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하 8:1-18, 이기게 하시니라, 25.2.26, 박홍섭 목사
사무엘하 8장은 다윗이 이스라엘 주변 나라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내용입니다. 1절은 ‘그 후에’라고 시작하는데 여기 ‘그 후’는 시간적 경과를 의미하는 연대기적 표현이 아니라 주제의 변화를 알리는 문학적 표현입니다. 시간상으로 보면 7장의 다윗 언약은 8장의 여러 전쟁 기록보다 뒤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8장의 전쟁 이야기는 다윗이 왕이 되고 나서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한 전체적인 요약으로(7:1) 내러티브가 아니라 리스트입니다. 어떤 리스트입니까? 1절은 블레셋 정복, 2절은 모압 정복, 3-8절은 아람, 13-14절은 에돔 정복에 관한 요약보고입니다. 블레셋은 이스라엘의 서쪽 지중해에 있는 도시국가이고, 모압은 요단 건너 이스라엘의 동쪽 지역의 나라, 아람은 위쪽의 북쪽, 에돔은 아래 남쪽에 있었던 나라이니 동서남북에 걸친 다윗의 승리를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블레셋 정복입니다. 블레셋은 사울 시대에 이스라엘을 속국으로 여기며 늘 괴롭혔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런 블레셋을 다윗이 정복합니다. ‘메텍암마’를 빼앗았다고 하는데 대상 18:1을 보면 가드와 그 동네를 쳐서 정복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무엘서 저자는 당시 블레셋의 수도 역할을 했던 가드를 ‘어머니 도시의 굴레’라는 뜻의 ‘메텍 하암마’로 불러서 드디어 이스라엘이 다윗 시대에 블레셋의 압제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그들을 완전히 제압했다는 사실을 부각합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동쪽의 모압과 암몬, 북쪽의 아람과 다메섹, 남쪽의 에돔과 아말렉까지 모두 정복하여 그들을 속국으로 삼아 조공을 받고 영토를 확장하였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6절을 보십시오. “다윗이 다메섹 아람에 수비대를 두매 아람 사람이 다윗의 종이 되어 조공을 바치니라.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 14절에도 똑같은 표현이 반복됩니다.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 승리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승리를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8장의 방점은 다윗이 아니라 여호와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과 함께하여 전쟁의 승리를 주셨습니다. 두 번이나 반복하는 이유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 여부스를 정복하여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여 하나님의 언약궤를 옮겨왔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시게 되자, 그 이후 자연스럽게 승리가 따라왔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승리의 원인을 바르게 알면 승리 이후의 삶도 바르게 진행됩니다. 많은 경우 승리 이후에 승리의 원인과 결과를 자신에게 돌리거나 교만과 탐욕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실패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승리를 얻은 뒤 그 승리의 이유가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음을 알고 계속 하나님을 붙듭니다. 4절을 보십시오. “그에게서 마병 천칠백 명과 보병 이만 명을 사로잡고 병거 일백 대의 말만 남기고 다윗이 그 외의 병거의 말은 다 발의 힘줄을 끊었더니” 당시 말은 힘과 군사력의 상징입니다. 전쟁의 승리로 그 힘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힘줄을 끊었습니다. 이는 신 17:14-20에 이스라엘의 왕은 군대와 군사력을 의지하지 않고 은금도 의지하지 말며 계속 하나님만 의지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있는 다윗의 믿음입니다. 다윗은 승리에 도취 되어서 하나님보다 군사적인 힘과 경제적인 힘을 더 의지하면 승리의 영광도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전쟁의 승리로 얻은 전리품을 여호와 하나님께 온전히 바칩니다. 11-12을 보십시오. “다윗 왕이 그것도 여호와께 드리되 그가 정복한 모든 나라에서 얻은 은금 곧 아람과 모압과 암몬 자손과 블레셋 사람과 아말렉에게서 얻은 것들과 소바 왕 르홉의 아들 하닷에셀에게서 노략한 것과 같이 드리니라” 말의 힘줄을 끊은 다윗은 전쟁에서 얻은 은과 금과 노략물들을 여호와께 드림으로 이 전쟁의 승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왔음을 다시 한번 전적으로 고백합니다.
다윗의 고백은 이런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15절입니다. “다윗이 온 이스라엘을 다스려 다윗이 모든 백성에게 정의와 공의를 행할새”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공의의 다스림을 받지 못했고 정의의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사사 시대에는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여 공의와 정의를 무시했습니다. 사울 시대에는 정의와 공의를 왜곡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윗이 왕이 되자 하나님이 다스리는 정의와 공의의 통치가 회복되며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는 다윗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왕으로 세우시고 승리를 주신 이유가 백성들을 정의와 공의로 다스려서 이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 되게 하기 위함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윗도 노년에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렸을 때 불순종하여 범죄했고 다윗의 후손들은 하나님을 버리고 정의와 공의를 떠나 우상숭배의 길로 가버린 유다의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결국, 8장의 이 리스트가 보여주는 하나님의 은혜에서 떠날 때 다윗의 왕조는 실패하고 이스라엘은 망합니다. 7장에서 주셨던 다윗의 언약, 다윗의 후손을 통해 무너지지 않는 영원히 견고한 나라를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과 그 약속을 이루실 하나님의 신실하신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8장의 리스트는 다윗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머물렀을 때 그리스도의 승리와 그리스도가 이루실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 나라를 예표하는 나라를 잠시나마 이루었다는 보고서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사람은 승리 이후에도 실패합니다. 다윗도 말년에는 불순종하고 넘어졌습니다. 세상 나라는 잠시 정의와 공의를 행하다가도 다시 불의와 불법으로 무너집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승리는 영원하며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정의와 공의의 통치도 영원합니다. 교회와 성도가 어떤 경우에도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을 붙들고 의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믿음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승리하고 나서가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승리의 이유를 모르거나 잊어버리지 않고 말의 힘과 은과 금의 힘을 의지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정의와 공의의 삶을 믿음으로 살아내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