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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기독교와 역사 (2018년 48호 통권 48호) / KCI등재 2018. 03
한국교회의 병리현상과 신흥종교운동
탁지일
Ⅰ . 머리말
Ⅱ . 전쟁과 독재 , 신흥종교운동의 발흥과 반공적 성격의 형성
Ⅲ . 민주화 , 신흥종교운동의 정착과 친사회적 성격으로의 전환
Ⅳ . 한국교회 , 개혁의 주체인가 , 개혁의 대상인가 ?
Ⅴ . 이단규정 , 주체가 문제인가 , 대상이 문제인가 ?
Ⅵ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해외진출과 국내유입의 문제점
Ⅶ . 맺음말 : 교회의 예견된 위기와 예정된 회복
Ⅰ . 머리말
종교개혁 500 주년을 맞으며 ,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 : 한국교회는 ‘ 개혁의 주체 ’ 인가 , 아니면 ‘ 개혁의 대상 ’ 인가 ? 소위 ‘ 이단 ’ 으로 분류되어지는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이 문제인가 , 아니면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기성교회가 문제인가? 게다가 지난 여름 유럽의 종교개혁 현장탐방을 마친 후에는 , 루터가 ‘ 개혁 아이콘 ’ 인지 , ‘ 사업 아이템 ’ 인지 모를 난감함마저 추가되었다 .
이 글의 목적은 , 한국교회의 병리현상이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발흥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 이를 통해 종교개혁 500주년과 1987년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의 개혁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 연구 대상은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로 제한하며, 시기적인 범위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부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017년까지에 초점을 맞춘다 . 단 논의의 전개를 위해 , 한국전쟁 이후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의 발흥과 전개과정을 서론 부분에서 개괄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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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2017년 11월 4일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정기 학술심포지엄 “ 민주화 이후 한국교회와 개혁과제 ”에서 “ 한국교회의 병리현상과 신흥종 교운동 ” 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원고를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 2017 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7023978).
**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주제에 대한 선행연구는 미미하지만 꾸준한 형편이다 .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주목할만한 연구로는 이강오의 韓國新興宗敎摠監 ( 대흥기획 , 1992) 이 있는데 , 불교계와 동학계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 다 . 한편 조선총독부가 효과적인 조선통치를 목적으로 무라야마 치준 [ 村山智順 ] 에게 연구를 의뢰하여 간행한 朝鮮の類似宗敎 ( 朝鮮總督 府 , 1935) 도 일제하 신흥종교운동 현황 파악에 도움을 준다 . 일제강 점기 이후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발흥에 대한 현장중심의 연 구를 진행한 탁명환의 한국의 신흥종교 : 기독교편 I-IV ( 국제종교문 제연구소 , 1972, 1973, 1974, 1987) 가 자세한 관련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으며 , 또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회사에 나타난 국내외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연구로는 탁지일의 이단 ( 두란노 , 2014) 과 교회와 이단 ( 두란노 , 2016) 등이 있다 . 한편 한국전쟁 시기 신흥종 교운동들의 등장 배경과 활동을 교회사적으로 분석한 김흥수의 한국전쟁과 기복신앙 확산 연구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1999) 와 기독교 계 반공 정서의 형성과정을 심도 있게 보여주는 북한교회사 ( 한국 기독교역사연구소 , 1996)도 이 글의 주제를 연구하는데 도움을 준다 . 한국전쟁과 군사정권의 등장은 사회적 불안정성과 반공사상을 이용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발흥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 1987 년 민 주화 이후에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신흥종교운동들의 활 동 변화가 주목된다 . 한편 신흥종교운동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회의 병리현상 , 즉 양적성장주의 및 신행불일치의 삶과 신앙으로 인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고립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 이로 인해 한국교회는 개혁주체가 아니라 개혁대상으로까지 비 판을 받게 된다 . 그리고 이는 한국교회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 에 대한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 한국교회가 병리현상을 극복하고 신흥종교운동들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하면서 ,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 요한 시점이다 .
Ⅱ . 전쟁과 독재 , 신흥종교운동의 발흥과 반공적 성격의 형성
한국전쟁과 군사정권은 한국 신흥종교운동 발흥을 위한 최적의 조건들을 제공했다 . 한국전쟁의 피난지 부산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실존적 고민의 현장이었고 , 이로 인해 통일교와 하나님의교회 등 많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발원지가 되었다 . 또한 군사정권하 불의와 불안정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 이들 신흥종교운동들은 친정부적 반공 ( 反共 ) 활동을 통한 군사정권과의 공조를 통해 안정적 정착을 시도했다 . 1)
한국전쟁은 일면 기독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였다 . 마치 초대교회의 확산이 스데반의 비극적 순교를 통해 이루어졌던 것처럼 , 한국 기독교의 전국적 확산은 자발적인 복음전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 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피난의 형태 로 이루어졌다 .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기독교의 중심이었던 서북지역과 해방 후 중심이 된 서울지역의 기독교가 일시에 한반도 동남단 땅끝 부산에 일시에 모이게 된 것이다 . 한국전쟁은 민족적 비극이었지만 , 한편 기독교의 전국적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 .
