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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인생
泰山不要歡臺末(태산부요환대말)-우람한 태산에 털끝만 한 속임인들 있으리
願子無心漢老彭(원자무심한로팽)-노팽(老影)의 팔백 세 긴 수명도 안자는 부러워 않네
松樹千年終是朽(송수천년종시후)-천 년 노송도 썩어서 마지막엔 흙 되는데
槿花一日自罵榮(근화일일자매영)-단 하루의 무궁화는 온 영화를 누리네
何須戀世常憂死(하수련세상우사)-무상(無常)한 이 세상에 죽음 걱정 아예 마세
亦莫據身劃顧世(역막거신획고세)-염세(厭世)도 자학(自處)도 모두 다 부질없네
生去死來都題幻(생거사래도제환)-나고 죽고 죽어서 다시 나고 어허 한바탕 꿈인 데
幻人哀樂斷何情(환인애악단하정)-꿈 속에 사는 인생 애락(哀樂)을 어디다 매어 두리
백거이(白居易)
한고개 두고개 길게 느껴지던 아홉 고개 금세 지나고(9월 정원일기)
하루 24시간을 1분 2분으로 보내며
한 달 30일을 한 시간 하루씩 보내면서
2017년 1월을 출발하면서 9월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눈 깜짝하는 사이에 9월도 갔다.
“순간(瞬間)”이란 단어의 의미는 “극히 짧은 시간(時間), 잠깐 동안”을 뜻한다.
여기에 “瞬”자는 目(눈목) + 舜(무궁화꽃순)두 글자로 구성되어
“瞬 눈깜짝할 순”자로 만들어 졌다.
순(瞬)은 눈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며 눈을 돌리는 것이 번개 같다는 글자다.
舜(무궁화순)란 꽃은 하루 동안만 피고 지기 때문에 짧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다른 꽃봉오리가 연이어 피어 이어주기 때문에 오래피어 있는 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공간(空間)이나 시간(時間) 따위의 끝이 없다는 뜻으로 무궁화(無窮花)라고 한다.
꽤 오불질 것으로 생각되던 아홉 달이 일순간(一瞬間)에 지나갔다.
“오불지다”는 경상도 사투리로 “알차다”의 의미다.
오불진 것이 아니고 舜(무궁화)처럼 순간순간들이 무궁화(無窮花)처럼 이어져 9월까지 온 것이다.
인생의 80년 90년이 긴 세월이 아니고 舜(무궁화)같은 짧은 순간들이다.
나고 죽고 죽어서 다시 나는 한바탕 꿈의 인생인데 그 애착(愛着)에서 탁 손을 놓지
못하는 인생이 불쌍할 뿐이다.
농월
↑9월 1일 기온 13 ~ 27℃ 가을이다 하늘빛도 구름빛도 멀리보이는
삼각산도 가을이다. 단말마(斷末魔)의 매미소리도 끊어졌다 이어지는
귀두라미 소리도, 여인들의 치마바지 길이도 상점에 진열된 햇과일도
모두 모두 가을이다
가을
秋雲低薄暮(추운저박모)-가을 구름은 저물녘에 나직도 한데
別意醉中生(별의취중생)-이별의 정은 취중에 일어나네.
前路崎嶇甚(전로기구심)-갈 길은 기구하기만 하니
相留多少情(상류다소정)-서로 머물고 싶은 다소의 정이여.
정철(鄭澈)
↑9월 2일 기온 13 ~ 30℃ 수덕사 유적지 답사하가다
하늘이 그야말로 가을 날씨다. 도심속에 있다가 들길을 달리니 그야말로 힐링이다'들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고 일찍 심은 벼는 벤곳이 있다
추석이 가가워 온다는 신호다
서해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는 여행객들로 법석인다
여행중 마음
息聞北核發(식문북핵발)-들리는 소식은 북핵(北核) 발사
何時安心氣(하시안심기)-어느 때야 마음이 편안할 까
國民祈平和(국민기평화)-국민은 평화를 바라는데
何天北不罰(하천북부벌)-하늘은 왜 북한을 벌주지 않을 까
客空憂世上(객공우세상)-나그네 부질없는 세상 걱정에
旅路蓋雲影(여로개운영)-여행길에 구름그림자가 길을 덮는다
誰造回泰平(수조회태평)-누가 태평성대를 다시 만들까
北脅迫無涯(북협박무애)-북한의 협박이 끝이 없는데
농월(弄月)
↑9월 2일 기온 12 ~ 30℃ TV 신문에서 온통 북핵 발사 소삭이다
방귀를 자주 뀌면 똥을 싼다는데 어느날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바로 죽음이다.
