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6월 10일 미국에서 비밀통신 시스템이 특허 출원되었다. 이를 고안한 사람은 작곡가 조지 앤틸, 다른 사람은 헤디 키슬러 마키라는 이름으로 등독되었다. 세계대전 당시 무선으로 제어되는 어뢰를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무작위 주파수로 어뢰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에서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새천년에 들어서 빛을 발한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현대 무선통신은 이를 밑바탕에 두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여성으로 헤디 키슬러 마키(1914-2000)는 끝내 발명가나 과학자로서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대신 영화사 MGM이 그 미모와 몸매에 관심을 두고 여배우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예명으로 택한 헤디 라마 이름이 아직도 올드팬들에게는 기억된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세실 B. 드밀 감독의 “삼손과 데릴라”(1949)이다. 낮에는 카메라 앞에서 영화가 원하는 배우 노릇을 했고, 밤에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실험에 몰두 하였다.
시대를 앞서 걸었던 재능과 노력에도, 빛을 볼 수 없었다. 평범한 삶조차 허용되지 않고, 거듭되는 결혼과 이혼, 불안한 심리에서 오는 도벽, 성형에 대한 집착으로 안정을 누리지 못하였다. 감추어졌던 삶은 지난 세기 말에야 조금씩 드러났고, 인정받았다. 독일은 그의 생일 발명가의 날로 삼았다. 구글의 초기화면에도 그의 모습을 활용하여 원천기술의 개발자를 예우하였다. 최근에는 그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 “밤셀”이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