 어린아이 시절, 태자(太子) 시절, 황제 시절, 나라를 버리고 애욕을 끊은 사문 시절이 각각 8만 4천 세(歲)였으니, 이것이 대쾌견왕의 첫 번째 따르기 어려운 덕이요,
음식이 때에 알맞게 소화되고 몸에 오랜 질병이 없으며 추위와 더위에 알맞게 조절하여 몸과 마음이 항상 편안하니, 이것이 두 번째 덕이요,
용모가 당당하고 뛰어난 얼굴의 아름다움은 제석(帝釋)보다 조금 못할 뿐이요
이와 같을 이가 없으니, 이것이 세 번째 덕이요,
널리 세상의 국토를 다스리고 백성들이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모두 왕을 사랑하여 마치 지극한 효자와 같이 왕이 편안하기를 바라고, 왕도 또한 진심으로 중생을 아들과 같이 사랑하며, 가난한 이에게는 재물과 보배를 주고, 배고픈 이에게는 밥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는 마실 것을 주고, 가난한 노인과 어린 고아들은 함께 살면서 어버이가 되고 아들이 되도록 하여 집과 수레를 주고, 병든 이는 약으로 구제하니, 이것이 네 번째 덕이다.
그 나라에는 항상 열두 가지의 소리가 들렸는데 코끼리 소리, 말[馬] 소리, 소[牛] 소리, 수레 소리, 법라(法螺) 소리, 북 소리, 춤추는 소리, 노랫소리, 모든 현악기 소리, 외우는 소리, 부처님의 거룩한 행을 찬탄하는 소리이다.
백성들의 의복과 장식도 많은 보배를 넣어 짰으며, 명월주(明月珠) 등 여러 가지 구슬과 영락(瓔珞)이 길에 빛을 냈고, 음식과 기악(伎樂)은 도리천과 같았고, 백성들은 편안하고 기뻐하며 즐겁지 않은 날이 없었다.
왕이 나가서 노닐고 싶을 때 이름이 수달(須達)인 수레를 맡은 신하를 불러
‘수레를 천천히 가게 하여라. 내가 오랫동안 서심과 이가(理家)들을 보지 못하여 지금 그들을 보고 싶다’고 지시하였다.
서심과 이가들은 왕이 곧 나온다는 말을 듣고 명월주, 흰 구슬, 짙푸른 구슬, 파란 구슬, 산호(珊瑚), 전단(栴檀), 좋은 향[名香]을 가지고 와서 성왕에게 받들어 올렸으나 왕이 받지 않으려고 하니, 모두들 머리를 숙이고 애원하여 이에 왕은 그것들을 받고 보배를 담당하는 신하에게 분부하여 그 가격의 갑절을 주고 사도록 하였다.
백성들은 크거나 작거나 역시 많은 보배ㆍ꽃ㆍ향을 땅에 뿌리고 성왕의 수명이 한량없기를 기원하였다.
모든 작은 나라의 왕이 8만 4천이 있었는데, 비행황제가 보시하려고 한다는 것을 듣고 모두 와서 받들면서 따라와 대전(大殿) 앞에 이르렀다. 황제가 모든 왕들과 함께 정전(正殿)에 오르고자 하니,
모든 왕들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신(臣)들의 모든 나라에도 모두 보배 궁전이 있습니다.’
황제가 말하였다.
‘그대들의 작은 궁전은 말하기에 충분치 않으니, 일단 명전(明殿)을 둘러봅시다.’
그래도 머뭇거리며 아무도 감히 오르는 이가 없었다.
모든 왕들에게는 각각 보배 수레가 있는데 수레는 높이가 열 길[丈]이고, 각각 네 개의 바퀴가 달려 있고,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모두 칠보로 되어 있고, 위에는 당기와 번기를 달았는데, 색이 선명하여 서로 비추었다. 수레는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데, 그 말들은 모두 날아다녔다.
특별한 한 수레가 있었는데, 두 마리의 낙타와 코끼리가 끄는 수레로서 이름이 구라갈(俱羅竭)이었고, 비행황제가 타는 수레였다. 8만 4천의 수레가 모두 앞에서 인도하며 명전에 이르렀다.
