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어텍스 이야기
등산을 갈 때는 기상변화를 대비한 여벌옷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겨울에는 보온 의류를 배낭에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기온이 급변할 때나 운행을 멈추고 쉴 때 보온에 유의해야 한다. 겨울엔 바람을 막아주는 오버트라우즈를 입고 운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오버트라우즈외에도 우천시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비옷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통기성방수 섬유의 등장으로 굳이 비옷을 따로 장만하는 경우가 없다. 그러므로 비옷도 되면서 바람을 막아주는 오버트라우즈 역활을 동시에 하게 된다.
그러면 예전의 비옷으로 오버트라우즈는 왜 할 수 없었을까? 요즘의 고아텍스 같은 통기성 방수 재질의 섬유가 나오기 전에는 비옷은 안쪽에 방수 코팅을 했다. 그러나 이 옷을 입고 만약 산행을 한다면 우리 몸에서 나오는 습기로 인하여 곧 축축해진다. 공기가 유통이 안되기 때문에 습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발명한 통기성 방수 재질의 섬유인 고어텍스(Gore-Tex)를 처음 알았을 때는 정말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때가 1980년 쯤 이었을 게다.(주: Gore-Tex 고래텍스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방수가 되면서 안에 있는 습기가 빠져나갈까? 그땐 한참 암벽등반에 미쳐 있을 때였다. 그런 히안한 물건을 손에 넣기가 만만치 않았다. 먼저 국내에서는 제조는 커녕 흘러들어오는 물건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일본에서는 고아텍스 등산복이 제조판매가 되었다. 일본에 가는 사람한테 아래위 한벌을 구입토록 부탁을 하여 겨우 한벌 구했는데 그 당시 내 월급의 한배반을 투자하였다. 역시 오리털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얇은 부피로서 뛰어난 보온 효과를 낼 수 있는 3M사에서 나온 특수보온 섬유인 신슐레이트를 덧붙인 옷이라서 더욱 비쌌다.
전문산악인들로 구성된 나의 소속 산악회에선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미국에 여동생이 살고 있는 한명이 이미 있긴했다. 아무튼 그 옷을 사니 완전히 귀중품 취급으로 애지중지 했지만 학교 교사로 있는 후배녀석이 빌려달라고 해서 한번 빌려준 적이 있었다. 그 친군 학교에 소풍갈 때 학생들 앞에서 희귀한 그 옷을 자랑하려는 목적이었다. 그 옷을 몇년 입다 보니 안쪽에 seam sealing 한게 다 떨어졌다.
고어텍스 옷을 입는 이유는 방수를 위한 것인데 재봉선으로 물기가 들어오므로 재봉선을 심실링 한다. 그래서 일본으로 가는 사람한테 부탁을 해서 제조회사에 아프터서비스를 맡겼다. 얼마 안 있으면 히말라야 원정을 나가야 되는데 그 옷이 위력을 발휘할 때다. 근데 네팔로 출국하기 전까지 그 옷이 도착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홍콩에 들러서 고어텍스 옷을 한벌 더 사서 히말라야 산속에서는 새 옷을 입었다. 그땐 이미 몇년이 지나기도 했고 홍콩쪽에선 옷가격이 많이 쌌다.
몇개월 뒤 히말라야 원정에서 돌아와보니 일본에 아프터서비스 보낸 옷은 후배 녀석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입고 있었다. 캠파이어 하다가 불에 그을리기도 하고 옷이 많이 생채기 났다. 에구 아까워라, 그 옷이 어떤 옷인데, 지금은 벌써 십수년이 지난 옷이라서 낡아서 군데 군데 떨어지고 헤졌지만, 아까워서 버리지는 못하고 아직 산에 갈때 가끔 입는다.
요즘은 왠만큼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고어텍스를 많이 애용한다. 고어텍스 비옷 뿐 아니라 모자. 침낭커버, 오리털 파카나 침낭도 것감을 고어텍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고어텍스텐트도 있고 등산화도 고어텍스를 사용하여 방수가 되면서 발에서 나는 땀을 빨리 배출하는 고기능성 등산화까지 등장하였다.
나의 경우는 텐트 없이 고어텍스 침낭커버만 들고가서 비오는 산에서 잔 적이 있다. 땅바닥에 깔개를 깔고 침낭커버 안에 들어가서 그래도 머리 부분은 비를 맞으니 그 부분은 우산으로 가리고 자니 주위에 물탕이라도 전혀 비가 새들어오지 않았다.
