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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피정 순례길 답사-8일째
순례는 걷는 것입니다. 걷기 위해서는 일체의 형식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발에 맞는 가장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순례는 주님과 더불어 더 깊은 관계를 갖기 위한 만남입니다. 저는 이번 순례를 통해 고흐가 그린 신발과 구두의 모티브를 깨달을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조개껍질 같이 두껍고 단단한 자신의 벽을 깨트리는 순례의 길은 엄청난 인내와 사랑으로 완성되나 봅니다. 특히 이번의 제주 순례답사에는 바람과 함께 걸으며 역사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희생자와 유족 중심의 용서와 화해를 이루어야한다는 염원을 기도했습니다. 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을 치유하는 길입니다.
제8일째(2013. 3. 29) 제주는 5월까지 춥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곧 바람이 날씨와 기온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삼월 하순인데도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추웠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에 동참해야 하고 저녁에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미사에 참례해야 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오후 3시와 저녁 8시 두 차례의 전례시간을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빠른 9시 15분에 두 팀으로 나누어 길을 나섰습니다.
잠은 매일 같이 모자랐습니다. 잠뿐 이니라 모든 게 모자라고 불편했습니다. 달 밝은 밤 늦게야 들어와서 다음날 코스점검과 평가회,미사와 회의에 밥을 해먹고 커피라도 한잔 내리며, 답사기를 작성하고 나면 새벽 3시가 넘습니다. 노트북에 담아온 쇼팽의 녹턴과 모차르트 협주곡, 그리고 다시 보려고 다운 받아온 영화 '위대한 침묵'은 아예 열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아흐레를 쫒기듯 보냈습니다.
오늘 제1팀은 배편으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마라도를 답사하고 제2팀은 노을이 빼어난 모슬포 성당으로부터 신창 성당에 이르는 24km를 걸으며 대정 성지와 공소를 순례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앞서 산방산 주변에 대한 코스의 안전성을 재점검하고 용머리해변의 하멜 표류지를 돌아본 뒤에 오후 3시 고산 성당에서 합류하여 ‘십자가의 길’ 기도에 동참한 뒤 성 김대건 신부님이 표착한 ‘용수성지 순례를 끝낸 다음 신창 성당에서 ’주님 수난 성금요일 미사‘를 참례키로 했습니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산방산 전경 용머리 해변에 세운 하멜 기념비 하멜이 타고왔던 디 스페르워르 호 복원 현장 13년 동안 제주에 억류된 네덜란드 선원 핸드릭 하멜의 상
제1팀(최화웅 비오& 김진철 레오) 제주의 바다와 오름, 계곡의 경치를 함께 보고느낄 수 있는 곳이 제주에서는 산방산으로부터 용머리 해변에 이르는 곳이었습니다. 산방산기슭 용머리 해안의 ‘산방연대’와 ‘하멜 표류지’부터 둘러보았습니다. 360년 전 네덜란드의 하멜 일행이 ‘스페즈웨르호’를 타고 일본으로 가던 도중 폭풍우를 만나 제주 해변에 표류하여 이곳에서 13년 동안 억류생활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간 하멜은 유럽에 한국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마라도(馬羅島) 답사를 위해 ‘마라도 정기여객선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11시에 모슬포 항을 떠난 170톤급 모슬포1호는 파도가 높아 백파가 일 때 만들어지는 하얀 꽃파도를 헤치며 11km의 뱃길을 바이킹을 타듯 헤쳐나갔습니다. 모니터에는 높은 파도가 덮치는 뱃머리를 그대로 보여줘 실감이 났고 승객들은 연신 파도에 쏠릴 때마다 비명을 질러 댔습니다. 배는 가파도를 거쳐 25분 만에 마라도 살레덕 선착장에 닿았습니다.
가파도에는 이미 올레코스가 나 있었으나 마라도에 순례길을 내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1.5km에 달하는 기암절벽 따라 이어지는 해안선을 걸으며 제주도에서도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마라도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아름다운 섬 속의 섬,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는 37세대 80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10만 평의 너비를 가진 섬, 마라도를 천천히 일주하는데 고작 40분 남짓 걸렸습니다.
지난 2000년 부산 대연동 성당 은인들과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민성기 요셉 신부님이 세운 마라도 경당은 전복껍데기 지붕에 십자가 오상을 의미하는 5개의 유리천정에서 빛이 내려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여행자와 순례자에게 기도할 수 있는 열린 성당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살아생전 프란치스칸이기를 열망했던 민 신부님은 '그리고 나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논의 역설’과 ‘태양의 노래’, ‘하늘로부터 키재기’등 수많은 저서를 남기고 '백합의 향기'를 공동번역 했으며 선종을 하고서도 ‘일상의 신화를 찾아서’와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 등의 맑은 유작을 남겼습니다.