한편 전국 각지로부터 피난온 기독교인들로 인해 부산지역 기독교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 당시 피난지 부산은 자연적 인구증가가 아닌 유입인구를 통한 상주인구 성장을 경험한다 . 해방이 된 1945 년 부산 인구는 281,160 명 ( 남 142,137 명 / 여 139,023 명 ) 이었지만 , 개전 후인 1951년에는 세 배에 이르는 844,134 명 ( 남 414,054 명 / 여430,080 명 )에 이르게 된다 . 2) 피난 교회에는 , 오늘날의 해외 이민교회 들과 마찬가지로 , 순수한 신앙적 동기로 교회를 찾는 이들도 있었 지만 , 고향소식과 피난살이를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 현재 부산지역에는 한국전쟁 시기에 설립된 교회들이 지역 기독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
한국교회는 한국전쟁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으며 , 전쟁시 교회가 겪은 고난과 박해는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의미했다 . 특히 피난지 부산지역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 한국전쟁은 그 성장의 전환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 이는 전쟁의 수난 가운데서 한국 교회가 경험한 긍정적 요인이었다 . 3)
한국전쟁의 시기는 사회적인 불안요인들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 전쟁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와 전염병 등이 만연하던 시기였다 . 이러한 불안정한 시기에 기성 종교는 아무런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 오히려 “사회적 혼란에 같이 휩쓸려 표류” 하고 있었으며 , “ 신도들 중에는 이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언적인 교리 와 가시적인 희망을 전하는 카리스마적 인물이나 메시아를 기대하 는 경향이 있었다 ” 고 김흥수는 평가한다 . 4) 즉 절박하고 불확실한 전쟁 상황속에서 , 무능력한 기성종교보다 오히려 신흥종교를 대안 으로 선택할 수 있는 종교사회적 분위기가 한국전쟁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
한국전쟁은 한국교회사적으로 서북과 서울지역 중심 개신교의 신속한 전국적 확산의 계기가 되었고 , 지역교회사적으로는 부산경남 지역 개신교 성장의 전환점이 되었지만 , 또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 동들이 발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종교사회학적 배경이 되었다 . 불 안정하고 불확실한 전시전후 사회 속에서 ,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던 기성교회를 비판하며 , 비록 수적인 면이나 영향력에 있어서는 미미했지만 , 신흥종교운동들은 자신들을 대안세력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한국전쟁과 함께 뿌리내린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은 , 군사정권의 등장 후 적극적인 반공운동을 통해 그 영향력의 확대를 시도한다 . 군사정권이 등장한 1960년 초는 , 대표적인 기독교계 신흥종교운 동인 통일교가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마친 시기와 일치한다 . 소수 의 통일교 신도들이 베트남전쟁을 지지하며 버클리대학교 앞에서 벌인 반공시위가 미국 정부와 CIA 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면서 , 통일교의 존재가 미국 주류사회에 노출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 즉 통일교가 반전운동의 중심이었던 버클리대학교에서 베트남전쟁 찬 전 ( 贊戰 ) 및 반공 시위를 진행하자 ,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 베트남의 평화를 위한 귀 단체의 3일간의 단식을 통해 베트남의 자유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우리의 싸움을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 라는 축전을 보내기까지 한다 . 5) 이는 통일교가 미국 사회에 가시화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
베트남전쟁 지지와 반공운동을 통해 미국 사회 내의 인지도 상승을 경험한 통일교는 , 신흥종교운동에 있어서 정치권력의 후원이 미치는 이점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된다 . 그리고 한국에 등장한 군사 정권의 반공정책을 유심히 주목하게 된다 . 이후 통일교는 군사정권 의 반공 ( 反共 )을 뛰어넘어 승공 ( 勝共 ) 을 주장하게 된다 . 통일교의 핵심 교리서인 원리강론에서 문선명은 반공산주의적 정서를 뚜렷하 게 드러내고 있다 . 문선명은 , 한국전쟁은 “ 동족상쟁 ( 同族相爭 )이 아니 라 민주와 공산 두 세계간의 대결이었고 , 나아가서는 하나님과 사탄과의 대결 ” 이었다고 단언한다 . 6)
통일교뿐만 아니라 여러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도 반공운동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 이들은 반공 ( 反共 ) 을 넘어 승공 ( 勝共 )을 , 그리고 이후 여호와새일교단이나 최태민의 대한구국선교단은 멸공 ( 滅共 ) 을 주장하게 된다 . 이는 전후에 등장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공통분모였다 . 7) 한편 기독교계의 반공정서 또한 신흥종교운동의 그 것과 큰 차별성이 없었다 . 남북분단과 이후 자리 잡은 반공정서는 서북지역 교권과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 팽배해 있었다 . 8) 최순실 국정농단의 뿌리로 지목되는 최태민의 경우에도 , 대한구 국선교단을 통해 군사정권의 지원을 얻으면서 한국교회에 영향력을 뻗치게 된다 . 대한구국선교단은 “ 구국선교 선언”에서 “선교는 곧 멸공의 길이다 … 공산주의와 부정부조리를 동일하게 사탄으로 단정 한 우리들은 이 두 가지 적과 신앙적인 싸움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라고 밝히고 있다 . 9) 이는 이 단체가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 정치를 이용한 정치조직 ’ 의 성격이 더 뚜렷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다 . 10) 통일교를 연구하던 탁명환이 중앙정보부의 조사를 받게 되었 는데 , “ 반공운동을 하는 통일교를 왜 반대하느냐 ? 당신 빨갱이가 아니냐 ?” 라는 취조관의 질문은 반공과 신흥종교운동의 운명적 공조관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 불의한 독재정권은 충실한 추종세력이 필요했고 , 불안정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은 강력한 후원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 이들의 공조는 점점 깊어져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 한국 신흥종교운동들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동시다발적으로 발흥 하고 , 이어진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적극적인 친정부적 반공활동을 통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 . 즉 한국전쟁과 군사정권은 한국 신흥종교운동 역사에 있어서 발흥과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 하지만 군사정권의 몰락과 한국사회의 민주화는 신흥종교운동의 성격 변화를 요구하게 되고 , 정부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 친정부적 성향으로부터 벗어나 , 사회의 공신력을 얻기 위한 친사회적 전략으로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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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신흥종교운동 (New Religious Movement)’ 이라는 개념은 , 본 논문에서는 한 국전쟁 이후에 발흥이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새로우며 (new) 그리고 기성 종교의 교리와 차별되는 답변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적 (religious) 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에 대한 가치중립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 한 편 부정적 가치판단이 내재된 ‘ 이단 (heresy)’ 이라는 표현은 교회의 전통적 인 교리적 관점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서 사용하고자 한다 .
2) 부산시 , 부산시 제 1 회 통계연보 ( 부산시 , 1962), 9.
3) 탁지일 , “ 북미 교회와 한국전쟁 이해 : 미국장로교회와 캐나다연합교회를 중심으로 ,” 「 한국기독교와 역사 」 제 39 호 (2013 년 9 월 ), 300.
4) 김흥수 , 한국전쟁과 기복신앙 확산 연구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1999), 126-127.
5) Michael L. Mickler, A History of the Unification Church in America, 1959-1974: Emergence of a National Movement (New York & London: Garland Publishing, Inc, 1993), 145 에서 재인용 .
6)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 원리강론 제 39 쇄 (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1995), 555.
7) 김흥수 , 한국전쟁과 기복신앙확산연구 , 131.
8)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북한교회사집필위원회 , 북한교회사 ( 한국기독교 역사연구소 , 1996), 418-422.
9) 대한구국선교단 , “ 구국선교의 선언 ,” 「 크리스챤신문 」 광고 1976 년 7 월 31 일 .
10) 탁지일 , “ 최태민과 한국 기독교 ,” 「 기독교사상 」 2017 년 2 월 , 72-73.
Ⅲ . 민주화 , 신흥종교운동의 정착과 친사회적 성격으로의 전환
한국사회의 민주화는 , 교회의 보수화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성격 변화의 변곡점이 된다 . 1970년대 전후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던 한국교회는 사회 민주화의 진행과 함께 보수적 성격이 자리잡았다 . 교회사적으로 사회의 민주화는 교회의 보수화를 초래했고 , 사회의 모순 심화는 교회의 사회 참여적 성격을 강화시켜 왔다 . 11) 민주화 이후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은 사회적 순기능을 특징으로 하는 친사회적 경향성을 보여준다 . 물론 교리적 핵심 주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 즉 내용이 아닌 형식의 변화였다 .
기성종교에 비해 신흥종교운동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 이는 신격화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존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 성경 중심의 개신교 신앙고백의 변경이 거의 불가능한 반면 , 신격화된 교주가 존재하는 신흥종교운동의 경우 , 성경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존 교리를 변개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 교주의 가르침은 곧 현재적인 계시이기 때문이다 . 이 경우 변개된 교리가 ‘ 맞느냐 틀리느냐 ’ 가 아니라 ‘ 순종이냐 불순종이냐 ’ 의 잣대가 적용된다 .
