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 김용준 교수가 번역한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에 나오는 닐스 보어와 하인젠베르크와의 첫 만남의 장면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리학이나 자연과학 공부하는 후배들이나 조카들 한테 이 책 꼭 읽어보라고 권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 중의 한권이었네요. 20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된 이 책 중 제 3장 <현대물리학에서 '이해'라는 개념> 이라는 제목으로 되어있는 글 속에 필자인 하이젠베르크가 쾨팅엔에서 열리 그 당시 원자물리학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닐스 보어의 특강에 참가하여 그를 처음으로 만나 서로에게 끌림을 느낀 장면이 펼쳐집니다. 같이 공감해 보았으면 해서 손가락 운동 하며 해당 부분을 타이핑합니다. 저는 을목 손가락이 제 일지 지장간 속에 들어있어 자주 활용하는 듯 합니다.^^ 자, 우리 101년 전의 상황으로 함께 가볼까요?
"1922년의 초여름이었다. 하인베르크의 비탈은 소극장과 정원들로 덮여 있었으며, 쾌적한 소도시 괴팅엔은 수없이 피어나는 숲들과 장미꽃, 그리고 화단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는 뒤에 이 행사를 괴팅엔의 '보어 축제'라고 불렀다.
첫 강의의 전경은 평생 내 머리에서 지울 수 없는 인상 깊은 것이었다. 강의실은 만원이었다. 북유럽 사람 특유의 몸매를 가진 이 덴마크의 물리학자는, 가볍게 머리를 기울인 채 약간 당황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단상에 나타났다. 단위로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괴팅엔의 여름빛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보어는 조용하고 매우 부드러운 덴마크의 악센트로 말하였다. 그가 자기 이론의 가정을 하나하나 설명할 때는 조머펠트 교수(하이젠베르크의 뮌헨 대 재학중 첫 스승, 이론물리학자) 보다 훨씬 주의 깊고 조심성 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조심성 있게 표현되는 한마디 한마디 뒤에는 긴 사색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강의의 내용은 새로운 것 같기도 하였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미 조머펠트 교수에게서 보어의 이론을 배웠고 따라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어의 입에서 직접 듣는 강의의 내용은 조머펠트 교수를 통해 듣는 것과는 다르게 들렸다. 보어는 그 결과를 계산과 증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관과 추측을 통해 얻은 것이라는 것, 그리고 궤팅엔의 고도로 앞서 있는 수학자들의 아성 앞에서 자기의 이론을 변호하는 것이 그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는 점을 나는(하이젠베르크 자신)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각 강의마다 토론이 전개되었으며 제 3 강의가 끝난 뒤에 나는 비판적인 의견을 감히 털어놓았다.
보어는 내가 조머펠트의 세미나에서 발표하였던 크라머스의 논문(보어의 원자모형에 대한 가정) 에 관하여 언급하였고, 그 끝머리에서 자기 이론의 기초는 아직 완전히 해명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크라머스의 결과가 옳으며, 뒷날 이것이 실체에 의해서 확인되리라는 것은 믿어도 좋을 것이라 말하였다.
나는 일어서서 우리들이 (볼프강 파울리를 비롯한 뮌헨대 대학 친구이며 조퍼펠트 교수의 제자들) 나눈 뮌헨의 대화에서 제기되었고, 나 자신이 크라머스의 결과)에 대하여 품었던 의문점을 갖고서 반론을 폈다.
보어는 내 반론이 자기 이론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바로 감지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내 반론에 약간 불안해진 것 같이 보였으며 말을 더듬으면서 이에 답변하였다. 그 토론이 끝난 뒤 그는 나에게로 와서 내가 제기한 문제들을 철저하게 구명하기 위해서 오후에 하인베르크 산을 산책할 뜻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 산책은 그날 이후의 내 학문적 발전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아니 내 본격적인 학문적 성장이 이 산책과 더불어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우리는 잘 손질된 우거진 숲속의 한 오솔길을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춤 론스라는 카페를 지나 햇빛이 내려 쬐는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그 정상에는 고대의 요한과 야곱의 교회탑이 우뚝 솟아 있는 유명한 대학 소도시와 라이네 계곡의 반대편에 있는 언덕이 한눈에 보였다.
보어는 오전의 토론으로 되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p. 65-66)
* 괄호 안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은 불이 스마일이 넣은 것임.
경신월 을묘일
계미시 인성 시간
불이 스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