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우리는 역관광을 당한다.
아마도
첫째, 우리처럼 생긴 사람들이 없다. 중앙아시아계도 있고, 차이나 타운이 근처라서 중국계도 하루 한두 명씩 보는데
유난히 작다. 그래서 같은 동양계지만 우리가 특이해 보이는 걸까?
둘째, 우리끼리 뭐라 한국어를 주고 받으면 주위에 있는 사람이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거나 한번 바라보고 간다.
한국어가 너무 이상하게 들리나?
쇼핑몰에서 시범 중인 세르비아 KMG.
우리하고 같이 배우는 친구들은 다들 영어를 잘 듣고 말도 잘 하는 편이다. 몇몇은 아주 능숙하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다만 미국식 영어는 없다. “새러 데이” 하면 못 알아듣고 몇 번씩 반문한다.
발표수업 장면
영어로 강의를 듣고, 숙제를 해오고, 가르쳐야 하고, 평가받아야 하고, 토론해야 하기 때문에 괴롭다.
세르비아인 참가자들은 모두 동시통역능력이 가능해 1명의 영어불가능자에게 돌아가면서 동시통역을 해줬다.
세르비아 TV 자막을 살펴보니, 젠장, 세르비아어도 다른 유럽 언어들처럼 영어랑 어순도 같고 단어도 비슷하다.
우리말처럼 거꾸로 생각해야하는 문법이나 전혀 다른 음성이 아니다.
모범생 최하란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이 알아듣고 받아적고 배워가지 못할 것이다.
혼자 왔다면 필기도 게으르고 모든 게 어리버리했을 것이다.
세르비아는 헝가리 밑에 있는 나라로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전혀 딴판 같다.
헝가리 사람들은 조용하고 수줍다. 세르비아는 정말 말이 많고 시끌시끌하다.
그들 스스로 헝가리인과의 차이를 그렇게 말했다.
세르비아 참가자들은 코스를 이끄는 일리야 선생과 논쟁도 많이 벌이고 도무지 쉽게 넘어가는 편이 아니다.
자신들끼리도 (세르비아어로 하니 전문용어만 들렸다.) RKC가 어쩌니, 고주류 가라데, 쇼토칸 가라데, 교쿠신 가라데, 마스 오야마 등등 나이를 초월해 늘 토론이 한창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우리가 벌인 킥과 펀치 수련은 부족했다. 사실, 최대한 열심히 수련했어도 그랬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크라브 마가만 2~5년 수련했고 그전에 킥복싱, MMA, 가라데, 유도, 주짓수, 영춘권 등 무술이나 격투기 수련만 4년 이상이었다. 15년이 넘은 사람도 있고 24년이 넘은 사람도 있다.
보스니아 전쟁에 참전했던 세르비아 특수부대 인스트럭터도 있다.
KMG는 이스라엘에 본부가 있지만, 가장 정치색이 옅고 덜어내고자 얘쓰는 단체라서
우리 코스에는 무슬림이 1명 있을 정도다.
덴마크인 2명, 네덜란드인 2명, 독일인 2명, 사우스 코리아 2명, 세르비아인 6명, 크로아티아인 1명, 몬테네그로인 1명 총 16명이 참가중이다. (참가자 면면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선생은 러시아 출신 이스라엘인 일리야 던스키 씨다.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29살. KMG 크라브 마가 엑스퍼트 레벨3. 이얼 야닐로프를 넘버 원으로 계산하면 넘버 4의 서열이다. KMG 교육을 주관하는 글로벌 인스트럭터 팀과 인터내셔널 인스트럭터 팀을 통틀어서 가장 젊은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넘버 4일까? 첫째날과 둘째날은 고무인간 일리야의 작은 몸이 보여주는 엄청난 테크닉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내면 지낼수록 이 선생님은 인생을 통째로 크라브 마가에 헌신하고 있음을 느끼게 됐다. 그의 삶이 크라브 마가 티칭밖에 없다. 술담배도 안 하고 식사도 잘 안 한다. 사실 물도 거의 안 먹는다.
그래서 워리어 다이어트를 하냐고 물으니, 워리어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저녁만 되면 눈이 벌개져서 먹을 걸 찾아다니는 모습이 허기진 육식동물 같단다. 자기 생각에는 워리어 다이어트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단다.
