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우리 애들은 날 불고기에 미친 인간으로 안다. 아무리 비싼 고기를 먹자고 해도 불고기를 고집해서 그렇게 생각한다. 불고기는 정말 추억의 음식이다. 어릴 적 먹어본 최고 고급음식이 불고기이고 불고기 국물에 밥 비벼 먹으면 세 그릇 네 그릇까지 먹어 치웠다. 그런 나를 보고 어른들은 고깃국물을 되게 좋아하는 줄 착각한다. 고기로 배를 채울 만큼 사줄 형편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내가 고기를 양껏 먹으면 감당이 불감당이란 것을 애들은 모른다. 그래서 지네들 주머니 생각해서 불고기 먹는 줄은 모르고 숯불고기보다 불고기만 좋아하는 아비로 만들어 버린다.
불고기 어원 같은 것은 궁금한 사람이나 인터넷 찾아보면 되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불고기 맛을 보면서 느낀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사 때만 보던 소고기 산적을 좀 고상한 말로 너비아니라고 부른다. 궁중식 불고기란 뜻이다. 이런 불고기는 내가 먹던 전통 불고기와는 거리가 있다. 내가 즐기는 불고기는 간장, 참기름, 마늘로 간을 한 뒤 저며서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구멍 난 불고기판에 구워 먹는, 이런바 전골식 불고기를 말한다. 그리고 신선로 같은 용기에 육수를 붓는 서울식 방식이다. 광양불고기나 언양불고기는 원래의 석쇠 너비아니 구이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제대로 맛을 내는 불고깃집 찾기가 참 힘들다. 너무 달다. 양념이 진해 고기 맛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런 허접한 고기를 사용한 불고기로 무한리필 불고기 가게도 생기는데 달고 짜서 두 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원도매 불고기 식당
정말 오래된 불고깃집이다. 위생이나 시설 같은 건 따지지 말고 맛만 보러 가면 된다. 비싸서 양껏 먹지 못하던 시절 맛보러 다녔다. 양이 부족하면 인근 부산안면옥 가서 냉면 한 그릇 더 먹었다.
형제 옛날 불고기
인터넷에 워낙 많이 소개되는 집이라 맛을 보기 위해 들렀다. 마늘을 많이 사용하고 맛이 그나마 낫다. 불고기치고는 비싼집이다.
사리원옛날불고기
평리동에 크게 현수막이 붙어 있기에 혹시나 해서 들렀다. 하지만 역시나 였다. 너무 달고 간이 세다.
맥참숯 불고기
산격동 유통단지에 있다. 동사무소 직원들이랑 같이 자주 갔는데 같이 한국화하는 윤사장님이 그 집 사장이란 것을 후에 알았다. 전골식 불고기다.
언양불고기
언양 불고기는 국물이 없는 구운 불고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먹었을 땐 함양 떡갈비를 찢어 놓은 고기인 줄 알았다. 양면석쇠 구워져서 나오는데 가능한 2인분 4인분식 시켜야 한다. 석쇠 위에 올라가는 고기양이 2인분이라 3인분 시키면 좀 애매하다. 따로 나온다. 지금은 많이 생겼는데 옛날엔 진O불고기 한집 뿐이었다. 줄을 섰다. 주인이 친인척에게 가게를 팔았다. 그러자 그 집 주방장이 나와 또 하나를 차렸다. 지금은 그 상호로 영업하는 집이 두 개가 있다. 기와집이 단골집인데 맛이 괜찮다. 손님이 많아 줄을 서서 문제이지. 짜증이 날 정도면 옆집으로 간다. 가지산 불고기도 괜찮다.
진미 언양불고기
가지산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
언양 불고기와 비슷하지만 직접 구워서 먹고 간장에 양념한 고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언양불고기는 상 표등록에서 떨어졌지만 광양불고기는 상표등록까지 되어 있다. 조선시대 조정에서 벼슬을 하다 광양으로 귀양 온 선비가, 성 밖에 사는 천민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감사의 마음을 느낀 아이의 부모가 보은의 마음으로 연한 암소를 잡아 참숯불을 피워 석쇠에 고기를 구워 대접을 했다. 귀양에서 풀려난 선비가 한양으로 돌아가서 그 맛을 잊지 못해 천하일미(天下一味), 마로화적(馬老火)”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마로는 광양의 옛 지명이다. 3대 불고기 집에 가면 붙어있다.
서울 불고기
서울 불고기로 가장 역사적이며 유명한 곳이 한일관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그무 고급스럽게 음식이 나오면 서민인 나는 부담스럽다.
광천 한밭식당 불고기
광천전통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밭식당이 나온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이 있기에 관천 시장만 가면 바로 찾을 수가 있다. 달지 않아서 좋다.사람이 너무 많아 서비스 받기가 고역이라서 그렇지.
첫댓글
불고기는 제 입에는 너무 단것이 흠입니다.
그래도 집에서 많은 식구가 먹기에는 불고기가 최고입니다.
아이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국물도 자박하게,
당면도 넣고 푸짐하게 양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물 없이 석쇠에 굽는 것을 선호합니다.
언양 기와집 불고기집을 가끔 찾습니다.
소개된 불고기집!
구미가 확 당깁니다.
더러는 가본 곳도 있군요.
저는 경주 건천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불고기 사진을 봤더니 아침 밥맛이 영~~ㅎ ㅎ
오메~ 불고기 종류도 억수로 많네요.
사진을 보니 다 먹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