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5분.

육중한 C-103 수송기가 엔진을 멈춘 채 활강하기 시작했다. 비행기 문 위의 경고등에 녹색 불이 점등되면서 기체의 문이 활짝 열렸다. 가상의 적지인 오대산에 도착하였고 공중침투 5분 전임을 알리는 신호다. 대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랑하는 애인이나 어머니를 생각할까? 아니면 신에게 낙하산이 잘 펴지기를 빌고 있을까? 녹색 경고등이 켜진 5분간의 시간에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대원들을 정확히 적지의 목표물 위로 낙하시키는 강하 조장 임무다. 긴장된 얼굴의 대원들에게 일어나라는  수신호를 보내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낙하 5분 전임을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펴서 알리고. 주 낙하산과 예비 낙하산이 이상이 없는지. 그리고 군장 결속은 제대로 되었는지를 점검하는 장비검사를 지시했다. 대원 개개인이 장비가 이상 없다며 보내주는 동그라미 손가락 표시를 모두 확인하고. 비행기 문밖으로 몸을 내밀어 목표 지점을 확인하였다. 아직 목표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긴장된 얼굴이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낙하산이 펴지지 않을 수도 있고 펴진 낙하산이 같은 대원들의 낙하산과 겹쳐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원들은 훈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가 발생 할 경우도 있음을 알고 있기에 모두가 긴장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낙하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감히 기체를 박차고 뀌어나갈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힘껏 외쳤다. " 우리는 특전사! 나가자" 비행기 아래 오대산 자락에 작은 불빛이 보였다. 비행기 문에 기대선 발끝에 불빛이 닿는 순간 대원들을 낙하시켰다. 바람에 밀려 날아가는 대원들을 모두 내보고 난 후 뛰어내렸다. 파드닥하고 낙하산이 펴지는 소리를 들은 후 우리 대원들은 이상 없는지 살펴보았다. 하늘의 백장미답게 침투 대원들은 잘 흘러가고 있었다. 이렇게 공포의 5분은 지나갔다.   5분의 공포를 훨씬 예전 어린 나이에 경험한 적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복을 입었던 중학교 2학년 시절에 5분의 공포를 경험했다.영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셔서 머리가 약간 이상 하시다고 소문난 영어 담당 선생님께서 뜬금없이 ".우리나라 사형제도는 교수의 형인데 교수형이란 사람 목에 밧줄을 걸고 5분 동안 공중에 매달아 숨이 멎도록 하는 거야" 하시던 말씀에 " 5분이 지나도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되어요?" 하고 질문하였더니 선생님의 답변은 " 살려준다. " 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잘못되셨다는 사실은 나이가 훨씬 더 들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뜨거운 여름은 약속이나 한 듯 찾아왔다. 여름이 주는 절호의 기회를 우리 까까머리 동기들은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사형수가 되었든 양 살기 위한 연습에 들어갔다, 즉 마을 당수 나무 있는 곳에서부터 1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저수지 물에 들어가 5분 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는데 물속에 들어가기 전 입 볼떼기를 크게 부풀려 호흡하여 입안에 공기를 가득 채운 다음 코를 손으로 쥐어서 막고 물속에 들어가 버티었으나 2분 정도 지나면서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을 참기가 어려워 물 밖으로 나왔다. 친구 중  누구도 3분을 넘기지 못했다. 5분을 넘긴다는 것, 이것은 곧 인내를 일깨워 주었다. 5분만 참으면 살인도 면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었다. 인내란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참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공포의 5분은 군대에서 제대로 겪어야  했다. 사형수가 살아남기 위해 5분을 넘겨야 했다면  군대에서의 5분 또한 살아남기 위한 시간으로 5분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 했다. 5분의 인내와 5분의 속도가 공존하는 곳 이었다 . 1980년대의 육군부사관학교의 5분은 무서웠다. 5분을 향하여 군인들의 일상은 바쁘게 움직였다. 내무반 스피커에서는 5분 전을 알리는 소리가 반복되었다. 취침 5분 전에는 나무로 된 침상에 매트를 깔고 담요를 덮은 다음 눈을 감아야 했다. 기상 5분 전에는 재빨리 일어나 매트를 정리하고 담요를 직사각형으로 접어서 잡다한 개인 물품을 넣어두는 사물함 앞에다 가지런히 정렬해 두어야 했다. 하물며 식사도 5분 이내에 끝내야 했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입에다 밥을 퍼넣는 속도로 두세 번 씹고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다. 