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7호 우동식.hwp
통섭의 식탁
김치찌개 레시피에 따라
뚝배기에 묵은 김치 위에
콩나물 얹고
찌개용 돼지고기를 잘라 넣는다
쌀뜨물을 적당히 붓고
고추장 된장을 푼다
양념으로 양파 썰고 마늘 다지고
고춧가루를 칼칼하게 넣는다
센 불로 끓이다 국물이 끓기 시작 할 때
두부 썰어 넣으려다 절반을 요리대 위에 떨어뜨렸다
두부는 으깨지고 찌그려 들었다
버릴까 망설이다 잘 씻어 주물주물 주물러
반듯하게 잘려진 두부와 찌개에 넣는다
잘 잘려진 두부에는 국물이 스며들고
부서진 부스러기 두부들은 국물 맛에 스며든다
부스러기 순두부들이 김치랑 고기랑 양념들을
꽉 붙들어 안고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맛깔 난 삶의 식탁은
모서리 진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풀어지는 것이다
봄의 힘
봄 바다는 넙너리 해변에서 풀린다
흐려진 망막으로 허물허물 색이 풀려 나온다
풀가사리 한 무더기 가슴에 안고
햇살이 바위에 나풀거린다
삐거덕 삐거덕 온 몸 비틀어
묶였던 고깃배 밧줄이 풀린다
풀린 땅 사이로 밀어올린 냉이꽃
그 간지러운 미소를 받으며
까치 두 마리 전봇줄을 오르락내리락
꾸벅꾸벅 인사를 한다
느슨해진 전선 아래 조깅하던 여인
하얀 보자기를 풀어놓은 목련을 보며
느려진 보폭위로 마스크도 풀린다
통금되었던 것들이 풀리는 게 봄이다
풀리니까 풀이 돋는다
봄의 무게 중심은 풀리는 것이고
그게 바로 봄의 힘이다
얼어붙은 겨울 통증도
맺혀 있던 가슴의 울화통도
해금 되는 것은
봄의 뿌리가 몸에 내리기 때문이다
몸이 근질근질 봄이 숨 트기 때문이다
여자만 갯벌 낙지 먹던 날
뼈 대 없는 집안의 저 유연한 몸짓
착 달라붙는 악착같은 근성으로
갯벌을 움켜잡으며 진창으로 살아 온 길
웬 청천벽력(靑天霹靂)인가
사는 게 때론, 영문도 모른 체 멱살 잡히고
끌려 다니다가 비극을 맞기도 한다
탕,
탕
탕,
온 몸이 도막나고 난도 질 당해도
혼 줄 놓지 않고 길을 찾는데
바다가 꿈틀꿈틀,
파도가 출렁거린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도 오체투지로
마지막 정신을 풀어 연막을 치면
푸른 바다도 잠시 검은 수의를 짓는다.
무념무상
무아지경이다
반만년 역사의 허기로
긴요한 한 끼의 밥상 앞에 살신성체(殺身成體)한 너를 두고
세발 네발 낙지문자로 조문을 쓴다
‘불끈불끈 한반도의 힘줄로 솟아라
그래 !
살아야지 살아야해!
어떤 경우에라도 살아 내야해! ’
검은 상복을 입은 하늘이
비(雨)의 문자로 비문(碑文)을 새겨 문상을 한다
그래 !
그만하면 잘 살았다
도다리쑥국
봄이 왔다고
쑥국새가 쑥국 쑥국 쑤우국
쑥국타령이다
쑥국새가
쑥국 쑥국 쑤우국 울면
리듬에 맞춰 쑥이 쑤욱쑥 자란다
쑥이 쑥욱쑥 자라면
도다리도 쑥 향 맡으며
슬슬 모래에 몸을 풀고 살이 돋기 시작한다
이쯤이면 목련식당에서는
하얗게 핀 목련꽃잎 같은 도다리 회와
쑥국 냄새로 문전성시다
벗은 도다리 쑥스러운 몸에
모자이크 처리한 쑥 찜질을 하면
쑥 향과 함께 속이 뿌옇게 우려난다
뜨거운 국물 먹는 사람들이
시원타 시원타하고
후련해진 속사정을 풀어 놓는다
도다리 쑥국 먹으면
하얀 살결이 쑥쑥 돋아나겠다
쑥국새가 울면
도다리가 바다를 거슬러 하늘로 오르겠다
계동 자연산 횟집
몽돌이 밀물과 썰물에 얹혀 밤낮으로 모난 구석을 갈고 닦으며 사그락 사그락 주문을 외우는 곳, 해안도로 따라 산다화 꽃이 바닷물 속에 하늘거릴 때 광어 도다리 노래미 볼락 우럭이 꼬리 치며 꽃잎 희롱하는 곳, 바다와 포구가 서로를 감싸 안고 파도와 물결 따라 한 생을 넘고 또 한 생이 넘는 곳, 바다로 날마다 출 퇴근하며 바다를 놓아기르는 곳,
겨우내 얼얼했던 속이 환해지는 그곳에 가면 진짜 살 맛 난다
바다가 집중하여 길러 낸 활어들이 함께 꽃이 되기 위해 몸을 파르르 떠는 곳, 제 속을 저며 온 몸으로 피운 보시의 꽃, 내 속에 살꽃이 핀다
온 몸에 피는 봄꽃이다
정신대 위안부 관련 시
오직 참 길
독립 100년이 지났건만
......
차마 말과 글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천인공노 할
정신대 위안부의 실상
뼈 속까지 각인 된
역사적 실체적 진실이다
가해자, 가해국에게 영원히 촉구한다
머리 : 냉철하고 소상하게 인정하라
가슴 : 뜨겁고 통렬하게 반성하라
발 : 역사가 감동 할 만큼 행동하라
우리는 역사가 존재하는 한
이 추악한 만행을
자자손손 교육하고 전해서
머리에, 가슴에, 발걸음에 새길 일이다
이 일의 피해자에겐
최종적, 불가역적이란 없다
인류가 살아 숨 쉬는 한
너희나 우리나,
머리에서 발끝까지
끊임없이 가는 길 뿐이다
*독립운동관련시
영취산 진달래꽃
- 3월의 함성
일제강점에 대항해
독립만세를 외쳤던 여수의 혼이 깃든,
신령한 영취산을 보라
누가 나팔 불었기에
지상군이 일제히 일어서는가
모세 혈관을 따라
흐르는 외침은 무엇인가
얼마나 강하였으면
붉은 입술 파르르 떨고 있는가
분노는
늘 함께, 일어나, 나팔을 분다
하나의 성냥개비 불이 되어
쩌렁 쩌렁
한 골짜기 다 태운다
불길이 번져간다
불이 불을 삼킨다
불이 불을 낳는다
불이 불을 깨운다
해마다 3월 그날이 오면
여수, 화양, 소라, 돌산, 삼산면, 율촌에서
붉은 피 토하며 ‘대한독립만세!’
외쳤던 함성이 뜨겁지 않는가
시대의 횃불로 영영 취하는 산이
붉게 물들고 있지 않은가
첫댓글 오직 참 길
독립 100년이 지났건만 -3.1운동 100년(독립은 7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