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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식 프랑스 요리 Le Gascon '미식가'라며는 감동이라는 게 그렇다. 빤한 상황에선 잘 못 느낀다. 의외의 조합이 때때로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래서다. 구의역이라는 위치, 크지 않은 규모, 외국인 오너셰프, 알고 보니 런던 일류 레스토랑 출신, 그런데 비싸지 않은 가격. 이 조합이 가져다준 ‘맛’이라는 큰 감동.온통 잿빛이다. 구의역 3번 출구. 좌측엔 무채색 건물들, 오른쪽은 도로. 머리 위 길게 뻗은 고가형 전차로. 하늘 보기 좀체 어려운 그곳에 휴식 같은 공간이 있다. 정통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는 '르 가스콩'(Le Gascon)이다. 국적 모를 퓨전보단 정통 “어린 시절 제가 먹던 프랑스 가정식 그대로예요. 메뉴 현지화는 안 시켰습니다. 저는 이런 주의죠. ‘함흥냉면을 먹고 싶으면 함흥냉면을 먹고, 정통 봉골레 파스타를 먹고 싶으면 이리로 오라’는.” 이곳의 오너셰프 장 폴 보레즈의 말이다. 그는 프랑스 남서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농장에서 지냈고 자연을 맛보며 컸다. 식재료가 지닌 고유의 맛. 그게 미각의 기준이 됐다. 커서는 요리사가 됐다. 프랑스 남부 보르도의 유명한 브라세리에서 경험을 쌓은 후 런던, 바르셀로나 등지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파리에서 마케팅 공부를 한 후 런던 노부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로 일했다. 노부 레스토랑은 데이비드 베컴과 영국 왕실 가족의 단골 가게. 그곳에서 셰프 50명을 진두지휘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구의역까지 왔느냐. 노부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던 한국 여성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아내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셈. 그가 가장 먼저 한 건 대대적인 메뉴 개편이었다. 국적이 불분명한 이탈리안 메뉴를 정통 프렌치로 싹 갈았다. 장 폴 셰프는 “일부러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정통성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맛 자체를 한국 입맛에 맞춰 개조하지 않겠지만, 일부 재료는 국산을 접목시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했다. 국산 재료 중에서 정통 프렌치 요리의 맛을 극대화하는 재료들만 골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제주의 멸치젓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연어구이 위에 항상 스페인산 멸치를 썼어요. 그런데 제주도 멸치젓을 올리니까 더욱 훌륭해지더군요. 프랑스 요리는 융통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페라드(Piperade)’의 경우에도 그 속에 넣을 수 있는 재료가 다양하거든요. 프랑스 고유의 요리, 그 맛의 하모니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국산 재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지의 재료를 쓰는 게 더욱 신선하기도 하고요.” 구의역 새로운 명소 이곳의 메뉴는 단출하다. 3종류의 파스타와 피자, 양, 오리, 돼지고기, 생선 구이와 샐러드 등이다. 이 중 시그너처 메뉴는 뭔지 물었다. 그는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기 위해 시그너처 메뉴는 시즌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식재료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이 없었다. 파스타 얘기를 할 때는 밀을 재배하는 시점부터 논할 정도다. 모든 재료를 냉장 상태에서 보관하는 건 기본이다. “생선 종류 같은 경우도, 지금은 연어구이를 선보이고 있지만 계절에 따라 민어, 대구 등으로 선보일 겁니다. 물론 냉동하지 않은 상태로요.” 메인요리뿐만 아니다. 마요네즈를 포함한 각종 소스들은 물론이고 치즈 또한 매일 소량씩 직접 만든다. 오너셰프는 말하자면 레스토랑의 주인이다. 게다가 일류 레스토랑의 수셰프 출신. 그런 그징이 없었지만 그는 도전의식을 강하게 느꼈다고. 장 폴 셰프는 “보통 한국 내에 있는 프렌치는 너무 비싼 편이고, 사람들 사이에도 그런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실 프렌치 음식중에는 서민적인 것도 많다”고 강조했다. “좋은 재료에 기반을 둔 정통 프랑스 가정식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머지않아 ‘르 가스콩’이 입맛 높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의 명소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실 반신반의했다. 워낙 맛집 포화시대인 데다 일단 붙이고 보는 ‘정통’, ‘가정식’이란 타이틀도 식상해진 지 오래인지라. 메뉴를 맛보기 전엔 그저 그런 레스토랑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어디 가서 입맛 까다롭다는 얘기깨나 듣는 편인데, 그 입맛을 사로 잡더라. 그러고도 남았다. 미식가라면 한번 가보라. 어떤 평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니까. /여성조선 취재 박지현 기자 사진 안규림 ● 르 가스콩(Le Gascon)● ☞ 구 상호: 92AVENUE (92애비뉴) 위치 지하철 3번/4번 출구 사이 (도보 1분),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392, JNC센터 1층 문의 070-4245-0064 Le Gascon에서 서울와인클래스 <르 쁘띠파리> 디켄팅 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