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브랜드의 준중형 모델 크루즈의 해치백 모델을 시승했다. GM대우 시절 라세티 프리미어의 차명이 크루즈로 바뀌었고 그 해치백 모델의 이름은 크루즈 5이다. 5도어 모델이라는 표시이다. 크루즈는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Wards Auto)가 선정한 ‘2011 최고의 자동차 인테리어(Ward\'s 10 Best Interiors of 2011)’에 오르기도했다. 여의도에서 통일동산까지 109km 가량의 짧은 시승 느낌을 적는다.
오랜만에 해치백이다. 근래 들어 시승한 모델들을 돌아 보아도 해치백은 드물다. 수입차 중 폭스바겐 골프와 미니, 볼보 C30, 그리고 푸조의 모델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산 자동차들로서는 소형차인 아베오와 현대 i30, 기아 포르테 정도가 있다. 있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크지는 않다.
한국시장에서는 왜건형 모델이 팔리지 않는다. 해치백 모델은 팔리기는 하지만 세단형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 왜 그럴까. 왜 한국시장에서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모델인 해치백과 주말에 리조트나 별장으로 휴식을 취하러 갈 때 사용하는 왜건형이 팔리지 않을까. 흔히 하는 답은 자동차를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 남에게 보여 지는 것을 원하는 소비 성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다양성의 결여가 아닐까. 좀 더 쉬운 표현으로 하자면 ‘쏠림 현상’의 결과가 아닐까. 다른 이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을 갖고 있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때문인지 유행을 탔다 하면 불티가 난다. ‘머스트 해브(Must Have)’라는 표현도 소비 행태의 산물이 아닐까. 사족이지만 필수품이라는 알기 쉬운 우리만을 두고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인 ‘Must Have’를 고집하는 한국의 언론들의 행태도 분명 성찰이 필요하다. 팜 스테이(Farm Stay)보다는 농촌 체험이 더 좋지 않은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몰 개성의 다른 표현이다. 남의 취향을 따라 나도 그 그룹에 속하고픈 것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 시대에 스마트 폰이 꼭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얼마나 급한 일이 많아 이동 중에 이메일을 확인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해야만 할까. 과연 스마트 폰 소지자들이 모두 그런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고 있을까.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그만큼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을까. 그로 인해 개인의 경쟁력이 강화되었을까. 물론 이 모든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유저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많은 정보는 접하면서 정작 자신만의 지식을 축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IT전문가의 지적대로 우리는 ‘따라 하기’에 익숙해 있다. 자신의 지식이 아닌데도 스마트폰의 낚시에 걸려 취득한 정보를 자기 것인 양 으스댄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자동차를 타 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는 필자도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자동차 시승기는 무조건 비판적이어야만 한다는 시각들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홍보성 기사라고 비난한다. 필자는 새차의 ‘정보’와 차이점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독자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자세라고 배웠다. 지금도 자동차 선진국의 저널리스트들은 그런 방향으로 글을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환경은 기자든, 저널리스트든, 칼럼니스트든, 아니면 블로거든 모두가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빠’와 ‘까’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정작 그 ‘빠’나 ‘까’들의 의견을 보면 비판보다는 비난이 주를 이룬다.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몰라서’가 주를 이룬다.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올바른(불편 부당한)’ 비판을 할 수 없다.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어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와는 달리 그것이 ‘빠’로, 혹은 ‘까’로 비쳐지는 분위기가 안타까울 때가 적지 않다. 그것은 어쩌면 필자와 같은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책임도 있다. 그런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이다.
자동차를 선택할 때도 나만의 개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말로는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정작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데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필자만해도 2리터 중형 세단을 탄다. 다음에 차를 구입할 때는 세그먼트 하향을 고려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흔히 하는대로’ 해 왔다. 직업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인 듯하다.
해치백은 세단형에 비해 스타일링 상으로 스포티하고, 실용적이며 편리하고 합리적이다. 극히 평범한 단어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큰 차만을 선호하는 이율배반적인 한국의 소비자들도 이제는 이런 차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terior & Interior
차명 크루즈5의 5는 5도어 해치백이라는 표현이다. GM 대우 시절에도 라세티 5라는 이름의 해치백이 있었다. 그보다 전에는 대우자동차의 라노스 해치백인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대우의 해치백은 그 스타일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평가와는 달리 해치백은 주로 해외시장에서 높은 판매를 보여왔다. 글로벌 패밀리카로 자리잡고 있는 크루즈에 해치백을 추가한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가능한 상황에서 라인업의 확대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쉐보레 브랜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GM이 GM그룹의 소형차 개발 기지라는 점도 작용했다. 현재 크루즈는 미국에서도 생산되지만 유럽시장은 한국 GM 산이 수출되고 있다. 크루즈 해치백은 유럽시장에서 쟁쟁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8 등과 경쟁을 하게 된다.
바디인/ 휠아웃(Body-in/Wheels-out)디자인 컨셉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휠 주변부를 더욱 볼륨감 있게 표현하고자 한 흔적이 보인다. 프론트 엔드는 세단 그대로다. 쉐보레 엠블럼이 중심을 잡고 있다. 과거 라세티 세단과 해치백에서는 디테일의 변화를 주었지만 크루즈는 그런 차별화는 하지 않았다. 측면에서는 캐릭터 라인이 웨지 형상을 만드는 것 외에는 간결한 처리가 돋보인다. 루프 라인은 핫 해치가 아니다. 언뜻 리어와 어울려 BMW 5시리즈 GT를 연상케 한다. 그로 인해 조금은 ‘빵빵’해 보인다. 트렁크 부분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단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17인치까지 장착이 가능한 휠로 인해 앞뒤 짧은 오버행의 차체가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고 있다.
