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해일륜_7. 세계가 창조됨을 설명함(世界創造)
대체로 대원각성은 넓고 커서 끝이 없으며 깊고 깊어서 밑이 없어 허공으로도 비유하지 못하는데 어찌 하늘이 덮고 땅이 실을 수 있겠는가? 항상 고요한 체성은 지극히 텅 비어서 다함이 없어 옮겨 가지 아니하고, 항상 밝은 묘용妙用은 지극히 신령하여 다함이 없어서 변하지 않는다.
대각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끝없는 허공이 너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을 비유하자면 한 점 구름이 허공에 점을 찍는 것과 같다.”라고 하시니 참마음은 크고 허공은 작은 것이며, 또 허공은 크고 세계는 작다는 말씀이다. 이 오묘하고 밝은 마음이 매우 깊고 미묘微妙하여 자기의 자성을 지키지 않고 인연을 따라서 일체의 사업事業을 성취하는데,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진성의 본능本能이라고 할 것이다.
또 묘명진심妙明眞心이 본분本分을 지키지 아니하고 아주 너무 밝아서 경거망동經擧妄動하므로 참 밝은 성품이 망령스럽게 밝아서 어두운 마음과 함께 화합하는데 이것이 무명이 된다. 비유하자면 청정淸淨한 바닷물이 외면外面으로 보면 일정一定하여 요동하지 아니하지만 안으로 미세微細하게 잠복潛伏하여 흘러서 머물지 않는 것과 같아서 묘명진심이 미세한 인연을 발생하는 것도 이와 같다.
이 미세하게 요동하는 것을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한다. 이 식이 움직임에 안으로는 묘명진심을 은폐隱弊하고 밖으로는 일만의 형상(一萬形相)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은 허공과 세계와 만 가지 형상이 건립되기 전에 오직 묘명진심이 아뢰야식으로 변화(變體)된 것을 말한다. 이 아뢰야식은 세간성인世間聖人과 범부凡夫는 아는 자가 없다. 이것은 대각성인께서 대적광삼매大寂光三昧에서 철저적徹底的으로 깨달아 밝힌 것이다. 허공 가운데 미세한 티끌이 항상 움직여서 멈추지 않지만 범부는 보지 못하다가 아침에 새로 올라오는 새로운 태양 광명이 창틈으로 들어옴에 미세한 티끌이 낱낱이 보이는 것이다. 그와 같아서 대적정삼매를 증득하여서 아뢰야식이 쉼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 아뢰야식의 본체는 맑아서 허공과 같기 때문에 맑은 식(淸淨識)이라고도 하며, 일만 형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심왕식心王識이라고도 한다. 이 아뢰야식이 아득하고 텅 비어서 허공이 되고, 움직이어서 유주流注14)하기 때문에 모든 공기가 되는 것이다. 이 아뢰야식이 모든 공기의 원소와 유정무정有情無情의 종자種子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함장식含藏識이라고도 하고, 다르게 익혀지는 성질이 많기 때문에 이숙식異熟識이라고도 한다. 비유하자면 해가 올라오면 허공과 우주만상宇宙萬像이 모두 밝은 광명으로 변화하더니 해가 서산西山으로 지면 우주宇宙 전체全體가 어두운 것으로 변화한 것과 같아서 묘명진심이 아뢰야식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와 같다. 이 완전한 허공 가운데에 어두운 기운이 여러 가지 분자分子를 발생시키는데 이 공기의 파도波濤가 치고 움직여 자꾸자꾸 변함이 한량없기 때문에 세계가 건립建立된다.
묘명진심은 완전히 텅 빈 것과 있는 것이 없지만 이 마음을 미혹(迷)하기 때문에 무명無明이 일어나고, 무명으로부터 알음이 경계境界를 발생시키고, 경계가 있음을 말미암아서 본래 밝은 성품이 숨겨진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완공頑空의 공空과 지각知覺의 알음이 나누어진다. 상想이 잠복潛伏하여 무기분자無記分子를 이루어 무정계無情界가 건립되고, 알음의 분자分子로 지각이 난동亂動하여 유정중생有情衆生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완전하게 미혹(迷)한 망상妄想이 어려서 맺힘으로 무기無記한 공기가 모든 분자를 내어서 무정세계無情世界가 되고, 망령된 알음이 항상 지각을 발생하여 유정동물有情動物이 된다. 이것이 모두 하늘이나 무슨 귀신鬼神이 조화를 부려서 세계 만물과 유정동물을 창조한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본원각성本源覺性이 심심미묘深深微妙하여 연기緣起가 한량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세계와 유정동물이 건립된 것이니 미신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천지 세계가 건립하기 전에는 지地·수水·화火·풍風이 어디에서 나는 것인가? 이 아뢰야식의 체體가 완전히 텅 비어서 기운이 어두우며 아뢰야식체가 맑아서 망령되이 밝은 것이니, 어두운 기운은 흙이 되는 원소이고 밝은 기운은 물이 되는 원소이다.
이 어두운 기운은 탁하고 밝은 기운은 가벼운 것이다. 이 탁한 기운에도 두 가지 성질이 있으니 하나는 음토陰土가 되는 원소이고 하나는 양토陽土가 되는 원소이다. 이 밝은 기운에도 두 가지 성질이 있으니 하나는 음수陰水가 되는 원소이고 하나는 양수陽水가 되는 원소이다.
