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손 닿는 곳에 AED 있어야 생명 살린다”
고층아파트 응급의료대책 강조한 구명구급 전문가 손상철 회장
지난 1029 참사로 인해 AED(자동심장충격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심정지 환자가 속출하던 당시 이태원 사고 현장에 사용가능한 AED는 겨우 2대 뿐이었 다. 특히 일반 시민들은 AED를 찾기가 쉽지 않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심야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국회는 지난달 AED를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각 동마다 1대씩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동만 의원실에 따르면 법안 통과 시 세부규정에 설치 장소를 엘리베이터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구명구급 전문가 손상철 국제구명구급협회 한국본부 회장을 만나 AED를 엘리베이터에 설치하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물었다.
손상철 회장은 “1029 참사 당시 AED가 현장에서 더 많이 사용됐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언제나, 누구에게 손 닿는 가까이 AED가 설치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구명구급협회(IEMA)는 1985년 설립돼 한국과 일본, 호주에서 구명구급법 보급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다. 한국본부(IEMA Korea)는 지난 2014년 설립됐다. 미국심장협회(AHA)로부터 유일하게 국제트레이닝센터로 승인받아 구명구급 교육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Q. 국내 AED가 주로 설치된 곳, 어떤 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하는지 현황에 대해 알고 싶다.
AED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위급상황 발생 시 누구나 쉽게 심폐소생술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치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기관과 공항, 선박, 다중이용시설 및 500세대 이상 공공주택에서는 AED 등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국내 AED 설치 대수는 2020년 기준 전국에 5만429대가 설치됐다. 하지만 AED 관리에 허점이 있어서 급성심정지(SCA, Sudden Cardiac Arrest) 환자의 소생에 매우 효과적인 장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법령 등에 의무 설치 대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공동주택의 경우 세대수나 시설의 면적, 이용자 수 등에 관계없이 1대만 설치해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 배터리가 닳거나 패드 유효기간이 지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처벌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실제 응급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기에 시급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Q. 우리나라와 비교해 해외의 AED보급율은 좋은 편인가.
해외의 경우 공공분야 외에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비치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AED 보급율 데이터를 얻긴 힘들지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먼저 미국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강화된 개별법을 제정하고 AED 설치의무화 장소를 지정한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약 320만대의 AED가 설치ㆍ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천재지변이 많아 안전과 생명에 대한 재난·구명시스템 구축이 잘 돼있다. 특히 2002년 일왕의 사촌인 다카마 도노미야가 47세에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AED 설치 확대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AED가 있어야 급성 심정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학습이 이뤄졌다.
공공시설에서 AED가 설치돼있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길 뿐 아니라 편의점이나 자판기에도 AED 설치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Q. 일반적인 고층 건물(약 25층 이상)에서 AED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고층건물에서 AED 설치 장소는 현관 로비에 주로 비치돼 있다. 유동 인원이 많고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료에 의하면 AED 의무설치 대상 시설인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AED 설치율이 약 38.4%, 의무설치 비대상 시설인 500세대 미만 공동주택 AED 설치율은 약 15.6%에 불과하다.
의무설치 대상 시설이 아닌 일반 고층 건물도 비치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설치되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건물 층수, 면적, 이용자 수를 고려하지 않고 설치돼 관리에 허점이 많다. 의무설치대상인 고층 아파트나 빌딩에서도 AED 설치 장소 및 수량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급성심정지 환자 발생시 골든타임 내에 제세동하기 어렵다.
또한, AED 의 사용할 수 있는 시간적 제약도 많다. 2022년 서울시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AED 의무설치기관 3,269곳을 포함 전체 9,801여 곳 중 심야 이용 가능한 곳은 3,790곳으로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실제로 각 주민센터마다 민원실에 비치돼 있지만, 사무실 내부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시설이 문을 닫으면 사용하지 못한다. 환자 발생은 때를 가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야간시간대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너무 많다. 공공 시설만이라도 AED를 야외주차장이나 입구 같이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 등 개선을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Q. 공동주택 엘리베이터 내 AED 설치가 심정지환자 생존 확률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생존율을 수치로 대답하긴 어렵다. 하지만 심장정지 환자에게 CPR만 했을 때보다 AED를 활용했을 때 생존률이 더 높다. 1분 이내에 AED로 응급처치를 했을 때 90% 소생하며, 4분 안에 실시할 경우도 80%에 이른다. 때문에 AED 접근성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예측되지 않은 급성심정지의 70% 이상이 가정, 직장, 길거리 등 의료시설 이외의 장소에서 발생한다. 특히 가정에서 약 60%가까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층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엘리베이터 내 AED설치는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시간은 한정돼 있다. 아파트는 AED를 가지러 갔다 오면 상황이 끝난다. 그런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응급조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엘리베이터 내부 AED 설치가 그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간 내에 관련 법률을 재정비하고 고층 공동주택(고층빌딩 포함)의 특정한 엘리베이터에는 AED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들어가는 건물의 경우 1대만이라도 사이즈를 키워서 구급카트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설치한다면 위급상황에 구조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Q. 안전, 구급구호 전문가로서 최근 개발된 엘리베이터 AED 구조시스템이 시사하는 바, 어떻게 보고 있나
급성심정지환자에 대한 신속한 AED 사용을 통한 기초소생술(BLS) 실시는 환자의 생존율은 물론 뇌기능회복율을 높여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최근 개발된 엘리베이터 AED 구조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 AED 보급에 비해 관리가 잘 안 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IoT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관리시스템이 적용된 AED는 관리에 대한 문제점까지 해결할 수 있다. 승강기는 유지관리자가 매월 점검하기 때문에 2중으로 관리돼 향후 활용가능성을 매우 높게 생각한다.
또한 당장 사용할 일은 없어도, 매일 타고 다니는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AED를 보면서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엘리베이터 한 동에 한 대만 있어도 안전문화 대한 중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바란다면 응급환자 이송용 간이침대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응급구조용 엘리베이터도 설치되길 희망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업이 적절한 장비를 개발 했을 때 보다 안전한 사회, 안전한 국가가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급성심정지 등 심·뇌혈관 질환 발생율이 높아질 시대를 대비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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