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뭐든 꼼꼼히 준비해야 안심이 되는 사람에게 예약과 정보 없이 큰 짐가방 두 개를 끌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가는 일이
힘들 것은 뻔한 일이었다.
흠. 카오산 로드. 현지인보다 외국인들이 많은 곳. 술 마시고 춤 추고 시끄럽다.
안나샘에게 들은 대로 카오산 로드에서 한 블록 떨어진 방람푸로 왔다.
이곳은 그나마 덜하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12월 성수기라 그런지, 싱글룸은 모두 없다해 1시간을 길바닥에서 방 찾아 헤매다
겨우 방을 잡았다. 정말 침대와 에어컨만 있는 방이고 화장실과 욕실은 공용이 하룻밤에 450밧트다.
다른 곳은 550~650이었으니 그나마 낫다.
이러고 보면 고작 4천원에서 8천원 아끼려고 힘들게 돌아다녔나 싶기도 한데.
이곳에서 100~200밧트면 이틀치 밥값이니 무시할 수 없다.
완전 독방이다.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불을 켜고 잠을 청하다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안정되면서
불을 끄고 제대로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하다.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씩 찾자면, 침대가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탄탄하니 허리가 아프지 않다. 또 수압이 높고 뜨거운 물이 콸콸 잘 나오니 샤워 제대로 하면 피곤이 사라진다.
독방에서 아침을 먹고, 일찍 걸어나왔다. 어제 밤에 들어왔더니 방향감각이 없다.
단 세 마디. 사와디카, 왓포, 컵쿤카만 무한 반복하며 35분 정도 걸어서 무사히 학교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테두리만 보아도 탄성이 터지는 왓프랏께우 사원을 거치며 황홀했던 마음이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 선샤인이 그리워졌다.
선샤인의 낭만이라곤 찾아 보기 힘든 곳이다.
나는 발맛사지 코스를 등록했다.
오늘 아침 코스 등록하다 딱 봐도 한국인인 남자를 봤다. 한국인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뭐라 하나?"라는 답답해죽겠다는 듯한 말이 들린다. 사진을 달라했는데 없었던가보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국말을 하나도 안 했네.
이제 혼자 있으니 한국말은 할 일이 없고, 영어 실력은 떨어진다.
도트 선생님의 영어에 적응했더니, 이제 다른 사람들의 영어가 들리지 않는다.
갑자기 현지 통역전문가 정아샘이 아쉽군. 개떡같이 말 해도 정말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용하다.
매일 접수를 받는다. 어떻게 가능한가 했더니, 매일 50여개의 수련법을 하루에 두 번 마사지 받고, 두번 마사지 한다.
수업은 실용수업답게 5일 동안 무한반복이다. 태국 사람과 외국 사람들이 섞여 있고, 선생님의 강의 수업은 없이 따라한다.
칠판도 없다. 처음에는 많이 실망했으나, 결국 과거에도 선생님의 방법을 눈으로 보고, 물으면서 배우지 않았겠나
싶어 이것이 오리지널 티칭방법이라 생각하자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정말 굳게.
정아샘 말대로 싫다 싫다하면 자꾸 싫어지니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정아샘의 말 중에 가장 나를 치유해 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싫다 밉다 하면 자꾸 더 싫고 미워지니까 그러지 말아요."
오늘의 신입생은 나포함 다섯명인 것 같다.
그 중에 외국인은 나랑 일본인 남자분이다.
발마사지 코스다 보니 교실에 현지인이 더 많은 것 같다.
저 건너편 줄에 왠지 한국인 여자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생김새와 영어 액센트가 그렇다.
나는 일본인처럼 생겼나? 어제 방찾아 헤매는데 여자 두 명이
눈이 반짝이며 반갑게 나에게 일본말로 뭐라 한다.
아는 사람을 만난 것 처럼. 그래서 "뭐라고요?" 했더니 비슬비슬
손사래를 치며 저만치 멀어져 간다.
아리가또, 재패니즈, 오이시이 뭐 이런 것 좀 지겹다.
점심시간 후 한국여성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고, 자격증을 받았다.
한국인마저 내가 일본인인 줄 알았다는 군. 흠. 정말 그렇게 생겼나?
수업이 끝난 후 길바닥에서 한 시간여를 돌아다닌 끝에 결국 안나샘이 묵었다던 해피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어제 밤에는 방이 없었는데, 오늘은 생겨서 같은 가격에 화장실 겸 샤워실이 딸린 싱글룸을 얻었다.
좀더 안전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독방이다.
아하! 무엇보다 외로움을 덜어줄 TV가 있다. 알자지라 방송을 트니 유럽이 강추위로 결항이 이어졌다 하고,
여전히 북한과 한국의 긴장관계가 탑 뉴스다.
어제는 온통 거리가 흥청망청 하고 시끄럽더니, 이제 이곳은 좀 조용히 책 보고, 컴퓨터 하고, 술 한잔 하는
친국들이 드문드문 있다. 다행이다. 이번 주말은 크리스마스가 있으니 또 얼마나 시끄러울까?
선샤인학교와 조용한 치앙마이가 그립다.
내일은 점심 시간에 왓포에 누워계신 분을 만나러 가야겠다.
첫댓글 잘지내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마지막 사진은 완전 독방구도. 그러나 특급
홍콩 숙소 생각나네요...
이제 혼자다니시는군요 잘 계시다 오시길
한국말은 할일이 없고 영어실력은 떨어지고...왠지 슬픈ㅠㅠ 그럼 이제 태국어가 잘 들리셔야 하는데...
해피하우스를 보니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마지막날까지 핫팅!! ^^
흠....배정아 샘이 그런 매력이 있었군요....^^
하란샘...일본인처럼 보인다면....좀 낫죠...난 일본 출장갔을때, 일본인, 중국인, 동남아인, 남미인 두루 돌아가며 확인한 결과....중국인처럼 생겼다더군요;;;;;....정확하게 말하자면....나이든 중국인 호색한...ㅠ,.ㅜ...
(질문은 세가지 였음. 일행이 각각 어느 나라 사람처럼 보이냐/누가 나이 많아보이냐/여자 밝힐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누구냐)
ㅋㅋㅋㅋㅋ"뭐라고여?"...ㅋㅋㅋㅋㅋㅋ 어떤 표정으로 말할줄 뻔히 아는 나로써는 ㅋㅋㅋㅋㅋㅋ 혼자 배꼽을 잡고 웃음..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일본 자주 다니는 나로써는 뭐 그닥.. ^^... 일단 최원장은 바디가 일본 여자 바디가 아니기 때문에...ㅋㅋㅋ
그리고 속내의는 좀 가려주는 쎈스......ㅠㅠ
윽... ㅠㅠ 저거 다 비키니입니다.
혼날줄 알았음...
해피하우스 사장아저씨 완전 친절하신데.ㅋㅋ 뒷골목에 나이소이를 꼭 추천합니다.ㅋㅋ 가서 한번 곱배기로 드셔보세용.^^
알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남겨주신 반찬과 밥을 아직도 먹고 있습니다. 금요일까지 안 사먹어도 될 판.
배정아샘은 "싫다 밉다 하면 자꾸 더 싫고 미워지니까 그러지 말아요." 저에겐 요런말은 안해주고
맨날 "워~워~워~!!" 요딴말만 해주는뎅..ㅋ
ㅎㅎㅎㅎ
서연화씨는 매일매일 출석 좀 해주시길... ㅋ 주5회 정기회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