명전의 이름은 바라사단(波羅沙檀)이었는데, 길이와 너비가 각각 40리였고, 황금ㆍ백은ㆍ유리ㆍ수정으로 된 벽돌로 벽이 되어 있었고, 또한 네 가지 보배로 기둥이 되어 있었고, 황금 기와, 백은 기와, 유리 기와, 수정 기와로 되어 있었으며, 섬돌은 50겹이었는데, 모두 황금ㆍ백은ㆍ유리ㆍ수정으로 된 섬돌이었으며, 황금 대들보, 백은 대들보, 유리 대들보, 수정 대들보와 황금 서까래, 백은 서까래, 유리 서까래, 서까래로 되어 있었다.
명전 안에는 8만 4천의 침상이 있었는데, 황금 침상, 백은 침상, 유리 침상, 수정 침상이었으며, 황금 휘장, 백은 휘장, 유리 휘장, 수정 휘장이 있었는데, 이것은 황금으로 짜서 만들었고, 백은으로 짜서 만들었고, 유리로 짜서 만들었고, 수정으로 짜서 만들었고, 붉은 털로 짜서 만들어 침상 위에 쳤으며, 천상 세계에서 내려와 짠 것으로 베개를 만들었다.
아난아, 궁궐의 담은 네 겹인데, 황금 담, 백은 담, 유리 담, 수정 담이었다.
네 가지 보배로 목욕하는 연못을 만들었는데, 둘레가 40리였고, 황금 연못에는 백은 계단이 있었고, 백은 연못에는 황금 계단이 있었고, 유리 연못에는 수정 계단이 있었고, 수정 연못에는 유리 계단이 있었다. 연못 속에는 저절로 네 가지 색깔의 연꽃이 피어났는데, 파란색ㆍ빨간색ㆍ보라색ㆍ흰색의 연꽃이 겨울이나 여름이나 항상 연못에 자랐고, 연못 밖에는 향기로운 꽃과 나무가 있었다.
명전에서 내려오면 네 갈래 길이 있었고, 여기에는 또 네 가지 보배로 된 보란(步欄:屋外에 있는 긴 복도)이 있었는데, 이 보란의 길이는 각각 20리였다.
명전 섬돌 앞에 네 가지 보배 나무가 있었는데, 나무의 높이는 40리였고, 땅을 덮은 그림자 또한 그와 같았다. 황금 나무에는 백은 잎이 피어났고, 백은 나무에는 황금 잎이 피어났고, 유리 나무에는 수정 잎이 피어났고, 수정 나무에는 유리 잎이 피어났다.
비행황제는 명전에서 내려와 혼자서 생각하였다.
‘명전에 오르는 것이 마땅치 않구나. 모든 왕들에게 사양하니, 모든 왕들도 감히 오르지 못하는구나.’
대쾌견왕은 측근의 신하에게 명령하여 모든 사문과 서심, 경을 분명하게 알고 계를 지키는 이를 초청하여 먼저 명전에 오르게 하고,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마련하고 베풀고 명보(明寶:明珠)를 후하게 하사하였다. 사문과 서심이 떠나가자, 비행황제는 곧 목숨이 무상함을 깊이 사유하고 한 시종과 함께 명전에 오르면서 말하였다.
‘나는 모든 부인과 기녀(伎女)와 측근의 신하와 모든 왕들을 보내고 싶으니, 그들을 각각 떠나게 하여라.’
비행황제는 황금 평상에 앉아 발로 백은 의자를 밟고 깊이 생각하였다.
‘음탕한 행위가 자신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많이 탐내면서 그것이 화(禍)임을 알지 못한다.
나는 지금 33만 6천 세이다. 모든 왕성(旺盛)한 것은 쇠퇴(衰頹)함이 있고, 만남에는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몸은 썩는 종자로서 마침내 재와 흙이 되니, 이 네 가지 보배로 지어진 궁전도 어찌 오래 보전할 수 있겠는가?’
또 말하였다.
‘내 한 몸에는 작은 집도 편안하거늘 40리 되는 궁전과 8만 4천의 침상을 무엇에 쓰겠는가?’
황금 평상에서 백은 평상에 이르러 발로 황금 의자를 밟으면서 말하였다.
‘사람이라면 뜻을 가져 마땅히 탐욕ㆍ질투ㆍ성냄ㆍ어리석음ㆍ삿된 음욕의 마음을 청결하게 해야 하고, 네 가지 항상하지 않은 것[四非常]을 없애 남김 없이 해야 한다.