일반적으로 신흥종교운동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 북미 대표적인 신흥종교운동 연구기관인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학교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 의 종 교연구소 (The Center for the Study of Religion) 는 캘리포니아지역에서 발흥한 신흥종교운동들의 특징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 즉 모든 종교운동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 (prophet) 를 필요로 하며 , 둘째 , 종교 지도자는 기존의 종교적 가르침과는 구별되는 독창적인 교리 (promise) 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 셋째 , 새로운 교리뿐만 아니라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 (plan) 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그리고 넷째 ,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신흥종교운동들에게는 그들의 생존 가능성 (possibility) 을 높이기 위해 정치 · 경제 · 문화 등의 주변 환경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 마지막으로 새로운 종교운동 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한 거점 (place) 을 필요 로 한다는 분석이다 . 이러한 분석 (5Ps) 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좋은 분석틀이 되고 있다 . 12)
하지만 한국 신흥종교운동의 유형분류는 , 부정적 가치판단이 내재되지 않은 위의 유형분류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 전라도지역의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현장 중심의 연구를 진행했지만 , 그 결과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이강오는 신흥종 교운동 설립과 정착의 필요조건에 대해 분석한다 . 이강오의 연구는 북미의 대표적인 유형분류법과 비교할 때 , 문화와 지역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 보편적인 종교적 특성들을 찾아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 즉 이강오는 “ 구세주의 출현 (prophet) ”, “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교리 (promise) ”, “ 이상 세계의 개벽 (plan) ”, “ 사회적 상황 (possibility )”, “ 신 도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일정한 근거지로서의 집단신앙체 (place) ” 를 공통점으로 들고 있다 . 13) 나아가 이강오는 한국 신흥종교운동들 중 에는 “ 이 교단 저 교단의 교의를 적당히 조합하여 이루어진 ” “ 조합형 ( 組合形 ) ” 과 “ 생업을 목적으로 교단을 임의로 만든 … 일종의 사이비종교 ” 인 “ 기업형 ( 企業形 ) ” 으로 분류하면서 , 사회적 역기능이 노 출되는 일부 신흥종교운동들을 경계한다 . 14)
오늘날의 신흥종교운동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필요조건들을 충족한 단체들이 지속성과 영향력을 확보해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 이와 함께 , 한국에서 발흥한 단체들은 한국중심적인 (Korea-centered) 특징을 보여준다 . 첫째 , 재림 그리스도 · 구세주 · 메시아 · 보혜사 등으로 신격화된 지도자는 ‘ 한국사람 ’ 이고 , 둘째 , 불완전한 성경을 보완한 새로운 계시의 말씀은 ‘ 한국어 ’ 로 기록되어 있으며 , 셋째 , 구원받을 144,000 명의 대부분은 ‘ 한국 사람들 ’ 이고 , 넷째 , 이들의 성공여부는 한국의 정치적 · 경제적 · 문화적 배경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 그리고 마지막으로 , 성경에 나오는 재림주가 강림할 “동방”은 한국이라는 주장을 한다 . 15)
신흥종교운동의 성패를 가름하는 이러한 필요조건들과 함께 , 한 국사회의 민주화 이후 발흥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은 차별화된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다 . 즉 군사정권 하에서의 반공운동에 버금가는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다 .
첫째 , ‘ 사리사욕 ’ 이다 . 겉으로는 시한부 혹은 조건부 종말론을 내세우지만 , 실제로는 부동산 매입 등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집중한다 . 예를 들면 2012 년 종말을 주장하던 하나님의교회가 , 2012 년 한 해 동안만 전국 29 개 지역의 땅을 사고 , 건물을 마련하는 이율배반 적인 행동을 했으며 , 또한 신도수가 144,000 명에 이르면 육체영생하고 왕과 같은 제사장이 된다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은 , 144,000 명이 넘은 올해에도 부동산 매입과 건축에 혈안이 되어있다 . 둘째 , ‘ 세대교체 ’ 이다 . 주요 이단들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 성 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이단은 하나님의교회가 거의 유일하다 . 소 위 “ 아버지 하나님 ” 안상홍에서 “ 어머니 하나님 ” 장길자로의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 종교사회학적으로는 신흥종교로의 정착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하지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 통 일교 ) 과 신천지 등 , 대다수 이단들의 세대교체는 현재 진행 중이다 . 셋째 , ‘ 여성시대 ’ 이다 . 주요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후계자들 이 대부분 여성들이다 . 통일교의 한학자 , 기독교복음선교회 (JMS) 의 정조은 , 하나님의교회의 장길자 , 신천지의 김남희 , 중국 이단인 전능하신하나님교회 ( 동방번개 ) 의 양향빈 등의 여성들은 6 천년 만에 태어난 재림주 독생녀 , 어머니 하나님 , 이긴자의 영적 배필 , 혹은 재림 그리스도 등으로 신격화되고 있다 . 16) 하지만 이들 여성 후계자들의 배후에는 일반적으로 전권을 가진 실세 남성 ( 들 ) 이 존재하고 있다 .
넷째 , ‘ 해외진출 ’ 이다 .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이 한류바람을 타고 성공적으로 세계화하고 있다 . 신천지처럼 해외 교민사회에 침투하는 단체들도 있고 , 하나님의교회와 기쁜소식선교회국제청소년 연합 (IYF) 처럼 현지인들을 주로 포교대상으로 삼는 단체들도 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섯째 , ‘ 사회봉사 ’이다 . 사회봉사가 이단들의 특징이 되었다 . 최근 성장하는 이단들은 앞다투어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신흥종교운동들은 앞다투어 국내외 봉사활동을 전면 에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 무엇보다도 이러한 성격변화는 오늘의 한국교회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 만약 ‘ 사회봉사에 헌신적인 신흥 종교 ’ 와 ‘ 개교회주의에 집착하는 교회 ’ 가 있다면 한국사회는 누구를 더 선호할까 ? 사회적 순기능을 하며 ‘ 표창장을 받는 신흥종교 ’ 와 사회적 역기능을 노출하며 ‘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른 교회 ’ 중에서 한국사회가 누구를 더 선호할지는 자명하다 . 17)
최근 성장하는 신흥종교운동들은 , 소수의 기독교인들에게 교리적인 인정을 받는 것보다 , 다수의 비기독교인들에게 사회적인 공신력 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 한국교회가 병리현상을 극복하고 건강성과 사회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지 못한다면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 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하기 어렵다 . 여기에 ‘ 개혁된 (reformed) ’ 한국교회가 자신과 세상을 ‘ 개혁하기를 (reforming) ’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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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일제강점기 초기의 한국교회 민족운동과 1970 년대를 전후로 한 한국교 회 민주화운동은 , 3 · 1 운동과 1987 년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권의 활성화 와 함께 보수화되는 경향성을 나타낸다 .
12) John Simmons & Brian Wilson, Competing Visions of Paradise: The California Experience of Nineteenth-Century American Sectarianism (Santa Barbara: Fithian Press, 1993), 9-21.
13) 이강오 , 韓國新興宗敎摠監 ( 도서출판 대흥기획 , 1992), 35-39.
14) 이강오 , 韓國新興宗敎摠監 , 9-10.
15) 탁지일 , “ 한국 이단의 세례요한 이해 : 기독교복음선교회 (JMS) 와 신천지
의 교리와 계보를 중심으로 ,” 「 신학사상 」 제 177 집 (2017 년 6 월 ), 172.
16) 신천지 김남희는 최근 이만희로부터 축출되었는데 , 이로 인해 김남희를 후계자로 지명했던 이만희의 불완전성이 오히려 노출되고 있다 .