다행인지 걱정인지는 모르나 전쟁을 눈앞에 두고도 온 국민은 온통 먹고 마시고
즐기고 있다.
불감증인지 될대로 돼라 인지
아니면 전쟁과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 생각인지 전쟁을 몸소 경험한 나는 걱정이다
솔찍히 말해서 나는 살만치 살았기 때문에 죽게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인생을 살아가는 자식들 손자들이 염려된다
전쟁 근심(愁戰爭)
休戰線望登三角(휴전선망등삼각)-휴전선 바라보려 삼각산에 오르니
秋漢碧流無白鳥(추한벽류무백조)-가을 한강은 푸르게 흐르는데 백조는 보이지 않네
開城路禁核彈着(개성로금포탄착)-개성길 막아놓고 핵폭탄을 장착하니
何日解愁休戰線(불지하일해변수)-어느 날에야 휴전선 근심이 없어질런지
농월(弄月)
↑9월 4일 기온 17 ~ 27℃ 맑은 가을 날씨에 어우리지 않게 온통 북핵에 대한 전쟁 공포다.
정원의 어두움에는 가로등이라도 밝혀주고 있지만 북핵의 전쟁위협에는 아무 대책을
국민에게 말해주지 않고 있다
전쟁이나면 이렇게 된다
時難年荒世業空(시난년황세업공)-어려운 시절에 흉년은 들어 직업도 없고
弟兄羇旅各西東(제형기려각서동)-형제들은 나그네 되어 이리저리 떠돌며 산다
田園寥落干戈後(전원요낙간과후)-전쟁 직후라 농촌은 황폐하고
骨肉流離道路中(골육류리도노중)-가족은 흩어어져 거리에 헤맨다
弔影分爲千里雁(조영분위천리안)-불쌍한 우리 모습 천리를 나는 기러기 신세
辭根散作九秋蓬(사근산작구추봉)-뿌리 떠나 흩어진 구월의 가을쑥이라
共看明月應垂淚(공간명월응수누)-다같이 밝은 달 바라보며 눈물 흘릴 것이니
一夜鄕心五處同(일야향심오처동)-온밤을 고향 그리는 마음 다섯 곳이 같으리라
백거이(白居易)
↑9월 5일 기온 16 ~ 27℃
봄꽃은 봄이 찾아오는 소식을 전한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다.
귀뚜라미 소리를 가만히 들으면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귀뚜라미 소리는 가을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옛사람들은 귀뚜라미를 소재로 시를 지었다.
조선 중기의 문인 학자 정온(鄭蘊)은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通宵喞喞有何情(통소즐즐유하정)
밤새 쉬지 않고 귀뚤귀뚤 우니, 무슨 사연이 있는가?
喜得淸秋自發聲(희득청추자발성)
맑은 가을에 저절로 우는 소리 듣기 좋네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여름의 매미 울음소리보다 조금 은근하게 들려서 신경이
예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듣기가 편하다.
微物亦能隨候動(미물역능수후동)
미물은 때에 따라 절로 반응하지만
愚儂還昧待時鳴(우농환매대시명)
나는 어리석어 때를 눈치 보며 우는구나!
귀뚜라미는 가을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쉼 없이 울어댄다
시인의 귀에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것으로 들린다
귀뚜라미는 할 말이 있으면 누가 듣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부르지만.
반면에 시인은 할 말이 있어도 귀뚜라미처럼 쉬 내뱉지 못한다.