세상이 무상한 것을 보면 나 또한 어찌 장구(長久)할 수 있겠는가?’
백은 평상에서 유리 평상에 이르러 발로 수정 의자를 밟으면서 말하였다.
‘나의 후궁에 옥녀(玉女)가 8만 4천이 있는데, 모두 보내 떠나도록 해야겠다.
그들이 있음으로써 구속이 되고, 여자가 모이면 악행(惡行)이 치성해지니, 마땅히 더러운 생각을 버려야겠다.’
유리 평상에서 수정 평상에 이르러 발로 유리 의자를 밟으면서 거듭 생각하였다.
‘세상의 많은 일이 다 나쁜 것뿐이오, 오직 무위(無爲)만이 기쁨이 되니, 나의 혼탁한 뜻을 제거하고 무위를 구해야겠다.
지금은 비록 비행황제가 되어 이처럼 존귀하나 몸에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시자가 앞으로 와서 아뢰었다.
‘모든 옥녀보(玉女寶)들이 〈대왕께서 명전에 왜 그렇게 오래 머무시는가?〉라고 묻고, 모두 앞으로 나오려 합니다.’
비행황제가 시자에게 말하였다.
‘보배를 담당하는 신하에게 분부하여 모든 부인들에게 가서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하되, 몸에 지닌 많은 구슬과 좋은 보물을 모두 각자 가지고 가도록 하고, 모든 왕, 많은 신하, 천마(天馬), 보배 코끼리들도 모두 보내어 떠나도록 하여라.’
대쾌견왕이 곧 높은 누각에 오르니, 멀리서 소란스럽게 부르짖으며 하늘을 부르는 많은 소리가 들렸다. 비행황제가 말하였다.
‘무슨 소리인가?’
시자가 아뢰었다.
‘하늘 옥녀의 소리와 많은 왕과 모든 신하들이 땅에 엎어져 모두 슬퍼하면서 하늘을 부르고, 보배 코끼리와 천마가 울부짖으면서 눈물을 흘리니, 천왕(天王)을 그리워하여 엎어지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비행황제가 말하였다.
‘작은 의자를 가져와 명전 아래 놓고 옥녀보와 모든 왕과 많은 신하들을 청하고, 모든 코끼리와 말과 보배 수레의 시종들을 나오도록 하여라.’
첫 번째 왕후가 나와서 비행황제의 곁에 앉고, 황제는 차례대로 여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부인을 대해 주었다.
왕후가 손을 들어 모든 여보(女寶)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하늘 여인의 얼굴이 밝고 밝아 세상을 비추고, 몸에 입은 천상 세계의 옷도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입니다. 바라건대 작은 마음이나마 두시어 그들의 뜻을 맞추어 주십시오. 보배 코끼리, 이름이 환청(桓靑)인 천마, 백주(白珠), 야광보주(夜光寶株)와 영락이 반짝거려[奕奕] 나라를 비추고, 사방의 모든 왕들도 모두 성인의 밝은 지혜[明]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정성껏 받들고 신하라 일컬으며 잘 섬기고 따르며 자애롭고 충성스러우며 천왕을 경애하고 사모합니다.’
쾌견왕이 말하였다.
‘나는 세세생생(世世生生)에 세상에 대하여 자애로운 마음이 있지만 여인들은 서로 질투하여 그 재앙과 해악이 흘러 그 폐해가 널리 퍼져 왕의 몸에까지 미치니, 이러한 중한 화를 나는 멀리하려고 할 뿐이오.
지금부터 너희들 여인은 모두 나의 여동생이다.’
모든 부인이 모두 다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어찌 저희들이 살아 있는데도 떼어버리시어 떠나도록 하십니까?’
그리고는 모두 몸의 많은 장식을 벗어 땅에 던졌고, 왕후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고 가슴을 치면서 슬피 울부짖었다.
‘대왕이시여, 저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합니까?’
비행황제가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짧아져 가는데 그대의 근심은 도리어 길어지는구료.
몸은 썩어 가는 그릇이고, 죽음에는 기약이 없으니, 지금부터는 마음을 다잡아 사문의 덕을 숭상하고, 여인을 멀리하고 어진 이를 친근히 하겠소.
오직 도만이 존귀하니, 몸을 닦기[修身]를 진실로 근심하고, 그 밖의 것은 근심하지 않으려 하오.’
