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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8월 27일 화요일. 여전히 맑고 뜨겁다.
어제 빌려온 전기 포터로 물을 끓여 누룽지를 익혀놓았다. 불려놓았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다. 좀 양이 많은 것 같다. 이것으로 우리는 아침을 했다. 오늘의 일정은 임디나(Mdina)를 다녀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의 흔적을 더듬어 볼 것이다. 임디나(Mdina)는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 서쪽으로 15km 정도 거리에 있다. 발레타와 고조 섬의 빅토리아처럼 오래된 요새 도시다.
발레타에서 임디나로 가는 방법은 택시와 시내버스 외에도 빈티지 버스가 있다. 우리는 시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간다. 아침 기온이 신선한다.
분수대 광장 옆에 있는 버스 터미널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시간표를 찾아 우리가 탈 버스 위치를 찾아본다. C2지역이다. 임디나 행 버스 53번을 타기로 했다. 탑승 위치가 잘 구분 표시되어 있다.
화살표 방향으로 이동하면 된다. 테블릿 PC의 맵스 미 지도를 펼치니 위치가 표시된다. 발레타를 떠나 30분 정도 지나니 멀리 언덕 위의 요새 도시 임디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임디나 표지판이 보여서 우리는 내렸다.
임디나로 통하는 문은 3개가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문은 메인 게이트다. 메인 게이트는 1724년 기사단장 안토니오 마노엘 데 빌헤나(Antonio Manoel de Vilhena)에 의해 세워졌다.
그 이전에는 징검다리를 이용하여 임디나로 들어갔다고 한다. 시타델 지도가 그려져 있다. 해자 위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간다. 메인 게이트 정면에 십자가와 사자가 새겨진 문장이 보인다. 멋진 문이다.
다리 양쪽에는 성벽이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고 물이 없는 해자로 둘러있다. 물 대신에 잔디와 수목이 심어져 있다. 관광객이 많다.
메인 게이트를 지나 뒤 돌아보면 메인 게이트 후면에 몰타의 수호성인 성 바울, 성 푸블리우스, 성 아가타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성채에 들어가 오른쪽에 임디나 던전(Dungeons) 박물관이 있다. 던전이라는 말은 성채 등에 존재하는 지하 감옥을 뜻하는 단어다. 감옥 박물관인 셈이다. 죄수 형틀과 간수의 마
네킹 상이 입구에 있다. 죄수 형틀에 머리와 손을 넣어보니 불편하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 입장료는 5유로다. 그 옆에 궁전 건물, 빌헤나 궁전(Palazzo Vilhena)이다.
이 궁전은 1726~1728년에 지어진 프랑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다. 이 궁전은 19세기와 20세기에 병원으로 사용되었고, 1909년 이후 코나우트 병원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973년부터 몰타 국립 자연사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대포가 궁전을 지키고 있다. 맞은편에는 2층 높이의 건물이 있다. 토레 델로 스탠다도(Torre dello Standardo)다. 토레 델로 스탠다도는 '표준 탑'이란 뜻이다.
1725~1726년에 임디나와 몰타 다른 지역 사이의 신호 전달을 위해 이전에 탑이 있던 장소에 세워졌다. 건너편에 산 아가타 예배당이 보인다. 산 아가타 예배당(Kappella ta' Sant' Agata), 임디나에서 작지만 예쁜 예배당이다.
이 예배당은 카타니아 출신의 귀족 프란체스코 가토(Francesco Gatto)와 그의 아내 파올라 데 카스텔리(Paola de Castelli)가 1410년에 설립된 초기 중세 교회인데 지진으로 무너진 것을 1694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지었다.
한 블록 더 걸어가면 양쪽에 귀족의 주택들이 마주 보고 있다. 대문의 문고리가 예술품이다. 특히 빨간 대문의 문고리가 더욱 인상적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남녀의 모습에 새 형상도 보인다.
산 아가타 예배당에서 한 블록 북쪽으로 가서 그곳에서 서쪽 골목길을 따라간다. 그곳에 멋진 대문이 있고 건너편에 정원이 있다. 대문 손잡이 장식이 멋지다.
이 장식에는 오른손에 삼지창을 쥔 포세이돈과 말 두 마리가 사실적으로 새겨져 있다. 정원은 문이 닫혀 있어 창 살 사이로 안을 들여다본다. 다시 나와 성 바울 광장으로 왔다.
성 바울 대성당(Katidral ta' San Pawl)이 있다. 여기가 임디나 중심 지역이다. 전설에 따르면, 성 바울 대성당은 성 바울의 기도로 병석에 누운 아버지가 구원받는다.