목욕하는 시간도 5분이었다. 몸에 비누칠하고 나면 구대장이 호스로 물을 뿌려 주면, 목욕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었다.  육군 부사관 학교를 졸업하고. 특수전사령부 아래 제5,779부대에 배치되었다. 배치된 자대 군 생활에서도  5분이 목표인 듯 철저하게 지켜졌다. 많은 사람이 특전사를 공수부대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 우리나라 군 체계에서는 공수부대는 없는 것이다. 미국과 같이 공수부대가  있는 나라도 있다. 공수부대란 침투 수단인 비행기를 이용 적지에 침투하여 정규전을 수행하는 부대를 지칭 하는 것이고. 특전사는 공중, 해상, 육상으로 침투하여 정규전이 아닌 게릴라 작전 즉 비정규전을 수행하는 부대를 말하는 것인데 전쟁이 일어나면 육군, 해군, 공군 소속의 모든 특수부대는 특전사령부의 지휘를 받아 죽거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적 후방을 교란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전사에 부여된 임무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가 침투한 무장간첩을 섬멸하는 것. 북한 간첩이 침투했을 떄 미리 전투식량과 생존장비를 가득 채워 준비해 놓은 배낭을 메고 시동을 건 채 연병장에 대기 중인 군용트럭으로 뛰어올라 출동하는 시간도 5분이었다. 두 번째는 전시에 적 후방에 침투하여 요인 암살, 주요 건물 폭파, 테러, 교란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북한군의 도발을 응징하기 위한 출동 연습 떄 배낭을 메고 트럭에 올라타야 하는 시간은 5분 이내란 속도가  필요했다, 실전에 대비하여 육체가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게끔 같은 동작을 2000번 이상 반복 훈련을 하는 것이다. 훈련도 가혹하게 실시 되었고 무엇보다 구타가 묵인되던 시절이라 선임자들의 구타 또한 견디기 힘든 생활 중의 하나였다. 80년대에는 폭도를 진압하는 충전 작전이 추가되어 훈련도 하였다. 충정작전에 투입되는 속도 또한 5분 이내였다. 충전 훈련이 힘든 것은 대나무가 들어간 무거운 진압복을 입고 여기에 더하여 얼굴을 철망으로 가린 방석모를 쓰고 기다란 진압봉을 들고서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 오른발을 왼쪽 무릎 높이까지 올려 굴리며  폭도를 진압하기 위한 대형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폭도 응징에 대한 각오가 생겨났다. 그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무자비한 진압은 당연하다. 폭도가 누구인가? 국민이다. 국민에게 게릴라 전투를 위해 훈련된 특수전 요원들에게 충정 훈련을 시켜 진압하겠다는 발상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치안은 경찰의 임무이고 국방은 군인의 임무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부대의 4개 대대 중에 한 달 간격으로 이 5분을 위한  5분 대기 대가 순번 재로 운영되고 있었다, 군대에서의 5분은 속도였다. 속도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빠른 창의 공격 대한 빠른 방패의 방어가 필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5분에 길든 다음 제대를 했다.   5분의 시간에 숙달된 몸과 마음은 인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자리에도 적용되었다. 제대 7개월 차인 1987년 4월에 경찰 대공요원 선발시험에 합격하였다. 경찰 대공요원도 군대에서의 정보 요원처럼 휴전선을 넘나들며 적의 동향을 파악하여 보고하거나 아니면 간첩이 침투하였을 때 퇴로를 예측하여  매복 작전으로 섬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정도로만 알았다. 즉 군대의 연속인 줄 알고 있었다.  군대에서의 대공과 경찰에서의 대공은 전혀 다른 내용의 대공을 말한다는 것을 경찰에 입직 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5공화국 군사 정권 시대  치안본부 대공 2처장 박처원 치안감이 검사보다 위세를 떨치다 박종철 학생 물고문 사망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공안정국 시절이었고 . 일반 경찰이 아닌 대공요원은 국민 앞에 노출되지 않은 존재였다.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였던 국가정보원의 구호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는 것. 대공 경찰의 수사비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비를 받는 실정이었다. 대공요원으로 첫발을 들여놓은 만큼 지역 순찰을 돌거나 교통정리를 하는 업무가 아닌  주로 정부에 대항하여 민주화 운동을 위한 데모를 하거나 참가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본인 모르게 감시하는 흔히들 말하는 사찰(개인 일상 감시)을 주로 하는 업무였다.  비교적 간접 감시가 쉬운 개인 대상자나 문제단체는 선배들이 주로 맡았고. 신출내기 신임 순경의 담당은 비교적 감시가 힘든  문제 교회 목사. 여성단체와  학생이었다. 