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밖
내 안에 들지 못한 도처의 바깥 세상
안과 밖 긋지 말고 안팎이라 같이 갈까
배필은 짝 배에 짝 필 서로 밖이 되거늘
밖[外]
내 안에 들지 못한 到處의 바깥 世上
안과 밖 긋지 말고 안팎이라 같이 갈까
配匹은 짝 配에 짝 匹 서로 밖이 되거늘
발
어느 날 딛고 서서 보란 듯 걸었더니
가끔은 닫고 뛰나 걷고 또 걷고 살지
꼰지발 깨금다리로 재미 더해 보면서
발[足]
어느 날 딛고 서서 보란 듯 걸었더니
가끔은 닫고 뛰나 걷고 또 걷고 살지
꼰지발* 깨금다리로 재미 더해 보면서
* 꽃발.
※ 우리는 발과 다리를 혼용해서 쓰곤 합니다.
발(2)
얼마나 많은 말로 제 욕심 다 채우고
더 많이 다니려고 버선에 가죽신에 행여나 누가 볼라 말 타고 수레까지
부처의 드러낸 맨발 무릎 꿇어 입맞춤
발(2)
얼마나 많은 말로 제 慾心 다 채우고
더 많이 다니려고 버선에 가죽신에 幸여나 누가 볼라 말 타고 수레까지
부처의 드러낸 맨발 무릎 꿇어 입맞춤
밤
가시를 저걸 어째 단단히 여물더니
가을볕 침 한 방에 제풀에 아람 번다
토라진 입맛 탓인지 거둘 손이 없구나
밤[栗]
가시를 저걸 어째 단단히 여물더니
가을볕 針 한 放에 제풀에 아람 번다
토라진 입맛 탓인지 거둘 손이 없구나
※ 요즘은 단맛이 최강(最强)이며 무적(無敵)입니다.
밥
사람이 하늘이지 그 위에 밥이 있지
부른 배 아니라며 더 뜨면 탈이 나지
놔두면 쉬어 버리니 나누라는 밥이지
밥[飯]
사람이 하늘이지 그 위에 밥이 있지
부른 배 아니라며 더 뜨면 頉이 나지
놔두면 쉬어 버리니 나누라는 밥이지
밭
봄이다 봐라 왼갖 씨 날아 터 잡는데
비닐로 멀칭하고 모종 내 북돋우며 잡초라 뽑아내고 오명 가명 짓밟는데
묵정밭 한여름 내내 피 터지게 싸운다
밭[田]
봄이다 봐라 왼갖 씨 날아 터 잡는데
비닐*로 멀칭**하고 모種 내 북돋우며 雜草라 뽑아내고 오명 가명 짓밟는데
묵정밭 한여름 내내 피 터지게 싸운다
* Vinyl.
** mulching, 바닥덮기.
※ 정말로 잡초(雜草)들은 설 땅이 없습니다.
배
물김치 보쌈김치 무랑 나박나박
불고기 갈아 들고 육회에 채로 썰려
태풍에 낙과 소식에 아닌 입맛 돋군다
배[梨]
물김치 보쌈김치 무랑 나박나박
불고기 갈아 들고 肉膾에 채로 썰려
颱風에 落果 消息에 아닌 입맛 돋군다
벼
낟알 털어내도 버릴 게 하나 없다
새끼 꼬고 가마니 짜 지붕 이고 메주 뜨고
검불도 불쏘시개로 흔적조차 없구나
벼
낟알 털어내도 버릴 게 하나 없다
새끼 꼬고 가마니 짜 지붕 이고 메주 뜨고
검불도 불쏘시개로 痕迹조차 없구나
볏
닭아 넌 육관이라 숙여도 그대로네
시울은 불그죽죽 각지니 희한하다
계관화 핏빛 짙은데 먼 데 울음 듣는다
볏
닭아 넌 肉冠이라 숙여도 그대로네
시울은 불그죽죽 角지니 稀罕하다
鷄冠花* 핏빛 짙은데 먼 데 울음 듣는다
* 맨드라미
볕
휘황한 빛 속에서 따뜻함 걸러내어
거지의 이부자리 값 없이 한결같다
그늘은 바람과 함께 무량함을 더는다
볕[景]
輝煌한 빛 속에서 따뜻함 걸러내어
거지의 이부자리 값 없이 한결같다
그늘은 바람과 함께 無量함을 더는다
불(2)
솔가리 쏘씨개로 장작에 희나리라
아궁이 불턱 넘어 고래 돌아 개자리라
굴뚝에 연기 오르니 대숲 잠잠하구나
불(2)*
솔가리 쏘씨개로 장작에 희나리라
아궁이 불턱 넘어 고래 돌아 개자리라
굴뚝에 煙氣 오르니 대숲 潛潛하구나
* ‘불(1)’은 <천지굴렁>의 144쪽에 게재되었음.