기독교로 개종하여 몰타 최초의 사제가 된 성 푸블리우스(Saint Publius)의 집터에 4세기에 세워진 몰타 최초의 성당이다.
그 후 성당은 9세기 이슬람 지배 때 파괴되었다가 13세기 노르만 시대에 성 바울에게 바치는 성당으로 재건되었다.
1693년에 몰타를 덮친 대지진으로 성당이 거의 붕괴하여 1702년에 몰타의 건축가 로렌조 가파에 의해 재건되었다. 양편에 있는 종탑에는 왼쪽은 날짜. 오른쪽은 시간을 알려주는 둥근 시계가 있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궁전과 관공서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성 바울 대성당 맞은편에 산타 소피아 궁전(Palazzo Santa Sofia)이 있다. 산타 소피아 궁전 1층은 13세기에 건축되었고, 위층은 1938년 이후에 건축되었다.
오래되어 낡아 보인다. 성 바울 대성당에서 나와 조금 걸으면 또 다른 성당(수도원)이 나온다. 수태고지 성당이다. 가톨릭 문화권의 어지간한 도시에는 대성당 외에도 수태고지 성당이 있다.
개신교에서는 수태고지라고 하나, 가톨릭에서는 성모영보(聖母領報)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동정녀 마리아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를 예고한 사건을 말한다.
성당 이름 중에서 흔히 보이는 ‘Annunciation’이라는 단어가 수태고지라는 뜻이다. 고지, 통보 등을 뜻하는 아나운스(announce)라는 영어 단어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된다.
수태고지 그림에는 책을 읽거나 뜨개질 등 앉아서 뭔가를 하는 동정녀 마리아와 백합을 든 가브리엘 천사가 등장한다. 백합은 자웅동체인 꽃이라 동정녀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한다.
이스라엘 나사렛의 수태고지 교회의 천장 모양도 백합을 형상화해서 만들었다.
임디나의 수태고지 성당은 사도 바울 대성당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내부에 들어가면 화려하거나 위압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아담하고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태고지 성당을 세운 주체는 가르멜 수도회이다. 지금은 가르멜이라는 표기가 더 많이 보이지만 내게는 과거에 쓰던 갈멜이라는 표기가 더 친숙하다. 가르멜은 현재의 이스라엘 갈릴리 지방의 야트막한 산 이름이다.
그곳에서 본 엘리야의 동상이 인상적이다. 가르멜산에 성지순례객과 은둔 수도자들이 모여 살았던 것에서 수도회가 유래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도회가 그렇듯이, 가르멜 수도회도 침묵과 묵상, 그리고 청빈과 엄격한 규율이 요구된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 조각상이 보인다. 가르멜 수도원 모퉁이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 조각상이다.
성모 마리아 조각상은 오가는 사람들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가르멜 수도원(Carmelite Priory)을 들어간다. 대부분의 성당 천장 그림은 둥근 형태를 갖고있는데 이곳은 타원형의 형태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다시 골목길을 간다. 가던 길을 조금 더 가면, 메스키타 광장(Pjazza Mesquita)이 나타난다. 메스키타는 스페인어로 모스크를 뜻한다.
임디나의 메스키타 광장 역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과거 이슬람 지배 시절 모스크가 있던 광장이다. 이곳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1의 촬영지라고 한다. 고목나무 한 그루와 우물이 있고 십자가가 보인다.
기차 역으로 가는 문이 보인다. 옛날에 철도 역을 가기위해 새로 만들어진 문이란다. 들어가보니 건너편에 마을이 펼쳐져 있다. 산 니콜라스 광장으로 간다. 메스키타 광장 서쪽 골목 끝에 있다.
산 니콜라 예배당(Kappella ta' San Nikola)이 있다. 이 예배당은 1434년에 지은 중세 교회를 대체하여 1685년에 새로 지은 교회란다. 여기에는 오래 된 게이트가 있다. 성 밖과 안으로 연결하는 서민적인 문이다.
임디나는 몰타섬의 옛 수도였다. 예전에 이곳은 귀족들을 비롯하여 많이 사람이 살았으나, 발레타(Valletta)로 수도가 옮겨가면서 '정적의 도시(Silent City)'로' 불리게 되었다.
