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본옴무 산장에서 레 샤피우 야영장까지 사진 한장을 남기지 못했다. 어쩐일인지 야영장에 도착을 하고도 사진은 없다. 마음의 여유가 그렇게도 없었나. 05시면 어김없이 잠이 깬다. 누워서 마음 속으로 오늘의 일정을 이미지 트레킹하면서 여러가지 경우를 가정하여 설계하고 다시 지우고 또 다시 설계를 반복 해 본다.
화장실과 물 사정이 괜찮아 그런대로 하룻밤을 잘 보냈고 오늘 날씨도 행운이 함께 할것 같다. 계속 이렇게만 해 준다면 전 일정 진행은 큰 문제가 없을것 같다.
텐트 밖으로 나와 어제 찍지 못했던 캠핑장 이곳 저곳 카메라를 들이 대 본다.
선행자들의 사진에는 캠핑카, 텐트 사이트가 정해진 곳 없이 아무 곳에나 자유롭게 선택하여 이용 할 수 있었으나.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지만, 캠핑카 사이트와 텐트 사이트를 구분하여 사이트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무료이다 보니 많은 캠핑카와 백팩 캠퍼들이 여름 휴가철에 몰려드니, 궁여 지책으로 마을에서 캠핑장의 질서를 위하여 지역을 구분하여 정해 논 모양이다.
레 샤피우 마을의 교통편은 마을 뒷편 계곡을 따라 멀지만 레 꽁따민으로도 갈수도 있고, 끄르마이예르로도 갈수있는 도로가 있어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일반 승용차나 영업용 짚을 이용 할수도 있다.
촘촘헤게 들어선 텐트 촌(우리 텐트 녹색 니모텐트와 짙은 브라운 텐트)
작은 둔덕 넘어 캠핑카 사이트
어제는 텐트가 없었는데, 텐트 사이트가 너무 복잡하여 둔덕 넘어에도 텐트가 쳐 있다.
아침 식사를 취사식으로 준비하여, 어쩔 수없이 합류가 된 두 사람을 포함 여섯사람이 식사를 하려니 복잡하다. 그렇다고 같은 캠프장에서 별 식사 준비가 않된 두사람을 떼어 놓고 우리만 식사하기는 좀 그렇기도 하고...
오늘 끄르마이예르까지는 불편한 동행을 할 수밖에 없을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텐트를 철수하여 화장실 옆 주차장으로 이동을 하여, 08:30 글레시마을까지 운행하는 버스에 탑승을 한다. 글레시 마을 까지는 도보로 1시간 20분정도 소요되고, 버스로는 약 10분정도 소요된다. 이 구간은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걷거나 중간에 계곡을 건너서 계곡을 따라 오솔길을 걷는 트레커도 있지만, 대 부분 버스를 이용한다.
글레시 마을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24인승 정도 되는 버스로 한시간에 2회 정도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대기하는 사람이 많으면 수시로 운행을 하는 모양이다.
글레시 가는 도로는 곳곳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교행을 할수 있는 좁은 도로로 우측 계곡으로의 낭떨러지가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앗찔한 도로다.
온옴무 산장 가기전 돌탑이 있는 고개마루에서 산장의 반대 방향인 푸르(Col des Fours 2,665m) 고개로 가면, 이 곳 글레시 마을로 곧장 내려오는 급경사 TMB 변형 코스 길이 있다.
글레시 마을 도로변 공터에 내려 TMB트레킹을 계속해야 한다. 글레시는 마을이라기 보단 그냥 목장과 치즈공장이 전부다. 치즈가 유명하여 치즈를 사러 온 사람들도 있다고 하며, 단체팀들은 치즈공장을 견학을 하면서 시식과 치즈를 사기도 한다지만, 우리는 그냥 패스를...
오늘 부터 우리는 네 사람이 아닌 여섯 사람으로 팀을 이뤄 진행을 한다.
글레시(Glaciers)란? 빙하를 뜻한다. 즉, 빙하마을이라는 뜻인데, 빙하는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이 지역도 가까운 거리에 빙하가 있어 빙하마을로 불렸겠지만, 지금은 마을 주변에 빙하를 찾아 볼수 없을뿐 아니라, 알프스 전 지역에서 지금도 계속 빙하가 녹아 내려, 알프스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니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긴 심각한가 보다.
치즈 공장이 있는 글레시(La Vile des Glaciers 1,789m)마을 버스 정차장
버스에서 내려 계곡방향으로 아스팔트 길을 따라 내려 가다가 본, 08 : 52 시점의 이정표에 세뉴 고개 2h 30으로 표시되어 있다. 오늘의 고비는 고도 2,520m인데 두시간 반이라면 해 볼만 하다. 세뉴 고개를 넘으면 완만한 내리막과 코발 호수까지는 평지 수준으로 메종 비에이 산장으로 올라가지 않고, 라 비자이에서 버스를 타고 발 베니에 있는 에귀 느와르 캠핑장까지 가면 일정 종료다.
