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봉님 노창진님이 유성울트라대회에 참가 한다기에
난 2번 생각해 보지도 않고 바로 나도 같이 가기로
결정을 하고 참가 신청을 했으나 걱정이 많다
항상 게으르고 나태해진 나의 몸과 마음 해이해진 정신력을
이번 울트라라를 뛰면서 몸에 쌓인 노폐물과 스트레스를
말끔히 털어 내고 마음을 새롭게 가디듬어 心身에 새로운
활력소를 충전 하고자 하는 생각에 덜렁 참가 신청은 했으나
대회 날자가 겨우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 준비 기간이
너무 짧은것 같아 체력적으로나 정신력으로나 뭔가 모르게
100km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더구나 첫 훈련을 나갔다 종아리 근육부상을 당하여
참가비 입금 마지막날인 4월30일까지도 회복이 되지 않아
참가를 포기 했었는데 대회주최 측에서 참가 신청을 5월8일까지
연장한다고 하는데 이제는 대회날짜가 2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참가 해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갈등이 생겨난다.
참가 신청이 연장 된건 포기해버린 나에게 과감하게 도전하여
성취 하라는 뜻일거라 생각하고 나 자신도 이번에 참가하지 않으면
뭔가 큰 손해를 볼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일단 시험 훈련을 세 번 정도 해 보니
상태가 괜찮은것 같아 무모하지만 참가 쪽으로 결정했다
어차피 고통을 맛보러가는길 완주를 못하면 또 어떤가!
최선을 다해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짧은 기간이지만 훈련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중 훈련을 10회에 걸쳐
230km정도하고 대회날 12시쯤 김용봉님 노창진님과 러너스클럽에서 만나
박용설님한테 무릅 테이핑도 하고 노창진님 차로 유성 대회장으로 향한다.
대회 기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내려가는 동안 비가 그쳐
다행이라면서 제발 대회를 마칠때까지 비가 오시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였으나 무정한 날씨는 꾀나 많은 비를 뿌리며 450여명의
참가자들 모두가 출발부터 거추장스런 우의를 입고 6시정각 힘차게
출발한다 잘 정비된 갑천변을 빼곡이 메우고 모두가 우의를 입고 뛰는지라
비닐우의끼리 부딪치며 나는 파열음이 촥촥 촤아착 촤아착~~ 발걸음소리와
보조를 맞추며 나는 소리가 경쾌하다
출발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우의 때문에 열이 밖으로 발산 되지 못해
온몸은 금방 땀으로 흠벅 젖어 버리고 만다.
차라리 그냥 비를 맞고 뛰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의 양 끝자락을 허리춤에다가 묶어 최소한 상체만 젖지 않을 정도로
높이 묶고 물웅덩이가 나와도 신경쓸것없이 저벅저벅 밟고 지나가면 되니까
우선 당장은 편한것 같다
5km쯤 갑천변을 지나고 대전 시내를 벗어날 즈음 오른쪽에 자리한
국립 현충원을 지나 완만한 긴 오르막을 올라 다시 하강하는길
좌측엔 국립공원 계룡산이 올려다 보이지만 비가 내리는데다
안개를 살포시 품고있어 계룡산의 위용은 한꺼번에 볼수 없지만
드러낼듯 말듯한 모습으로 상상력을 자아내게 만드는 신비감에
언젠가 직접 올라 봐야지 하면서 溪룡(龍)산(山)라는 이름이 이성계가 조선의
새 도읍지를 알아보기위해 계룡산에 올랐을때 무학대사가
닭의 벼슬을 한 용의 형국이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 됐다는 것도 생각해본다
10km를 약간 더 지나 박정자 삼거리를 향해 내려가면서 보는 계룡산쪽에
휘황찬란한 불빛이 대단하다 그냥 지나치는가 했더니 박정자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동학사가 있고 국립공원계룡산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생생하게 현장을 직접 확인 할수 있었다
호텔수준의 수많은 숙박업소 음식점 고급레스토랑 유흥주점등
그 깊은 산골자기에 그 많은 업소들이 들어서 호황을 이루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즐기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이때쯤 잦아 들어 우의를
벗어버리니 젖은 옷이지만 정말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다.