또 모든 왕에게 말하였다.
‘목숨은 짧고 근심은 기니, 스스로 몸을 근심해야 하고,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이 없으니, 마땅히 마음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자애롭고 부모를 받들고 뜻을 따라야 합니다.
영화는 오래 보존하기 어렵소.’
모든 왕들이 머리를 숙이고 정성을 다하여 호소하면서 말하였다.
‘사천하의 모든 나라들이 모두 천왕(天王)을 모시고 항상 모든 성인에 대한 것을 들었습니다.
아아! 이 땅은 비교할 것이 없으니, 황제와 많은 신하들은 신령스럽고 거룩하지 않은 이가 없고 국토의 진귀한 보배도 마치 천상 세계와 같습니다.
천왕께서는 더욱 가엾게 여기시어 거룩하신 생각을 돌리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비행황제가 모든 왕들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짧아지고 세속에 대한 근심은 오히려 길어지니, 마땅히 스스로 몸을 근심해야 하오. 목숨은 호흡에 달려 있고,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이 없으니, 마땅히 탐욕ㆍ음욕ㆍ더럽고 청정하지 않은 행동을 버려야 하오.’
비행황제가 일어나 명전으로 올라가 황금 평상에 앉아 크게 자애로운 마음으로 모든 부인, 모든 신하, 모든 왕, 백성, 등을 대하고, 시방(十方)의 지치고 괴로운 이들에 대하여 그들과 같이 슬퍼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가엾게 여겨 부처님에 대하여 알게 하려고 하였다.
황금 평상에서 백은 평상에 이르러 무위도(無爲道)를 생각하였고,
백은 평상에서 유리 평상에 이르러 자애(慈哀)한 행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생각하였고,
유리 평상에서 수정 평상에 이르러 큰 효행으로 무수한 겁 동안의 어버이를 제도하려고 생각하였고, 스스로 오장(五臟)과 아홉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오로(惡露)를 사유하였다.
비행황제가 말하였다.
‘내가 옛날 병을 얻은 적이 있었는데, 마치 대오리끈으로 목을 조르는 것 같았고, 나무를 뚫는 끌로 몸을 뚫는 것 같았다.
몸은 괴로운 그릇일 뿐이니, 어찌 의지하기에 충분하겠는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행황제 대쾌견이 지금의 나이다. 왕은 수명이 다한 후에 목숨을 마치고 범천(梵天)에 올라 태어났다. 누가, 부처의 몸이 비행황제가 되어 정법(正法)을 수행하였고, 또 네 가지 덕과 저절로 생겨난 칠보가 있었으며, 구이나갈국의 경계가 길이 480리, 너비 280리이며, 모든 것이 이 성안에 있었던 것을 알겠느냐?
나는 전생에 일곱 번이나 이 땅에 몸을 두었었고, 지금은 바라는 것을 끊고 공(空)을 생각하고 무상정(無相定)을 얻어 나고 죽음의 근원을 끊었으니, 지금 이후에는 다시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모든 백성들에게 부처님의 반니원을 알리다]
아난아, 너는 성에 들어가 모든 백성들에게 알려라.
‘오늘 밤에 부처님께서 반니원에 드시니 그대들이 의심하는 것을 빨리 가서 해결하여 부디 후회하거나 길이 답답한[瞢瞢] 한을 품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부처님께서 작은 마을에 계시니 빨리 가서 계(戒)를 받으시오.’”
아난이 지시대로 전하니 백성들이 함께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무슨 인연이 있는 곳이기에 작은 마을에서 멸도하시려고 하십니까?”
[구이국의 왕]
백성들은 모두 땅에 엎어져 머리를 두드리기도 하고 뺨을 때리기도 하고 가슴을 치기고 하고 얼굴을 긁기도 하고 머리털을 잡아 뽑기도 하고 옷을 찢기도 하고 땅을 차기도 하면서 울부짖으며, “어찌하여야 할까?”라고 외쳤다.
그 나라의 왕이 듣고 놀라 말하였다.
“이들이 왜 슬퍼하느냐?”
왕이 가까이 있는 신하를 보내 밖에 나가서 왜 슬퍼하는가를 묻도록 하였다.
한 백성이 목이 메어 말하였다.
“아난이 부처님의 지시를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멸도하실 것이니 마음속에 의결(疑結)이 있으면 나와서 물으시오’라고 하여 그 때문에 슬퍼합니다.”