Ⅳ . 한국교회 , 개혁의 주체인가 , 개혁의 대상인가 ?
민주화 이후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판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 교회와 교회지도자들의 이율배반적 신행불일치의 모습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 이러한 비판은 교회를 향한 한국사회의 높은 기대치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 개신교 선교가 시작된 이후 기독교의 사회적 순기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 기독교의 사회 적 역기능이 심화될수록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이 러한 비판을 한국교회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한국교회는 다시 한번 ‘ 개혁의 주체 ’ 가 될 것이고 ,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 개혁의 대상 ’ 으로 전락할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 결과에 따르면 , 한국교회의 활동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36.8%, 목회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0.2%에 달 했다 . 특히 30 대의 부정적인 응답이 가장 많았다 . 또한 기독교의 사 회적 소통 , 사회 통합 기여도 , 현 시국에 대한 역할에 대해 , 각각 56.9%, 62.1%, 72.4% 의 부정적 응답이 절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 특히 목회자의 문제와 개선점에 대해서는 “ 윤리 / 도덕성 ” 이라는 응답이 49.4% 로 가장 높았으며 , 기독교인 사회활동의 문제점에 대해 서는 “ 정직하지 못함 ” 이 28.3% 그리고 “ 남에 대한 배려 부족 ” 이 26.8%, “ 배타성 ” 이 23.2% 로 나타났다 . 이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 “ 한국사회는 목회자들에게는 엄격한 윤리 / 도 덕성을 , 기독교인들에게는 정직과 배려를 요구 ” 하고 있으며 , “ 전통 적인 한국교회의 강점인 봉사 / 구제활동에 대해 국민들은 거기서 머무르지 말고 이제는 ‘ 윤리와 도덕 실천운동 ’ 을 전개하라는 요구 ” 가 있다고 분석한다 . 18)
위의 설문결과는 ,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의 신뢰도 · 정직성 · 윤리 / 도덕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즉 기독교인들의 신앙 (belief) 이 삶의 현장에서 실천 (practice)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나타내는 것이다 . 이러한 신행불일치의 신앙유형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게는, 자신들의 등장과 존재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 교회의 모순은 신흥종교운동의 발흥 원인과 성장의 동력이 된다 .
‘ 사회가 외면한 교회’를 ‘ 교회가 이단으로 정죄한 신흥종교운동’은 어떻게 바라볼까 ? 신흥종교운동은 교회의 교리적 인정보다 차라 리 사회의 공신력 확보에 더욱 비중을 둘 것이다 . ‘ 비윤리적인 교회 지도자 ’ 를 ‘ 신격화된 신흥종교운동 지도자 ’ 가 어떻게 평가할까 ? 교회가 신흥종교운동을 교리적으로 비판하는 동안 , 사회는 자가당착의 교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 ‘ 세습 중인 교회 ’ 를 보며 ‘ 세 대교체 중인 신흥종교운동 ’ 은 무슨 생각을 할까 ? 고난이 아니라 부를 대물림하는 이기적인 교회는 신흥종교운동의 세습을 비판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 ‘ 종말을 잊은 교회 ’ 를 ‘ 종말을 파는 신흥종교운동 ’ 은 어떻게 이해할까? 종말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 종말적 소망을 잊은 듯 현재의 안위에 집착하는 교회가 신흥 종교운동의 시한부종말론을 비판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 ‘ 소유 에 집착하는 교회 ’ 를 보며 ‘ 가정마저도 포기하는 신흥종교운동 신도 ’ 는 어떻게 생각할까 ? 이기적 손익계산에 집착하는 기독교인들을 보며 , 가정과 직장과 학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신들의 결정을 합 리화하고 영웅시할 것이다 . 19)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사례를 연구할 때면 늘 잊지 않는 버릇이 하나 있다 . 연구의 결론과정에 이르게 되면 , 연구대상 단체의 자리에 교회를 , 신흥종교운동 지도자의 자리에 기독교 목회자를 대입해 보는 습관이다 . 그 순간 교회에도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을 , 단지 신흥종교운동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비판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조심스럽게 점검하게 된다 . 20)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교회의 본질을 알게 된다 . 또한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 동시대 교회가 잃 어버렸던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 역사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온 신흥종교운동들은 어김없이 , 자신들이 타락한 교회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며 세력을 확대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 교회가 신흥종교운동 지도자에 대한 신격화를 비판하면서, 일부 목회자의 비윤리적 행태에 눈감을 수 없다 . 신흥종교운동 지도자는 신흥종교운동이기 때문에 정죄하고 , 비윤리적 목회자는 교회에 속하기 때문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것이다 . 건강한 교회가 부정적인 신흥종교운동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 교회 개혁과 반사회적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대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 21)
한국 기독교는 그 전래 이후 한국민족과 사회를 위한 순기능을 수행해 왔다 . 구한말 몰락해 가는 조선왕실을 도우며 조선의 자주권 회복을 위해 힘썼으며 , 의술을 베풀어 질병 치료를 도왔고 , 낙후된 위생환경의 개선을 시도했고 , 근대교육의 발전을 주도했으며 , 여성의 권익신장을 도왔고 , 한글의 발전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 일 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에 동참하는 한편 , 항일독립운동을 다양하게 지원했다 . 한국전쟁 시기와 전후에는 적극적인 구호사업을 펼쳤으며 , 독재정권의 산업화 시기에는 민주화를 도우며 , 인권 수호를 위해서도 활발한 지원활동을 했다 .
한국사회는 이러한 기독교의 사회적 순기능을 잘 기억하고 있다 . 그렇기에 한국교회를 향한 한국사회의 비판이 냉정하고 날카로울 수 있는 것이다 . 사회의 비판 목소리를 교회가 겸허히 수행했을 때에는 교회는 다시 한 번 한국역사 속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지만 , 만약 이러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교회는 사회에 의해 개혁 당할 수 있는 것이다 . 한국교회가 믿음과 행위가 불일치하는 이율배반적 삶과 신앙의 모습을 노출하는 한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이 친사회적 활동을 통해 사회적 공신력을 획득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 한국교회의 병리현상은 기독교계 신흥종교들에게는 성장을 위한 옥토 ( 沃土 ) 가 된다 .
무엇보다도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의 발흥은 기독교의 부흥성장 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교회사적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 기 독교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진행되던 초대교회 첫 300년 동안 대표적인 이단들이 등장했으며, 19 세기 초 미국의 제 2 차 대각성운동을 계기로 대표적인 미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인 예수그리스도후 기성도교회 ( 몰몬교 ) · 여호와의증인 ·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 안식교 ) 등이 설립되었고 , 20세기 초 한국 대부흥운동의 현장인 서북지역의 영향권에서 다양한 신비주의 종파들을 비롯해 통일교의 문선명과 전도관의 박태선이 등장한다 . 22)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장과 사회적 노출이 이처럼 극대화된 적도 없었다 . 기독교 교세는 성장을 거듭하고 , 기독교인이 국가 최고통치자가 되었으며 , 전직 대통령이 관련된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의 근원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사이비 목사가 존재했고 , 각종 사회적 대형비리 사건들에는 어김없이 기독교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 하지만 반면 한국교회가 역사상 이처럼 사회적 비판에 직면 했던 적도 없었고 , 한국교회사적으로도 이처럼 수많은 반사회적인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이 활발했던 적도 없었다 .
