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에 총 3조 원 투자, 어촌 활력 되살린다...이형민 해양수산부 어촌어항재생과 서기관
- 각 어촌·어항 지역 규모와 특성, 현지 주민 수요 고려한 맞춤형 지원 추진하고 거점 지역과 주변 지역 연계해 지원의 효율성 제고
- 수산업 기반 갖춘 어촌·어항에 관광시설, 스마트 양식, 수산물 가공 등의 사업 유치해 경제거점으로 육성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은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고래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주인공이 고민에 빠져든 순간 드넓은 바다와 고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주인공은 그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보기만 해도 바다가 주는 긍정의 에너지를 함께 느낀다. 이처럼 바다는 우리 삶에 에너지를 주는 특별한 곳이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어촌마을이 늘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것을 보면 어촌이 주는 마음의 평온함과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어선과 사람들이 오가는 어항은 생동감과 삶의 활기를 보여주며, 바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 소규모 어촌마을은 삶에 지친 이들을 다독이고 위로해 주는 매력까지 갖고 있다.
이런 어촌에 더 이상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마을에는 낡은 빈집이 가득하고, 어시장의 가게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바다 위 고깃배를 볼 수 없게 된다면, 섬과 바다를 일터로 삼는 어부와 해녀를 찾기 힘들다면 우리는 어촌을 어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어촌 소멸 위기는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어업에 종사하는 어가인구는 9만7천 명으로 지난 2000년의 25만1천 명 대비 39%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인구구조로 파악되는 어촌의 소멸위험지수는 0.5 미만으로 국내 어촌마을 중 소멸 위험에 있는 지역이 57.9%에 달한다.
어촌인구 감소뿐 아니라 어가인구의 고령화 역시 어촌에 활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다. 이로 인해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소득이 감소하는 데다 새로운 일자리도 찾기 힘들고, 일터 환경뿐 아니라 생활여건조차 낙후되다 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구유출이 두드러져 왔다. 사람이 떠나가는 어촌을 사람이 다시 찾아오고 싶은 어촌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어촌의 경제 및 생활 인프라를 도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영국 정부, 활기 잃은 어촌·어항의 회복 이끄는 동시에 민간투자도 유치
침체된 어촌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 어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인 사례는 해외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나가사키현 북부에 위치한 마쓰우라항을 산지 경쟁력 및 수출 강화를 위한 수산물 거점어항으로 지정하고 적극 지원해 왔다. 마쓰우라항 정비 사업비로 약 750억 원을 투자해 수산물 관련 시설 및 설비를 보강하고 지역어민 800여 명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연중무휴 가동되는 생활SOC를 통해 주민들의 휴게시설과 문화공간까지 마련했다. 이와 함께 연 매출 300억 원 규모의 웨스트재팬푸드 등 수산 분야 민간기업을 유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마쓰우라시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영국은 남서부에 위치한 콘월시의 뉴린항과 펜잰스항을 대상으로 수산업 중심 기능을 유지하며 인근 지역까지 연계해 개발하는 타운 딜(Town Deal)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에 약 335억 원을 투자해 지원하고 있다. 먼저 뉴린항은 방파제 확장, 피시 마켓 신축, 어선 수리소 설립 등을 통해 안전한 어업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그 배후 지역은 민간투자를 유치해 관광 지역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펜잰스항의 경우 어항시설 현대화 및 풀장 설립, 청년 창작 클러스터와 함께 지역 경관 조성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2030년까지 3,124억 원 이상의 관광소비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영국 사례의 공통점은 정부가 앞에서 사업을 이끄는 동시에 민간투자를 유치해 어촌경제 활력에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어촌의 주요 기능인 수산물 거점어항의 역할을 유지·향상하면서도 배후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자원을 활용해 레저 및 관광 지역으로 개발하는 등 지역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그간 어촌뉴딜300사업을 진행해 오며 어촌의 필수 생활SOC를 현대화하고 지역 특화사업을 발굴하는 등 낙후된 인프라 개선에 힘써 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해양수산부는 어촌이 가진 인구감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자리 및 소득을 늘려 어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어촌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중장기 지원책인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어촌 경제·생활 플랫폼 만들고 안전 인프라 대폭 개선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에 걸쳐 추진하는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은 어촌·어항 300여 개 지역을 대상으로 총 3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자해 보다 활력 있는 경제·생활 거점으로 어촌을 육성하고자 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기존의 획일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각 어촌·어항 지역의 규모와 특성, 현지 주민의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고 거점 지역과 주변 지역을 연계해 지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이번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의 중점전략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어촌 경제플랫폼 조성사업이다. 국가 어항 등 수산업 기반을 갖춘 어촌·어항에 관광시설, 스마트 양식, 수산물 가공 등의 사업을 유치해 경제거점으로 육성하는 한편, 생활서비스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수산물 가공 유통단지나 관광시설의 경우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민간투자 유치를 원활하게 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까지 총 25개 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각 300억 원씩 총 7,500억 원을 지원하게 된다.
둘째는 어촌 생활플랫폼 조성사업이다. 지방 어항, 어촌정주어항 등 중규모의 어항과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정주 및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는 등 생활SOC를 확충하는 사업이다. 어항 인근 마을 간 교류와 시설 공동이용 현황 등을 고려해 설정된 어촌생활권을 대상으로 175개소에 각 100억 원씩 총 1조7,5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어촌생활서비스 거점시설인 어촌스테이션을 조성하고, 로컬벤처 등 다양한 지역 경제활동 주체의 유입·육성을 위해 역량 있는 어촌 앵커조직을 선정해 함께 현장에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셋째는 어촌의 안전 인프라 개선사업이다. 어가가 많지 않은 소규모 항·포구에서도 어민의 안전을 지키고 어업을 지원하는 시설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방파제 등 필수시설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던 어촌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실정으로, 이 중 100개 항·포구에 각 50억 원씩 총 5천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은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투자 기회를 확대해 어촌을 보다 역동적인 경제·생활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신규 고용 창출 및 지역인구 증가를 통해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주며 풍요로운 어촌의 미래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