간접 감시로는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빈약하여  직접 그들과 대면하여 정보를 획득하여야겠다고  판단되었다.  대전  동구 용전동에 있는 교회의 김00 목사를 찾아가 5분간 만 설교 내용을 듣도록 하여 달라고 하였다. 설교 내용 중에 신도들에게 김일성 사상인 주사파 좌익 사상을  포함일 듯하거나 하거나 선동하는지 직접 들어 보고 판단해서 보고 하겠다고 설득하여 허락받았다. 또한,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있는 문제 여성단체인 여 00회를 찾아 과연 시민을 상대로 빨갱이 교육인 주사파 의식화 교육을 하는지 직접 들어 보아야겠다며 5분을 허락받았다. 교회 목사나 문제 단체장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하여 나의 신변이 안전하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허락된 5분도 피를 말리는 공포의 시간이었다.  허락한 이들이 돌연 태도를 바꾸어 나를 연금 하고서"  대공 경찰 잡았다. " 라며 정부 상대로 협박이라도 하면 이보다 더 곤란한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하니 불안과 초조로 5분을 보내고. 5분을 토대로 상황 정리하여 문제 인물, 문제단체는 의식화 교육 등 특별한 언동 없으므로 보고하였다.  문제 학생은 대전 지역의 모 대학에서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순자(가명)란 학생으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 가입하여 데모 활동을 하던 여학생이었다. 재학 중인 여학생의 일상 활동을 관찰한 후 계속된 데모 활동 참여 위험성 여부를 평가해서 1주 단위로 보고 하기 위해서는 간접 감시로는 어려워서 직접 밀착 감시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문제 학생의 집을 방문하여 학생의 어머니와 5분간만 대화를 하자며 딸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이해 시키기 위해 설득하였다.  어머니는 딸이 이미 경찰의 사찰 대상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 경찰에 대한 혐오감이나 경계심은 없어 집안 출입을 허락하였다. 김순자의 아버지는 대전 어느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셨고, 어머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학생은 3학년 초에 전대협에서 탈퇴하여 학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학교 동아리에서 주사파 의식화 교육을 받는다거나 학생 대모에 참여할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하여 사잘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건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흐르는 시간은 사람과의 관계도 부드럽게 해주었다. 껄끄러웠던 사찰 대상 가족들과 밥을 함께 먹을 만큼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였다. 그러다 학생 어머니의 주선으로 동갑인 아가씨와 첫 맞선을 보게 되었다. 맞선볼 아가씨는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성품이 반듯한 사람이라고  넌지시 소개 겸 자랑을 하셨다.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1988년 7월 초입에 동네 다방에서 오후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이루어졌다. 그녀는 정확히 5분이 늦은 7시 5분에 나타나 늦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둘이 커피를 마신 후 저녁 식사를 하자는 그녀의 제의를 단호히 거절하였다. 서른 살이 되어 남은 삶을 함께할 반려자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귀중한 자리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5분씩이나 늦게 오다니. 5분이면 제트기가 서울에서 평양까지 갈 수도 있는 시간 이이라고 군대에서 귀가 아프도록 들은 5분이다. 맞선 상대자의 자랑스러운 가족과.  직업. 미모 따위는  5분 늦은 도착의 불신을 상쇄시키지 못했으니 당연  퇴짜였고  더 이상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우리 집안이며 딸이며 부족한 것 없는데  왜 딸에게 상처를 주었느냐고 따지듯 묻기에 5분 늦게 도착한 것이 이유였다고 대답해 드렸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도 우리나라 모든 남자는 또 다른 5분의 공포를 잘 알고 있다 "남자는 힘"이란 광고가 유행처럼 떠돌던 시절에  힘은 5분을 넘기는 힘이란 사실을 모르는  남자는 없었다. 떡 벌어진 어깨에  임금 왕 자의 배 근육을 자랑하여도 5분을 넘기지 못하면 결국 상대방의 입방아에 오른다. " 뭔 놈의 남자가 힘도 없어?" 이 한마디 말에 남자는 저절로 고개가 푹하고 숙어진다. 참으로 공포의 5분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떠나기 5분 전에 정신이 온전하다면  가족들에게 꼭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5분 전후를 생각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