신하가 돌아가서 아뢰었다.
“아난이 백성들에게 부처님의 지시를 전하기를,
‘부처님께서 곧 반니원에 드시니 의심하는 것을 물으시오’라고 하였기 때문에 울고 있을 뿐입니다.”
왕은 곧 태자 아신(阿晨)을 불러 그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숙이고 공손히 소식을 여쭙고 나서,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정전(正殿)에서 니원도(泥洹道)에 오르시고 작은 마을에서 반니원에 드시지 마십시오’라고 하여라.”
태자가 아뢰었다.
“만일 세존께서 끝내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그대로 머물러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왕이 말하였다.
“지시를 받고 빨리 돌아오너라.”
태자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자
아난이 아뢰었다.
“구이국(鳩夷國)의 왕께서 태자를 보내 왔습니다만 감히 그를 들여보내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들어오라고 하여라.”
태자가 오체투지(五體投地)하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리고 물러나 장궤(長跪)하고 아뢰었다.
“왕께서 저 아신을 보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리고 공손하게 소식을 여쭈라고 하셨습니다. 깊은 연못에 빠져 있는 중생들을 오직 부처님만이 건져 구제해 주실 수 있습니다.
지금 곧 멸도하시려 하시다니 어찌 이리도 빠르십니까. 마땅히 궁중에서 니원에 드시고 작은 마을에서 니원에 드시지 마십시오.”
부처님께서 아신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부왕(父王)에게 감사하오.
내가 아까 말했지만 옛날에 비행황제였을 때 마지막 전륜성왕[聖帝]의 이름이 대쾌견이었소.
내가 일곱 번이나 이곳에서 몸을 버렸으니 이번이 여덟 번째가 되오. 이제 내가 도를 이루었으니, 다시는 이 땅에 몸을 두지 않을 것이오.
그대의 부왕께서 수고롭게 태자를 보내 주신 것을 감사하다고 전해 주시오.”
태자가 궁중에 돌아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태자는 왕을 뵙고 자초지종을 자세히 말하였다. 왕은 당황하여 눈물을 흘리며 그 나라의 백성들에게 명령하여 모두 가서 부처님의 지혜로운 법[明法]을 받도록 하였다.
왕은 인정(人定:오후 8시 혹은 10시 경) 무렵에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백성 14만 군중과 함께 밖에 머물러 있었다.
왕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제가 백성 14만 군중과 함께 부처님께 계(戒)를 받고 싶습니다.”
아난이 부처님께 왕의 뜻을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왕과 백성들을 수고롭게 하였구나.”
아난이 아뢰었다.
“왕을 돌려보낼까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럴 수는 없다. 마땅히 만나 보아야 한다.”
왕은 나라 안의 덕이 높고 현명한 이들과 함께 나와서 모두 부처님의 발에 두면례(頭面禮)를 올리고 물러나 차수합장하고 서 있었다.
그 때 부처님 앞에 등불이 없어 부처님께서 정수리에서 빛을 놓으시니, 그 빛이 2천 리를 비추었다.
부처님께서 왕과 그 신하와 백성들이 수고롭게 온 것을 치하하셨다.
왕이 머리를 숙이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어떤 훈계를 주시더라도 반드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사신(使臣)에게 말했습니다. 부처가 되어 경을 말한 지 49년 동안 왕과 나라에 있는 모든 현명한 이들이 모두 스스로 지녀 행하고 있습니다. 왕께서는 궁중으로 돌아가십시오.
나는 오늘 밤에 반니원에 들 것입니다.”
왕과 신하와 백성들은 모두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태어나서 늙어 죽지 않는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통곡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성내거나 사나운 마음을 조복하고 위로 하늘을 본받고 악을 멀리하고 자애(自愛)하여 마음과 덕을 부지런히 닦고 현명한 이들을 가까이하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거듭 생각하여 경솔하게 처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얻기 어려우니 모든 백성을 가엾게 여기고, 현명한 이는 귀히 여기고 어리석은 이는 너그럽게 용서하십시오. 세상에는 삿된 것이 많으니 자중하고 또 자중하셔야 합니다.”
왕과 현명한 이들이 모두 스스로 물러나와 왕은 부처님과 5리 떨어진 곳에 머물러 있었다.