결국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귀뚜라미 보다 못한 인간 !
↑9월 6일 기온 19 ~ 23℃ 이슬비가 내렸다. 올 가을들어 가장 낮은 23도다 밑에 있는 빨간
열매는 낙상홍(落霜紅)이다. 문헌은 찾지 못했지만 글자대로 해석하면 서리가 내리는
가을에도 붉은 열매가 달려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치 늦겨울에 피는 한중매 설중매처럼
봄의 전령은 아니지만 한겨울 온자연이 낙엽으로 씃쓸한데 유독 붉은 열매를 자랑하는 것이
이채롭다.
낙상홍(落霜紅)
寒冷薄情嚴冬寒(한랭박정엄동한)-시리도록 매정한 추위에
一葉一塵無鮮紅(일엽일진무선홍)-잎하나 티하나 없는 선홍(鮮紅)으로
裸身細枝卦顆顆(나신세지괘과과)-벗은 몸 약한 가지에 알알이 달려있는
不是花葉唯紅實(불시화엽유홍실)-꽃보다 잎보다 오직 붉은 열매
圃隱尤眞你丹心(포은우진니단심)-정몽주 충절보다 보다 진한 너의 붉음
寒中朗笑語明朗(한중랑소어명랑)-추위속에 밝은 웃음 꽃말이 명랑(明朗)이라
농월(弄月)
↑9월 7일 기온 17 ~ 27℃ 설악산에 토와성 폭포가 48년만에 처음으로 KBS에
보도되었다. 폭포가 너무 아름다워 화면을 사진으로 캡처하고
소감의 시를 아래와 같이 써 보았다
설악산 토왕성폭포(土王城瀑布)
露積雲藏仙氣照(노적운장선기조)-노적(露積峰) 구름 속에 신선의 기운 비치고
雄土王瀑掛天邊(웅토왕폭괘천변)-웅장한 토왕성폭포(土王城瀑布) 하늘 저쪽에 걸려 있네
巖間溪谷千落飛(암간계곡천락비)-바위와 계곡 사이로 천길이나 날아 떨어지니
仙女翼衣巖上展(선녀익의암상전)-선녀가 흰 날개옷을 바위 위에 널어놓은 듯하네
飛上翔舞落浪花(비상상무락랑화)-날아오르고 춤을 추며 떨어지는 물보라는
造三千尺彩虹橋(조삼천척채홍교)-삼천척 무지개의 다리를 만들고
淸灑仙景留客眼(청쇄선경류객안)-맑고 맑은 신선 경치에 나그네 눈이 머무를 때
雪嶽山腰秋色染(설악산요추색염)-설악산 산허리에 가을이 물드네 !
농월(弄月)
↑9월 8일 기온 17 ~ 28℃
가을매미 소리를 들으며
萬木迎秋氣(만목영추기)-나무마다 가을 기운 받고
蟬聲亂夕陽(선성난석양)-해 지는 저녁 매미소리 어지럽구나
沈吟感物性(침음감물성)-조용히 물성을 느끼며
林下獨彷徨(임하독방황)-숲 아래에서 홀로 방황하노라
강정일당(姜靜一堂)
↑9월 9일 기온 17 ~ 28℃
대웅전 대추나무
觀音膝下慈育棗(관음슬하자육조)-관세음보살 무릎아래 귀이 자란 대추나무
俗世塵內極樂生(속세진내극락생)-속세의 티끌 속에 극락 같은 삶이구나
寺門外處衆叫喚(사문외처중규환)-절 문밖은 곳곳에 중생들의 아비규환
大雄寂庭煩無淨(대웅적정번무정)-대웅전 고요한 뜰은 번뇌(煩惱)없는 극락이네
天界無私分四季(천계무사분사계)-하늘은 공평하여 사계절을 나누어서
夏實秋紅覺順理(하실추홍각순리)-여름에 열매 맺고 가을에 붉게 익어 순리를 깨우치네
晝香念佛淨靈魂(주향념불정령혼)-낮에는 염불향(念佛香)으로 영혼을 정화하고