마라도 경당과 등대를 뒤로 하고 다시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산 출신 김형석씨의 커피점, ‘마라도를 사랑한 바리스타-커피를 사랑한 남자’에서 마라도에서 드립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라도의 푸른 초원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에는 사랑의 그리움이 피어나는 있었습니다. 순례길을 알리는 노란 리본을 달며 걷다 마라도에서 촘촘히 들어선 짜장면집을 보고 놀랐습니다. 현재 마라도에서 해풍을 맞으며 영업 중인 짜장면집은 무려 8군데, 저희들은 시간에 쫒겨 그 짜장면을 먹지 못했습니다.
이번 답사는 올레길도 없고 순례길도 없는 외딴섬을 걸으며 새길을 열었다는 감격이 온몸을 덮쳤습니다. 아름다운 섬 속의 섬, 마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독립적으로 분화된 섬입니다. 마라도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 423호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었습니다. 장미가 가시를 지니듯 마라도는 망망한 바다와 전망이 좋은 만큼 바람이 거세고 주변 바다가 하얀 꽃파도를 일으킬 정도로 험했습니다.
이번 제주에서의 '파스카 성3일'의 의미가 달랐습니다. 성 목요일인 어제 강정마을 계곡에서는 강우이 제주교구장님께서 수도자와 주민들의 발을 씻어주었으며 성금요일인 오늘 오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는 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십자가의 길'을 퍼포먼스로 진행되었습니다. 천여 명의 교우와 성직자가 참석한 가운데 제주 4.3사건의 아픔과 예수의 고난을 함께 아우르는 '제주 4.3의 여인을 만난 예수' 퍼포먼스 '십자가의 길'은 대형 십자가를 맨 예수의 행렬이 1시간 30분에 걸쳐 재현되었습니다. 오는 3일 제주 4.3사건 65주년을 맞아 제주 중앙성당에서는 저녁 7시 30분 강우일주교님의 집전으로 4.3의 참의미를 되새기는'제주 4.3사건 65주기 기념미사'를 봉헌하게 됩니다.
마라도 정기 여객선 '모슬포1 호'의 모습 2000년에 축성 된 마라도 경당의 전경 마라도의 남쪽 끝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남단 기념비 전교생이 단 2명인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부산에서 온 김형석씨가 문을 연 커피점'커피를 사랑한 남자'
세찬 바람에 꽃파도가 이는 마라도 앞바다
제2팀(안창호 신부, 김성우 바오로) 어제 답사한 산방산 주변 순례길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험한 찻길을 피해 둘레길을 택했습니다. 예부터 급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듯이 산길로 다니는 자동차를 피할 수 있는 800여 m의 둘레길에 리본을 달았습니다. 그 뒤 1팀과 함께 모슬포로 가서 10시 20분부터 고산 성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모슬포를 떠나 일괄사거리까지 나온 뒤 노을 해안도로를 따라 6km를 쉼 없이 걸었습니다. 시골 해안로에서는 점심을 먹지 못해 비상식량으로 가져 온 쑥떡을 반쪽씩 나누어 먹고 허기를 면했습니다.
해안로를 계속 걸어 수월봉 입구 고산기상대 옆을 지날 때 무밭에서 작업하는 현장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 밭에서 뽑은 무우를 던져주며 먹어보라고 권했습니다. 고산 성당에서 합류하기로 한 1팀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3시가 막 지나 답사대는 고산 성당의 십자가의 길 기도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노을빛이 들기 시작한 용수리 해변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고산 성당에서 시작되는 제주교구의 순례길 김대건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풍력발전기가 해변의 운치를 더 했습니다. 고산 성당으로부터 약 4km쯤 떨어진 곳에 용수 성지가 보였습니다. 용수 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님이 용수리 해변에 표착한 것을 기념하여 조성한 기념 성당과 복원한 라파엘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신창리에서는 어두워져서야 어렵게 식당을 찾았습니다. 신창 성당 교우 사비노 형제님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주님 수난 성금요일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십자가 경배가 절정을 이룬 다음 미사는 모두 끝났습니다. 신창 성당 하승조 주임신부님은 신자들 앞에서 저희들을 소개하신 뒤 얘기를 나누며 환영해주셨습니다.
고산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 예절
고산성당으로 가는 길에서 본 무우밭 제주교구 순례길 표지판(성 김대건 길) 윤슬이 눈부신 용수리 해변의 저녁 풍경 용수성지의 성 김대건 신부님 제주 표착 기념관과 성당 용수리 해변에 있는 한국남부 발전의 풍력발전기 제주 신창 성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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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적인 순례기 잘 보고 갑니다.
참나리님! 집에 돌아와서야 답글에 대한 답글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지치고 피로가 쌓여 잠부터 좀 잤습니다. 순례기는 시간을 두고 정리하게씁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제주 순례 답사기를 보려고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았지요.