[수발 노인]
그 나라에 나이 많은 노인이 있었는데 이름이 수발(須拔)이었고, 나이가 120살이었다.
그 때 성안에서 밤에 누워 자다가 잠에서 깨어 부처님의 광명이 온 성안을 비추고 집에는 한 사람도 없는 것을 보고 곧 성에서 나와 급히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아난에게 말하였다.
“제가 가르침을 들은 것에 대하여 세존께 의심나는 일이 있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밤이 이미 깊었고 부처님께서 편히 가셔야[善逝] 하니 번거롭고 시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수발이 대답하였다.
“따를 수 없습니다. 저는 셀 수 없이 많은 세대(世代)가 지나야 비로소 한 분의 부처님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의심하는 것을 물으려 하는데 어찌 들어 주지 않으려 합니까?
제가 의심하는 것은 오직 부처님만이 풀어 주실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은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그만두십시오. 묻지 마십시오.”
부처님께서 수발이 밖에서 의심하는 것을 물으려고 하는 것을 아시고 아난을 불러 물으셨다.
“어찌하여 수발이 의심하는 일을 묻지 못하게 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제가 보니 밤이 이미 깊었고 부처님께서 곧 멸도하실텐데 그가 들어와 말로 번거롭거나 시끄럽게 할까 걱정스럽습니다.
부처님께서 삼유(三有:三界)의 욕계(欲界)를 버리시고 무위도에 드실 때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발을 데리고 들어오너라. 의심이 있으면 마땅히 물어야 한다.”
아난이 즉시 수발을 데리고 들어왔다.
수발은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을 듣고 마음이 뛸 듯이 기뻐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그는 곧 앞으로 나와 부처님 발에 두면례를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수발이 나이가 많고 숨이 가쁜 것을 보시고 의자를 주어 앉도록 하셨다.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어떤 의심이 있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삼계(三界)의 하늘 중의 하늘이시며 신령스럽고 거룩하심이 한량이 없어 짝을 찾기 어려운 지존(至尊)이십니다.
어리석음을 열어 교화하시고 이끌어 주시던 49년 동안에 선인(仙人)ㆍ성현(聖賢)ㆍ범천ㆍ제석이 모두 머리를 숙이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저에게 뜻을 같이하는 여덟 사람이 있는데,
고구씨(故龜氏)도 있고 무선씨(無先氏)도 있고 지행씨(志行氏)도 있고 백로자씨(白鷺子氏)도 있고 연수씨(延壽氏)도 있고 계금번씨(計金樊氏)도 있고 다적원씨(多積願氏)도 있고 니건자(尼揵子)도 있습니다.
그들 여덟 사람에게는 반딧불이나 촛불만한 밝은 지혜도 없고,
그들의 선행은 중생을 구제하기에는 실가닥이나 머리카락만큼의 이익도 없으며,
안으로는 3독(毒)을 품고 있고, 밖으로는 욕심에 치달리며,
앉아서 헛된 논란만 하고 함부로 참되지 않은 것을 쓰며,
부처님께 나와 교화를 받지 않으니,
장차 인연(因緣)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의 경의 뜻은 부처의 경과 달라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는 길이요, 부귀를 구하는 것이다.
나의 도의 뜻은 바라는 것을 끊고 공(空)을 생각하고 세간의 영화(榮華)를 바라지 않으며 꾸밈도 없고 작위적인 것도 없으니[無爲], 이것으로써 즐거움을 삼는다.”
[무위도]
수발이 말하였다.
“무엇을 무위도(無爲道)라고 합니까?”
[외도들의 여덟 가지 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존재[有]가 소멸되어 근본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을 무위라고 한다.
그대들의 뜻이 지향(志向)하는 것[志趣]에는 모두 여덟 가지 악(惡)이 있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 점을 쳐서 묻고 잔혹하게 죽이기도 하니, 이것이 첫 번째 악이다.
집에 머물고 음식을 탐하고 부모를 받들지도 않고 효도하지도 않으며 온갖 삿된 것을 탐내고 좋아하며 욕망을 버리지도 그치지도 않으니, 이것이 두 번째 악이다.
이간질하는 말을 하고 욕하고 꾸짖으며 거짓말을 하고 비단결같이 꾸며 말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악을 버리도록 선(善)을 자세히 말한 적이 없으니, 이것이 세 번째 악이다.
살생하고 도둑질하며 음행하고 방탕하니, 이것이 네 번째 악이다.