리어에서는 트렁크 부분을 없앤 만큼 다르다. 세단에서 안정적이면서 남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던 테일 램프는 해치백에서는 후측면과 트렁크 리드에 연결되어 있다. 복잡하지 않은 그래픽이다. LED 보조 제동등과 고급 모델에만 적용되는 4구 일체형 후방감지 센서 등이 채용되어 있다. 앞뒤 범퍼의 디자인에 미세한 변화가 보인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510×1,790×1,475mm, 휠 베이스 2,685mm. 세단형은 전장이 4,600mm로 90mm 길다. 현대 i30가 4,245×1,775×1,480mm, 2,650mm이므로 비교가 될 것이다.
인테리어는 듀얼 콕핏이 주제인 세단형을 그대로 유용하고 있다. 리어 시트 뒤쪽의 레이아웃만 다르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폴딩이 된다. 승객석과 화물간을 확실히 구분해 주는 선반은 해치백 모델들의 사용 편의성을 위한 장비. 화물 적재공간이 최대 413리터로 동급 최대라고. 트렁크 공간은 좌우 벽면 처리를 깔끔하게 해 효용성을 높였다. 내비게이션을 위한 공간이 센터 페시아에 없는 것은 여전히 핸디캡이다. 세단형은 위쪽에 팝 업형으로 했었는데 시승차에는 그마저 없다. 설명서에는 내장형이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되어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크루즈5에 탑재되는 엔진은 1.8리터 가솔린과 2.0리터 디젤 등 두 가지. 디젤 엔진은 올란도에 탑재된 것과 같다. 시승차는 1,999cc 직렬 4기통 커먼레일 디젤로 최고출력 163마력/3,800rpm, 최대토크 36.7kg.m/1,750~2,750rpm을 발휘한다. 당연히 오늘날 이 등급에서 종합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은 디젤이다. 아직은 국내 배기가스 규제기준 때문에 SCR까지 장착하지는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면에서 우위에 있다. 더불어 연비와 주행성을 감안한다면 디젤의 잠재력은 높다.
트랜스미션도 올란도와 같은 수동모드가 있는 6단 AT.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600rpm 부근. 올란도에서보다 약간 높다. 레드존은 4,25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0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0km/h에서 2단, 60km/h에서 3단, 10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올란도에 비해 가벼운 차체를 같은 엔진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경쾌한 느낌이 강하다. 발진시의 응답성을 약간 강조했으면 바람이 있는 것은 같다.
올란도에서처럼 정지상태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통해 진동이 전달된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도 약간 있다. 발진해 가면 그런 느낌은 사라진다. 소음과 차음에 대한 대책도 수준급이다. 그저 크루징 상태에서는 가솔린과 구별이 어렵다.
고속역에서의 반응도 좋다. 130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된다. 5단의 기어폭이 상당히 넓다. 아쉬운 것은 펀치력을 살려내지 못하는 자동변속기다. 이럴 때는 언제나 그렇듯이 수동변속기가 생각난다. 자동변속기의 기술이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수동변속기의 직결감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한국산 차들은 아직까지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 탑재차가 없다.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것은 효율성을 높여 연비 성능면에서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동력 전달 효율이라는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엑셀러레이터의 응답성이 늦은 것이 그렇다. 세단형과 마찬가지로 쾌적성을 우선한 세팅이겠지만 그래도 풀 스로틀시 끌어 올리는 맛이 좀 더 강했으면 한다. 변속 충격은 극히 적고 정차 시 P-R-N-D를 오갈 때도 거의 충격이 없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 액슬. 댐핑 스트로크는 감각적으로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노면 요철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직설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위화감을 주지는 않는다. 롤 각은 세단형에 비해 조금은 억제된 느낌이다. 거기에 넓은 전폭의 차체와 17인치 타이어가 제어하는 거동은 해치백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일반적으로 독일차에서 기대하는 타이트한 맛은 아니다. 그보다는 여유있는 반응을 중시하는 타입이다.
중속까지는 리어의 추종성도 좋다. 세단에서처럼 미세한 테일의 흐트러짐 현상도 없다. 그럼에도 푸트워크는 잽보다는 훅쪽에 가깝다.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약 언더의 기미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무리하지 않는다면 커버를 해준다. 응답성면에서도 한 걸음 더 예민해졌다. 그럼에도 고속주행에서 날카롭에 반응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크루즈는 세단형에서부터 그 성격이 스포티한 쪽으로 이동했다. 크루즈5는 그런 느낌이 한 발 더 진전했다. 다만 세단형이 그렇듯이 그런 평가는 어디까지는 선대 모델에 비해 그렇다.
크루즈5는 분명 눈에 띄는 자동차다. 경쟁 모델보다 크다는 것도 한국시장에서는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네트워크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네트워크를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쏟아 내는 뉴 모델수만큼이나 사후관리에 대한 배려도 요구된다.
주요제원 쉐보레 크루즈5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10×1,790×1,475mm 휠 베이스 : 2,685mm 트레드 앞/뒤 : 1,545/1,560mm 실내 (장×폭×고) : -----mm 차량중량 : 1,530(1,365 1.8 가솔린) 연료탱크 용량 : ----리터
엔진 형식 : 1,999cc 직렬 4기통 커먼레일 디젤 최고출력 : 163마력/3,800rpm 최대토크 36.7kg.m/1,750~2,750rpm I 보어×스트로크 : -- 압축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