과연 한국교회는 ‘ 개혁의 주체 ’ 인가 , 아니면 ‘ 개혁의 대상 ’ 인가 ? 스스로를 개혁하기를 멈춘 개혁교회는 더 이상 개혁교회가 아니다 . 종교개혁자들의 주장처럼 ,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해야만 한다 (The church reformed always reforming)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은 너도나도 자신들이 몰락해가는 개혁교회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면서 , 존재의 이유를 합리화하는데 적극적이다 . 만약 정체성을 상실한 교회가 이단을 비판한다면 , 한국사회는 “ 너나 잘하세요 !” 라는 냉소적인 한 마디를 던질지도 모른다 . 정결한 교회만이 , 기독교 복음의 정신을 훼 손하고 교회와 가정에 혼란을 야기하는 역기능적 신흥종교운동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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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탁지일 , “ 이단 , 활발한 ‘ 세대교체 ’ 와 ‘ 해외진출 ’,” 「 목회와 신학 」 2015 년 12 월 , 54-57 참조 .
18)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2017 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2017), 8-12.
19) 탁지일 , 교회와 이단 ( 두란노 , 2016) 참조 .
20) 탁지일 , “ 이단 교주들의 공통점 : 성공하는 교주들의 7 가지 습관 ,” 「 기독교사상 」 2017 년 10 월 , 46.
21) 탁지일 , “ 이단 교주들의 공통점 : 성공하는 교주들의 7 가지 습관 ,” 46-47.
Ⅴ . 이단규정 , 주체가 문제인가 , 대상이 문제인가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최근 연구는 , 역기능적 신흥종교운동이 문제인지 , 이들을 소위 ‘ 이단 ’ 혹은 ‘ 사이비 ’ 로 규정하는 교회가 문제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 교파주의를 운명으로 하는 한국 개신교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대책은 각 교단을 중심으 로 이루어지고 있다 . “ 각 교단의 이단대책위원회는 소속 교회나 노회 ( 장로교 ) 혹은 연회 ( 감리교 ) 를 통해 문제가 제기되거나 , 심각한 교회 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 이단 , 사이비 , 혹은 참여금지 등의 결정”을 내리며 , 이는 “ 각 교단의 교리와 정치에 근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더욱이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교단의 결정의 다양성과 상이성은 목회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 23) 1989 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설립된 후 , 교회연합기관이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마련해 왔다 . 하지만 회원 교단들의 이합집산으로 인해 , 그 대표성과 공신력에 균열이 생겼고 , 심지어는 문제성 있는 신흥종교운동들이 그들의 신분을 세탁하는 장 소로 악용하기도 했다 . 때로는 부정적인 교회정치가 개입되면서 , ‘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이 아니라 ‘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의 모습이 노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권위 있는 단일 지도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불교나 천주교에 비해 , 기독교는 한국 사회와 정부를 향한 단일한 소통 창구를 갖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해오고 있다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교단 차원의 연구는 19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당시 한국 장로교회가 미국계 신흥종교운동인 안식교 관련자 및 참여자를 치리하기로 결의한 이후 , 오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이 이단 혹은 사이비로 분류되어 경계대상이 되어오고 있다 . 24)
과연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연구가 공신력과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첫째 ,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의 설립과 운 영이 필요하다 . 순기능적인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활동은 예의 주시할 수 있지만 , 역기능적인 신흥종교운동들은 정부 · 학계 · 교계 차원에서 그 소멸을 유도해 나아갈 수 있다 . 영국의 INFORM (Information Network on Religious Movements) 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 25) 런던정경대학 (London School of Economics) 사회학과 교수인 아일린 바커 (Eileen Barker) 는 신흥종교운동 연구에 가장 대표적인 학자들 중 한명이다 . 바커는 특히 영국에서 통일교 등의 신흥종교운동들이 사회문제화 된 후 , 영국정부와 성공회와 학계의 공동지원으로 운영되는 INFORM 을 설립 했고 , 현재까지 영국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련 연구기관 및 연구 자에게 공신력 있는 신흥종교운동 관련 정보를 제공해오고 있다 . 특히 바커는 부정적 가치판단이 내재된 섹트 (sect) 나 컬트 (cult) 라는 용어 대신 , 가치중립적인 신흥종교운동 (new religious movement) 이라는 표현을 도입하고 , ‘ 신흥종교운동 ’ 은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에 생겨나 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새롭고 (new) 또한 기성종교의 전통적 교리에 대한 답변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적 (religious) 이라고 정의한 다 . 또한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신흥종교운동 연구를 위해 , 연구 대상 단체 , 이탈자나 현재 신도들의 가족이나 친구 · 전문연구소 · 언론 보도 · 학계 등으로부터의 포괄적이고 균형 있는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26)
한국교회가 교단 중심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연구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 INFORM 과 같은 초교파적이고 공신력 있는 단체의 설립을 통해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신흥종교운 동 관련정보를 교류하는 ‘ 글로벌신흥종교운동연구네트워크 ’ 를 구축하고 , 현재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과 한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현황 파악 및 대안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둘째 , 역기능적 신흥종교운동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전문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중요하다 . 미국의 신흥종교운동 연구자 인 스티븐 하산 (Steven Hassan) 에 의해 운영되는 Freedom of Mind Resource Center 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 27) 통일교 신도였던 하산은 부모의 사랑과 도움으로 통일교에서 나온 후 , 신흥종교운동으로 인 해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상담과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 신흥 종교운동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 그 단체를 나온다고 해 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 오히려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고 회 복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하산은 지적한다 . 한국교회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 단지 그들을 정죄하고 분리하는 것을 넘어 , 모든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교회의 본질은 사랑이다 . 반교회적이고 반사회적인 신흥종교운동들에게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 우리 주변의 신흥종교운동 관련 피 해자들의 눈을 통해서 역기능적인 신흥종교운동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 그 문제의 본질과 위험성을 결코 깨달을 수 없다 . 또한 이들의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 소위 객관성과 형평성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가치중립적인 교리적 혹은 종교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아내와 남편 , 자녀와 부모를 잃은 피해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한국교회 병리현상의 가장 큰 피해자들인 이들 피해자들의 관점으로 신흥종교운동을 바라보고 , 그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더욱이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로 인한 폐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 외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한국교회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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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탁지일 , 이단 ( 두란노 , 2014), 222-225 참조 .
23) 탁지일 , “ 교단의 이단 대책에 대한 9 가지 궁금증 ,” 「 목회와 신학 」 2016 년 9 월 , 80.
24) 한국 주요 교단들에 의해 교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공식 결의된 단체들 에 대해서는 월간 「 현대종교 」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hdjk.co.kr) “ 교 단결의 ” 항목을 참조하라 .
25) Information Network on Religious Movements, inform.ac.
26) Eileen Barker, New Religious Movements: A Practical Introduction (London: Her Majesty’s Stationery Office, 1989), 4-5.