항상 성내는 마음을 품고 있고 양친(兩親)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형제ㆍ처자 ㆍ구족(九族)을 업신여기고 마음이 삿되어 청정하지 않은 행위를 하며, 훌륭하게 권유하고 인도함이 없고 항상 스스로 교만하여 잘난 체하며 사람들이 자기를 두려워하고 공경하기를 바라니, 이것이 다섯 번째 악이다.
밤낮으로 항상 삿된 마음을 품고 있고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자(賢者)를 업신여기고 청정하지 않은 것을 존중하고 귀히 여기며 참되고 바른 것을 멀리하고 피하며 악인(惡人)을 사귀고 따르니, 이것이 여섯 번째 악이다.
현명하고 슬기로우며 경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문과 범지(梵志)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미리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품고 허위로 지어 비방하니, 이것이 일곱 번째 악이다.
선조(先祖)를 공경하지 않고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지 않으며, 현명한 이를 존중하지 않고 도둑과 친하고, 어질고 바른 이를 헐뜯으며 세속의 혼탁함에 휩쓸리고도 부끄럽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니, 이것이 여덟 번째 악이다.
그대가 스스로 ‘세존께서 49년 동안 경을 말씀하셨으나 이 여덟 사람은 부처님께 나아가 교화를 받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들은 모두 이 여덟 가지 악을 품고 있으니, 어찌 청정한 교화를 좋아하겠느냐? 정말 온다고 하여도 부처 또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수발이여, 그대의 마음에 이 여덟 가지 악이 있다면 부디 부처에게 묻지 말아라.
이 여덟 가지 계를 지니면 구항과(溝港果)ㆍ빈래과(頻來果)ㆍ불환과(不還果)ㆍ응진과(應眞果)를 증득하게 되니, 이 여덟 가지 계를 수행하여 그대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야 비로소 부처의 제자가 될 수 있다.
범인(凡人) 중에 제멋대로 스승이나 교화하는 우두머리가 되어 이 여덟 가지 계를 어기는 이가 있다면 이들은 모두 미혹시키는 무리[妖蠱]이니, 반드시 멀리하고 피하며 부디 듣지도 받아들이지도 말아야 한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삼계에서 홀로 말하고 홀로 걸어 나와 같이 짝을 이룰 이가 없으니,
그대가 의심하는 것을 빨리 물어 의심스러운 것이 없도록 하여라.”
수발이 머리를 숙이고 장궤하고 말하였다.
“참으로 부처님 말씀과 같이 제 몸을 몇 번이나 망쳤는데도 또 어리석음에 빠져 있습니다.”
세존께서 또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여덟 가지 계를 이해하였는가, 이해하지 못했는가?”
수발이 대답하였다.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그가 거듭 머리를 숙이고 말하였다.
“저는 하열(下劣)하고 천박한 뜻을 버리고 사문의 청정한 행을 지키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또 말씀하셨다.
“그대가 참으로 그러한가?”
수발이 대답하였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저를 사문으로 받아 주십시오.”
그 때 수발의 머리카락이 저절로 땅에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그가 오로지 한마음으로 가르침을 사유하자 갑자기 무상정(無想定)에 이르러 한마음이 명월주와 같이 청정해져서 곧 응진도를 증득하였다.
다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우리 스승께서 먼저 니원에 드시도록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곧 부처님보다 먼저 니원도(泥洹道)를 취하였다.
[멸도 후의 해야 할 일]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불러 들어오라고 하시어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후에 어느 세속 사람이 집을 버리고 예토(穢土, saṃkleṡa:범부가 사는 사바세계)를 떠나 사문이 되려고 비구승들 속에 들어오면 먼저 석 달 동안 보살의 지혜를 구하는 행[知行]이 높은가 낮은가를 시험하여라.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한 종류는 가난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없어서 비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요,
한 종류는 빚을 지고 갚을 길이 없어서 비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요,
한 종류는 노예[役]로 있어서 다음 생[當時]에 다시 태어나지 못하기[無用] 때문에 비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요,
한 종류는 뜻이 높고 지조가 굳은 사람[高士]으로서 수행이 청정하고 더러움이 없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세상이 지나야 비로소 한 분의 부처님이 계시다는 말을 듣고 부처의 경전을 보고 기뻐하고 마음으로 깨달아 집과 욕심을 버리고 세간의 영화를 탐내지 않아 와서 비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내가 니원에 든 후에 비구가 되려고 오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지향하는 것을 관찰하고 모든 행동거지[坐起]를 살펴보고, 말하는 것을 듣고 걸음걸이를 살피고, 보시를 행하는 것과 선악에 나아가는 것과 도를 구함과 마음 쓰는 것과 정진을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알아보고, 석 달 동안 자세히 살펴서 뜻이 높고 행동이 청정하여 대중(大衆)이 될 만하면 비구가 되게 해야 한다.