국립공원을 다지나고 이제부터 우리는 휘황찬란한 불빛을 뒤로 하고
작은 개천을 따라 가파르고 길고도 높은계룡산 자락을 넘어야 한다
깊은 계룡산 골자기에 주자들의 배낭에 달린 안전 점멸등 불빛이
반빡반짝 빛나며 계룡산 골짜기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길게
이어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거리가 15km쯤 되는데 비 때문인지 아직까지
한번도 물을 마시지 않고 여기까지 뛰어 왔다.
오르막에선 걸어야 하니까 물도 마시고 미리서 에너지 보충도 해야 하니까
떡을 하나 꺼내 체하지 않고 소화가 잘 되도록 천천히 꼭꼭 앂어서 먹는다
지금 먹어둔 이떡이 2-3시간후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릴수 있는
원동력이 될태니까 오르막길에선 가능한한 그냥 걷지 않고
비상식량을 이것 저것 조금씩 먹으면서 올라간다
어느새 계룡산 정상이다 5-6km쯤 멀리에 계룡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가파른 긴 고개를 올라 왔으니 이제는 그 보상으로 다시 긴 고개를
내려가야 한다.
처음 가파른 하강길이라 무릅 관절 보호를 위해 조심 조심해서
내려오다 완만한 하강길이 시작 되면서 부터는 너무나 기분 좋은
달리기가 시작된다 그저 발만 살짝 살짝 옮기니 힘하나 들이지 않고
미끄러지듯 빠르게 내려가고 특히나 오늘 많은 비를 뿌려 말끔하게
정화된 계룡산자락의 청정한 공기맛은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룰루랄라~~콧노래 부르며 내려오다 보니 육 해 공군 삼군 통합 본부가
있는 계룡대 앞을 지나고 배가 고파올 즈음 20km 지점에
그 지역 마라톤 클럽에서 자봉으로 준비한 따끈하고 말랑말랑한
떡과 음료로 고픈 배를 채우고 마른 목을 축이고 다시 달리고 달려
완만한 내리막과 평지인 계룡시내를 벗어나니 오르막이 시작된다
걸어서 올라 가는데 기다렸다는듯이 정겨우면서도 우렁찬 개구리들의
합창이 쉬지않고 개골개골 끝없이 이어지며 응원해준다.
오르막을 다 올라갈쯤엔 개구리 합창소리도 아스라이 멀어지고
세상은 다시 고요한 적막 속으로 빠져 들고 쓸쓸히 외롭게 서있는
가로등 불빛만이 야심한 밤길 바삐가는 울트라맨 울트라우먼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30km를 약간 지나니 이제는 논산땅이다 35km지점 벌곡 면사무소 앞에서
제공하는 방울토마토 몇개와 따끈한 물한컵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가파르고 지루한 황룡재를 넘어 43.5km에 위치한 제1cp인 노인회관에
11시50분쯤 기분 좋게 도착한다.
훈련 기간이 짧았고 대회를 4일 앞둔 시점인 화요일 저녁 무렵엔
불청객 감기 까지 찿아 왔다 큰일이다 싶어 감기를 물리치기위해
감기약 다섯차례 먹고 사우나에서 땀빼고 하니 금요일부터 증세가
괜찮아지긴 했지만 힘들줄 알았는데 의외로 컨디션이 좋아
1cp까지는 성공적인 레이스였다
북적대는 사람들로 해서 편히 앉아 밥먹을 장소도 없다.
얼른 된장국에말은 밥한그릇 배추김치 한접시 받아들고 식사하는데
먼저 도착하여 식사를 마친 김용봉님 노창진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마파람에 개눈감추듯 후다닥 식사 마치고 여기저기 바세린 바르고
바로 출발 한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셋이서 한참을 걷는다.
어느정도 걷고 나서 이제는 뛰자는데 밥을 먹고 난 이후
나는 뭔가 채한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느낌이 좋지 않다
두분 먼저 가라 하고 나 혼자서 상태가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계속 걸어 보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데 그 길이 후반들어
헤어 나지 못할 고난의길로 들어 설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걷고 또 계속 걷는다
많은 주자들이 나를 추월해간다 50km를 지나면서 부터는
안되겠다 싶어 완만한 내리막에선 조금씩 뛰어 보기도 한다.
