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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아서.hwp
<시>
나만 피해 다니는 날씨
김 수 아
서울진관초등학교 5학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으면
소나기가 쏴아아
비 맞는다!
서둘러 집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햇살이 쨍쨍
놀이터에 다시 나가서
재밌게 모래놀이 하고 있으면
또다시 작은 빗방울이 톡톡톡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하는
나를 약올리려고
얼른 들어와서
저녁밥 먹으라고 그러나 보다
<동화>
친구를 찾아서
김 수 아
서울진관초등학교 5학년
내 이름은 미카입니다. 냄새나고 거미줄이 잔뜩 낀, 우리의 안식처였던 히로토 아저씨네 집 처마 밑 구멍에서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지어 준 이름이지요. 엄마는 우리를 낳자마자 죽고 말았고, 아빠는 엄마가 죽자 어디론가 떠나 버렸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울다가 배가 고프면 가끔씩 히로토 아저씨가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 제법 성장한 우리는 세 명씩 짝을 지어 떠났습니다. 나는 큰언니 유카, 막내 시카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되었지요.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발이 닳도록 걷고 있던 중, 언니 유카가 쌩쌩 달리던 차에 치여 죽었던 일을요. 피투성이였던 언니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지만, 나는 시카와 함께 언니를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발이 없어지도록 힘들게 걷고 걸어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도시는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무서운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고 매연 냄새 때문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지요. 그런데 우리는 찻길 양편으로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언니 유카가 차에 치인 것을 생각하면 후다닥 찻길을 건널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찻길 건너편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여자아이 둘이 시카에게 다가왔습니다.
‘안 돼, 시카!’
여자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언니, 이 고양이 예쁘다. 우리 데려다 키울까?”
“좋아. 엄마도 고양이 기르고 싶어하셨잖아.”
그렇게 여자 아이 둘은 시카를 덥석 안아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나는 시카를 데려가던 여자아이들의 뒤를 계속해서 밟았지만 며칠 뒤 여자 아이들의 가족은 시카를 데리고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니와 동생을 모두 잃고 친구를 찾아 매일같이 걷습니다. 오늘도 나는 발이 닳도록 걷고 있지요. 이런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는 지금 한 시골에 다다랐습니다. 시골에는 도시처럼 재활용 쓰레기장이 많이 없나 봅니다. 사람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봉지를 다 집 앞에 내다놓는 걸 보면요. 난 그저 집 앞에 놓인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뒤져 음식을 찾아 먹고, 주택가 밑에서 웅크리고 잠을 자면 그만입니다. 나는 오늘도 맛있는 밥을 찾아 시골길을 걷습니다.
아, 울퉁불퉁하고 거친 시골길에 나의 작은 발이 긁혀 피가 납니다. 아주 쓰라리지만 이 정도면 참을 만합니다. 나는 더 상처가 나지 않게 다리를 절뚝절뚝 절며 음식을 찾아 시골길을 걸어다닙니다.
그 때, 한 험상궃게 생긴 아저씨가 다가와 거칠게 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아저씨의 손에 긁힌 곳이 닿아 쓰라립니다. 드디어 주인이 생긴 걸까요? 주인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상처가 난 곳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길고양이 생활에도 꽤 적응했지만 주인을 만나고 싶었던 나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런데 성큼성큼 서슴없이 내딛는 아저씨의 발길이 왠지 무섭습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마당이 넓고 허름한 한 주택이었습니다. 마당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우리들이 꽉 메워져 있는 바람에 그 넓은 마당에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그 수많은 우리에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로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아주 작은 빈 우리에 나를 대충 던져 넣었습니다. 몇몇 개들이 나를 보고 짖었습니다. 아주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배가 점점 고파옵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배가 고픈지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강아지들은 짖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우리의 울음소리가 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들어가 라면을 끓여 단숨에 먹었습니다. 그리고 우리한테는 찌꺼기를 조금씩 던져 줍니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전에 사람들에게 많이 들어 보았던 개장수가 아닐까요? 개와 고양이를 사서 다시 다른 사람한테 파는 사람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만, 아무것도 먹을 게 없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이 집을 빠져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요? 나는 경험이 많아서 웬만한 다른 고양이보다 담도 잘 넘지만 사방이 꽉 막힌 우리를 넘기에는 힘들었습니다.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나는 속상하고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요?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저씨가 막 나를 집어들려고 할 때였습니다. 곧이어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얼마인가요?”
“50만 원입니다.”
“50만원이요?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이 고양이,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많이 깎아 드린 거예요, 아줌마. 그거라도 안 주시면 아예 안 팔 거예요.”
아주머니가 돈을 내자, 아저씨가 나를 덥석 집어 들어 아주머니에게 건넸습니다. 아주머니는 나를 집어 들고 성큼성큼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대충 짐작을 해 보자면, 내가 한 아주머니에게 팔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난 지금 아주머니의 집으로 가고 있는 거고요. 성격이 고약한 아주머니 같았지만, 저 끔찍한 개장수 아저씨네 집에서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무척 기뻤습니다. 절로 콧노래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네 집은 개장수 아저씨네 옆, 옆집이었습니다. 아주머니가 마당에서 놀던 한 남자아이에게 나를 건넸습니다.