夜露銀河洗心身(야로은하세심신)-밤에는 맑은 이슬 은하수로 육신을 목욕 하면서
俗世何緣餘至今(속세하연여지금)-속세에 무슨인연 아직도 남아 있어
佛暗牆越尋誰人(불암장월심수인)-부처님 몰래 담너머 오가는 사람 중에 누구를 찾고 있나
농월(弄月)
↑9월 10일 기온 17 ~ 27℃ 저녁에 가는 비가 내리다
가을비 음향각에서
凝香閣裏夜悠悠(응향각리야유유)-누각에 향기 엉기고 밤은 점점 깊어가고
人倚欄干十二頭(인의난간십이두)-열 두 난간 끝 쪽에 나는 몸을 기댄다
凉意滿簾無夢寐(량의만렴무몽매)-서늘한 심사 주렴에 가득하고 잠은 오지 않는데
一池荷葉雨聲秋(일지하엽우성추)-온 못 연잎에 빗소리는 가을을 재촉한다
이득원(李得元)
↑9월 11일 기온 19 ~ 24℃
가을에 쓰는 편지
洛陽城裏見秋風(낙양성리견추풍)-낙양성 건듯 가을바람 불어
欲作家書意萬重(욕작가서의만중)-집으로 보내는 편지 쓰려니 생각은 천만가지
復恐怱怱說不盡(복공총총설부진)-행여 바삐 쓰느라 할 말 다 못하였나 걱정되어
行人臨發又開封(행인임발우개봉)-인편 떠날 무렵 봉투를 다시 뜯네
장적(張籍)
↑9월 12일 기온 16 ~ 26℃
가을 고향생각
雁鳴江月細(안명강월세)-기러기 울음에 강 달은 가늘고
曉行蘆葦間(효행노위간)-갈대 숲 사이로 새벽길 간다
悠揚據鞍夢(유양거안몽)-말안장에 걸터앉아 아득한 꿈은
忽復到家山(홀복도가산)-어느새 고향집에 다다랐구나.
권필(權韠)
↑9월 13일 기온 16 ~ 27℃
가을 귀뚜라미 구슬퍼라
月明半夜更籌永()-한 밤중 달은 밝고 시간은 더딘데
秋到深園蟋蟀哀()-깊은 동산 가을 들자 귀뚜라미 구슬퍼라.
殘夢未成推枕起()-남은 꿈 못 이루고 베개 밀쳐 일어나
頻將紈扇拍窓隈()-비단 부채 자주 들어 창턱을 내려치네.
이건(李健) 선조임금의 손자
↑9월 14일 기온 16 ~ 25℃
벼가 익고 있다
百里西風禾黍香(백리서풍화서향)-백 리 들판에 서녘바람 불고 벼 기장 향그럽게 익는데
鳴泉落竇穀登場(명천락보곡등장)-샘물 졸졸 바위 위를 흐르고 탈곡장에 곡식 들어온다
老牛粗了耕耘債(노우조료경운채)-늙은 소는 이것으로 논밭갈이 채무를 얼추 갚았는가
齧草坡頭臥夕陽(초파두와석양)-설 꼴 씹으며 석양빛 언덕 위에 가로 누웠네
공평중(孔平仲)
↑9월 15일 기온 14 ~ 26℃ 오늘 합정동에 있는 절두산 외국인 선교사 순교 묘지와
한국근대사의 비참한 현실과 지금 북핵으로 100년과 같은 불행이 없기를 기원하면서
시를 짓는다
절두산(切頭山) 탄식
久聞楊花蠶頭峰(구문양화잠두봉)-오래전부터 양화진의 잠두봉(蠶頭峰)을 들어 왔는데
今時始訪切頭山(금시시방절두산)-오늘 비로소 절두산(切頭山)을 찾아왔다
蒼波漢江東西流(창파한강동서류)-푸른 한강은 동서로 흐르고
三角冠岳南北立(삼각관악남북립)-삼각산 관악산은 남북으로 서 있네
自然似舊我白髮(자연사구아백발)-이렇게 자연은 옛 그대로인데 나는 백발로 변했고
歲月幾度夕陽紅(세월기도석양홍)-세월은 흘러 노을은 몇 번이나 붉게 물들었으랴 !