Ⅵ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해외진출과 국내유입의 문제점 : 중국과 인도차이나반도의 사례
한류를 이용한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해외진출과 국내 종교시장을 겨냥한 해외 신흥종교운동들의 국내진출이 활발하다 . 몰몬교 · 여호와의증인 · 안식교 등 전통적인 미국계 신흥종교운동들과 함께 , 현재는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 발흥한 신흥종교운동 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특히 중국인 여성을 재림 그리스도로 믿는 중국계 기독교 신흥종 교운동인 전능신교 ( 동방번개 ) 의 국내 진출이 주목된다 .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 신천지 )과 유사한 포교활동으로 인해 중국정부의 강력한 제재 대상이 된 전능신교가 한국에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 중국에서 가까운 지리적 조건과 종교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된 여건이 전능신교에게는 호조건이기 때문이다 .
전능신교 신도들은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를 거쳐 국내로 들어온다 . 그리고 일단 입국하면 난민 신청을 한다 . 언론보도에 따르면 , 최근 3년간 종교탄압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중국인은 모두 736 명이며 , 이는 전체 중국인 난민 신청자들의 60%가 넘는 숫 자로 , 상당수가 전능신교 신도들로 추정되고 있다 . 28) 전능신교는 현 재 서울 구로구 두 곳에 거점을 확보하고 활동하고 있으며 ,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매입한 리조트시설에서 700여 명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어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 29) 주목할만한 사실은 , 현재 미국에 망명중인 전능신교의 지도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본부를 마련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 이미 들어와 있다는 추측도 있다 .
중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한국행이 이어지는 한편 ,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도 한류를 타고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 중국에도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 ( 하나님의교회 ) 의 활동이 활발하다 . 신천지는 길림성을 통해 중국내 주요도시들로 확장 하고 있으며 , 상해의 중국의 신도수는 300 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특히 중국에서 하나님의교회의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포 교활동으로 인해 , 한국 선교사들의 활동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중국정부가 선교사들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추방하는 최근 정책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게다가 얼마 전 중국 국무원이 종교사무조례를 승인하면서 , 개신교를 비롯한 중국내 종교활동에 적지 않은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30) 인도차이나반도의 라오스 · 베트남 ·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도 주목할 만하다 . 경제적 급성장과 한국교 회의 선교가 폭넓게 진행되는 베트남의 경우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 교운동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 영어캠프와 문화교류를 매개로 기쁜 소식선교회의 IYF 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 특히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는 사회봉사를 매개로 베트남 현지인들에 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으며 , 또한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경우에도 베트남 소재 한인교회들 주 변에서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 한편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로 일하다가 신천지에 참여한 베트남인들이 귀국 후 활동을 계속하 기도 한다 . 베트남에서는 한류의 확산과 함께 한국 기독교계 신흥 종교운동들의 활동도 확산되고 있어 , 이들의 종교적 순기능에 대한 염려가 생겨나고 있다 . 31)
캄보디아의 경우도 베트남과 다르지 않다 . 인도차이나반도의 최 빈국인 캄보디아에는 한국교회의 선교와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 동들의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 특히 하나님의교회세계복 음선교협회와 베트남교회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 불 교국가이자 입헌군주국인 캄보디아는 , 1923 년 기독교선교를 시작한 이래 현재 수많은 한국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인 통일교 · 기쁜소식선교회 ( 박옥수구원파 ) · 생명의말씀선 교회 ( 이요한구원파 ) ·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 · 신천지예수교증거 장막성전 등의 단체들이 캄보디아어로 된 교리서를 발간하고 문화 및 교육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 캄보디아 각지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32)
이밖에도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은 남북미 · 아프리카 · 대양 주 · 유럽 · 아시아 곳곳에 진출해 있다 . 미국의 뉴욕과 LA, 호주의 시드니와 브리즈번 , 유럽의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 일본의 도쿄와 후 쿠오카 , 중국의 동북 3 성 등을 거점으로 한국계 신흥종교운동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유럽의 사례를 보면 , 신천지는 7 개국 ( 오스트리아 · 프랑스 · 독일 · 이태리 · 네덜란드 · 스페인 · 영국 ) 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 최근 영국에서는 현지 교회의 성경공부에도 파고들어 문제를 야기한 적이 있다 . 그리고 하나님의교회는 더 광범위하게 활 동하는데 , 현재 28 개국 ( 알바니아 · 아르메니아 · 벨라루즈 · 불가리아 · 크로아티아 · 체코 · 덴마크 · 에스토니아 · 핀란드 · 프랑스 · 독일 · 그리스 · 헝가리 · 아일랜드 · 이태 리 · 라트비아 · 리투아니아 · 네덜란드 · 폴란드 · 포르투갈 · 루마니아 · 러시아 · 슬로바키 아 · 스페인 · 세르비아 · 스웨덴 · 터키 · 영국 ) 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전 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한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이 한류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 한국교회보다 더 월등한 조직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현지 정치권과 언론과 문화 영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 한국에서는 ‘ 이단 ’ 으로 분류된 단체들이지만 , 해외에서는 사회봉사활동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정착해 나아가고 있다 . 유신 정권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던 통일교로 인한 국가 위상의 훼손 , 그리고 군사정권을 둘러싼 문선명과 최태민 등의 신흥종교운 동 지도자들의 반공활동으로 인한 사회모순의 심화가 결국은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까지 이어진것을 고려한다면 , 사회적 문제를 야기 할 가능성이 있는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관련 문제는 , 고상한 교리적 논쟁이 아니라 ,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
-----------------------------각주-------------------------
27) The Freedom of Mind Resource Center, freedomofmind.com.
28) KBS, “‘ 전능신교 ’ 에 빠진 우리 아빠 좀 찾아주세요 ,” 2016 년 10 월 23 일 KBS 뉴스 .
29) YTN, “ 中 신흥종교 ‘ 전능신교 ’ 국내 유입 … 주민들 불안 ,” 2016 년 8 월 30 일 YTN 뉴스 .
30) 양정대 , “ 중국 종교 통제 다시 옥죄기 나서 ,” 「 한국일보 」 2017 년 9 월 10 일 .
31) 탁지일 , “ 베트남의 한국 이단들 ,” 「 현대종교 」 2016 년 12 월 , 106-109.
32) 탁지일 , “ 캄보디아의 한국 이단들 ,” 「 현대종교 」 2016 년 6 월 , 100-105. 인 도차이나반도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보 다 구체적인 후속연구가 진행 중이다 .
Ⅶ . 맺음말 : 교회의 예견된 위기와 예정된 회복
지난 여름 루터 가도 ( 街道 )를 따라 종교개혁 현장탐방을 다녀왔다 . 차량으로 5천여 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만났던 종교개혁의 현장들 속에서 당혹스러웠던 사실은 , 종교개혁자 루터가 ‘ 기념해야 할 개혁 아이콘 ’ 인지 아니면 ‘ 시의적절한 사업 아이템 ’ 인지 모를 혼란스러움이었다 . 루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온갖 종류의 기념품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 루터의 종교개혁 500 주년을 ‘ 기념하는 ’ 긍정적인 부분에 감동도 되었지만 ,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적절히 상업적으로 ‘ 이용하는 ’ 상술 또한 느껴져 씁쓸했다 . 33) 2017년 여름 , 독일 루터의 종교개혁 현장에서 , 종교개혁 500 주년을 기념하는 오늘 한국교회의 명암을 보는 듯했다 .
