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섭외팀 회의를 우리집에서 해서 오가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편지 쓰기를 마치고 다람쥐가 '우체국에 버스 타고 나갈까, 차량을 구해볼까' 물으니 아이들 셋이 모두 '버스요!' 했습니다.
그런데 일정을 맞추다 보니, 지난 주 금요일, 토요일엔 동건이가 없고, 이번 주 수요일엔 한영이가 친구와 노는 날이라고 합니다.
결국 각자 부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우체통 보기 힘든 동네라 마음에 걸렸습니다.
동건네 일정 때문에 함께 못 나간 것 같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다람쥐께 혹시 월요일에 아이들과 버스 나들이를 해도 될지 여쭙고,
한영이, 해솔이 엄마에게 전화해 월요일에 일정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서현이가 해솔이네 집에 있는 날이라 해서 섭외팀이 아닌 서현이가 함께 나들이를 가도 될지, 한영이와 동건이에게 물었습니다.
한영이는 "맞아요, 서현이 해솔이네 가는 날이에요. 괜찮아요." 라고 친구들 스케줄을 꿰고 있었습니다.
동건이는 "나만 또 남자야!"라고 불만을 얘기했지만, 너만 엄마랑 나가지 않냐고 달래서 동의를 얻었습니다.
오늘, 학교 마치고 아이들과 도서관 앞에서 만났습니다.
마치 2박 3일쯤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해솔이 엄마, 한영이 엄마가 배웅을 나왔습니다.
혹시 몇 밤 자고 와야되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ㅎㅎ
차비 하라고, 간식 사먹으라고, 현금에 카드에 챙겨주어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ㅎㅎ
섭외팀이 아니어서 편지를 안 쓴 서현이가 다람쥐의 편지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61번 버스를 타려는데, 방과후 영어 선생님을 만났어요. 같이 탈 거라고 하십니다.
버스에서 이쪽 저쪽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일어나 뒤돌아보시며 "사진 찍어 드릴게요." 하십니다.
덕분에 단체 사진이 생겼습니다. 꼬불길에서 서서 사진찍으시는 선생님이 불안해서 계속 '선생님 앉으셔요' 하고 말했습니다.



주산동에서 초은이 언니가 탔어요. 방학을 맞은 대학 새내기 언니입니다.
여자 아이들이, 언니 무슨 공부하냐, 남자친구는 생겼냐, 쿠키 수업은 다시 안 하냐, 질문이 많아요.
동건이는 숨어야한다며 제 뒤에 기댔는데, 초은이 누나가 '너 자꾸 그러면 니 옆에 가서 앉는 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동건은 '망했다' ㅎ
대중교통 타는 걸 좋아해요. 오가는 이야기,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을 엿보는 게 즐겁습니다.
내려서 우체국까지 걸어가는데, 언니들 걸음이 무척 빠르네요.
저 앞에 가는 언니들에게 '횡단보도엔 서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니, 아들이 옆에서 '엄마 잔소리 많은 거 애들이 알겠다'고 단도리를 합니다.
지하차도를 걷는데 아이들이 신나합니다. 차 타고 지나가면서밖에 못 봤다고, 이 길을 처음 걸어본다고 신났어요.


어느 틈엔가 '땅콩놀이'를 아이들이 시작했어요. 다섯 명 중에 다른 한 사람을 찾아내서 '땅콩, 누가 뭐야'라고 말하는 놀이인가봅니다.
'땅콩, 동건엄마만 어른이에요' '땅콩, 동건이만 남자예요' '땅콩, 해솔이만 머리 묶었어요' '땅콩, 한영이만 언니가 있어' '땅콩, 서현이만 동명티 입었어요'
땅콩놀이가 우체국에서 카페까지 이어졌습니다.
우체국에 도착해 보니 우체통이 없어 창구 직원분께 갔어요.
봉투를 보시더니 90원씩 더 내야 한다고 하셔서, 우표 네 장을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침으로 붙여야지'하니 직원분께서 '그런 것도 아냐' 하시네요.
침으로 안 붙은 우표, 조금 떨어진 봉투를 물풀로 꼭꼭 붙였어요. 아이들은 우체국에 비치된 풀이 물풀인 것도 즐거운가 봅니다.
기념 촬영을 하고 ㅎ 봉투를 모아 직원분께 드리고 씩씩하게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판암역에 걸어가기 위해선 에너지 보충이 필요해!
바로 옆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케익을 맛있게 먹고, 에어콘도 빵빵 쐬고, 화장실도 들렀어요.
고소한 냄새가 나니 해솔이가 '영화관 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하며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 다녀왔던 이야기꽃이 펼쳐집니다.
시원한 에어콘 나오는 카페에 더 있고 싶었는데, 아이들은 볼 일이 다 끝나니 조금씩 목소리도 커지고 행동 반경이 넓어지길래,
얼른 데리고 나왔어요.