老病身望和統一(노병신망화통일)-늙고 병든 몸이 바라는 것은 이 나라 평화통일뿐이고
每日每時讀書樂(매일매시독서악)-매일 매시 즐거움은 책 읽고 글 쓰는 일인데
北核戰準此現實(북핵전준차현실)-북핵의 전쟁준비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니
切頭峰倚吐歎息(절두봉의토탄식)-절두산(切頭山)에 의지하니 탄식만 나오네!
농월(弄月)
↑9월 16일 기온 13 ~ 26℃ 오늘은 바람까지 부니 가을이 성큼 닥아온 느낌이다
가을 바람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나니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창 밖에는 밤비가 내리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잔 앞 외로운 마음 만리를 달린다.
최치원(崔致遠)
↑9월 17일 기온 14 ~ 26℃ 가을빛이 역역하다 어느듯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왕위를
물러나고 강화도를 거쳐 제주도로 유배지를 옮긴후 비통한 심정을 읊은 시다 사관(史官)은
당시 이 시를 읽은 사람 치고 비감(悲感)에 젖지 않은 자가 없었다고 기록했다. 광해군은
폭군으로 왕의 자리를 빼앗긴뒤
연산군과는 달리 67세까지 목숨을 부지했으나 유배지에서의 아들과 며느리의 자결과
부인의 폭사(暴死)를 지켜 봐야 했다.
광해군은 두 번째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숨을 거두었다
제주의 가을 빛
瀆氣昏凝百尺樓(독기혼응백척루)-습하고 더욱 독기 백척 누각 덮었구나
滄海怒聲來薄暮(창해노성래박모)-푸른물결 성난파도 날은 점차 어둑하고
碧山秋色冷淸秋(벽산추색랭청추)-푸른산의 슬픈기색 가을빛을 띄었구나
歸心每結王孫草(귀심매결왕손초)-돌아오는 마음으로 실컷 왕손초(王孫草)보려하나
客夢遙連帝子州(객몽요연제자주)-나그네 꿈속의 제주는 번번히 잠을 깨우네
故國興亡無處問(고국흥망무처문)-고국의 존망소식 끊어진지 오래되고
却來江上泛孤舟(각래강상범고주)-안개 자욱한 강위에 외로운 배만 누워있네
광해군(光海君) 대동시선(大東詩選)
↑9월 18일 기온 13~25℃ 가을이 점점 가까워 온다
컴퓨터가 또 고장이다
가을날에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산 속의 빗줄기가 밤새 대숲을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풀벌레 소리 가을되니 침상에 가깝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흐르는 세월 어찌 멈출 수 있으랴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백발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가 없구나.