이 두 가지 성질이 서로 엉키어서 서로 부딪혀 그 사이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모두 묘명진심으로부터 아뢰야식이 되고 아뢰야식으로부터 완공이 되며, 완공으로부터 어두운 기운과 밝은 기운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기운이 서로 마주치면 그 사이에서 바람이 일어난다. 형상形相이 있는 세계가 성립되기 전에 이 세계가 성립되려는 원인이다. 사람도 이 바람의 힘으로 이 육체를 움직이고 세계와 일월성수日月星宿도 이 바람의 힘으로 운행運行되는 것이다. 그러하므로 세계의 맨 아래(世界最下)의 국토國土가 성립되었다고 한다.
무릇 움직여 동하는 것이 바람도 되고 나무도 되는 것이니, 이 요풍양목搖風陽木이 음토陰土와 배합配合하여 그 둘 사이에서 음금양금陰金陽金이 생겨나며, 또 양금음목陽金陰木이 배합하여 그 둘 사이에서 양화음화陽火陰火가 생겨난다. 또 양화음금陽火陰金이 배합하여 양수음수陽水陰水가 생겨나며, 또 양수음화陽水陰火가 배합하여 양토음토陽土陰土를 생하는 것이다.15)
그러하므로 오행五行이 상생上生하여 만물을 생성하고, 오행五行이 상극相剋하여 만물을 소탕掃蕩하는 것이다. 이것이 모두 본연의 한 성품에서 신령한 마음의 불가사의한 작용(靈心不思議作用)으로 변화하여 생긴 것(化作)이지 결코 하늘이 창조創造한 것이 아니다. 내가 게송偈頌으로 간략히 그 뜻을 말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한다(頌曰).
“언어도言語道가 끊어지고
심행처心行處가 없사오니
어떻다고 그려 낼꼬.
허공으로 입을 삼고
산하대지山河大地
광명光明 놓아
만반신변萬般神變 다하여도
그려 낼 수 전혀 없다.
향상법신向上法身 허공 같고
진공묘지眞空妙智 일월 같다.
자체투명自體透明 영롱하여
신령하고 미묘하다.
시종생멸始終生滅이 없으니
생사윤회 있겠는가?
밝고 밝고 밝은 성품
비고 비고 비인 마음
시간 연대時間年代 끊어졌다.
밝은 성품 미묘하여
제 자성을 지키잖고
대해 바다 파도 일듯
무진연기無盡緣起 발생發生한다.
식심지혜識心智慧 없는 성품
식심識心 파도 일어나니
불생불멸不生不滅 저 성품이
반분생멸半分生滅 되었도다.
진眞과 망妄이 화합和合하여
제8식第八識이 되었으니
고요하여 허공 되고
움직여서 세계 된다.
어둔 매기昧氣 흙이 되고
밝은 기운 물이 되어
수토배합水土配合 성립하니
오행 차례 일어난다.
명매이기明昧二氣 배합하여
서로서로 충돌(對衝)하니
대풍륜大風輪이 일어나서
삼팔목三八木이 되었도다.16)
양목음토陽木陰土 배합하여
양금음금陽金陰金 발생한다.
양금음목陽金陰木 부부夫婦되어
이칠화二七火가 나는구나.
양화음금陽火陰金 배합하여
일륙수一六水가 발생한다.
크고도 큰 빗줄기가
허공으로 내려지며
한량없는 대풍륜이
밑을 받쳐 견고하여
큰 바다를 성립하니
억만유순億萬由旬 깊어서도
청정담연淸淨湛然 부동不動터니
큰 바람이 일어나서
바닷물이 동탕動蕩하니
도천파도滔天波濤 뛰어논다.
대풍력大風力이 맹렬猛烈하여
바람 물이 서로 치니
한량없는 물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두텁기도 한량없고
관대하기 무량하다.
점점 굳어 고체固體되어
금은 유리 칠보세계
미묘하고 정결하다.
세력 좋은 맹풍력猛風力이
허공중에 던져두어
색구경천色究竟天 이뤘도다.
한량없는 해를 지나
물이 점점 감축減縮되어
몇만 유순 내려오니
대풍륜이 다시 일어
칠보세계 좋은 천당天堂
엄정嚴淨하게 이뤘도다.
이와 같이 대규모大規模로
좋은 천국天國 십팔층十八層을
질서 있게 이룬 뒤에
점점 아래로 내려오며
여섯 층계 천궁전天宮殿을
엄정하게 지어 놓으니
이로부터 세계들이
층계층계 성립되어
욕계육천欲界六天 되었도다.
다시 대풍 서로 쳐서
우리 사는 큰 땅덩이
둔탁하게 이루었도다.
이와 같은 무수세계
중중무진重重無盡 한량없어
허공중에 떠 있으니
무궁무진無窮無盡 화장華藏세계
불가사의不可思議 대천세계大千世界
성인 범부 한량없어
무량겁을 계산해도
미진수微塵數의 하나라도
모두 전혀 알 수 없다.
종종 형상 방원장단方圓長短
온갖 차별 한량없다.
일어나는 세계들과
무너지는 세계들의
선후 차별 알 수 없다.
세계마다 물로 되나
지·수·화·풍 화합이오,
유정들도 그러하여
지·수·화·풍 된 것이다.
물이 얼어 얼음 되니
얼음 전체 물이로다.
밝은 성품 일어나서
환변幻變하여 세계 되니
세계 전체 마음이다.
삼계유심三界唯心 분명하나
구박범부具縛凡夫 모르고서
진비잡설塵飛雜說 도도滔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