버스에서 내려 다리로 가면서 이정표 뒤 설산을..
다리 건너 염소 식구들
다리를 건너 계곡 반대편 임도수준의 걷기 좋은 완만한 오름길을 계곡따라 걷는다.
계곡따라 완만하게 올라가는 임도
조금 올라가다보니 폐목장 주변에 텐트 두동이 어제 밤 야영을 한 모양인데, 주변에 물만 있다면 야영지로서는 그저 그만인 장소다.
이어 09 : 29 모테산장이 보이는 삼거리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이다. 우리는 모테산장에 볼일이 없으니 패스하고,(후일 담으로 원삼이는 모테 산장에 볼일이 있었다고 함)우측 세뉴고개 방향으로 올라 가야 한다. 삼거리에 도착 할 즈음 앞서 가던 연화가 보이지 않는다. 연화에게 산장으로 바로가지 말고 우측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알려줘야 하는데...
컨디션이 좋아서인지 버스에서 내려 줄 곳 선두에서 걷고 있던 연화가 보이지 않는다. 큰소리로 불러보니, 이미 세뉴 고개 방향으로 길을 잡아 지그 재그 길을 한참 오르고 있다. 허허~참! 오늘 별일이네.
모테산장(Rifuge des Mottets 1,870m) 삼거리에서...
세뉴고개까지 1시간 55분을 알리는 이정표
뒤에 오는 원삼이와 ek외 팀원들에게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라고 알려 주고, 먼저 올라가고 있는 연화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소리치고 지그 재그 오름길을 올라간다.
연화와 함께 쉬면서 뒤에 오는 팀원들을 기다리는데 올라오는 모습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연화에게 천천히 올라 오게 하고 앞으로 치고 나간다.
등산을 할때 가끔씩은 왔던 길을 반추하여 뒤돌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야 할 길은 눈이 게을러 멀게만 느껴 지지만,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보면, 나 자신이 이렇게 멀리 걸어 왔음에 스스로 놀라움과 함께 자신감을 갖을 수있어, 앞으로 나아 갈 수있는 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걸어왔던 길을 뒤 돌아 보며...
수차례 스윗치 백(지그 재그)을 하고 올라가다가 직등로가 펼쳐지기도 한다. 오름길에 물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군데 군데 작은 골짜기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뉴 고개 오름길
길 옆에 펼쳐지는 목초지
ㅊㅍ
올라 가던 길을 멈춰 팀원들을 돌아보니 고도차가 있고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두 함께 쉬고 있다.
팀원들을 뒤 돌아 보며...
아직 일어날 생각이 없는 팀원들...
고도를 높이며 올라간다. 뒤 돌아보니 레 샤피우에서 부터 이어진 길이 마치 거미줄을 쳐 놓은 것 처럼 보이고, 모테 산장도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본 옴무 고개 오르기 전 조배평원에서 부터 등산화 밑창이 너덜거려 끈으로 묶어 매고 오면서 많은 불편을 감내하고 왔는데, 갈 수록 너덜거려 배낭을 내려 놓고 쉬면서 또 보수를 한다. 보수래야 묶은 끈을 풀어 다시 조여 묶는것일 뿐이지만, 오늘 하루만 잘 버텨 주기만 바랄뿐이다.
직등구간을 올라오고 있는 연화와 EK
연화와 EK
처참하게 묶어 맨 이름값 못하는 아쿠 등산화
세뉴 고개가 바로 저기다. 하고 걸어 보면 정상이 아니고 다시 가야 한다. 기대가 무너지면 힘이 더 빠진다.
세뉴고개를 오르는 연화.EK. 조카.삼촌 그런데 원삼이는 멀리 쳐저있다.
연화를 비롯한 다섯 사람이 차례로 올라오고 있다.
황량한 황무지 세뉴 고개 정상에는 프랑스, 이태리 국경을 상징하는 돌탑(케른)만이 덩그러니 서 있어, 이곳이 국경선이라는 것을 알려줄 뿐, 통상 국경 경비대나 초소가 있을거라는 우리의 고착된 국경이라는 개념과는 너무 다른 국경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과연 이게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이란 말인가.
세뉴고개(Col de la Seigne 2,520m)
프랑스와 이태리 국경선에서 피라미데스 깔까이예레스 산군을 뒤로하고 기념샷 -연화-
원삼이 기념 샷
삼촌 Mr. 최
노짱
조카와 삼촌
세뉴고개 마루는 아무 바람막이도 없어 심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피할 수가없어 오래 머물수가 없다.
