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를 좋아하나요? 맛집 투어는 어떤가요? 추위에 맞서는 방법, 멋진 인생 사진 건지고 맛있는 음식 먹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달콤한 와인,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이 있고 이국적인 포토존이 있는 곳, 함양 ‘하미앙 와인밸리’를 소개합니다.
6차산업의 모델 산머루테마농원
함양읍 죽림리 두레마을에 위치한 하미앙 와인밸리는 농업에 관광산업을 연계한 6차산업의 모범사례로 유명합니다. 그렇다고 딱딱한 이미지의 견학지는 아닙니다. 농원 입구에 주차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유럽의 어느 시골을 방문한 느낌입니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농업회사법인 (주)두레마을 이상인(61) 대표가 2005년부터 15년째 일궈오고 있는 산머루테마농원입니다. 1985년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귀농한 후 20년의 시행착오 끝에 관광농원으로 탄생시켰지요.
“일반 농사를 짓다 실패하고, 90년대 산머루를 함양에 처음 도입했어요. 가공도 하고 유통도 하면서 활로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안되더라고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2004년에 일본, 유럽 등지로 견학여행을 갔어요. 그때 관광농업에 눈을 떴지요. 돌아와 산머루를 주제로 생산, 가공, 체험,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관광자원화 했습니다.”
이 대표의 노력은 연간 방문객 10만 명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하미앙이란 브랜드로 와인, 주스, 즙, 차 등 산머루를 원료로 한 다양한 제품이 제조·판매되고, 와인 숙성고와 저장고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관광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농업인의 날에 경남 자랑스런 농어업인상 수상을 비롯해, 2015년에는 대통령상, 6차산업 전국대회 금상, 농업발전공로 대통령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도 있습니다.
이 대표의 성공은 혼자만의 성공이 아닙니다. 하미앙 제품 생산을 위해 마을 50농가가 산머루 계약재배를 하면서 농촌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하미앙’은 세계적 브랜드를 꿈꾸던 이 대표가 함양(hamyang)을 외국인도 발음하기 쉽게 풀어 쓴 것이라고 하네요.
향기에 취하는 지하 숙성고
약 3만3000㎡ 부지에 7동의 건물로 구성된 하미앙 와인밸리는 주차와 입장이 무료여서 마음껏 둘러볼 수 있습니다. 홍보관~지하 숙성고~와인동굴~카페~체험장 순으로 동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해발고도 500m에 있습니다. 기온이 낮은 선선한 지역에서 잘되는 산머루의 재배지로 최적지입니다. 이상인 대표가 산머루를 인생 작목으로 삼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미앙 브랜드의 대표작인 산머루와인은 선별, 탈과, 파쇄, 착즙, 발효, 숙성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데, 일반에게 공개되는 과정은 숙성 단계부터입니다.
와인은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온도변화도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하미앙의 숙성고는 좀 특별합니다. 사철 12~16도를 유지하는 지하에 마련돼 있습니다. 지하여서 숙성고의 조도는 어두운 편인데요. 단번에 내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와인 향이 코끝을 스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후각이 발달한 분들은 숙성고 입구에서 이미 하미앙 와인에 반쯤 반해버립니다.
숙성고에는 대형 스테인리스 탱크 20여 개가 있습니다. 탱크 하나에 750ml 기준, 1만5000병 분량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은은한 와인 향과 함께 압도적인 숙성탱크의 크기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9월에서 10월 사이 수확한 산머루를 착즙해 3년 이상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프랑스? 여기는 하미앙 와인동굴
숙성고의 어둠 때문에 사진이 아쉬웠다면 와인동굴에서 환호하게 됩니다. 100개의 오크통이 저장돼 있는 와인동굴은 하미앙 와인밸리의 대표 포토존입니다. ‘프랑스 와이너리 부럽지 않다’는 말이 종종 나오는 곳이지요. 750ml 3만 병 분량의 와인을 저장하고 있는 오크통이 있고요.
오크통은 와인의 맛, 색상, 향을 돋우고 숙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오크 성분이 충분히 섞이면 와인을 병에 담아 코르크 마개로 막고 눕혀서 보관합니다. 코르크 마개 또한 공기를 투과시켜서 와인의 풍미를 더한다고 합니다. 와인동굴에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오크통에 있다가 제품화된 병 와인도 있습니다. 2004년산부터 2010년산까지 하미앙의 최상 와인이 저장돼 있습니다.
오크통 앞에서 한 컷, 와인갤러리 앞에서 한 컷. 조심스레 2004년산 와인 병을 만져보며 또 한 컷. 여러 가지 포즈에 도전해 보는 방문객들의 웃음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웁니다.
와인동굴에서 ‘카페 가는 길’ 표지를 보고 밖으로 나오면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곳의 포토존이 있지요.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와인동굴 출구의 벽면입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어떤 조합의 방문객이든 한 폭의 그림이 되도록 배경이 돼줍니다.
분위기 살리는 카페는 알고 보면 ‘맛집’
지중해풍 오렌지색 지붕을 얹은 ‘하미앙 카페’는 지금껏 향기로만 마신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야외테이블에 앉아 카페 앞의 인공연못과 자유의 여신상 분수대를 감상하며 와인 잔을 기울여도 될 만큼 카페 밖 풍경은 근사합니다. 하지만 춥잖아요? 그러면 맛있는 냄새 풍기는 카페 안으로 들어갑니다.
카페 분위기는 상당히 고풍스럽습니다. 오크식탁과 의자, 10~20년 세월을 건너온 듯한 장식품들이 빼곡합니다. 중장년층이 추억에 잠기기 좋겠습니다. 복고 트렌드를 좇아 사진 찍기를 즐기는 젊은 층도 좋아할 만합니다.
“한 잔 드시라”며 시음용 잔을 내미는 이는 석미숙(61) 씨. 이상인 대표의 부인입니다. 직접 요리도 하고 방문객의 시음을 돕기도 합니다. 산머루와인은 포도와인이 내는 떫은맛이 없고 단맛이 조금 더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스위트, 드라이 2종으로 알코올 함량은 12% 정도. 전 세계 400개 브랜드가 경쟁하는 2007년 국제와인대회에서 당당히 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인정한 와인이라는 얘기지요.
카페 대표메뉴는 함양 흑돼지 돈가스와 고르곤졸 라피자. 와인과 잘 어울리는 메뉴를 골랐다는 석 씨의 말대로 산머루와인 소스를 쓴 돈가스는 와인과 안성맞춤입니다. 먹고 맘에 든다면 와인과 즙을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미앙 와인밸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 있습니다. 1인 5000원이면 가능한 ‘와인족욕’입니다.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주차장으로 나오면 바로 체험장이 있습니다. 원목통에 와인 1잔과 온수를 섞어 20분가량 발을 담급니다. 발의 피로를 풀어주고,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몸을 데워줍니다. 겨울여행 마지막 코스로 이만한 것이 없을 듯합니다.
하미앙 와인밸리
함양군 함양읍 삼봉로 442-14 ☎055) 964-2500~1
글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