어느 길이 맞을까 아이들을 앞세워 판암역으로 걸어가는 길, 아이들의 관심사가 '명탐정 코난'으로 모아졌습니다.
등장인물, 같이 아는 스토리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걸어가는 길.


버스 시간이 좀 남아 놀 곳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판암주공 3단지 앞 길가에 작은 놀이터가 있더라고요.
무슨 놀이를 할까 정하면서 '누구에게 불리한 놀이는 하지 말자'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예뻤습니다.
얼음땡 놀이를 한참 하는데, 재밌어 보였는지 근처 10살 여자아이까지 합류해 땀 뻘뻘하며 노네요.
한영이는 '너 이름이 몇 살이야?'라는 재미난 질문을 던지고 깔깔깔 했습니다.
자고로 놀이는 누구 하나 울어야 끝나는 법 ㅎ





마치고 판암역 가는 길에 여자 아이들이 저 앞에, 동건이가 조금 앞에 걸어가는 모습을 한참 지켜봤어요.
동건이에게 슬쩍 다가가 '속상했어?' 물으니 울먹울먹 하면서 '왜 자기들 맘대로 나에게 꼴찌라고 하느냐!'고 해요.
할 말 있으면 직접 해라, 지금 울면 친구들이 의아해할테니 지금은 울지 마라, 이야기하며 판암역까지 왔는데,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친구들이 '동건아 왜 기분이 안 좋아?' 물어줍니다.
'달리기 꼴등한 게 기분이 안 좋았어'라고 대답하길래 나중에 살짝 왜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느냐 물으니 '그냥'이라고 하네요.
친구들이 '니가 승부욕이 많아서 그랬나봐'라고 해석과 위로를 해줬어요.
물어봐주고 위로해주는 아이들이 또 예뻤습니다.
60번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길, 둥구나무 앞에서 모두 내려 엄마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몇 분에 버스가 도착할지 맞히는 놀이를 했는데 한영이의 6시 16분이 이겼습니다.
둥구나무에 내리니 엄마들, 동생들, 다람쥐와 은우까지 기다리네요.
2박 3일 배낭여행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환대 감사했어요.
아이들과 즐거운 버스 나들이. 아이들과 가까워진 듯 해서 좋았습니다.
편지가 잘 가닿기를 기다립니다.
첫댓글 아이들이 넘 이뻐요~^^
걸어 돌아오는 길, 가오동에서 볼 일 보고 가는 호운네를 만났어요. 호운이는 차창밖으로 몸 절반을 내밀고 반가워했고, 저는 이때다 싶어 '고맙게도 우연히 만났는데 차 얻어탈까?' 했지만, 아이들은 '버스!!!'를 외쳤어요 ㅎ
호운네 반가웠습니다. 시내에서 만난 마을 친구 ㅎ
고마워~ 친구~
섬세하게 마음써줘 고맙고, 아이들 찬찬히 바라봐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줘서 고맙네~
가끔 시간되면 나들이 또 부탁해 ㅎㅎ
마치 2박 3일 여행을 떠나는 듯한! 우체국 나들이~
임은정선생님, 고맙습니다.
친구 엄마와 함께 떠나는 우체국나들이.
엄마가 친구들을 돌보시는 모습을 본 동건이.
사진에서 아이들이 횡단보도 블럭에 앉아있는 모습.
긴 차들 옆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들.
편지 보내줘서 고맙습니다.
아 재미있다.
벌써 몇번을 읽었어요.
임은정 선생님 어렸을 때 이름이 키키셨지요?
마녀배달부 키키
우정을 배달하는 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