이러한 예기치 않았던 개혁 현장의 풍경은 , 경건주의자들이 종교 개혁교회를 향해 , “ 교회의 문제는 지식의 결여가 아니라 행함의 부족 ” 이라고 비판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 경건주의자들은 종교개혁교회의 문제가 ‘ 지적인 결여 ’ 가 아니라 ‘ 행함의 부족 ’ 에 있는 것을 보았고 , 우리 신앙인의 거룩한 의무는 복음을 믿고 복음대로 사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 ‘ 말씀’을 통해 예수가 ‘ 그리스도 ’인 것을 ‘ 믿고 ’ 값없이 주시는 ‘ 은혜 ’ 를 경험한 후 ,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 살기로 작정하고 복음 전파를 위한 선교의 길로 나서게 된 것이다 . 34)
종교개혁교회의 개혁대상이었던 중세교회는 천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 종교개혁교회는 채 백년이 지나지 않아 개혁의 주체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를 생각했다 . 내일을 위한 ‘ 개혁의 아이콘 ’ 이어야 할 루터가 , 오늘을 위한 ‘사업의 아이템’으로 변질돼가는 종교개혁의 현장에서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의 초상을 볼 수 있었다 .
루터의 종교개혁이 진행된 현장에서 느꼈던 고민은 , 루터보다 100년 앞서 개혁을 시도했던 후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해소되 는 느낌이었다 . 루터의 당당함과 캘빈의 명석함과 츠빙글리의 용맹 함과 낙스의 추진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 얀 후스의 모습에서 많은 감동이 있었다 . 아마도 강대국 독일의 영향력 하에 있었던 체코의 외로운 개혁자의 모습이 ,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얀 후스의 흔적을 처음 만난 곳은 독일남부 소도시 콘스탄츠였 다 . 이곳에는 후스가 화형당한 장소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 적대자들에 의해 이단으로 몰린 후스는 이곳에서 화형되었고 그의 유골은 강에 뿌려졌다 .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조국 체 코를 떠나 600 여 킬로미터 떨어진 콘스탄츠에 도착한 그는 곧 체포 되어 수감되었다 . 후스는 옥중서신들을 통해 조국 체코인들을 격려 하고 위로했다 . 하지만 개혁의 당위성을 설파하려고 마음먹었던 종 교회의에서 후스는 오히려 이단으로 정죄되어 마침내 화형을 당한다 . 후스의 화형을 결정한 콘스탄츠종교회의가 열렸던 장소에서 후 스가 화형당한 곳까지는 수백 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 더운 여름 낮 후스가 마지막으로 걸었을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그의 마지막 모 습을 떠올렸다 . ‘ 이단의 괴수 ’ 라고 적힌 모자가 씌워진 채 그의 책들이 불태워지는 것을 바라보는 모습이 떠올랐다 .
조국 체코에서 멀리 떨어진 적국 독일의 낯선 마을에서 외롭게 죽어간 후스를 생각할 때 일제강점기 말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죽어간 시인 윤동주가 떠올랐다 . 일본 교토에서 유학하던 윤동주는 항 일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어 형무소에 수감되고 , 해방을 앞둔 1945년 2월 16일 윤동주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 낯선 적국의 옥에 갇혀 생을 마감한 윤동주와 후스의 외롭지만 의연한 모습이 자꾸만 겹쳐졌다 .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 후스 개혁의 중심이었던 체코 프라하에도 착했다 . 프라하 도심 중앙광장에는 한때 개혁교회였지만 천주교회로 바뀐 틴 (Tynem) 성당을 바라보는 후스의 동상이 서있다 . 그 교회 당 첨탑 아래는 이종성찬을 주장했던 후스파의 상징인 성배를 녹여 만든 마리아상이 걸려있고 , 그 맞은 편에는 27명의 후스파 개신교 인들이 처형당한 장소가 있었다 .
뜨거운 햇빛을 등지고 좌절된 개혁의 상징이 되어버린 첨탑을 바라보는 후스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 그 순간 교회의 첨탑 십자가를 바라보던 윤동주와 그의 시 ' 십자가 ' 가 떠올랐다 . “ 쫓아오던 햇빛인 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 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슬픈 눈으로 교회당 첨탑을 바라보았던 후스와 윤동주 . 위기의 조 국에 살았고 , 적국에서 적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생의 마지막 순간 을 보냈지만 , 순교자적 신앙을 끝까지 지켰던 이들은 비록 서로 다른 시공 ( 時空 ) 을 살았지만 ,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동일한 신앙을 지 켰던 ' 부끄럼 ' 없는 믿음의 선진들이었다 . 1415년 초 후스는 “ 나는 감옥에 앉아 있으나 , 부끄럽지 않습니다 ” 라는 글로 시작되는 그의 옥중서신을 썼고 , 1941년 늦은 가을 윤동주는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그의 ' 서시 ' 에서 소망한다 . 35) 후스가 화형당한지 100년이 지난 후 루터의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 그리고 루터의 개혁 이후 500년이 지났다 . 하지만 오늘의 독일에서 느낀 것은 루터가 ‘ 개혁 아이콘 ’ 인지 ‘ 사업 아이템 ’ 인지 모를 혼란이었다 . 그리고 윤동주가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난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 ‘ 개혁의 주체 ’ 인지 아니면 ' 개혁의 대상 ' 인지 모를 묵직한 답답함이었다 . 36)
한국전쟁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의 발흥을 위한 옥토였으며 , 군사정권의 반공정책은 신흥종교운동의 정착과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 또한 사회의 민주화는 신흥종교운동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
이러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의 발흥과 성장은 한국교회의 병리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 신행불일치의 모순 속에서 고립무원의 형편에 처한 한국교회를 비판하면서 , 신흥종교운동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합리화해 오고 있다 . 이로 인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 개혁의 주체 ’ 가 아니라 ‘ 개혁의 대상 ’ 이라는 뼈아픈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
한국교회가 자신의 병리현상을 극복하고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하기 위해서는 , 다시 교회와 민족을 위 한 존재로 거듭나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한다 . 사회는 교회를 향해 ‘ 말씀대로 사는 ’ 신행일치의 순기능적인 삶과 신앙을 요구하고 있으며 , 이를 통해 교회는 역기능적인 기독교계 신흥종교운 동에 대한 대안 마련과 함께 , 이들로 인해 발생한 피해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다 .
한국교회의 위기는 이미 예견 ( 豫見 ) 된 것인지 모른다 . 하지만 한국 교회의 회복은 예정 ( 豫定 ) 된 것이다 . 민주화 이후 한국교회의 불투명 한 미래를 예측하는 다수의 부정적인 표징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 그리고 이러한 경고들을 외면한 결과가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 이다 . 하지만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의 회복은 예정된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들의 종말론적 소망이다 . 개혁을 멈추지 않는 개혁교회의 일원으로 , 우리는 회복의 날을 소망속에 기다려야 한다 .
-----------------------------각주-------------------------
33) 이 내용은 “ 루터 , 개혁 아이콘인가 , 사업 아이템인가 ?” 라는 제목으로 2017 년 9 월 25 일 「 한국기독신문 」 에 기고한 것이다 .
34) 탁지일 , “ 루터 , 개혁 아이콘인가 , 사업 아이템인가 ?”
35) 토마스 부타 이종실 역 , 체코 종교개혁자 얀 후스를 만나다 ( 동연 , 2015), 30.