몸이 이미 비구가 되어 있으면 반드시 기구(耆舊:법랍 50세 이상의 장로 비구)를 고르되, 법과 계율을 분명하게 아는 이를 선택하여 스승으로 삼아 10계(戒)를 주어야 한다.
계를 받아 3년 동안 굳게 잘 지키고 범하지 않으며 대중 중의 현명한 이들이 모두 인가(印可)할 만하면 반드시 250계를 주어야 하니, 10계가 근본이고 240계는 예의(禮儀)이다.
그대들이 후세(後世)에 이 법을 시행하면 기뻐하지 않는 천신(天神)과 지기(地祇:地神)가 없을 것이다.
부처가 정한 계율과 법을 모든 비구들은 곰곰이 사유하고 부처가 반니원에 들어 떠났다고 하여 해이해져서 법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부처가 행한 것을 제자들이 생각하여 어른과 어린이가 서로 받들고 불효하지 말아야 한다.
도(道)를 증득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지위와 영화를 탐하는 이가 있으면 마땅히 이 경을 읽게 하고, 장수하기를 바라거나 천상 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이도 이 경을 읽도록 해야 하니, 부처의 가장 긴요한 뜻은 무위도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니원에 든 후에
‘부처님께서 가셨기 때문에 다시 의지할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고,
나의 경과 계에 의지하여야 한다.
내가 니원에 든 후에도 서로 이끌고 따르며 경을 익히고 계를 받들며 250계를 지키고 서로 공경하고 받들기를 효도로 어버이 섬기는 것같이 하며,
나이 많은 비구는 마땅히 후진(後進) 비구들을 가르치되, 내가 있을 때와 같이 해야 한다.
후진 비구에게 질병이 생기면 기구(耆舊) 비구는 마땅히 인내심을 가지고 병이 낫는지 더한지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교리(敎理)를 분명하게 알고 경을 독송하며 깨우쳐 인도하여 화합하고 따르도록 하며 부처의 계를 지키면 나의 도가 오래도록 유지될 것이다.
내가 니원에 든 후에 현자(賢者)의 아들이나 현자의 아녀자들이 거듭 생각하기를,
‘내가 있던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고 미묘한 경전이 있었으며,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반니원에 드셨다’고 하거나
너희들이 모두 부처에게 지극한 효심을 다하고 경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면 목숨을 마칠 때에 이르러 모두 천상 세계에 오를 것이다.
너희들은 내가 떠났다고 하여 경과 계율을 받들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부디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여, 너희들은 부처의 얼굴을 자세히 보아라.
부처는 다시 일어날 수 없고, 앞으로 15억 7천6십만 년 후에야 다시 부처님께서 계실 것이다.
부처님 세상을 만나기 어렵고 경과 법도 듣기 어려우며 많은 스님도 만나기 어렵지만 부처를 친견하기는 더욱 어렵다.
염부제(閻浮提)에 존귀한 나무가 있는데 이름은 우담발(優曇鉢) 나무이고, 열매만 있고 꽃은 없다. 우담발 나무에서 금빛 꽃[金華]이 피어나는 세상이 되어야 부처님께서 계신다.
나는 바로 지금 반니원에 들어야 하니, 그대들이 경에 대하여 의심하는 것이 있으면 부처가 있을 때에 반드시 의심을 풀어야 한다.
지금 의결을 풀지 못하여 후에 다툼을 길게 끌지 말고, 내가 있을 때에 빨리 의심하는 것을 물어라.”
아난이 그 때 부처님 뒤에 있다가 머리를 숙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 교화를 받은 모든 비구승들은 의결이 없습니다.”
제자들이 스스로 말하였다.
“저희들은 의심이 없습니다, 하늘 중의 하늘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밤이 벌써 깊었으니 다시는 소리를 내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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