정철(鄭澈)
↑9월 19일 기온 15 ~ 24℃
벼가 익어 가는데
百里西風禾黍香(백리서풍화서향)-백리 들판에 서녘바람 불고 벼 기장 향그럽게 익는데
鳴泉落竇穀登場(명천락보곡등장)-샘물 졸졸 바위 위를 흐르고 탈곡장에 곡식 들어온다
老牛粗了耕耘債(노우조료경운채)-늙은 소는 이것으로 논밭갈이 채무를 얼추 갚았는가
齧草坡頭臥夕陽(설초파두와석양)-꼴 씹으며 석양빛 언덕 위에 가로 누웠네
공평중(孔平仲)
↑9월 20일 기온 12 ~ 24℃ 오늘은 햇빛은 따뜻했지만 바람이 늦가을 날씨처럼
차가운 느낌이 든다 아파트 정원을 걷는데 햇빛있는 곳으로 많이 걸었다
수수가 익어 가는
峩峩薥黍石垣陰(아아촉서석원음)-쭝긋쭝긋 수수 돌담 그늘에서
八月朱莖邁二尋(팔월주경매이심)-팔월 들어 붉은 줄기 두 길이 넘네
長帚縛來如尾穗(장추박래여미수)-총채같이 긴 비를 매고 나서는
散它餘粒施飢禽(산타여립시기금)-낟알은 털어 모아 새밥 주었네
아정유고(雅亭遺稿)
↑9월 21일 기온 12도~24도 방송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니까 걷옷을 준비하라고 한다
아 ! 그립구나 어그제 30도가 넘는 열기에 땀을 흘리며 남은 정열을 마구 쏟든 시간이--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으니
去日復憶又(거일복억우)-지난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
入秋昨夏念(입추작하념)-가을 초입에 어제 여름이 그립습니다
小時玩水溪(소시완수계)-어릴 적 개울에서 물작난 치고
捕魚跳玩時(포어도완시)-고기 잡고 뛰어놀던 그 시절이
如夏走不來(여하주불래)-지난여름처럼 가고 오지 않으니
流去再秋怨(류거재추원)-또 지나갈 가을이 원망스럽습니다!
농월(弄月)
↑9월 22일 기온 13 ~ 25℃ 사진을 자세히 보면 벚꽃나무들은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고 초록의 어울어짐이 아름답다
공원녹지과에 전화를 걸어 “왜 벚꽃나무 잎이 6월부터 지금까지
노랗게 물이들어 떨어지는가?”를 물어봐았다.
대답은 잘 모르겠다 이다. 아파트내 나무들의 생태를 알지 못하면서
이름만 “공원녹지과”라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월급만 타 먹는 이름인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한다
愼於言者不譁(신어언자불화)-말이 신중한 사람은 떠벌리지 않고,
愼於行者不伐(신어행자불벌)-행동이 신중한 사람은 자랑하지 않는다.
色知而有長者(색지이유장자)-겉모습으로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 사람은
小人也(소인야)-소인이다.
故君子(고군자)-그러므로 군자는
知之爲知之(지지위지지)-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不知爲不知(부지위부지)-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言之要也(언지요야)-이것이 말의 요체(要諦)이다.
能之爲能之(능지위능지)-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하고,
不能爲不能(부능위불능)-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고 한다.
行之要也(행지요야)-이것이 행동의 요체(要諦)이다.
言要則知(언요칙지)-요체(要諦)를 말하면 알게 되고,
行要則仁(행요칙인)-요체(要諦)를 행하면 어질게 된다.
旣知且仁(기지차인)-이미 알고 또 어질다면
又何加哉(우하가재)-거기에 또 무엇을 보태겠는가?
한시외전(韓詩外傳)
↑9월 23일 기온 14 ~ 26℃ 밑에 벚꽃나무는 지난 7월부터 잎이 누렇게 되면서 오늘 추분인
가을가지 마치 단풍이 들어 떨어지는 것 처럼 보이고 있다
가을향취 마냥 깊은데
山家秋興十分濃(산가추흥십분농)-산가에 가을향취 마냥 깊은데
野菊欲花楓始紅(야국욕화풍시홍)-들국화 꽃 피우려 단풍이 먼저 붉네
半夜夢回風雨亂(반야몽회풍우란)-한밤중 비바람소리 꿈을 깨우니
來知耳臥水聲中(래지이와수성중)-아! 이 몸이 물소리 속에 잠겨 있구나
소세양(蘇世讓)
↑9월 24일 기온 14 ~ 25℃
가을 바람의 노래(秋風引)
何處秋風至(하처추풍지)-어디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지
蕭蕭送雁群(소소송안군)-살살 불고 기러기 무리를 보낸다
朝來入庭樹(조래입정수)-아침이 되여 마당 나무가지에 불어오는데
孤客最先聞(고객최선문)-고독한 나그네가 가장 먼저 이 소리를 듣네
류우석(劉禹錫)
↑9월 25일 기온 16 ~ 27℃
가을밤에
秋風唯苦吟(추풍유고금)-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네.