36) 후스와 윤동주에 관한 글은 「 한국기독공보 」 “ 얀 후스 그리고 윤동주 ” 라는 제하에 게재된 내용을 정리한것이다 . 탁지일 , “ 얀 후스 그리고 윤동주 ,” 「 한국기독공보 」 2017 년 9 월 27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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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초록
이 글의 목적은 한국교회의 병리현상이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의 발흥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 이를 통해 종교개혁 500주년과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의 개혁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 연구 대상은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로 제한하며 , 시기적인 범위 는 1987 년 6 월 항쟁으로부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017년까지에 초점 을 맞춘다 . 단 논의의 전개를 위해 , 한국전쟁 이후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의 발흥과 전개과정을 서론 부분에서 개괄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 주제에 대 한 선행연구는 미미하지만 꾸준한 형편이다 .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 신 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주목할 만한 연구로는 이강오의 韓國新興宗敎摠監 ( 대흥기획 , 1992)이 있는데 , 불교계와 동학계와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일제강점기 이후 기독교계 신흥종교운 동들의 발흥에 대한 현장중심의 연구를 진행한 탁명환의 한국의 신흥종교 : 기독교편 I-IV( 국제종교문제연구소 , 1972, 1973, 1974, 1987) 가 자세한 관련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다 . 한국전쟁과 군사정권의 등장은 사회적 불안정성과 반공사상을 이용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발흥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 1987 년 민주화 이후에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신흥종교운동들의 친사 회적 활동 변화가 주목된다 . 한국교회의 교리적 인정보다 주변 사회의 공신력을 얻고자 하는 방향으로 신흥종교운동들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 한편 신 흥종교운동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회의 병리현상 , 즉 신행불일치의 삶과 신앙으로 인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고립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 이로 인해 한국교회는 개혁주체가 아니라 개혁대상으로까지 비판을 받게 된다 . 그리고 이는 한국교회의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 한국교회가 병리현상을 극복 하고 신흥종교운동들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하면서 , 교회의 본질을 회복 해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
주제어 : 한국교회 병리현상 , 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 , 종교개혁 500 주년 , 민주화운동 30 주년
Abstract
The Pathological Phenomenon of the Korean Church and New
Religious Movements
Tark Ji-Il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analyze the influence of pathological phenomenon of Korean church to the rise and growth of Christian new religious movements. This examination emphasizes on the period from 1986 to 2017 and, in the beginning of this paper, the formation of Christian new religious movements after the Korean War is explored to show their socio-historical background. Notably, there have been few but continuing preceding researches, such as, Gang-Oh Lee’s Comprehensive Studies of New Religious Movements in Korea and Myong-Hwan Tark’s New Religious Movements in Korea , I-IV. The Korean War and the military dictatorship were a fertile soil for the rise and growth of the movements and they have tried to make some important changes in their beliefs and practices since the democratization of Korean society in 1986. The formation of Christian new religious movements is deeply related to the pathological phenomenon of Korean church, namely, the imbalance between belief and practice, which causes its isolation. As a result of this phenomenon, there is a serious concern for Korean church nowadays and Korean church is expected to not only respond to the challenge of new religious movements but also reform and restore its identity.
Key-words: Pathological Phenomenon of Korean Church, Christian New
Religious Movements, the 500 th Anniversary of the Reformation, the 30 th
Anniversary of Democratic Movement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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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의 병리현상과 신흥종교운동 ” 에 대한 논찬
이진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1. 논지
이 논문은 “ 신행불일치 ” 로 대변되는 한국교회의 병리현상이 기독교계 신종교의 발흥과 확산에 ‘ 옥토 ’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발표자에 의하면 한국교회는 그 동안 한국사회에 많은 기여 ( 사회적 순기능 ) 를 해 왔지만 민주화 이후 보수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도덕성의 추락으로 인해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하고 사회적 고립마저 자초하고 있다 . 반면 한국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과 군사정권의 반공정책에 편승하여 기반을 닦은 기독교계 신종교운동은 민주화 이후 ‘ 친정부적 활동 ’ ( 승공 / 멸공 )으로부터 ‘ 친사회적 활동 ’ ( 사회봉사 ) 으 로 전략을 바꿔 사회적 공신력 ( 사회적 순기능 ) 을 높이고 있다 . 시민 사회의 입장에서는 도덕적 신뢰성이 추락한 한국교회보다는 사회봉사 활동에 주력하는 기독교계 신종교가 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 따라서 한국교회가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정체성 (‘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 ’) 을 회복해야 한다 . 요컨대 한국 교회의 병리현상 ( 신행불일치 ) 치유만이 기독교계 신종교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 이 논문의 논지다 . 기독교계 신종교의 병리현상을 논하기 이전에 , 한국교회의 병리현상에 초점을 두고 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모색하고 있는 이 논문의 논지에 상당부분 공감하면서 몇 가지 물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논평을 대신하고 자 한다 .
2. 부산 지역의 기독교
한국전쟁 당시 외부 인구 ( 서북지역 출신과 서울 기독교인 ) 의 대거 유입으로 피난지 부산의 교세가 급성장하였다고 하였으나 현재까지도 부산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개신교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
3. 신종교운동의 정의
이 글에서 인용하고 있는 종교사회학자 바커 (E. Barker) 에 의하면 신종교운동 (New Religious Movements) 는 2 차 대전 이후에 등장한 종교 운동에 한정하고 있다 . 그렇다면 발표자가 이 논문에서 기독교계 신종교의 예로 들고 있는 몰몬교 · 안식교 · 여호와의증인 같은 종파들은 어떻게 되는가 ? ( 주지하다시피 이 종파들은 19 세기 미국에서 등장하였기 때문에 1 백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 ‘ 신종교운동 ’ 과 ‘ 기독교계 신종교운동 ’ 에 대한 발표자의 작업 가설적 정의는 ?
4. 순기능적 기독교계 신종교 ?
이 글은 공신력 있는 기독교계 신종교운동 연구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순기능적 기독교계 신종교운동의 활동은 예의 주시하고 필요한 경우 “ 계도 ” 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이때 계도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기준에 의한 “ 계도 ” 인가 ? 그리고 국내 기독교계 신종교중 사회적으로 순기능적 역할을 하는 집단을 구체적으로 거명할 수 있는가 ?
5. ‘ 피해자 관점 ’ 이란 ?
발표자는 “ 소위 객관성과 형평성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가치중립적인 … 종교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동안 , 아내와 남편 , 자녀와 부모를 잃은 피해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10 쪽 )고 하면서 , 피해자의 관점에서 신종교 운동을 바라보고 그들의 회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 그런데 국가가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학자들도 이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 여기에는 당사자들의 ‘ 종교의 자유 ’ 나 인권과 같은 헌법적 가치가 미묘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 이 문제에 대한 발표자의 고견을 듣고 싶다 .
6. 신행불일치 현상의 원인
이 논문에서는 한국교회 병리현상의 핵심으로 ‘ 신행불일치 ’ 즉 교인들의 믿음 (belief) 과 실천 (practice) 의 괴리를 들고 있다 . 발표자는 민주화 이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이러한 병리를 극 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그런데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 이 글의 목적이 한국교회의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의 모색에 있다면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