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 까페 담쟁이에서 / 이춘희
키 큰 버들가지가
물 양동이 속에 실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실개울이 아니면 어떠랴 황록색
매끈한 가지들 봄 꿈꾸는 꽃까페에서
머그잔을 나란히 한 너와 나를 생각해 본다
백삼십팔 억년 우주의 세월 속
찰나 같은 이 시절 우리 만나서
잠깐 사랑하고 잠깐 싸우다가
지구에서 육십이 광년 떨어졌다는
천칭자리 밝은 별 주벤 엘레누비
내가 왔던 그곳으로 다시
꼬리별 되어 돌아갈 것을
하필이면 담벼락
끝없이 기어오른 겨울 담쟁이덩굴을 보면서
가만히 헤아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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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 이춘희
하늘여행사 그녀의 시간은
언제나 조각모음 중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어미새보다 높이 허공을 날아
이국의 햇살 속으로 내려앉으면
다시 또 어제 그 순간
하루만큼의 피로가
대롱대롱 등짐에 매달린다
지구를 몇 바퀴 돌고서야
반짇고리 나란한 세간들처럼
한 지붕 아래 잠들 수 있을까
바늘귀 꾀듯
팍팍한 삶을 단번에 관통하기엔
이미 노안이 되어버린,
대형 서점 한 구석
까만 앙고라코트의 그녀가
잰 손놀림으로
촘촘히 시간을 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