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제이드 가든, 귀촌 일기
4박 5일의 휴가 일기를 기록합니다. 휴가 첫날은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이 집으로 출발하고 우리도 서둘러서 춘천으로 영화를 보러 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 배두나가 나오는 '도희야'라는 작품은 고새 상영을 안 하더군요 ㅠㅠ..'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완전히 반했던 여배우랍니다.
인간중독
그래서 '인간중독'을 봤습니다. 김대우 감독의 영화는 처음 봅니다. 중독의 사전적인 뜻은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적으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합니다. 남녀 주인공을 보니 송승헌이 분한 김진평은 임지연이 분한 종가흔이 없으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자신을 온전히 파괴하더군요.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도 생각나더군요. 안나는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브론스키는 그 사회가 요구하는 직책을 버리고 둘 다 러사아 상류사회의 사교계를 떠나 둘만의 세상을 만듭니다. 그러나 둘은 갈등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 안나는 달려오는 기차에 자신을 내던지지요.
역시 김진평네 부부도, 종가흔네 부부도 불행의 씨앗을 각자 다른 모습으로 가지고 있더군요. 신분상승과 계급 진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좁은 군인 사회의 모순은 사실 우리가 사는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성공과 재력에 보다 가치를 둔다면 부부 둘 다 결국은 고통스러운 일을 부르고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김진평의 아내와 종가흔의 남편이 특히 그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와는 달리 김진평은 전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이었고, 종가흔은 권태로워 보였습니다. 두 사람 다 외로움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더군요.
원푸리에게 물어야겠습니다. 혹시 외롭지 않냐고?
저 자신에게 물어야겠습니다. 혹시 외롭지 않냐고?
중독은 외로운 사람에게 찾아오는 불청객인가 싶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우 감독은 이 시대의 외로운 사람들의 아픔을 눈에 보이게, 마음에 들어오게 해줬습니다. 임지연이라는 신인 배우는 이미지가 무척 신비로워서 그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아픈 마음은 식욕으로 달래야 합니다. 춘천 롯데마트 1층에 있는 바이킹스에 가서 초밥과 샤브샤브를 먹었습니다. 단골인 박승철에 가서 머리도 했습니다. 애들한테 머리를 하고 사진을 보냈더니, 엄마는 미장원에서 뇌수술도 하냐고 묻더군요. 쳇, 원푸리가 자기 사진은 멋진 걸로 보내고 제 사진은 저렇게 ㅠㅠ
춘천 바이킹스에서
미장원에서
이 사진을 보냈더니, 미장원에서 뇌수술도 하냐고 묻는 아들내미^^
휴가 둘쨋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이드 가든에 갔습니다. 두 번째네요. 우리 집 정원을 가꾸는데 무슨 아이디어가 없을까 싶어서 갔는데요. 귀롱나무를 심어볼까 하다가, 그 나무 냄새가 심하다고 해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제이드 가든에서
제이드 가든에서, 초록손이^^
그 이후의 휴가는 집에서 책을 읽고, 텃밭도 가꾸고, 집에서 우리 둘이 손님인양 서로를 대접하며 거하게 식탁을 차리고 밥을 먹었습니다.
집에서 거하게 밥먹기, 내가 바로 손님^^
야외 테이블에서 거하게 밥먹기, 남편이 바로 손님^^
텃밭 가꾸기
원두막에서 책 읽기
휴가 내내 부부가 읽고 서로 토론을 한 책은 귀촌에 대한 책입니다. 저는 자연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싶어서, 원푸리는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게 싫어서 큰 애 열 살, 작은 애 여덟살. 우리 부부는 40대 초중반일때 귀촌을 하게 됩니다. 원푸리는 담배인삼 공사를 끝으로 직장을 접습니다. 지금은 뭐 멋진 영어 이름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이제 십사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의 시골살이에 대한 관점을 보다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마침 김재웅 교수님이 이렇게 좋은 귀촌일기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서강대 철학과 엄정식 교수님의 '당진일기'는 귀촌을 통해서 보다 철학적인 시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는 일기 였답니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이러한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고대 역사지리학 교수셨던 최영준 선생님의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은 농사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요. 주말마다 이십여년을 오가시면서 땅에 거름을 내고, 정원을 가꾸시고, 농작물을 사랑하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유지맘님이 보내주신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는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우리 부부는 이 책을 읽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다음 달에는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과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를 우선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몸공부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식물을 사랑하고, 땅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영감을 얻었답니다.
귀촌을 여러 관점으로 읽기
첫댓글 인간중독, 그저그런 영화일거라 생각했는데, 초록손이님의 글을 읽고나니 나름의 메시지가 있는 영화인 것 같네요./아이들 읽는 책을 저도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건만 쉽지 않네요.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습니다.^^
영화를 보면 무슨 메세지가 담겨있는지는 파악을 하지 못한 체로 보는 영화들이 많은데
하고 싶어하는 말을 알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또,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노력도 해야하고.. 피하지 말고... ㅎㅎ
4박 5일의 휴가를 알뜰하게 보내셨군요. 원푸리 선생님 원두막에서 책을 읽고 계실 때
옆에 앉아 있는 콩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앉아 있을까요? ^^
뭐 신나는 거 없을까 고민하는 중일 겁니다. 곧 제 슬리퍼(!)가....^^;;
제이드가든 초록색에 다리도 있고 호수도있고 정말 좋은것 같아요~^^/자연하고 관계맺기.. 저한테 정말 부족한 부분인것 같아요..ㅠㅠ;;
중독이 그런 뜻이었군요..외롭지 않도록 해야겠어요./바이킹..들어봤는데 ㅎ/근데 아저씨가 하신 머리는 하루 가는 머리인가요..?박상태 머리같아요 ㅎ
정말로 권력같은것에 가치를 둔다면 제가 고통스러울것 같아요..ㅠ/자연과 인간과의 관계..궁금하네요..ㅎㅎ
저 못지 않게 알찬 휴가를 보내셨군요.중독은 외로운 사람에게만 찾아 온다는 말이 맞는말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공부하는 부분이나 몸공부에서 많이 접하는 자연과 관계를 맺을려고 노력해야겠어요(이성적인 그대여 감성을 깨워라)
제이든가든 풍경이 정말 좋네요 ㅎㅎ/ 몸공부를 할 때 꼭 자연과 관계를 맺도록해야 겠네요..
아니? 평소에~
한가로워 보이십니다~^^
근데 담배인삼공사에 계셨다면 대전에서 사셨었네요??
반갑습니다~~
아~ 거기 있을 때는 서울 본사에만 있었어요. 신탄진은 중요 사안 결재 때만 내려갔고요.
오히려 그 전 회사에 있을 때 대전에 근무한 적이 있어요. 6개월 한번, 1년 한번.
그래서 대전은 좀 알지요^^
아, 네 그러셨군요^^
휴가를 참 알차게 보내셨네요. 영화, 독서, 특식, 몸공부...
이제 풀꽃처럼 아이들을 보러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네요.
금욜 오후 3시경 <갈매기의 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참, 자랑 한 가지.
졸저 <미국 공교육의 역사 새로보기>가 대한민국 학술원 2014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답니다.
지난 번에 쓴 <홈스쿨링의 정치학>도 학술원 2010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거든요.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학술활동 하는 것에 대해 공적으로 인정을 받으니까 기분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