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시 )
효녀 땡깔 효자 까마중 열매
김한영
현해탄 건너 친정
엄마의 지병은 섬유근통증후군
몇해전 발병 후 심한 고통으로
밤이면 수면제 없이는 잠못들고
낮이면 진통제 없이는 못견딘다
원인불명의 현대병 많다고 듣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살을 에는 아픔
그걸 매일매일 이를 악물고 견디니
얼마나 애처롭고 안타까운 사연인가
나도 일본 티브이에서 그 증상을 봤다
적당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만이 약이다
그렇지만 이곳저곳을 옮기며 송곳처럼
쑤시고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느낀다
엄마는 잠시도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바다 건너 사는 딸내미가 보고 싶어 운다
2019년 신인시인상 수상식 차 방한하여
대구 친정에도 들러 엄마를 만나고 왔다
가꾸는 식물에게 정답게 매일 말을 건네며
쓰다듬어 주고 보듬어 주고 하면서 한씨름
신기하게도 그중에 대견하게도 탱글탱글
마치 초록빛 진주처럼 단단히 영근 땡깔들
엄마와 나는 그 열매를 게머리라고 불렀다
영아 영아 엄마가 키운 게머리 좀 봐봐라
내일 아침에 사진 찍어서 일본에 갖고 가
후레쉬를 들고 으스스한 11월말 밤바람에
엄마랑 게머리를 구경하러 마당에 나갔다
밤이라 희미했지만 불빛에 비친 예쁜 모습
아침에 엄마가 깨기 전에 사진에 담아 왔다
영아 영아 엄마가 매일 보리차 둥글레차
보약처럼 물주고 키웠더니 이렇게 이쁘다
지난밤 엄마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이었다
"내가 보약물 줄게 너희도 내게 보약 다오"
그렇게 한낮 풀 나무 하나에도 사랑을 쏟은
그 정성의 열매로 게머리, 땡깔, 까마중은
정말이지 얼마나 튼실하게 윤기나는 열매
조롱조롱 맺어 놓았는지 거기에 하얀꽃도
검색해보니 꽃은 6월서 8월에 핀다고 한다
엄마는 한겨울에 효녀 땡깔 효자 까마중꽃
그리고 보약 같은 기쁨 주는 열매를 낳았다
영아 영아 시인 영아 종이에 네 시 하나만
꼭 적어 주고 가라 엄마가 읽어 보고 싶다
응 엄마의 게머리 시 나중에 적어 봐야지
그렇게 이야기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엄마는 짙은 아픔 속에서도 고운 마음씨와
아름다운 말씨와 사랑을 간직한 예쁜분이다
2019.12.23.월 22:00 일본 나고야 ♡
( 창작 동화 ) 숲의 가을 / 시간 삼총사
김한영
어느 푸른 숲 속에 파랑새 한 마리가 얼마 전 이사를 와 둥지를 틀었다. 그 파랑새의 이름은 '새초롱이' 라고 불린다. 눈망울이 하도 맑고 또렷하여 한번 슬쩍 마주치기만 해도 금세 행복해진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새초롱이는 외톨이다. 언제나 새벽 일찍 일어나 혼자서 모이를 줍고, 새파란 깃털은 햇살이 떠오르기가 바쁘게 파닥파닥 탈탈 털면서 뽀송뽀송하게 말린다.
숲 속엔 새초롱이 말고도 행동이 느릿느릿한 뾰족발 장수하늘소가 제 덩치의 열 배쯤 되는 나무토막에 덩그러니 지붕도 없이 얹혀사는데, 그 역시 외톨이다. 곤충 친구들이 떼 지어 우우우 몰려다니며 고목에 올라 진액 잔치를 벌일 때에도 멍하니 높다란 하늘만 쳐다볼 뿐 끄떡도 않는다. 그는 이 숲에서 태어나 자란 지 8년째 된다. 그리고 이름은 '자팔이' 라고 불린다. 이름서부터 왠지 모르게 특이하다.
오늘은 그 자팔이랑 새초롱이의 이야기다.
자팔이는 그 숲에서 좀 희귀한 인물이었다.
나이도 그만하면 좀 먹은 거 같고, 장수하늘소 치고는 행동이 좀 느리긴 해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 카리스마가 뭐냐면, 자팔이가 하늘을 한 번 휘리릭 하고 나는 날이면 숲속 곤충들의 환호성이 순식간에 숲 속을 가득 메운다.
새초롱이도 자팔이도 서로 하늘을 나는 건 같다. 둘이는 어쩌다 가끔 그렇게 하늘 운동장을 지나치며 마주치는 사이가 되었다.
무성한 초록이 서서히 마르고 붉어지고 노래지고 한창일 때 , 새초롱이와 자팔이 앞으로 이웃 마을 '시간 삼총사'가 놀러 왔다.
순서대로 이름은 *기다림 , *서두름 , *막바지...
