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공장 1.
신봉균
일렬종대 차렷!
하얀 광목 바람에 펄럭인다
시장입구 푸른 옷자락 털며
장꾼 기다리는 오일장
한껏 자태 뽐내는
한복감이 우아하다
선혈 쏟아지는 노을속에
순서 기다리는
파삭파삭 과자
까만 눈망울 총총히 여물고 있다
큰아들 혼사에
잔치국수가 먼저 가슴 부푼다
때 뭇지 않은 소복 아가씨들
무언가無言歌 민들레꽃 2.
신봉균
들 언덕 아래
몰래 핀 한 송이
누가 볼까 수줍어하는 그 꽃
척박한 자갈길 에서 결실 맺은
지난 꿈 얘기
돌 무데미 밀고 빚어내는
나의 이야기 풀어 제친다
외로이 길가에 핀 질긴 삶의 민들레
몰래 핀 꽃을 보았네
나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 하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들판의 무언의 얘기를
어느 평화 3.
신봉균
동산 귀퉁이 쪼그리고 앉아
나물 뜯는 여인이여
둘러쓴 머리 수건 에서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대바구니엔 냉이 달래가 가늘한
손끝을 타고 쌓여만 간다
조물주의 예술 작품인가
텃밭에 찾아온 새봄의 메아리
설렘으로 부푼 산나물 뜯는 아낙의 손끝
여인의 제재빠른 빠른 손동작
마술로 피어 오른다
예술의 세계 바라만 봐도
산과들에 평화가 출렁인다
너무나 싱그러워 바쁨도 잠시 잊는다
눈길 4.
신봉균
고요한길 눈길이
숨죽이고 서있다
엊그제
가을 오는 소리 들리더니
지금은 칼바람 몰아친다
산새도 날지 않고
다람쥐도 늦잠 자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다
눈보라 앞을 막는 산길을
외딴집 노부부가 쓸고 있다
아랫마을 소식 궁금해 하면서
독짓는 늙은이 5.
-옹기장 황충길 명장에게-
신봉균
1.
손마디 하나하나에 꿈이 배어 있다
밀가루보다 고운 흙살을 만지며
점토의 보드라운 감촉 살려가면서
가마 속에 영혼의 불길이 빨갛게 살아 숨쉰다
이 시간에도 용광로 속을 오가며 피를 말린다
구식 옛 가마터에서
2.
지금도 더 좋은 독 짖느라
여념 없는
오촌리 옹기 속에 혼을 심는 장인이여
그대만이 불어넣을 수 있는
숨쉬는 영혼 꿈틀 거린다
프로필
신봉균(申鳳均)
shin bong kyun
예산출생·
계간 시와시학 등단 눈물젖은돌
시집<돌의미소><하늘목어><빈항아리의 기도><눈물 젖은 돌>
이메일 SbK7744@hanmail.net
현 (주)예산석재 대표
주소 충남 예산군 예산읍 역전로147번길
우번32429
카페 게시글
예산문학 33호
국수 공장 외 4편
신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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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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