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수는 왜 얕은 분재분에 심는가
-분재분에 담긴 의미
분재분은 일반 화분보다 높이가 얕다.
분재수는 왜 얕은 화분에 심는가?
분재분의 높이가 얕은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여기에는 수목의 생리와 분재가 의도하는 심미적 목적이 작용하고 있다.
1. 수목 생리의 측면
① 수목의 생장을 억제하여 분재수로서의 수형과 생장을 가다듬을 수 있게 한다.
- 분재수는 제한된 분 안에서 뿌리가 생장하는 정도에 비례해서 지상부도 생장하게 되므로 자연 환경에서보다 생장이 억제된다.
- 분재는 일차적으로 수목 생장의 억제에서 출발한다. 분에 심는 것도, 용토를 사용하는 것도 그 출발점은 생장의 억제와 조절을 위한 것이다. 생장을 억제하는 바탕 위에서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 것이 분재이다.
② 직근을 제거하여 측근의 발달을 신장시킴으로써 분재수의 첫 번째 요건인 뿌리뻗음새의 발달을 꾀한다.
- 자연수에서 직근은 수목을 고정시키는 역할이 주가 되고 생장을 위한 양수분의 흡수 역할은 거의 하지 않는다. 분재에서 수목은 고정용철사로 고정되므로 직근은 필요하지 않다. 직근을 제거함으로써 측근의 발달이 촉진된다.
- 뿌리가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측면밖에 없어 분재가 요구하는 옆뿌리 위주의 뿌리뻗음새의 형성에 효과적이다.
③ 표토면 가까운 뿌리부터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굵혀서 뿌리뻗음새의 발달을 꾀한다.
- 뿌리에도 형성층이 있어 목부와 사부조직을 만들며, 코르크 조직이 생겨서 뿌리를 보호한다.
- 수목생리상 뿌리가 굵어지는 것 또한 옥신의 작용인데, 옥신은 지상부의 잎에서 만들어져 내려오는 것이므로, 지표면 가까이 있는 뿌리부터 옥신의 작용으로 형성층이 활동을 시작하여 굵어진다.
- 뿌리 형성층은 봄에 토양 표면 가까운 뿌리에서부터 시작하여 목부조직을 만들고 후에 토양 깊숙히 있는 뿌리까지 파급된다.
- 뿌리 형성층에 의한 목부조직의 생산량은 토양 근처에 있는 뿌리에서 가장 많고 토양 밑으로 내려 갈수록 뿌리끝으로 갈수록 적어진다. 뿌리뻗음에서도 가늚새가 형성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분재수는 뿌리뻗음에서도 가늚새를 갖추어야 한다.
④ 얕은 분으로 인해 노출된 뿌리는 햇빛과 바람 등의 자극으로 근피(根皮)가 줄기처럼 두터워진다.
- 수목은 그 생리상, 외부의 자극이 임계치를 넘지 않으면 그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튼튼해지고
굵어진다.
⑤ 자연 상태보다 양호한 호흡 환경을 제공하여 수목의 생장을 돕는다.
- 자연 상태에서 수목의 호흡을 담당하는 세근들은 90% 이상이 15cm 깊이 이내의 표토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얕은 분재분은 뿌리 호흡의 측면에서는 수목생리와 부합한다
⑥ 생장을 위해 양수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측근과 세근이 현격히 늘어난다.
- 양수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거의 뿌리 끝 부분에 있는 뿌리털이다. 좁은 분 안에 굵은 뿌리는 자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므로 분이 작아질수록 많은 측근이 필요하게 되고 잔뿌리와 실뿌리가 늘어나게 된다.
- 분갈이 때마다 굵은 뿌리를 바싹 잘라 잔뿌리와 실뿌리를 늘어나게 하는 이유와 통한다.
- 작은 분 안에서 수목이 의외로 생각보다 잘 자라는 분재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
⑦ 양수분 흡수의 경로를 단축하여 배양자가 의도한 바의 배양 효과를 높인다.
- 분에서 수목은 양수분의 흡수를 위하여 뿌리를 멀리 뻗을 필요도 없고, 뿌리의 길이가 짧은 잔뿌리 실뿌리 위주여서 양분의 이동 경로도 단축된다. 그 결과 물주기와 거름주기 등 의도한 배양효과와 물말림 등 배양상의 실수는 단시간 내에 반영된다.
2. 심미적 측면
① 얕은 분재분에 올린다는 것은 수목을 독자적 존재로 부각하여 진열과 전시가 가능한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 분재분에 올림으로써 그 수목은 더 이상 무리 속의 하나나 조경수나 분식의 경우와 같은 환경의 부속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개체로서 스스로 완결된 아름다움을 지녀야 하는 독자적 존재로 부각된다.