자팔이는 단번에 기다림'을 알아보았다. 사실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 나무토막은 자팔이가 7년간이나 파묻혀 살던 나무다. 깊숙이 파고들어 썩은 나무를 갉아 먹으며 7년을 견뎠다. 자팔이의 선조 할아버지는 추운 곳에서 20년씩이나 애벌레로 사셨다는 전설도 있다. 그래서 사람 어른 손바닥만큼 큰 애벌레였다고 곤충계에서는 천연기념물 감으로 우상이셨다 한다. 기다림'이 자팔이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장수하늘소야! 네 이름이 자팔이로구나! 만나서 반가워. 네가 7년간 썩은 나무속에서 눈 꼭 감고 지낼 때, 내가 너랑 함께하고 있었어. 그때 난 참 행복했단다. 정말 고마워." 기다림이 가르쳐 준 그 시간은 바로 행복이었던 것이다. 어떤 기다림이든 그 과정의 끝자락에선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새초롱이도 웃고 있었다.
'나도 저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네' 라고 속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때, 서두름'이 새초롱이의 어깨를 탁탁탁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파랑새 새초롱이야 안녕! 나는 기다림'의 친구 서두름'이야. 난 항상 있지는 않지만, 가끔 너의 주변을 서성거린 적이 있었단다. 기억하니?" " 아니, 모르겠어. 미안해!"
새초롱이 앞으로 말갛게 닦여진 뽀얀 아침이 기억 속 거울 속으로 그림처럼 펼쳐졌다.분주해 보였다. 먹이를 찾느라 바쁜 나머지 주위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파닥거리는 파랑새 한마리, 분명히 새초롱이가 모든 일을 경주하듯 마냥 서두르는 광경이었다.
'아 ! 그랬었구나. 맞았어. 난 언제나 외톨이었어. 그건 아마도 나 혼자만을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던 인색함 때문이었겠지.'
새초롱이는 서두름'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잘 가! 서두름'아. 난 널 무척 좋아했지만 보고 싶더라도 잠시 우리 떨어져 지내자.친구들을 사귀고 싶어 졌거든, 그동안 고마웠어."
그 때 , 막바지'가 둘에게 미소를 건네며 다가왔다. 그리고 숲속 친구들에게도 인사말을 한다.
" 숲속 친구들 안녕! 내 이름은 막바지'라고 해. 주변을 잘 둘러보렴! 지금 가을이 막바지에 다다랐어. 곧 겨울이 올 거야. 그러니 너희들 , 맘껏 이 가을을 즐기렴. 숲속 친구들 다같이 손에 손잡고 말이야. 어때 ! 이 향기로운 숲 속을 우리 모두 함께 뛰고 날고 뒹굴며 신나게 놀아 보지 않겠니? "
"야호 ! 야호 ! 그러자 그러자꾸나"
파다닥 새초롱이가 높이 높이 푸른 가을 하늘을 먼저 날아올랐다. 푸드덕 자팔이도 고목 위를 드높이 나르며 팔락거리는 낙엽들에게 반갑다며 인사를 마주 건넸다.
이렇게 푸른 숲 가을은 저무는 시간과 함께
맘껏 오색 브라운 톤으로 무르익어 가고 있다. 2019.11.8.금 am 0:05 Hanyoung♡
📒 창작 의도)
이 동화에서는 *기다림이 주는 행복을 알고, *서두름으로 인해 살피지 못했던 주변을 돌아보고, 또한 현재 주어진 *막바지 기회를 보람되고 뜻깊게 이왕이면 더불어 어우러져 보기를 희망하고 있다.
( 에세이 )
소화님과 함께 나고야의 가을을 걷다 / 김한영
https://youtu.be/0VACkEAuCiY 메모리영상
2019.10.6 태평양문명권시대와 일•한•미 연대
[효정문화축복페스티벌 나고야4만명대회 ]를 무사히 마친 다음날, 초종교 연합회 일행과 함께 삼박사일의 마지막 일정을 남겨 두신 소화 고종우 시인님을 창순언니와 함께 만나 뵙게 되었다.
약간 스산해진 가을 아침, 일정표에 적힌 熱田神宮(아츠다 신궁/ 나고야시 소재)에서 이른 시간에 먼저 창순 언니랑 만났다.
잠깐이었지만, 언니는 두번째 나는 처음으로 아츠다신궁을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후 부랴부랴 지하철을 갈아타고,
나고야에서는 또 유명한 大須観音寺(오오스 관음사)를 향했다. 언니가 내 손목을 붙잡고 빠르고 노련하게 절 입구까지 데려다 놓고 둘이서 숨을 돌리고 있으니 마침 일행을 실은 버스 한 대가 도로에 섰고, 고대하던 분이 밝은 미소를 띠며 우리 곁으로 걸어오셨다.
이런 만남은 처음인데 기분이 참 좋았다.
며칠 전 부터 카톡 심정문학 창작방에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덕으로 소화 선배님과 셋이서 서로 단번에 친해졌다. 그리고 연이어 일행분들께 나고야의 시인님들이라 소개를 해 주셔서 그분들에겐 소화시인님의 지인이란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언니랑 나를 극진히 대우해 주셨다.