많지 않은 다른 트레커들도 국경의 여운을 느껴 보려는 듯, 바람을 피해 여기 저기 웅크리고 쉬고 있다. 우리도 바람을 피해 쉬어 보려고 하였지만, 여의치 않아 그냥 내려 가기로 한다. 다리를 벌려 오른발은 프랑스 왼 발은 이탈리아 재미있는 포퍼먼스를 해 본다.
쉬고 있는 커플 트레커
또 다른 돌탑 옆에 각 위치의 지명과 방위가 표시된 동판
어제 레 샤피우 야영장에서 내일 세뉴 고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국경을 넘을때 비자검사를 한다고 농담을 하며 웃었던 생각이 난다. 완만하게 내려가다가 라 카제르마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급경사길을 내려선다.
라 카제르마타는 개조한지 얼마되지 않은 회색 석조건물로 오래전 탈리아의 병영이였고, 국경 수비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였으며, 한때 세관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박물관 겸 산악환경 및 정보센타로 사용되고 있다.
라 카제르마타(La Casermetta 2,365m) 내부.
관리인으로 여자 한분만 있을 뿐, 아무런 편의 시설이 없다. 혹시나 물이 있냐고 물어 보니 없다고 하면서 엘리자베타 산장 근처까지 가야만 마실물이 있다고 한다.
알프스 몽블랑 모형도
방명록이 있어 흔적을 남긴다.
라 카제르마타를 뒤로하고 경사진 길을 내려가다 작은 다리가 있는 개울을 만난다. 깨끗하게 보이는 계곡물을 음용으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만 한데, 라 카제르마타 관리인 여자는 왜? 이 계곡물을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13시 20분에 도착 한, 세뉴 고개에서 부터 적당한 장소가 나타나면 점심을 먹으려고 벼르고 왔는데, 14시 30분 이 곳이 바로 그 곳이다 싶어 개울가에 자리를 편다. 한국에서 공수한 마지막 남은 라면 3개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조카와 삼촌도 간단식으로 자기들끼리 해결하겠다고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라면 3개를 여섯사람이 나누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우리가 자리 잡은 자리에 다른 사람들도 쉬어 간 흔적이 있다. 바위 구석에 종이 봉투가 있어 봉투를 뜯어 보니, 바나나 한 줄이 있다. 먹어도 될까 잠시 망서리다 네 조각으로 나누어 한 입씩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지금까지 먹어 본 바나나 중에 제일 맛있는 바나나를 맛보았다. 이어 꿀맛같은 라면을 개 눈 감추듯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라면 끓여 먹었던 개울가 이름 모른 노란꽃이 보기 좋아서...
파란 하늘에 백일점
티 없이 맑은 하늘아래 멋있는 산 봉우리
파란 하늘 높이 한 점의 정체는? 패러글라이더...
라면을 먹던 계곡을 지나 조금 내려오니 짚 로드 길로 바뀌면서 고도가 낮아지고, 광활한 습지를 방불케하는 모래평원 지역이 펼쳐진다.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이 시간에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외국인 중년 남녀와 인사를 하고 교행을 한다. 옷차림과 배낭이 가벼운 데이 백 차림이다. 정상적인 TMB 트레커라면 지금 이 시간에 엘리자베타 산장에 들어가야 한다. 한참 늦은 이 시간대에 올라가서 밤을 지낼 곳은 세뉴 고개를 넘어 모테산장까지 가야만 하는데 가능할까 싶다.
지나쳐 내려 오면서 생각해 보니 아마도 라 카제르마타 관리인을 찾아 가는 사람들 인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짚 로드 길을 내려 오는 연화
평탄 대로를 걸어오는 팀원들...
습지처럼 펼쳐진 평원
엘리자베타 산장은 등반 중 사망한 이탈리아 유명 여성 산악인 솔디니 여사를 기려 그 가족들이 지어 헌정한 것이라고 한다. 작은 산마루에 독보적인 위치에서 조망되는 풍광이 유명하여 교황이였던 요한 바오로 2세 등, 명사들이 방문할 정도로 유서가 깊은 명소라고 한다.
작은 성당이 있는 곳에서 엘리자베타 산장이 보인다.
엘리자베타 산장 뒷편 가운데 트렐라 떼뜨 침봉(Aiguille du de Tre' la Te'te 3,930m) 좌측으로 에스텔레트 빙하와 우측 비교적 큰 블랑쉬 빙하가 보인다.