窓外三更雨(창외삼갱우)-창 밖엔 밤 깊도록 비만 내리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불 앞에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
최치원(崔致遠)
↑9월 26일 기온 14 ~ 27℃
가을빛은 나에게 시심을 물들인다
缺月棲深樹(결월서심수)-조각달은 깊은 숲으로 숨어들고
寒禽穴破籬(한금혈파리)-추운 새들은 울타리를 파고든다
雨意偏侵夢(우의편침몽)-흐린 날씨, 꿈자리 뒤숭숭한데
秋光欲染詩(추광욕염시)-가을빛은 나에게 시심(詩心)을 물들인다
성여학(成汝學)
↑9월 27일 기온 18 ~ 24℃ 아침에 가을 이슬비가 내렸다
가을비를 “이슬비(露水, 露雨)”라 하니까 이상하다
보통 이슬은 늦은 봄 초여름 아침에 들에 나가면 풀잎에 이슬방울이
영롱하게 맺어있다 풀을 한짐 베고 나면 삼베 바지가 이슬에 젖어
축 처져 있다.
비가 좀 굵었으면 가을 가랑비라 할것인데 가랑비라 하기에는 너무
가늘고 “가을 이슬비”라 하기에는 어째 격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나 말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때로는 어렵다
이슬비
細雨霏霏下庭園(세우비비하정원)-이슬비가 보슬보슬 정원에 내리니
餘花瓣點落草間(여화판점락초간)-남은 꽃잎들 풀잎 사이로 떨어지네
人生如花歲去落(인생여화세거락)-인생도 저 꽃과 같이 세월가면 떨어지니
花瓣人間秋一瞬(화판인간추일순)-꽃잎이나 인간이나 가을철의 한 순간이네
농월(弄月)
↑9월 28일 기온 14 ~ 23℃ 낮 최고 기온 23도,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 간다
아무리 안간힘을 쓰며 버텨도 더위는 가고 가을은 온다 위의 사진 아래 부분 왼쪽에 있는
벚꽃나무의 잎은 거의 다 떨어졌다 가을이 오기전에 삶의 질고(疾苦)에 시달린 것인지는
몰라도 안쓰러울 만치 잎이 떨어졌다
인생의 영광과 치욕이란
人生榮與辱(인생영여욕)-인생의 영광과 치욕이란
百變似浮雲(백변사부운)-수시로 변하여 뜬구름 같도다
自有窮通定(자유궁통정)-곤궁과 형통은 정해진 운명
徒勞得喪分(도로득상분)-득실을 따지는 건 헛된 수고로다
銷愁唯有酒(소수유유주)-슬픔을 삭임에는 오직 술뿐
娛意莫如文(오의막여문)-마음을 달램에는 글 만한 것 없도다
方寸常蕭散(방촌상소산)-마음이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다면
其餘何足云(기여하족운)-그 나머진 족히 말하여 무엇하리
사마광(司馬光)
↑9월 29일 기온 7 ~ 20℃
서늘한 가을
楞楞山出瘦靑意(릉릉산출수청의)-능각 진 산봉우리는 엷은 푸른 기분인데
瑟瑟波明經縠流(슬슬파명경곡류)-슬슬 소리 내는 물살은 깁 무늬처럼 흐르는구나.
的的遙天孤夢直(적적요천고몽직)-또렷또렷 먼 하늘은 외로운 꿈으로 곧게 뻗고
頭頭露地百蟲秋(두두로지백충추)-여기저기 이슬 내린 땅에는 온갖 가을 풀벌레 운다.
김정희(金正喜)
↑9월 30일 기온 12 ~ 25℃
추석(秋夕)
暴炎夏氣逃(폭염하기도)-폭염의 여름 기운은 달아나고
露玲秋夕凉(로영추석량)-이슬이 영롱한 추석이 서늘하다
滿月揚三角(만월양삼각)-가득찬 추석 달은 삼각산위에 들어내고
孫女月影走(손녀월영주)-손녀는 달그림자 좇아 달려가네
농월(弄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