스님이 몇 분, 학교 교장 선생님, 대종교, 이슬람교, 천주교, 기독교 목사님, 집사님 각 종교 분들로 구성된 이번 팀은 첫날 둘째 날 셋째 날 여러 많은 일정을 소화해 내시고, 어제의 나고야 4만 명 대회를 가슴에 가득 안고서 이곳에 와계신 거였다.
절에 올라 향을 꽂고, 마당에서 모두 손을 잡고 둘러서서 어느 대표스님의 하늘에 고하는 기도를 함께 올리며 "종교는 다르나 우리는 하나다" 라는 일종의 기도 의식을 하였다.
당일은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무슨 날이라 하셨는데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하셨고, 그 염원 기도가 꽤 길었기에 잡았던 손이 점차로 더 따뜻해 왔다.
절을 나오면 오오스 상점가인데, 재래시장 같은 모양이다. 이른 시간이라 영업 전이긴 했으나 중학생 부터 대학생 등 주머니가 그리 넉넉지 않아도 만족하며 쇼핑하고 싶은 젊은 층들이 주로 옷이나 신발 등을 사러 남대문 시장을 들르듯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애들도 곧잘 간다. 이곳 역시 20년 나고야에 살았어도 나는 처음 온 곳이다.
몇 갈래의 시장 골목을 걸으며 모두 친구처럼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 소화님의 시낭송이 너무나 감동이었다는 이야기, 가정 연합 대회에 펄럭이던 한일 국기가 이런 어려운 시국에 절실하며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 가정이 소중하다.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 초종교 연합은 많은 벽을 이미 허물고 세계 평화를 함께 도모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등, 그 무엇보다도 이번 나고야 삼박사일 일정이 너무도 좋았다는 이야기 들을 입에서 입으로 옮겨 들을 때 마다 기뻤다.
오오스에서 한 시간여 보낸 후, 일행은 출국을 위해 공항을 향해야 했다. 서른 여분이기에 버스에는 여분의 자리도 있어 덥석 함께 올라탔다. 그 자리에서 바로 헤어진다는 건 서로에게 너무 서운한 일이었으니 태워 주십사 졸랐다. 이 역시 한국인들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일본이라면 짜인 메뉴얼에서 벗어나는 일은 용납하지 않으니 역시 한국인의 정은 여러 상황에 유동적이다.
삼십여 분간 버스를 타고서 스님 두 분의 담화와 사모곡 노래, 여교장 선생님의 소감과 꽤 잘 부르시는 박목월 시인의 이별의 노래를 들으며 초종교연합회의 그간의 역할이 크셨음도 알게 되었다.
각 종단대표님들이 보신 이번 대회는 "가정연합은 여러모로 완벽하다." 라는 좋은 인상이었다.
중부공항(센토레아) 진입 직전에 국제회의장이 보이고 저기가 어제 대회장소였다고 모두들 감회 어린 눈으로 환호성을 보냈다.
창순 언니와 나는 금일 반짝 일행으로 갑작스레 낀 거라 단체 식사 예약에 추가 2인분을 가이드님의 신세를 졌다. 참으로 우연이지만 그 가이드님은 몇 년 만에 만난 선배축복가정 언니였다.
로비 대한항공 티켓팅 장소엔 다른 팀을 인솔하신 반가운 지인 선배님도 계셨다. 고로 이번 대회의 규모가 얼마나 컸었던가를 다시 실감했다.
공항 레스토랑의 식사는 무척 맛있었다.
소화시인님께서 손님이신데도 오히려 반가운 후배들이라 하시며 점심까지 사 주셨다. 그리고, 소중히 소지하셨던 하얀 스카프랑 소품을 둘에게 선물로 주시기까지 하셨다.
그리고 느낀 건데 소화시인님의 호가 왜 소화(笑花)이신지를 직접 만나뵙고서 잘 알게 되었다. 잔잔하신 눈가에 흐르는 따뜻한 미소 편안하게 대해 주시는 정다우신 그 마음은 바로 미소꽃이셨다.
심정문학 창작방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 하나로 귀하신 소화 선배님을 나고야 땅에서 만났고, 고국을 향해 출국하시는 뜻길의 후원자, 초종교 연합회 여러분들을 배웅 할 수 있었던, 뜻밖의 뜻깊은 반나절 추억 여행을 감사 가득 가슴에 새긴다.
2019.10.7.월 - 소화님의 미소는 사랑 -
( 프로필 ) 金翰英 1972.6.6.양 대구출생
1995 대구영남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 졸업
1995.8.25 36만쌍 일한 축복 /21기 순전단
1995-1997 흑석동 명수대 학사 간사
1998-2019.12 현재. 일본 나고야 거주
1999-2011 1남5녀 출산
2012-2014 유튜브overthedream001 /신앙의 날개 외 다수곡
2014-2016 어울림 향* / 시간을 찾아서 외 다수곡
2017-2019.12 현재. 春日井市 우체국 근무
2019.12.1 심정문학회 신인시인등단 (운문/ 천정궁 운무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