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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마음 그리고 숨겨진 진실 엇갈린 운명에 흔들리는 남자와 소녀 그들이 펼치는 파란의 러브스토리!
2003 년 3월, 그녀가 돌아왔다 몇 해 동안의 인도 여행을 마치고 고향, 파주로 돌아온 최은모는 언니의 사고사가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다는 것과 언니의 남편인 김중식이 자신 앞으로 보험금을 남겨놓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1996년 봄, 그가 나타났다 은모의 언니, 최은수가 서울에서 온 대학생 김중식을 좋아하기 시작할 때부터 은모는 중식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결국 언니는 그와 결혼한다. 돈을 벌어오겠다고 은모가 가출한 사이 언니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어른인 중식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인 은모는 그와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2000년 겨울, 그들 헤어지다 은모와 중식이 서로에게 유일한 가족으로써 살아가던 어느 날 은모는 자신이 중식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두려운 마음에 중식이 없는 사이, 또 다시 떠나버린다.
2003년 봄, 그들 다시 만나다 3년 만에 돌아온 파주에서 김중식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서 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모는 그를 향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것에 끝까지 매달리는데……
그와 그녀, 서로를 사랑해도 될까?
예고편
출연 & 스탭
주연
- 이선균 (Seon-gyun Lee) 김중식 역
- 서우 최은모 역
특별출연
- 김보경 정자영 역
- 이경영 (Kyeong-yeong Lee) 보스 역
- 이대연 (Lee Dae Yeon) 목사 두만 역
프리뷰
감독 박찬옥ㅣ출연 서우, 이선균, 심이영ㅣ제작 TPS컴퍼니ㅣ배급 MK픽처스ㅣ장르 드라마ㅣ등급 18세 관람가ㅣ시간 111분
한 걸음 앞도 분간 되지 않은 안개 싸인 도로 안으로 차 한대가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온다.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는 여자가 차 안에서 밖을 내다본다.
택시 기사는 눈치도 없이 이 얘기 저 얘기 지껄이다 한 승객을 탑승시킨다.
얼마 안 가 그가 내린 곳은 조명이 휘황한 나이트 클럽 앞이다.
조용한 지방 소도시 읍내와 어울리지 않는 흉물스런 건물을 지나치는 택시.
시간은 밤인지 낮인지 분간도 안 된다.
[파주]는 희뿌연 안개로 휩싸인 오프닝처럼 모호한 이야기를 나열한다.
신학 대학생 중식(이선균)은 수배에 쫓겨 파주로 몸을 숨긴다.
그는 친한 형의 교회 공부방에서 소일거리 하면서 정체된 삶을 살아간다.
은수(심이영)는 스승의 날 동생 은모(서우)에게 선물을 들려 보낸다.
은모는 선생이 마뜩찮다. 은수는 불안한 지식인 남자 중식에게 다가가고 결국 가족을 이룬다.
은모는 가출을 결심하고 딱 그날 언니에게 사고가 일어난다.
중식은 죽은 언니 대신 은모를 돌보면서 보호자 노릇을 한다.
은모는 중식을 단 한번도 형부라 부르지 않는다.
모래 위 행복 같은 안정감을 찾은 둘의 일상에 또 다른 그림자가 엄습한다.
탈북자 문제에 가담하던 중식이 경찰에 붙잡히고, 은모는 인도로 떠난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은모가 파주에 발을 드리운다.
[질투는 나의 힘]
이후 7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돌아온 감독 박찬옥은 안개에 휩싸인 도시 파주로 향했다.
영화는 형부 중식과 어린 처제 은모의 관계를 그린 금단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지만,
나보코프적인 금지된 욕망에 도전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친절하지도 않다.
7년 전 은수은모 자매의 일상에 뛰어든 중식의 출현과 4년 전 은모의 증발,
그리고 2003년 현재라는 세 가지 시간대를 도약한다.
관객은 세가지 시간대에 숨겨진 이야기를 쌓아가면서 흩어진 파편을 줍듯 전모를 알아간다.
이 미스터리적인 화법은 중식과 은모의 관계를 더욱 모호하게 하는 장치다.
남자 중식은 90년대 마지막 운동권의 파란을 겪은 인물이다.
7년 전에는 학생운동을, 4년 전에는 탈북자 문제를,
그리고 현재에는 파주를 재개발하는 지역사회와 정부의 거대 담론에 항거한다.
항상 자기 바깥의 골치거리들을 안고 저항하는 사람,
그래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 중식은 알고 보면 그것으로 희미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남자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죄의식과 구원으로 이끈다.
은모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말하는 중식의 사랑은 이성애가 아닌 종교적인 사랑에 가깝다.
처제 은모는 언니의 불의의 사고 앞에서 99마리의 양이 아닌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이 된다.
중식이 말하는 은모를 향한 사랑은 학생 운동, 탈북자 문제를 잇는 또 다른 목적이나 다름 없다.
[파주]는 중식과 은모의 관계가 중심에 있지만,
사실 이 서늘하게 들끓는 감정은 도시 파주의 먼지가 쌓아간다.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의 진짜 주인공이 산샤였던 것처럼,
[파주]의 전면에는 허물어진 도시 파주가 있다.
파주는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 같다.
재개발을 위해 땅을 두고 벌어지는 폭력과 상처들,
음습한 자본주의의 최전선이 조명 받지 못하는 도시 파주에 들어서 있다.
뒤틀려 있는 관계와 이야기들 사이로 가장 명징한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그래서 파주라는 도시의 안개와 먼지들이다.
영화는 결국 먼지 쌓인 도시 파주를 통해 인간 본연의 죄의식과 구원을 말하려 한다.
다소 거칠게 오가던 이야기는 최근 한국 영화들이 담은 주제 중 어쩌면 가장 큰 거대담론을 담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미스터리극이 주는 불안한 정서는 홀연히 떠나는 은모처럼 돌연 종지부를 찍는다.
모든 것이 모호하게 달리는 영화는 그래서 아쉽고, 또 먹먹하다.
안개처럼 부유하는 남자 이선균은
[질투는 나의 힘]의 박해일을 잇는 반찬옥의 남자가 되어 연기 인생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맛본다.
서우는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도 발화시키지 못하는 소녀의 언저리에서 불안하게 떨린다.
7년이라는 영화적 시간 동안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은 폭발하지 못하고 암전하지만
(공교롭게도 감독의 복귀도 7년이 걸렸고, 은모와 중식의 시작도 거슬러 올라가면
7년 전이라는 중의적 표현), [파주]는 마지막까지 감정의 바닥을 건드리는 예민한 잔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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