나로서는 워리어 다이어트 덕분에 23년 만에 장이 좋아져서 만족스럽다. 23년 동안 하루에 최소 5~8번 큰일을 보러 화장실에 갔었다.(지금은 하루 0~2번) 작년 여름에는 설사가 심했다. 워리어 다이어트 전에는 낮동안에 먹고 싸느라 에너지 소실이 너무나 많았다. 워리어 다이어트는 무엇보다 낮에 더욱 활동적으로 일하게 해준다.
세르비아 스페셜 포스 슈팅 인스트럭터와 일리야 던스키 선생님
하루는 일리야와 세르비아 특수부대 슈팅 인스트럭터(보스니아 전쟁 참전)를 관찰해봤는데, 둘 다 물도 안 먹고 낮에는 식사도 안 한다.(코스 막바지에야 슈팅 인스트럭터가 물 한 모금 먹는 걸 봤다.) 화장실도 안 가는 것 같다. ㅠㅠ
하루는 일종의 관광처럼 수업 끝나고 따로 모여서 밤중에 슈팅 레인지에 갔는데... 세르비아인들은 안 갔고 외국인들만 갔다. 50발에 50유로(7만 5천원 정도) 그런데 일리야는 미국식으로 따지자면 전혀 서비스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우리에게 아예 슈팅코스를 교육해주었다.
벙커처럼 생긴 슈팅 레인지
탄창 끼고 장전하고 연사하고 탄창 빼고 확인하고 이 동작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을 반복교육시켰다. 나중에는 어택커를 처리하고 연사하는 것까지. 원래는 탄창 끼우기만 3시간, 장전하기만 3시간 동안 360도 방향, 여러 자세에서 무한반복 연습을 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6개월 동안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걸 2시간 동안 가르친 셈이라서 우리가 느리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해줬다.
작년에 체코에서 KMG 슈팅 코스를 지도했을 만큼 일리야는 슈팅 인스트럭팅에도 능하다.
슈퍼 핸섬가이 밀란과 세르비아 스포츠 사격 챔피언 출신 할아버지.
몬테네그로 출신으로 베오그라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질렛.
사격장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만 갔음. 세르비아 KMG 멤버들에게 권총 사격쯤이야
사격이 끝나고 세르비아 스포츠사격 챔피언 출신 아저씨와 역시 세르비아 특수부대 슈팅 인스트럭터이기도 한 세르비아 KMG 짱 요한과 일리야 3인이 AK 47을 들고 막 논쟁을 벌이는데 이건 뭐 국제적인 오타쿠 100분 토론.
날밤 새면 다음날 우리는 죽기 때문에 맨 왼쪽에서 지켜보던 독일 아저씨가 슬슬 점퍼를 집어들며 신호를 보내주었다. 다행이었다. KMG 세르비아 대표 요한은 하란과 나와 일리야에게 기가 막힌 팬케익을 사주겠다고 한참을 차로 달렸다. 정말 기가 막힌 팬케익이었다.
영하 25의 날씨에 한밤의 길거리에 서서 사람들이 팬케잌을 먹는다. 얼음 담긴 콜라와 함께... 아, 이것이 세르비아구나... 요한이 특별히 사준 건데....다 먹었다. (어차피 슈팅 레인지 오느라 저녁을 못 먹어서 하루종일 아침과 점심에 과일과 요거트 먹은 게 전부였다.) 숙소에 두고온 삼중 보온메리가 생각났다. 추워 죽겠는데 너무나도 달짝지근한 커다란 팬케잌은 줄지를 않고ㅠㅠ 쿨한 신조 따라서 최하란 씨는 흑기사를 요구하지 않고 일부를 주머니에 넣어버리셨다.
첫댓글 워리어 다이어트가 어떤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한번 검색해봐야겠습니다. 도전 해보고 싶어 매번 검색을 해봐도 실질적으로 자료가 거의 없어서...
아우 총쏘고 싶네요 ㅋㅋㅋㅋ
엄청난 저 총기들을 보니 정말 느낌이 확 오네요. ㅋㅋ
알고보니, 세상은 타쿠들의 천지 ㅋㅋㅋ
여기도 타쿠 저기도 타쿠~!!! 타쿠 타쿠~!
우리 하란 선생님은 어딜가나 모범생ㅎㅎ
격투기. 좋은 스포츠로 발전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진짜루~!!
아- 마지막 사진이 너무 좋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