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ART 비무장지대 워크샵을 만나다
양경숙 시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인들의 모임, 이름하여 평.통.예.모를 만나러 가는 길은 가을이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는 10월 마지막 날 – 하늘은 유난히 푸르르고 맑은 햇살이 눈을 두는 어디든 반짝거리며 뽐을 내고 있었다. 특히 다사로운 햇살을 질투하듯 가끔씩 몰아치는 바람은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절실하게 했다. 찰나 - 가을과 이 시간들은 찰나이다.
파주라고는 하지만 초행길이라 거의 두 시간 30분을 시간을 달려간 그곳은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차주만 작가의 작업실에서 열리는데 평통예모의 모태가 되어주는 ‘기지 아트 스페이스’는 정말 예기치 않게 길이 끝나는 곳에 있다. 그리고 작업실은 정말 불쑥 나타난다. 여기 저기 실내와 실외에 작가 차주만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길게 늘어선 터 ‘기지의 땅’은 문득 한반도와 닮아있었다. 그리고 회의실, 공연장, 그리고 캠프를 차릴 수 있는 운동장, 아무 때나 작가들이 머무를 수 있게 아주 알차게 꾸며져 있었다. 꿈꾸는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위해 아무때나 배낭하나 메고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코로나로 진저리나는 도회지에서 감히 숨을 쉴 수 있는 숨통 트이는 곳이다.
오후 1시, 이 먼 곳까지 평화와 통일을 꿈꾸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20여명이 자리를 꼭 메웠고, 세미나는 정말 진지하고 그 내용도 너무나 자료 곳곳에 발표자들의 정성이 꽉 차 있어 한순간도 눈과 귀를 뗄 수가 없었다. 이번 워크샵 주제는 ‘남,북 평화에 있어서 예술가들의 역할’ 이며 워크샵을 시작으로 해서 11월 15일에는 온라인미술관 전시회를 오픈할 예정인데, 워크샵의 발제자는 ‘사) 사상과 문학’ 박영률 대표, ‘아시아 평화시민네트워크’ 이대수 대표, 경희대학교명예교수 이자 미술비평가인 이태호교수, ‘엑션 원 코리아’ 정연진 상임대표, ‘DMZ평화생명동산’ 정범진 부이사장,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대표인 차주만 작가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과 ‘DMZ 국제예술가 평화연대’ 의 공동 주최이다. 액션원 코리아 정연진 대표는 먼 북한을 가슴으로 만나게 하는 계기를 주었다. 가장최근까지 북을 비교적 자유롭게 다녀 온 경험으로 북한 사람들과 예술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2018년 권용섭 - 여영난 화가, 로창현 뉴스로 대표와 함께 방북했을 때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지금은 콱 막혀 있으나 남북 교류시대를 적극적으로 준비하자, 특히 예술의 힘과 역사적 상상력을 결합한 힘으로 장벽을 넘어서는 계기를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 라는 그의 주장에서 현재의 북과 예술인들 그리고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잘 알려주는 따뜻한 시선을 느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또 관계에 있어서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는 것을 절실하게 알게 해주었다.
이태호 교수는 ‘전쟁 중 시각예술은 무슨 일을 하는가?’ 는 베트남 민간인 대학살을 몰래 기록한 종군 사진기자 Ronald L. Haeberle의 사진과 그 사진을 바탕으로 피카소의 게르니카의 비극 그 이상을 넘어서려다 관념에 가로 막힌 A.W.C의 포스터 사건을 통해 진정한 예술인의 시각과 예술인의 역할에 대해, 아니 예술가와 기능인의 차이로 이 시대 진정한 예술을 전했다. 그는 한번도 국전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사진이 있으니 사실대로 아름답게만 예술을 표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대한민국은 지금 휴전 중인데 대한민국 예술인들, 특히 미술인들의 그림엔 도대체 평화와 표면적인 아름다움만 넘쳐난다”는 핏빛 주장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남북 협력 사업의 역사를 이루시고 직접 참여하신 사상과 문학의 박영률대표는 양극에 선 극단적인 1,2와 9-10은 그냥 내버려 두고 3-8 까지의 다양한 국민은 함께 한마음으로 평화 통일을 향해 합력하여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는 3.8이론과 함께 초기 남과 북이 함께 한 경험과 여러 해프닝을 말씀해주셨는데 깊은 연륜과 경험 그리고 성찰에서 나온 3.8 이론은 묘하게 3.8선으로 분단되어 있는 우리 한반도의 현실을 생각나게 한다. “ 길고 긴 남북 분단의 역사를 3.8 이론으로 이겨내자 ! ”는 멋진 구호가 되어 묵직하게 가슴을 친다.