지금도 골목 안으로 한 걸음만 들어가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조용한 골목 담벼락 위로 부겐베리아 붉은 꽃이 눈부시게 피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심심찮게 있는 골목이다. 간이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좁은 골목 안은 정적만이 흐른다. 이곳은 딴 세상 같다. 골목들은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하나같이 좁다. 또한, 골목 끝이 보이지 않게 굽어 있다. 바스티온(Bastion)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한쪽에 카사 델 테소리에르(Casa Del Tesoriere)가 있다. 임디나를 거닐다 보면, 이곳을 왜 치타 노타빌레(Città Notabile), 즉 '고귀한 도시'라고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좁은 골목에는 몰타에서 한때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가문이 살았던 저택들이 있다. 카사 델 테소리에르도 그중 하나다. 예쁜 2층집이다. 이곳 주민들은 자기 집 문과 창문 등에 자주 빨간색으로 칠한다.
이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된 몰타 국기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바스티온 광장중앙에는 우물과 십자가가 있다. 바스티온 광장(Bastion Square)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몰타섬 일대 풍경을 조망하려고 온 관광객들과 부근 음식점과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임디나 성벽에서 바라본 전경은 멋지다. 비스티온 광장 앞 성벽에 올라 넓게 펼쳐진 주변을 본다.
이곳은 몰타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섬 일대의 과수원과 농경지, 도로, 멀리 마을이 보인다. 지중해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지중해는 보이지 않는다. 폰타넬라(Fontanella) 카페를 찾아갔다.
유명한 카페인데, 우리는 전망대 성벽에 올라가서 주변만 살펴보았다. Falson 광장으로 간다. 성당 박물관이 있다. 여기는 바울 대성당이 있는 광장과 이어져 있다. 바울 대성당은 유료 입장이다.
성당이 유료 입장일 경우는 실내에 대단한 볼거리가 있지 않으면 지나칠 때가 많지만, 바울 대성당은 성당 부속 박물관과 성당 입장을 통합권으로 묶어 놨다. 입장권은 10유로인데 시니어는 8유로(12,000원)다.
아내는 그늘이 있는 성당 계단에서 쉬기로 하고 혼자 입장권을 끊어 돌아본다. 대성당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리뷰처럼 부속 박물관이 더 좋았다.
1500년대에 처음 지어진 박물관 건물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내부에는 성화와 성물과 몰타의 인물의 유품이 가득했다. 뒤러의 실낙원을 비롯한 목판화 작품이 많다. 우측 상단에 제작 연도와 뒤러의 사인이 보인다.
특히, 임디나에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독일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목판화 작품이 많아서 깜짝 놀랬다. 초청전도 아니고 무려 상설전이었다.
이유가 궁금해 검색해 보니 17세기에 몰타에 정착한 프랑스 귀족 사베리오 메르케세(Saverio Marchese) 백작의 수집품이자 증정품이었다. 예수님의 12사도 동상도 보이고 다양한 종교 성물과 성화들이 전시되어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개별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알아야 보이는데 모르니 재미가 없다. 역사 문화적 배경에 대한 기본적 이해 없이 임디나를 찾는다면, 대부분 느낌이 비슷하다.
여행은 여행 자체로 의미가 있다지만, 각자가 원하는 대로 각자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여행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좀 더 공부를 하면 깊있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성 바울 성당에도 들어가 봤다. 내부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4세기에 건축된 몰타 최초의 성당이란다.
지진과 전쟁으로 여러차례 파괴와 재건을 반복하다가 1702년 몰타의 건축가 로렌조 가파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몰타 기사단 이기도 한 화가 마티아 프레티의 천장화는 정말 멋지다.
특이하게 성당 바닥에 화려하게 장식된 대리석 사각형들이 가득하다. 몰타 기사단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바닥 (The Pavement)은 교회 지도자들과 몇몇 저명한 평신도를 기념하는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일부는 실제 무덤이고, 다른 것들은 단순히 기념판이라고 안내 책자에는 기록되어있다.
본당의 다른 중요한 작품으로는, 성 푸블리우스 (St. Publius) 의 대리석 조각상과 중세 시대 세례대가 있으며, 이들은 지진에서 살아남은 작품들이다.
부겐베리아 꽃이 예쁘게 핀 건물 벽에는 벤치도 있어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줄을 서있다. 샌드스톤 건물과 참 잘 어울린는 핑크색 꽃이다. 가장 오래된 거주지라는 산타 소피아 광장도 지나간다.
사슬에 묶인 성 베드로 교회(Church of St Peter in chains)도 만났다. 1575년에 세워졌는데 17세기에 재건했단다. 임디나 안에도 성당들이 참 많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메인게이트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