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3誌
- 마석장에서
이인복
장날인데도 거리는 한산하다
무싯날 같다
거리거리 좌판을 깔던 장꾼들
죄다 철다리 아래로 밀어 넣은 거기
콩나물 시룻속 같다
초입에서 흘러간 노래 테이프 하나 사고
농기구 판매점 기웃거리다
마음에 드는 모자가 좀 있나 둘러도 보고는
비닐 막 친 대폿집에 주저 없이 앉는다
술이 생기 듯 돈이 생겼으면 좋겠단다
너무 가물어서 작물이 타 죽는다고 한다
마누라가 돈 빌려줬다 떼먹히게 됐단다
아니 불자 땀 한자 不汗黨의 괴수라고 한다
세 사람 사이에 놓인 지짐이에 속없는 말 말 말...
누구는 고깔모자 쓰고 나서 살기가 좋아졌단다
삶에 충실하자니 비인간적인 현실에 좌절한다고 한다
각설이 타령에 발을 까닥거리다가 돌연
엿 값을 주고 북을 신나게 친다 나는
등갈비 굽고 있던 사내가 집게를 들어 올리며 “좋구나” 한다
비닐 막 틈을 빠져나간 북소리가 하늘에 퍼진다
첫댓글 마석장날 풍경이 너무도 질펀 합니다. 각종 물건들이 늘어선 장구경은
재미도 있고 동네 지인 만나 막걸리를 마시며 시국 얘기며, 곗돈 떼인 얘기며,
가뭄 얘기며, 걱정속에 엿장수 각설이타령의 발장단을 맞추다보면 어느덧 해는 넘어가 파장까지 가는,......
장날 풍경에 빠져 잘~ 먹고 잘~놀다 갑니다 ^^^
후후후...
마석장날 장터를 돌아 본다는 것은 또 하나의 행복입니다. 시를 통해서 장날을 맞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