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절값 준비
심영희
바쁘다는 이유로 설 명절이 열흘 남았는데도 절값 준비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침에 문득 생각이 나서 내가 즐겨 보는 프로 KBS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운전을 하고 농협으로 갔다. 집 가까운 곳에 농협이 있지만 명동으로 나가는 것은 농협 바로 옆에 한국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농협에서 돈을 찾아가지고 신권이 있으면 바꿔 주는데 없으면 길 건너 한국은행에 가 줄을 서서 서명을 하고 돈을 새 돈으로 바꾸기 때문에 아예 명동으로 가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농협에 신권이 있다고 하여 한국은행에 가지 않고 농협에서 세뱃돈을 새 돈으로 바꿔가지고 왔다. 더 늦으면 새 돈을 바꿀 수 없을 수도 있다. 똑같은 돈이지만 이왕이면 구겨지지 않은 새 돈을 예쁜 봉투에 넣어 주면 받는 사람 기분도 좋다.
이번 주도 월요일 오전에는 민화수업을 하고 점심먹을 일이 있어 광수생각에서 곤드레 나물밥을 먹고 공지천 이디오피아에서 차를 마시고, 요즈음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를 하다 군부대로 옮긴 손자 퇴근을 시키려고 군부대 앞에서 기다리는데 또 손녀가 친구 만나러 간다고 강원대학교 후분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여 갔다 왔더니 우리 주차장에 차 세울 자리가 없어 뒤 동에다 세웠다.
어제는 평창 출신 문인 세 명이 점심을 먹었다. 고향 선배이자 문인 선배인 이영춘 시인과 시인인 막냇동생 이렇게 셋이 만나서 예스 동태랑에서 동태찜으로 점심을 먹고 카페 소울 로스터리에서 차를 마시고 동생을 집 앞에 내려주고 이영춘 시인을 집에 모셔다드리고 복지관 민화 강의 계획서를 작성해 보내고 나니 저녁 6시가 되었다. 그래도 세뱃돈 생각을 못 했는데 오늘 아침 새 돈을 바꾸어 오고 나니 설 준비 절반은 한 듯 마음이 가볍다.
이런 나를 보고 딸은 어차피 돈을 집에 모아 놓을 것도 아니고 쓰거나 도로 은행으로 갈 건데 새 돈이면 어떻고 헌 돈이면 어떻다고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냐고 한다. 그래도 나는 늘 이렇게 절값을 새 돈으로 바꿔와야 기분이 좋다. 아침에 한가지 일을 마쳤으니 오늘 하루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것이다.
청룡 해가 왔다고 떠들썩 하던 1월도 오늘이 말일이고 내일이면 벌써 2월이 시작되니 잡아 둘 수 없는 세월을 따라 움직일 수뿐이 없다. 2월 2일은 한국수필가협회 총회에 다녀와야 하고, 2월 16일은 한국민화협회 총회에 참석해야 하니 2월에도 서울 나들이를 두 번 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까지 청탁 원고 마감일인데, 20일, 25일, 31일까지 마감일이 정해졌던 수필 원고 세 편은 모두 일찌감치 제출해서 숙제의 부담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