그런데 8일 답사기가 안 올라와서 어! 무슨 일이 있으신가? 혹시 편찮으신가? 걱정이 되었답니다.
순례길에서 하신 '십자가의 길'이 크게 마음에 와 닿으셨겠네요.
오늘도 보람있는 순례길 되시고 기쁘고 뜻깊은 부활 되시길...
청초이님! 걱정을 하셨군요. 그민큼 저희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이번 답사에서 느낀 감동 못지 않게 청초이님의 크신 사랑을 느낍니다.
답사 여정이 난코스에 밤늦게까지 계속된데다
두 대의 노트북이 오래되고 맛이 답사기를 올리기에 애를 먹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메일 같이 새벽 3시 가까이 답서기를 쓰고 사진을 고르기에
피로하고 잠이 쏟아지는 잠을 이기자 못했답니다. 그래서 늦어지게 되었씁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고맙습니다.
저도 순례답사기가 안올라와 넘 무리되셔서 편찮으신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며 수시로 들어와보곤 했어요..
성금요일 예식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시느라 더 분주하고 힘든 하루를 보내셨군요. 답사기를 읽는 저도 그분주하심이 그대로 느껴져 숨이 차는것 같네요ㅠㅠ
부디 건강 유의하시며 남은 일정 잘 마치시길 기도로 힘을 보탤께요..
오드리님! 님께서는 저희들을 훤히 꿰뚫어 보시는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마음껏 씻고 먹고 자고나서야
제주가 다시 그리워집니다. 엘리사벳과 커피를 마시면서 "이번에 순례병에 걸린 것 같아"라고
고백했습니다.좀 쉬고 다음 순례에 나서는 분들을 위해 답사기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안창호 신부님과 그리움님과 동행하신분들이 건강히 무사히 은혜 많이 받고 오시라고 기도드렸읍니다.
모처럼 바깥바람도 잘 쇠시고 오십시요.
돌연변이님! 이번 답사를 통해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라면을 끓이는 비법을 배웠습니다.
나가사끼 꽃게 짬뽕을 아무런 첨가물을 넣지 않고 싱겁게 끓여서 밥을 조금 넣어먹는 겁니다.
라면은 신부님이 고르셨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힘드시죠? 성금요일 예식, 순례길 답사, 더 바쁜 하루를 보내셨네요. 언젠가 나도 해야지. 라는 기슴이 용솟음 치는
맘이 있습니다. 하고싶고요. 담에 누군가라도 하게되면 한층 편하게 하겠죠. 애쓰신 분 들이 계시니깐요.
건강하게 남은 일정 잘 마치시도록 영육간의 건강을위해 기도드립니다.^*^ 힘내세요! ~~~꾸~~우~벅
차사랑님! 편안한 마음으로 헤보싶시오. 그러나 각오는 단단히 하셔야할 겁니다. 성공을 빌게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마음의 영성 카페 들어와서 성지순례를 합니다~
너무나도 치밀하게 올려주셔서 매일 매일 기다려집니다.
건강하게 은총많이 받고 돌아오시길 기도 드립니다~
철부지님! 철부지님의 숨은 애정과 관심이 있었기에 "애라! 모르겠다. 피로한데 잠부터 자자."하고
내팽개치지 않았나 봅니다. 기다림과 그리움은 다 같이 우리의 맘 속에 자라는 영성이 아닐까요?
저는 답사를 떠나기 전에 준비가 없이 닥치는 데로 썼던 답사기가 새삼 부끄럽습니다.
기회를 주시면 만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몸은 천근도 더 넘는 무게로 느껴지셨을텐데 일정이 빠듯한 하루가 되셨네요. 날자가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누적되는 피로로 신부님과 순례답사 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이 많이 염려됩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답사가 잘 마쳐지기를 기도드립니다.
피곤하신 여정에 이렇게 매일 글을 올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몸은 못갔지만 마음만은 따라 갑니다.
명금당님! 세세히 할 말이 많은데 지나치는 버릇이 발동하여 대충대충 얼버무려서 미안합니다.
기히 있으면 옛날 다큐 제작할 때나 리포트할 때처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주도는 섬이 아니라
나라였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정말 뜻있는 성주간을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건강에 유의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마음지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사 순례길을 오늘 이사벨라씨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봄바람이 유난히도 많이 불고 추웠던 봄날에 수고하시는 신부님팀을 생각하니 송구스럽습니다.늦게나마 마음 같이 하겠습니다.
나타니엘님! 같이 하시는 마음이 있어 든든합니다.
제주의 바람은 그 의미가 달랐습니다.
폭랑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시간과 역사를, 순교자와 4.3 희생자의 비문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순례답사기를 잘 올려 주시는 덕분에 저희는 편하게도 성지순례를 하는 느낌입니다.
순례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복받침을 ~~감사합니다.
강엘리님! 이번 순례답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