평화동산을 이루기 위해 아직은 황무지를 일구는 정연진 대표의 열변에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이 부끄러워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평화통일 앞에서는 두 손 놓고 미국만 바라보는 무능한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그의 일갈에, 여전히 초라한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절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은 황무지인 그의 평화 동산에 어떤 꽃과 생명이 자라고 커갈 것인지 한편으로 통일과 평화에의 큰 희망을 품게 되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약칭 ‘평통예모’ 차주만 대표는 평통예모의 지나온, 별로 담담하지 않았을 길을 담담하게 소개했고, 앞으로 평통예모가 해야 할 일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매년 평통예모 주최 정기행사인 ‘ART 비무장지대’ 문화행사를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변했다. 특히 올해는 7월 27일 휴전 기념일에 계획되었던 미국 보스턴시청광장에서 부정기 특별 기지프로젝트를 준비했는데, 안타깝게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온라인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청 앞이나 광화문 광장에서 이런 공연이 열리고 이런 워크샵이 열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듣고 볼 수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는 사상과 문학의 박영률 대표 주장에 나도 깊은 공감을 보낸다. 혼자만 혹은 인터넷 중계로 극장식으로 이 기지프로젝트를 만나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크다. 그러니까 ‘기지프로젝트’ 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무딘 의식의 지점을 최전선이라고 여기고 무딘 세계인의 의식을 환기시키는 것이 핵심 목적이며 그 예술의 단초가 바로기지이며 그것을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장이 바로 기지프로젝트인 셈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아쉽게 되었지만 내년부터는 코로나 하에서라도 개의치 않고, 차주만 대표가 기획한 대로 ‘예술인들이 직접 대중 곁으로 직접 찾아 나서 광장에서 DMZ를 연출하고 세계의 대중이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만날 수 있도록 용기를 내기 바란다.
사실상 모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차주만 대표는 2010년부터 2014년 까지 경기도 연천과 2015년부터 2019년 까지 강원도 접경지대에서 진행된 디엠지 국제 미술전 미술감독을 해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지 프로젝트를 기획 연출하고 있는데 바로 그의 작은 생각 하나하나가 모여 통일과 평화라는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평통예모는 2010년에 조직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작가들’ 약칭 ‘평통작모’ 라는 순수 미술인들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러나 범 예술인들의 협업적 평화운동의 가능성을 본 차주만 조직자는 2016년에 범 예술인모임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약칭 ‘평통예모’로 새롭게 조직하여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규합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세계 평화운동을 전시와 퍼포먼스, 창작 시 발표, 실험적공연과 음악 등으로 친근감 있게 일반대중에게 다가가 그들의 의식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통예모에는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이건용 작가와 문학계를 대표하는 김종상 시인 등 원로 작가들로부터 젊은 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 군으로 형성되어있다. 한편, 차주만 대표는 평통예모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평통예모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중도도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무채색인 회색인자들도 아니다. 