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와 싱크대 교환
우리 집은 바퀴벌레가 없다.
이번에 싱크대를 교환하는데도 바퀴벌레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우리 집사람의 붕산처방 때문에 바퀴벌레를 박멸할 수 있었던 것이다.
3년 전에도 마루 공사할 때 바퀴벌레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수도관이 새어 마루판을 뜯을 때 공사하는 인부가 ‘바퀴벌레공장 구경하겠군! 하여 무슨 말인가 했다.
마루판을 뜯으면 바퀴벌레가 하도 많이 나와서 마루판 밑을 바퀴벌레 생산지라고 한다.
나무 마루바닥 밑을 뜯을 리 없으니 바퀴벌레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안전지대가 마루판 밑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 마루판을 뜯고는 바퀴벌레가 하나도 없다고 이상하다고 한다.
우리 집사람이 붕산효과라고 설명하여주었다.
붕산 처방이란 값싼 붕산을 사서 삶은 감자를 으깨어 붕산과 혼합하여 티 스픈 하나정도의 양으로 나눠 종이 위에 놓고 후미진 구석이나 바퀴벌레가 있음직 한데 갖다 놓으면 된다.
이 감자가 섞인 붕산을 바퀴벌레가 먹으면 하루 이틀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보름부터 일개월 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먹고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붕산을 먹고는 바퀴벌레 몸속에서 배란을 못하게 하던지 화학작용을 하여 바퀴를 박멸시키는 모양이다. 바퀴벌레는 죽은 시체라도 있어야 하는데 흔적도 없다.
삶은 감자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고 붕산에 빵가루를 섞어서 놓아도 같은 효과이니, 바퀴벌레가 먹을 수만 있다면 어떤 음식이라도 좋으니 붕산하고만 섞으면 된다.
붕산은 약방에 가면 값도 싸고 얼마든지 있다. 해충 박멸하고 바퀴벌레약이라고 판매하는 약에 이 붕산의 원료가 들어가 있다.
집안에 바퀴벌레 한두 마리가 보인다 하면 보이지 않는 구석에는 바퀴가 무척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때에 이런 간단한 붕산처방을 하면 어느새 없어 졌는지 바퀴가 말끔히 없어져 버린다.
우리 집은 강남 개발할 때 주택업자가 지은 단독주택이라 집안 구조가 구형으로 설계되었고 더욱이 부엌은 작게 설계되어 지금은 부엌을 사용하는데 비좁아서 불편하다.
이 좁은 부엌에 삼성 투도어 냉장고를 들여 놓으니 부엌이 냉장고에 압도되어 식당공간을 사용하는 게 말이 아니게 좁고 불편하다.
이 냉장고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 발상한 것이 벽을 뜯고 냉장고를 벽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부엌 옆에 있는, 알미늄 새시로 지은 다용도실을 허물고 10Cm 판넬로 새로 다용도실을 지으면 벽을 허물어도 다용도실이 있어 부엌공간이 넓어진다는 생각이다. 시공업자를 불러 샤시를 넓히라고 하였더니 샤시는 다 뜯고 새로 판넬로 하는 것이 보기도 좋고 공사도 쉽단다.
공사를 하다보니 하는 길에 아주 오래된 싱크대도 집사람이 갈자고 하여 인터넷에서 싱크대 업자를 구했다.
부엌 자체는 좁지만 요즈음 격식에 맞는 싱크대를 골라 설치를 하였다.
완공 후에는 집사람이 싱크대를 보고 그렇게 만족했는지 자기가 선택한 싱크대를 보고는 감탄을 넘어 감격해 하고 있다. 싱크대의 효과는 200%다.
싱크대를 못 갈을 형편은 아니었지만 집의 구조상 싱크대는 싱크대지 이런 부엌에서 무슨 효과가 있으랴 싶었는데 냉장고를 내보내고 신식 싱크대를 설치하니 부엌이 훤해지고 집사람이 그렇게 좋아한다. 집사람이 처제한테 부엌 자랑을 하니 처제가 벽지를 들고 뛰어온다.
창틀만큼 벽을 허물고 보니 옛날집이라 벽 가운데 보온으로 스티로폼을 넣지 않고 비닐 한 장이 스티로폼대신 들어갔다. 겨울에 방이 웃풍이 세고 집이 겨울에 추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다.
옛날 집은 다 그렇단다.
공사기간은 이런저런 관계로 보름이나 걸렸고 패널공사비와 싱크대비는 일반적인 공사 가격보다 3분의 1정도 저렴하게 하였다.
부엌 공사는 우리가 만족하게 일을 하여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