그럼 고어텍스는 어째서 방수가 되면서 습기가 빠져나올까를 간단히 설명을 하면...
일찌기 어떤 소재도 해내지 못한 방수성과 투습성의 상반되는 두가지 성질, 혁명적이 라고 할 수 있는 이 성질의 비밀은 고어텍스의 다기공 조직에 있다. 고어텍스 조직의 기공의 직경은 0.2미크론(1미크론은 천분의 1mm)으로 1평방 인치당 기공의 수는 약 90억개이며, 이 기공의 크기는 물방울의 5000 ˜20,000분의 1, 수증기분자의 약700배에 달한다.
물은 통과 시키지 않고 수증기만 자유로이 통과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서 '물방울 보다는 적고 물분자보다는 큰 기공을 촘촘히 낸 막을 일반 천에 겹친 것을 방수투습성 원단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고어텍스는 1969년 10월 미국 동해안의 작은 동네인 뉴워크의 어두침침한 연구실에서 우연히 탄생하였다. 봅 고어는 얇은 테이프를 개발하기 위하여 PTFE라고 하는 일종의 테프론을 늘이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플라스틱계의 물질은 열을 가해서 천천히 당겨주면 늘어나는 것이 상식이나 PEFE는 이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일년 남짓 계속했으나 실패였다. 그는 지쳐 버렸고 거의 체념 상태에 있었다. 대부분의 훌륭한 발명이 우연히 탄생되듯이, 고어텍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경질이 난 봅 고어가 테이프를 뜯어 버리려고 험하게 다뤘더니 양손 끝까지 늘어나
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꿈의 소재 고어텍스의 탄생순간이다.
그의 손에 늘어난 PTFE는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로 변하여 있었으나 이것이 방수, 투습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기능을 가진 것이란 것을 발견하는 데는 또 며칠이 걸렸다. 고어텍스는 PTFE(4불화에틸렌 수지)를 특수 가공하여 거미집 모양의 연속 다기공성으로 만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섬유질이다. 4불화에틸렌수지는 합성수지중에서도 가장 안정된 특성을 갖고있다.
260°C 에서-240°C 까지의 온도 변화에도 그 성질이 변하지 않고 내성이 뛰어나 산,알칼리 등 대부분의 화학 약품에 전혀 변화되지 않는다. 그리고 불연성이다. 고어텍스의 혁명성의 비밀은 이러한 4불화에틸렌수지 자체가 가진 뛰어난 온갖 특성과 다기공이라는 특수조직에서 생기는 독특한 성질을 함께 가진 데 있다. 고어텍스라는 이름이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NASA 가 개발한 우주선의 외부활동복의 소재로 사용되었다는 것과 스키복 같은 운동복으로 그 용도가 급격히 늘어난 데도 있을 것이다.
우주복의 겉감은 실모양의 고어텍스로 짜 만든 것인데 이것은 260°C에서 -240°C 까지의 초저온에서도 그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살린 것이다. 우주공간에는 태양광이 쬐는 부분과 그늘진 부분과의 온도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등산복이나 스키복 같은 야외복장에 있어서의 방수성과 투습성의 동시 실현은 고어텍스의 혁명성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정말로 놀라운 것은 그 응용범위가 넓은데 있다.
고어텍스는 공업용 자재로부터 인공혈관 등의 의료분야, 일레트로닉스 분야, 화학분야에 까지 이미 모든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이 의료용으로서의 고어텍스이다. 이것은 생체에 가장 적합하도록 동물 실험을 거듭한 끝에 개발된 것으로 생체의 거부반응이 거의 없다. 인체의 세포 조직이 고어텍스의 기공속에 들어가 고어텍스와 인체조직이 완전히 일치되기 때문이다. 탄력성이 풍부하여 구부려셔서 구멍을 막는 일이 없고 혈류를 방해하지도 않는다.