뛰다 걷다 힘겹게 가다 보니 50에서60까지 10km 가는데
왜 그리도 멀고 힘들던지 10km가는데 1시간 40분도 더 걸리는것 같다
속이 메스껍고 토 할것 같은 느낌에 손가락을 목에 넣어 토해 보지만
1cp에서 먹은 밥은 이미 소화가 다 됐는지 넘어 오는건 신물만
조금 넘어 올 뿐이다.
몸이 몹시 힘들고 괴롭고 슬프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가던길을 계속 가야한다
1cp 이후부터는 먹는게 아무것도 없다 물도 겨우 목을 축일정도 밖에
몸에서 받아 들이지 않는다 빈속에 상태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며
소화제 훼스탈 한알을 넘겨 보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참을 가다보니 갑사터널을 만난다 498m 긴터널도 아니고
야간이라 터널을 다지나도록 차 한데 지나가지 않는
맑고 청정한 터널공기지만 터널안에 들어가면 공기가 탁할거라는
선입견에 터널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가도 가도 끝없는길 먹을수 없어 먹지 못하고 가다 보니
몸에 저장된 에너지는 고갈 되어가고 이제는 졸음까지 몰려와
아무곳이나 쓰러져 자고 가자고 아우성이고 힘든 고통은
더욱 가중 되어가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가다보니
날이 밝아올 무렵엔 70km를 지나고 기진맥진한 몸으로
74.5km인 제2cp 마티재 휴게소에 도착한다
미역 넣은 죽을 주지만 국물만 입술에 적시다 만다
밤새 버리지 않고 들고 다닌 우의를 입고 땅바닥에 누우니
잠깐 잠이 든듯 하더니 바로 깬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을거다
그걸로 해서 잠은 멀리 쫓아 버릴수 있었다.
이제는 오늘의 가장 난코스인 바람도 숨이차서 쉬어 넘는다는
3km정도를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마티재를 넘어야 한다.
에너지 고갈로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를 모르고
정상을 향하여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마티재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또 한차례의 위기가 닦친다
먹은것도 없는데 토할것 같다 한쪽으로 비켜 쪼그리고 앉아 있으니
넘어 올것이 없으니 속 창자가 넘어 올것 같은 고통이 온다
이대로 여기에서 그냥 죽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몸을 추스려 기어이 마티재 정상에 선다
80여km지점 남은거리20km 이제부터는 계속 내리막이고 평지다
3시간이 약간 더남아 괴롭지만 아직까지도 완주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있다 많은 주자들이 나를 앞질러 갔지만
아직도 주로엔 4명의 주자가 내 뒤에서 사력을 다해 달려 오고 있는
중이라고 주최측 요원이 알려 준다
주최측 행사 차량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약해 지면서
여기서 그만 악몽같은 고통의시간을 끝내 버리고 편안함속에
묻혀 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괜찮은척 포기의사를 밝히지 않으니
행사요원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힘내서 꼭 완주 하세요 꼭이요~~ 하면서 휙 지나가 버린다.
무정한 사람 같으니라고!!
지금 무척 힘들어 보이는데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이만 접으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한번 물어봐 주지 않고...........
조금있으니 한 주자가 달려온다 무척 힘들어 보이지만
포기의사는 전혀없는 주자다.
둘이서 동반주를 하며86km 용담가든 삼거리에 이른다,
거기에서 1km 더가다 또 한번의 창자가 넘어 올려는 고통속에 빠지며
이제는 더 이상 내 몸을 움직일수 있는 에너지가 바닥나 버렸고
내 능력의 한계점에 까지 와서야 더 이상 진행 할수 없음을 깨닫는다
미련하고 무지한사람.....
김용봉님께 전화하니 8km 정도 남았단다 나는 더 이상 갈수 없어
포기 한다 알려주고 회수차량 보내 달라 전화하니 1km전방에서
주자들에게 아이스크림 나눠주다 차량이 금방 도착한다
이렇게 해서 87km지점 13km를 남기고 제한시간까지2시간10전
13시간50분만에 유성울트라에 대한 꿈을 접을수밖에 없었다
성원해주신 월마클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통쾌하게 완주하신 김용봉님 노창진님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