우리 내부에는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다. 물론 중도도 있다. 촛불 갔다 온 사람, 태극기 집회갔다 온 사람 다 존재하며 공존한다. 평통예모가 남한의 축소판이고 미래의 통일세계라면 기꺼이 공존하면서 하나 되는 연습을 선행하면서 공동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진정한 우리의 정체성이다”라고 역설하며, 소위 끼리끼리 하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공허한 평화이야기, 통일 이야기는 평통예모가 가장 경계하는 것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2부 예술인들의 행사에서는 연극인 조영복님이 김구 선생님의 일갈을 전했고 특히 대중예술가 최영일님의 베토벤의 운명에 맞추어 태극기와 인공기를 꿰매어 맞추는 퍼포먼스 ‘포옹’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과 북의 전쟁으로 희생된 수백만 사람들의 영혼이 깃들 수 있도록 태극과 별이 그려진 가면을 쓴 직녀. 견우와 사랑에 빠져 가슴 뛰는 시간을 보낸다. 어느날 둘 사이의 만남을 가로 막은 철책선. 기쁨과 환희를 주었던 님과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만남을 가로막고 있는 분단의 철조망을 찢어 버린다. 평화와 사랑의 여신으로부터 바늘과 실을 받는다. 태극기와 인공기를 여럿이 함께 힘을 모아 꿰매어 마침내 사랑하는 님과 뜨겁게 포옹한다. < 최영일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퍼포먼스에 대한 코멘트 >”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여러분들이 시낭송 – 비교적 메마른 가슴으로 눈물 등의 감성을 배제하고 이성을 찾으려는 나를 기어코 눈시울 젖게 하는 평통예모의 여러 분들 - 특히 꽤 쌀쌀한 날씨에도 기어코 잔디밭에서 얇은 베옷을 하나 만을 입고 자신의 긴 머리를 참여자들에게 자르게 해서 분단선을 만들고 흩어버리는 통일 기원제를 올린통일에의 염원의 제를 올리는 자이니치 재일교표 출신 – 님 의 행위 예술에는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너무나 가슴이 저미고 떨려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애꿎은 휴대폰 카메라 촬영기만 만지작거렸다, 가을 햇살이 누운 그녀 몸 위로 눈물처럼 처연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2020 ART 비무장지대 워크샵은 깊은 감동과 함께 ‘지속적인 실천’이라는 희망적인 숙제를 남기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 평통예모 사무국장 이현정님의 페이스북 글> 다음에는 꼭 1박 2일의 여정을 다 실천하고 참여해 보리라.“ 저녁식사와 뒷 풀이로, 자정을 훌쩍 넘긴 화목난로 주담도 이어졌다. 오래만의 만남과 찐한 심야 술자리는 예술가들과 1박 2일 자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아침에는 평화여행으로 연결해 추진해 보자는 제안과 구상도 나눴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에 감사했다. < 이번 워크숍 발제자이신 ‘아시아 평화시민네트워크’ 이대수 대표님의 페이스 북에 올린 글 > 세상엔 참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묵묵히 , 꿋꿋하게 해나가는 사람들...그런 사람들 속에서 더불어 시월 마지막 날을 의미 있게 보냈다. ” < 평통예모 페북에 올랐던 장백예술재단 이사장 김선정님글 > 마음을 남기고 돌아 오는 길, 가을은 더욱 깊어지고 앞으로 전개 될 평통예모의 세계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우리 대한민국의 현재를 깊이 생각하게 했다. ‘2020아트 비무장지대’ 워크샵이 열린 기지 아트 스페이스 - 작지만 ‘평통예모’의 산실이 되기 충분했고. 문득 거기에서 윤윤근 시인의 흐르는 물처럼 나는 찬란한 통일과 평화에의 물길이 다시 시작되고 있음을
양경숙은 KBS 라디오 성우, DJ, TV PD, TBN 교통방송 본부 제작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북한다큐PD 이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문학 석사 출신으로 사상과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사상과 문학 편집위원이며 주식회사 유니코리아월드 본부장이다. 주요작품으로는 TV 다큐 '북한의 고려의학’ ‘그리운 금강산' ( KBS)/ MBC 심야스페셜 고려의학현장을 가다 2부작 MBC 특집 내금강의 여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