“미츠루, 약속했던 대로 고양이를 데려왔다.”
“얘야? 고양이가 두 마리로 늘었네. 재미있겠는걸?”
남자아이의 말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남자 아이의 이름이 미츠루인가 봅니다. 미츠루는 뚱뚱하고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듯한 얼굴에는 주근깨가 가득 나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마당을 돌아다니는데, 마당에 있는 감나무 뒤쪽에 나 말고도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탐스러운 털이 정말 예쁜 고양이였는데, 미츠루의 괴롭힘을 받았는지 다리도 절뚝거리고 몸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뒤통수에는 나뭇가지에 긁혔는지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미츠루가 갑자기 내 머리를 툭툭 쳤습니다. 그러다 뾰족한 나뭇가지로 내 몸을 헤집었습니다.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몹시 나쁘고 무척 아팠습니다. 이 정도로 상처도 나지 않았는데 아프면, 그 고양이는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상처가 난 걸까요? 고양이는 얼마나 아팠을까요?
미츠루는 한참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미츠루의 엄마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습니다. 잠시 후, 미츠루의 엄마인 아주머니가 미츠루를 불렀습니다.
“미츠루, 저녁 먹어라!”
“응, 먹으러 갈게!”
조금 뒤 미츠루는 후다닥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상처가 많이 난 불쌍한 고양이의 푸른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습니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고양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습니다.
“……아팠지?”
“응, 힘들었어.”
잠시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내가 침묵의 분위기를 다시 깼습니다.
“그런데 난 상처도 별로 나지 않았잖아. 넌 어떻게 해서 그렇게 상처가 많이 난 거야? 얼마나 괴롭힘을 받았길래?”
고양이는 말을 꺼내기 힘든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 이름은 타마야. 난 유타라는 착한 남자 아이와 함께 즐겁게 살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유타가 도쿄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 도시 아파트에서는 고양 이를 기를 수 없어서…… 유타는 울면서 나를 단짝 친구였던 미츠루에게 주었 어…… 그런데 미츠루는 날 잘 키우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서 나를 매일같이 괴롭 혔어……. 그래서 지금 이렇게 상처도 나고…….”
“어머, 정말 힘들었겠다…….”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우리, 당장 여기를 탈출해야겠어. 여기 집 담은 별로 높지 않아서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나갈 수 있을까?”
“응, 난 할 수 있을 거야.”
“잘됐다……. 그런데 난…….”
“내가 도와줄게. 할 수 있어!”
나는 타마와 함께 담을 훌쩍, 폴짝 넘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땅바닥으로 떨어진 탓에 상처가 더 많이 났습니다. 기운이 없었던 타마는 아예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미츠루는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밥을 먹고 있겠지요. 나는 타마를 열심히 부축하며 뒷골목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은 골목에서 웅크려 잠이 들었습니다.
새들이 예쁘게 지저귀는 화창한 아침, 나는 심하게 다친 타마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하자고 말하진 않았지만 우린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친구 타마의 아픈 모습을 보니 미츠루에게 괴롭힘을 당해 다치고 긁힌 곳보다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이 시골 마을에서 가장 예쁘고 똘똘하기로 유명한 이장님의 딸 유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잠시만, 유이! 10초만 더 줘!”
유메가 서둘러 골목길 옆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를 보았습니다. 유메가 우리를 키울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유메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으악! 징그러워.”
유메는 서둘러 작은 슈퍼마켓 뒤로 숨었습니다. 착한 모모코도 숨다가 우리를 보았지만 아무 말없이 다른 곳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꼭꼭 숨어라, 치맛자락 보일라……. 찾는다!”
유이는 나무 뒤, 장독대 뒤쪽을 살피다가 뒷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다 타마와 나를 발견했습니다.
“…….”
유이는 가만히 우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서둘러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잠시 후 유이의 엄마가 유이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이 애들이 그 고양이들이니?”
“네! 너무 귀엽지 않아요?”
“그래도 좀……. 게다가 이 애는 너무 다쳤잖니!”
“그러니까 키우자는 거예요. 불쌍하잖아요. 이대로 놔두면 그냥 죽고 말 거예요!”
키우자고? 지금 유이가 키우자고 한 건가요? 나는 너무 기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유이를 응원했습니다. 가만히 엎드려 있던 타마의 눈도 반짝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게다가 두 마리라니!”
“어차피 엄마가 강아지 사 주신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리고 이 고양이들 둘이 친 구 같은데, 한 마리만 데려다 키우면 나머지 한 마리가 쓸쓸하잖아요…….”
“휴, 내가 졌다, 졌어. 유이, 잘 키워라!”
“우아! 감사합니다!”
나와 타마는 그 날부터 유이네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타마는 동물 병원에서 완전히 치료를 받고 예쁘고 건강한 모습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나는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유이와 유이의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말이지요.
나는 이제 그저 시골길을 돌아다니기만 하는 길고양이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애완 고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