비
우산은 멀다 싶어 우의를 덮어 쓴다
바람에 등을 밀려 갈대밭 우중유영
잘 노는 태중의 아이 고픈 줄도 모른다
비[雨]
雨傘은 멀다 싶어 雨衣를 덮어 쓴다
바람에 등을 밀려 갈대밭 雨中遊泳
잘 노는 胎中의 아이 고픈 줄도 모른다
※ 순천만(順天灣) 갈대밭 ‘빗속 걷기’를 함께 연상(聯想)하시지요.
빚
시커먼 저승사자 무서운 줄 어찌 몰라
쓸 때는 표 안 나고 갚자니 기둥 뽑네
나랏돈 이자 싸다니 일단 갖다 놓더라
빚[債]
시커먼 저승使者 무서운 줄 어찌 몰라
쓸 때는 表 안 나고 갚자니 기둥 뽑네
나랏돈 利子 싸다니 一旦 갖다 놓더라
빚(2)
마음은 표 안나니 시침 뚝 뗐던 걸까
죽을 날 창창하니 미루고 잊었을까
저 먼저 젠즉 갔단 말 가슴 답답 어쩌냐
빚(2)
마음은 表 안나니 시침 뚝 뗐던 걸까
죽을 날 蒼蒼하니 미루고 잊었을까
저 먼저 젠즉 갔단 말 가슴 답답 어쩌냐
뺨
눈물을 받아내고 웃음을 부풀리고 그대의 분노조차 맞아서 참아낸다
창백을 지우는 붓 볼연지 재빠르다
눈 내린 난로 곁에서 달아오른 마음아
뺨[頰]
눈물을 받아내고 웃음을 부풀리고 그대의 忿怒조차 맞아서 참아낸다
蒼白을 지우는 붓 볼臙脂 재빠르다
눈 내린 煖爐 곁에서 달아오른 마음아
뼈
아픈 데 어디 없소 편안히 자고 이요
선산에 아비 발치 묻잡고 답 듣자니
자슥아 콕콕 쑤신다 마디마디 울린다
뼈[骨]
아픈 데 어디 없소 便安히 자고 이요*
先山에 아비 발치 묻잡고 答 듣자니
자슥아** 콕콕 쑤신다 마디마디 울린다
* 일어나요.
** 자식아, ‘이 녀석아’의 뜻.
※ 성묘(省墓)시 느낌을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았습니다.
뼘
엄지를 시작으로 검지 중지 약지 새끼
차례로 길어지니 저마다 찢어 찢어
어릴 적 키 재기 아닌 구슬치기 잣대라
뼘
엄지를 始作으로 검指 中指 藥指 새끼
次例로 길어지니 저마다 찢어 찢어
어릴 적 키 재기 아닌 구슬치기 잣대라
뽐
내 보일 자랑거리 시시해 못 봐주네
억지로 주섬주섬 사람들 눈길 끈다
깜냥에 한껏 부린 멋 웃음으로 넘는다
뽐
내 보일 자랑거리 시시해 못 봐주네
억지로 주섬주섬 사람들 눈길 끈다
깜냥에 한껏 부린 멋 웃음으로 넘는다
뿔
사슴은 계관인데 사람은 와각지쟁
화만 좀 내더라도 났다 났다 놀려댄다
발밑에 떨어져 있나 딱지 찾아 두리번
뿔
사슴은 桂冠인데 사람은 蝸角之爭
火만 좀 내더라도 났다 났다 놀려댄다
발밑에 떨어져 있나 딱지 찾아 두리번
‘뿔났다’와 ‘뿔딱지’를 연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