인체과 가장 유사한 기능을 가진 고어텍스의 이러한 여러가지 특징이 종래의 인공혈관으로는 혈액이 막혀 불가능했던 구경 6mm 이하의 말초신경용 소구경혈관을 실용화시켰던 것이다. 현존의 인공혈관 중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기타 외과용 수술실이나 덮개, 인공심장의 판막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산업용으로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지만, 컴퓨터의 배선용으로 또는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장치의 필터 등 실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초기의 고어텍스는 꾸준히 개발하여 2세대 고어텍스가 개발되어 등산복의 소재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고어텍스를 모방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 되었는데 먼저 미국의 고어사에서 만든 고어텍스 외에도 일본의 니토텐코사에서 만든 미크로텍스가 있고 유럽 쪽에서는 심파텍스가 나오며 한국의 회사에서도 방수투습성 원단을 제조하는 회사가 많았다(과거형).
코오롱상사의 하이포라, 국제상사의 마이크로포어, 동양나일론의 바이엑스 등등 이 외에도 몇군데가 더 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만든 제품들이 아직도 생산이 되는지 의문이다. 근래에 거의 본적이 없을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유는 아마 성능의 차이 때문일거다. 방수투습성 원단의 성능의 차이란 방수투습성 원단은 현재 두가지 방법으로 개발 되었다. 그것은 접착식 원단과 코팅식 원단의 성능 차이이다.
초기의 고어텍스를 홍보할 때는 등산구점에서 고어텍스의 방수투습을 실험하는 기구를 갖춰놓았었다. 투명 유리잔에다 물을 넣고 고어텍스 원단을 위에 덮고 뒤집어 놓아서 방수상태를 보여주고 밑에서 공기를 주입하는 공기주머니를 설치하여 물안으로 공기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AFKN TV에서 본 장면인데 사람이 고어텍스 의복을 입고 방풍실험, 방수실험을 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는가 하면 인공폭우를 만들어서 물속에서의 방수 실험 등, 각설하고, 방수투습성 원단은 고어텍스나 미크로텍스, 심파텍스 같은 것은 불소수지막에 천을 겹쳐 붙인 접착식 원단과 하이포라나 바이엑스, 엔트란트 같이 일반천에 폴리우레탄 막을 입힌 코팅식 원단이 있다. 코팅식 원단은 접착식 원단에 비해서 그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우선 방수성능에 있어서도 5,6배 차이가 나고 습기를 내보내는 투습도도 6배에서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본인도 싼 맛에 코팅식 원단을 사용한 의류를 착용한 바가 있으나 습기가 잘 안빠져서 매우 갑갑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접착식으로 만드는 방수투습성 원단은 아직 없다. 코팅식으로 만들던 메이커에서도 오히려 접착식 원단을 수입하여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수입되어서 의류나 텐트 등산화 등에 사용하는 제품은 고어텍스와 미크로텍스,심파텍스가 있으나 고어텍스가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봐서 신뢰도를 높게 친다. 미국내의 미크로텍스 의류의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까닭이긴 하지만 방수투습성 원단시장의 80%는 고어텍스가 점유하고 있다. 고어텍스를 모방한 미크로텍스는 1세대 고어텍스의 성능정도로 치부된다. 미크로텍스 측의 주장은 투습성 같은 부분에선 고어텍스를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어텍스의 초기제품의 의복을 입었을 경우 인체에서 발생하는 기름기에 오염되어 감에 따라 투습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2세대 고어텍스인데 친수성막 처리를 한번 더 하여 내부의 습기를 일단 이 친수성막으로 빨아들인 후 기공을 통하여 내보내는 방식을 택하므로 투습성이 조금 떨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고어텍스와 미크로텍스의 외형상의 차이점은 이 친수성막 처리에 있다.
이들 각 회사들의 자세한 제조공법은 물론 각사들의 극비사항으로 고어텍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8,000명쯤 되는 직원 중에서 오직 5명만 알고 있다한다. 그러나 고어텍스라도 과신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속을 걷노라면 아무리 인체하고 닮았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인체도 물에 팅팅 불어터지는 것과 같이 고어텍스 옷에서도 물기가 빼어 들어오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고어텍스로 만든 등산복의 가격은 외부원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산은 15만원에서 30만원 정도, 외제는 50만원 이상 가는 것도 있다. 등산을 평생 취미로 가지실 분은 오바트라우즈로 한벌 쯤 장만해 둘만하다. 저 같은 경우는 오버트라우즈 뿐 아니라 침낭카버, 상하 우모복, 모자, 장갑, 신발까지 모두 고어텍스로 둘둘 감아서 산행에 나서고 있다. 저런 짓 하느라고 다른건 제대로 장만할 것도 못하고 있습니다만. (끝)
퍼옴 : 등산가 김진기씨가 올린 글을 퍼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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