몽블랑 산맥의 남서쪽 끝에 위치하여 기세 등등한 이탈리아 산새와 콩발평원을 내려다 보는 엘리자베타 산장은 특히 일출이 장관이라고 한다.
엘리자베타 산장(Rifuge Elisabetta Soldini 2,197m)
벌써 16시가 되었다. 레 샤피우에서 출발한지 7시간이 넘었다. 진행 속도가 느린편도 아니고 늦장을 부리고 많이 쉬지도 않았는데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오늘의 목적지인 발 베니 계곡의 에귀 느와르 캠핑장까지 간다는게 쉽지 않을것 같다. 선행자들의 경우 이 곳 폐 목장 어디에서 야영을 한 사례가 있어 혹시나 하고 살펴 보았으나, 그럴만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장소가 있었다고 해도 고개마루에 강한 바람이 불어 텐트를 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계획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다면 한군데 야영지를 염두에 둔 곳이 있어, 팀원들 전원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오늘의 야영지를 선택하려고 마음 먹는다.
꽁발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엘리자베타 산장 아래 고개 마루 폐 목장터
전원 고개마루에 도착하여 목적지인 에귀 느와르 캠핑장까지의 경로와 소요시간을 설명하고, 어떻게 할것인가를 물어보니, 모두들 오늘 일정이 힘들었는지 가까운 곳에서 야영을 하는 것에 동의를 한다. 어차피 계획된 일정이 중요한것이 아니고 특별히 머물 곳을 예약한 것도 아닌만큼 자유롭게 걷다가 힘들면 아무곳에나 텐트를 치고 와일드 캠핑을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결정하고 예비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야영장으로 힘을 내 다시 걷기로 한다.
고개마루에서 급경사 내리막 길을 지그재그로 내려가 콩발 평원이 시작되는 폭포 계곡 개울가 공터에 텐트를 치기로 한다.
폭포에서 시원하게 물이 떨어지고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1등 야영지에 텐트를 치고 여유있게 빨래줄까지 설치한다.
그런데 야영장에 백팩 배낭을 맨 외국인 남여와 조카가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조카가 나에게 와서 저 사람들이 이곳에 야영을 한다고 엘리자베타 산장에 허락을 받았냐고 대충 물어보는것 같다고 하면서 나에게 묻는다. 나는 혹시나 그들이 와일드 캠핑을 하는 우리들에게 불법으로 야영을 하면 않된다고 하는가 싶어, 잠시 긴장하여 그들에게 가서 잘 통하지 않는 말과 손짓으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엘리자베타 산장을 가르키며 허락을 받았냐고 물어 보는것 같아. 자신있게 그렇다고 하니, 그럼 자기들도 여기에 텐트를 치면 않되겠냐고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그제서야 나는 싱거운 놈들이라고 속으로 웃으면서 흔쾌히 오케이 하면서 허락(?)을 해 주었다.
원칙적으로 이탈리아에서는 고도 2,500m 이하에서는 야영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만약 야영할 곳 가까이에 산장이 있으면 예의상 야영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텐트도 일몰 후 설치, 일출 전 철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혹시 단속에 걸리면 텐트 1동 당 500유로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행자 트레커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와일드 캠핑을 하다가 벌금을 물었다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
한바탕 웃지 못할 긴장(?)을 겪고 난 다음 해가 지기전에 오랫만에 물에 몸을 담가 보기로 한다.
즉, 폭포수로 알탕을 시도한다. 얼마만에 몸을 씻어 보는가. 물이 차갑긴 하지만 이런 둘도 없는 기회를 놓칠수는 없다.
아니 이것들 봐라. 계속해서 텐트족들이 몰려 와서 여기 저기에 텐트를 친다. 우리 팀 3동의 텐트가 시발점이 되어 한동 또 한동씩 들어 차더니 모두 10여동이 넘게 쳐진다. 일부는 텐트를 바닥에 깔아 장소만 확보하고 설치를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일몰 후 설치를 할 모양이다(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이렇게 텐트가 많이 쳐 있으면 혹시 단속이라도 나오면 어쩌나 염려가 된다. 더구나 엘리자베타 산장에 무슨 공사를 하는지 승용차와 공사 차량이 올라가고 내려오고 한다.
일몰이 기다려지는 경우는 처음이다. 어찌 되었든 내일은 TMB 구간 중, 두번째로 큰 도시인 끄르마이예르로 간다.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저녁밥을 지어 먹고 또 하루를 마감한다.
왼쪽 에스텔레트 침봉(Aiguille de Estelette)과 우측 트렐라 떼뜨 침봉(Aiguille du de Tre' la Te'te 3,930m) 좌측으로 에스텔레트 빙하와 우측 비교적 큰 블랑쉬 빙하가 보이고 엘리자베타 산장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