- 얕은 분재분은 심긴 수목에 독자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분 자체가 진열을 위한 좌대와 같은 성격을 함축하고 있어, 감상 대상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② 수목을 하나의 개별 수종이나 생물적 개체로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목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게 한다.
- 특히 근대분재에 들어 분재분이 의도하고 환기하고자 하는 것은 커다란 자연의 풍취이며, 자연과의 어우러짐, 자연을 누림이다.
③ 뿌리솟음새의 발달은 분재가 표출하고자 하는 대목감(大木感), 세월감, 안정감, 강인한 생명력을 표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자연에서 뿌리뻗음과 그루솟음은 오랜 세월 동안 생장에 따른 자신의 하중을 지탱하고 가지와 잎에 작용하는 거센 풍압 등 외압을 이기기 위해 형성되는 것이므로, 그 형성과정에서나 시각적 인상으로나 분재가 추구하는 미적 특질을 표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
- 자연과 달리 특히 소재로 시작한 분재의 그루솟음은 뿌리뻗음과 뿌리펼침에 의해 이루어진다.
④ 화분이 얕을수록 자연의 넓은 평탄 지형을 연상하게 하고 또 큰 경치를 연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 얕은 분은 넓은 평탄 지형을 연상하게 한다.
- 얕은 분은 분재수의 존재감을 키워, 분재수를 보다 큰 나무로 연상하게 만들 뿐 아니라 분수가 지닌 공간감과 원근감을 확대함으로써 큰 경치를 표현한다.
- 시각적으로도 분의 높이가 얕을수록 감상자가 분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경을 상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⑤ 분이 작으면 나무가 응측되어 단단하게 보이고, 대목감과 큰 경치를 느끼게 된다.
- 일반적으로 분재수 횡폭의 2/3 정도 크기의 분에 분재수를 심는 이유이다.
⑥ 얕은 화분은 섬세한 잔가지와 엷은 가지단을 형성하게 하여 분재수로 하여금 큰 경치를 표현할 수 있게 한다.
- 굵은 뿌리는 굵은 가지를, 잔뿌리는 잔가지를 형성하게 한다. 이는 용토 입자의 크기만이 아니라 측근과 잔뿌리의 발달을 유도하는 분의 크기와도 관련이 있다.
- 섬세한 가지와 엷은 가지단, 작은 잎은 분재에 원근감을 부여하여 먼 경치의 큰 나무를 연상하게 한다.
⑦ 분 속에서는 특히 얕은 분에서는 자연에서보다 빨리 노목화(老木化)가 촉진된다.
- 분재가 추구하는 노목감과 고태감은, 생장의 억제와 조절을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얕은 분재분에 의해 자연에서의 노목화보다 빨리 진행된다.
위에서 살핀 특징들은 분재수가 지니는 자연수와의 차이점인 동시에 일반 분식(盆植)과 달리 가지는 차이점이다.
이 차이점들을 통해, 분재수를 비로소 분재가 되게 하는 요건은 분재분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분재분은 배양생리상, 심미적 목적상 분재의 바탕이 되는 여건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분재의 수종, 수형, 꽃과 열매의 색상을 고려한 분재분의 선택 단계에 이르면 분재에 있어 분의 역할은 더욱 지대한 것이 된다. 분재는 배양분에서 시작하여 감상분으로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다.
비교한다면, 분재분이 분재의 의도와 목적을 함축하고 있는 바탕 여건이라 한다면 가지치기는 분재분이 함축하고 있는 그 의도와 목적을 완성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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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분재분은 고전분재기의 한중일 삼국에도 이미 있었지만, 분재를 이와 같이 얕은 분 위즈로 심게 된 것은 일본 근대분재에 이르러서이다. ‘얕은 화분에 의한 자연의 표현’은, 정결함이 요구되는 일본식 진열 방식(토코노마 진열)의 필요에 호응하면서, 일본 근대분재에서 자연 상태의 토양과 상이한 방식의 ‘용토의 배합 사용’ 기법과 더불어 진행되어 가며 확립되었을 것이다.
얕은 분재분의 사용과 심미적 진열 방식의 확립은 일본 근대분재가 성취한 중요한 성과이다.
현재 동양삼국이 거의 대부분 높이가 낮은 분재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일본 분재에 연원한 것이다.
현재 일본 근대분재는 가장 낮은 분재분을 가장 잘 구사하면서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은 얕은 분재분이 갖는 특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영역에 해당하는 작품은 일본분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