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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스크랩 만들다: 乍, 作
沙月 추천 0 조회 272 17.07.11 23:42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옛날 문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때만 하더라도 손으로 무엇을 만든다[作]고 하는 것은 대부분 나무나 뼈, 옥 같은 것을 깎는 것을 나타내었을 것입니다.

다음의 사진과 같이 말이죠.



장인(匠人)이 조각칼을 들고 심혈을 기울여 나무를 멋지게 조각하고 있습니다.

《논어》에도 보면 공자의 제자인 재아(宰我)가 낮잠을 자다가 공자에게 들키자 "썩은 나무는 아로새길 수가 없다(朽木不可雕)"고 꾸짖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말은 곧 썩어서 목질이 푸석푸석해진 나무로는 조각을 하여 기물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인데, 바탕이 훌륭하지 않으면 훌륭한 기물과 같은 인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무를 깎아서 기물을 만드는 것을 표현한 한자는 갑골문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데 바로 사(乍)자가 그 글자입니다.


잠깐 사(乍)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갑골문은 칼(刀, )과 V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칼은 새기는 도구를 나타내고 v로 표현된 형태는 칼로 나무에 새긴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죠.

금문부터는 글자의 모양이 좌우대칭으로 바뀌게 됩니다.

원래 한자는 거북점을 치고 난 후 그 점괘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거북의 배딱지(또는 등딱지)에 새긴 것에서 기원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한자는 거북 배딱지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인 천리로(千里路)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좌우 어느쪽에 기록되(새겨지)느냐에 따라 좌우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에 보이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하겠습니다.

소전에 와서는 칼로 새긴 모양은 인(人)자의 형태로 바뀌었고, 칼을 나타내는 부분은 날의 아래쪽 부분이 밑으로 처지는 형태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 글자의 갑골문은 갑골편에 따라 간혹 의 형태로 된 것도 보입니다.

이는 새기는 도구인 칼이 위 갑골과 금문과는 달리 상하대칭으로 바뀐 형태를 보여줍니다.

칼로 새긴 모양도 V 모양이 아닌 의 형태로 조금 다릅니다.

그러나 칼의 방향이나 새긴 형태는 여기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칼로 무엇을 새긴다는 이 글자의 본 의미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이 사(乍)자가 바로 지을 작(作)자의 본래 형태였는데 옛날의 청동기물 같은데 보면 그 기물을 제작하도록 시킨 사람, 곧 주인의 이름을 새겨두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다음의 사진처럼 말이죠.



1972년 감숙성(甘肅省) 영대(靈臺) 백초파(白草坡)에서 출토된 이 청동기의 뚜껑에는 "?白(伯)乍(作)寶尊彛"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흑백이 이 준이(술그릇)를 만들다"라는 뜻인데, 흑백은 사실 이 기물을 만든 사람이라기보다 만들게 만든 사람, 곧 주인을 나타냅니다.

이런 예는 다른 기물에서 찾아볼 수가 있는데 아래의 사진과 같은 데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대의 무기로 모(矛)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찌르기용 창인데 옛날 전차전이 주를 이룰 때는 과(戈)가 상용무기였던 반면 모는 쌍방의 전차가 엉켰을 때 근거리에서 사용하는 무기입니다.



아래쪽 글자가 있는 부분을 확대해보았습니다.

"吳王夫差自乍(作)用?"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오나라 왕 부차가 직접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왕이 창을 직접 만들었을리는 없으니 이는 장인에게 시킨 것이지요.

부차의 부친인 오왕 (吳王)합려(闔閭)에게는 간장과 막야라는 유명한 검을 지어바친 대장장이가 있었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어쨌든 이 글자 乍는 "만든다"라는 원래의 뜻이 바뀌어 "갑자기"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거의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게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의 뜻을 잃어버린 이 글자는 만드는 주체인 사람(人)을 덧붙여 지금의 글자가 되었습니다.


지을 작(作)

금문대전-소전-해서


이 글자는 갑골문과 금문의 형태는 없고 금문대전의 형태를 보면 사(乍)자와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이 글자의 뿌리가 같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 글자의 뜻은 원래 "나무를 깎아 기물을 만든다(削木作器)"는 것이었는데, 위의 경우를 보면 청동기를 주조하고 새기는 것도 모두 이렇게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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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7.12 08:42

    첫댓글 감사합니다.
    연재 소설을 기다리듯 흥미 진진합니다.

  • 작성자 17.07.12 08:46

    고맙습니다. 잘 계시죠. 소재가 거의 고갈되었지만 그래도 더찾아보겠습니다.

  • 17.07.16 23:58

    염천에 저작에 몰두하고 계시는군요. 역시 짱~
    글자상으로는 "吳王夫差自作用戈"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金文에는 쇠金을 더하여 쓰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요...

  • 작성자 17.07.17 07:46

    金과 乍로 된 글자인데 컴퓨터엔 나오지가 않아요.

  • 17.07.17 09:11

    @沙月 金+戈는 아닐까요?

  • 작성자 17.07.17 12:24

    @地中海 참고자료의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 17.07.18 10:15

    @沙月 以實直告하자면 호북성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유물 제목에는 “吳王夫差矛, 春秋 後期”, 그 아래 설명에 ....錯金銘文 ‘吳王夫差自作用矛’...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矛’字는 아니라 물었더니, 중국인 특유의 근엄한 목소리로 우기다가 –질새라 같이 우기다가- 갸우뚱하더니 ‘釗’? 하기에, 차라리 ‘戈’? 하다가 끝내 정답없이 웃고 말았던 기억이 나서 질문드렸습니다.ㅋㅋ 형태로는 ‘矛’가 맞지만, 글자는 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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