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부동산전문변호사 최정희]경계침범죄에서 경계는 사실상의 경계를 포함하고 반드시 법률상의 정당한 경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땅 경계침범 문제로 이웃집 담을 허락 없이 헐었다가 형사 고소를 당한 사람 갑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고소인들의 경찰 진술조서, 고소장, 토지대장, 지적도, 토지등기부등본, 증거 사진 등을 토대로 갑의 경계침범죄를 인정하여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갑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땅 경계침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경계표를 손괴, 이동 또는 제거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토지의 경계를 인식불능하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방법으로 토지의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어야 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갑(피고인)은 평소 담장 옆에 위치한 통행로를 이용해 왔던 점, 담장은 붕괴 직전의 상태에 있었는 바, 갑은 그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해 방지하기 위해 담장 소유자이자 고소인의 친모인 을의 동의를 받아 담장 일부를 허물게 되었던 점, 갑이 담장을 허문 후에도 남아 있었던 담의 일부와 허물어진 흔적으로 인해 여전히 토지의 경계가 식별 가능했던 점, 허물어지기 직전의 담의 모습과 담을 허문 후 남아 있는 흔적, 이후 검사는 '피고인이 담장을 헐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담장이 있었던 흔적을 덮어버리기까지 했다'라는 병의 진술에 기초해 피고인을 기소했으나, 병은 2015년 6월 출소한 후에야 담장이 허물어진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점, 병은 2013년도에 경찰관을 무고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을뿐만 아니라 2015년도에는 동료 수감자를 무고해 실형을 선고받은 점이 있는 점, 병은 약식명령이 발령된 이후 갑과 통화하면서 '갑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유죄판결이 필요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던 점, 위와 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갑이 담장이 있었던 흔적을 흙으로 덮어버렸다는 병의 진술은 신뢰하기가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갑의 행위로 인해 토지의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갑이 담장을 허문 것은 안전사고를 미연해 방지하기 위함이었을 뿐 토지의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하려는 의도하에 행해진 것이 아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의정부지방법원 2016. 8. 23. 선고 2016노686 판결)"관련 대법원 판례를 소개합니다. 형법 제370조의 경계침범죄에서 말하는 '경계'는 반드시 법률상의 정당한 경계를 가리키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비록 법률상의 정당한 경계에 부합되지 않는 경계라 하더라도 그것이 종래부터 일반적으로 승인돼 왔거나 이해관계인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경계로 통용돼 왔다면 이는 본조에서 말하는 경계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76. 5. 25. 선고 75도 2564 판결,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492 판결). 또한 대법원은 사실상 경계가 법률상의 정당한 경계인지에 대해 다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상의 경계가 법률상 정당한 경계가 아니라는 점이 이미 판결로 확정됐다는 등 경계로서의 객관성을 상실하는 것으로 볼 만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여전히 본조에서 말하는 경계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도168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