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ING IN U.S]
2.메릴랜드에서
c.첫 바다낚시
그 때가 Columbus day 던가 하여튼 어느 연후 기간이었다.
워싱턴에는 나보다 나이가 5살 위인 조카가 있는데 낚시광이다.
어느날 만났을 때 낚시를 한번 같이 가잔다.
좋은데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가보면 안다고 한다.
나는 은근히 민물낚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카는 아니였나 보다.
내가 잉어 이야기를 했더니 피식 웃으며 누가 촌스럽게 잉어를 잡냐고 한다.
그래 이해는 가지만 난 잉어만 잡아도 황송하다고 했더니
“그건 초보시절에나 하는거고 너도 바다낚시를 해보면 아마 민물에 가지 않게 될 걸”한다.
[삼춘한테 늘 반말을 함. 버릇 없는 조카를 이해하시길...]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론 그래 바다낚시도 한번 해보고 재미있으면 번갈아 가며 잉어도 잡고 바닷고기도 잡으리라 하고 생각했다.
가면 어떤 고기가 잡히냐고 물었다.
여러 가지 많지만 대개 Blue Fish (전갱이 종류),
Rock Fish(농어 종류 같음),
Red Drum(매우 큰 놈도 있으며 잉어처럼 생겼고 큰 비늘에 핑크빛이 도는데 회를 쳐 먹으면 그 맛이 기막히다. {광어+돔} 우리나라에는 없는 종류 같음)
등이라 한다.
그 연휴 첫날 아침 우리는 늙은 조카의 밴을 타고 장도에 오른다.
장소는 체사픽베이 (Chesapeake Bay)의 Breeze Point........................
조카는 어디서 사왔는지 우리나라에서 한두번 본적 있는 갯지렁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곳에선 갯지렁이를 Blood Worm이라고 부른다.
칼로 자르면 피가 왈칵 나와서 그러나보다.
한국의 갯지렁이는 어떤지 모르겠다.
이걸 준비한걸 보니 이걸 미끼로 낚시를 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이건 미끼를 잡기위한 미끼였다.
갯지렁이를 끼워 던지면 스팟(Spot, 점)이란 고기가 잡힌다.
손바닥 보다 약간 큰 정도로 상당히 맛있는 고기라 한다.
그걸 잡아서 몇 토막으로 자른 후 미끼로 쓰는 것이다.
우리 일행에는 늙은 조카의 형 다시말해 큰조카도 같이 있었다.
그런데 Spot이 잡히질 않아 모두들 본격적인 낚시를 못하고 있었다.
그 곳 낚시터에는 한국사람이 꽤 있었는데 (약 15명 정도) 낚시하러 온 사람은 우리 뿐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Picnic 겸 꽃게를 잡으러 온 사람들 이였다.
Maryland의 꽃게(BlueCrab)는 유명하다.
물때만 잘 만나면 유치원 아이들도 하루에 열댓마리는 거뜬히 잡을 수 있다.
그 잡는 방법이 재미있다.
닭 쪼가리 (튀기거나 삶거나 관계없고 먹다 남은 캔터키 치킨도 됨)를 명주실에 묶어서 아무렇게나 물에 던져 놓고 (여러개) 밥먹고 놀다가,
생각날 때 와보면 줄이 팽팽해 진 것이 있다.
게가 닭 쪼가리를 잡아당기는 거다.
그 줄을 살살 살살 당기면 게란 놈이 앞발 찝게로 미끼를 꽉 쥔채 딸려 나온다.
참 웃기는 게들이다.
게들은 잡고 있는 닭고기를 절대 놓치 않는다.
끌려 올라와도.....................
이 게잡이를 맛들이면 날 새는 줄 모른다.
한번은 우리 동네에 살던 한국인 부부의 육순 부모님이 관광차 한국서 오셨는데 게 잡으러 한번 갔다가 재미가 들려 다른 곳 구경은 하나도 않하시고 보름동안 게만 잡다가 한국으로 돌아 가셨다 한다 이곳 게는 그 맛 또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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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12시쯤 되었다.
High Tide (만조)가 1시경이라는데 Spot이 잡히질 않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큰조카의 6살짜리 막내딸이 바로 앞에 던져 놓은 낚시에 Spot이 잡혔다.
늙은 조카는 뛸 듯이 기뻐하며 Spot 한 마리를 조심스럽게 자른다.
이제 본격적인 낚시 시작이다.
내 낚시대는 작은 릴대라 멀리 던질수 없어 그냥 갯지렁이를 끼어 Spot용으로 놔두었다.
그때 옆에서 지이이이이이---------익 하는 파열음이 들린다.
우리 옆에는 백인가족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집 아빠의 낚시에 뭔가 걸렸나 보다.
들고 있는 낚시대가 완전히 원을 그리며 휘어지고 찌----------익 소리를 내며 줄은 자꾸 풀려 나간다.
한없이 풀려 나가는 듯 하다 잠시 멈칫할 때 때를 놓치지 않고 Pumping을 한다.
펌핑이란 대를 앞을 숙이면서 재빨리 줄을 감고 다시 대를 당겨 위로 세우고 그런후 또 숙이면서 줄을 감는 반복행동을 말한다.
그 동작이 매우 빠르다.
그 첸스를 놓쳐 줄이 끝까지 풀리면 결국 끊어지고 만다.
릴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30 Pound Tested Line을 사용할 때
(30파운드 무게를 감당하는 줄)
150~200미터 정도 감을 수 있을테니 Playing 한계는 200M.
30Pound 줄이 어느정도 강하냐 하면 그 줄을 나무등등에 묶어 놓고 수건으로 감싸고 아무리 당겨도 사람손으로 끊기는 어렵다.
그런 강한 줄이 낚시할 때는 종종 끊어진다.
한 일이십분 고기와 놀던 옆집사람이 드디어 뭔가를 앞까지 끌고 왔는데 물속을 보더니 계속 투덜 거린다.
뭘까하고 가보니 꼬리 빼고 몸통 지름만 1미터 정도 되는 홍어 (Skate)였다.
놀래 버렸다.
그런데 그 양반이 칼로 줄을 뚝 끊어 버리는게 아닌가!!!
그 아까운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곳에선 홍어를 잘 먹지도 않고 잡지도 않는다.
나도 후에 Florida에서 낚시할 때 이 홍어 때문에 골치 좀 아팠다.
잡을라고 마음만 먹으면 겨울철에 하루 20~30마리는 너끈히 잡을 수 있는데 제발 좀 않 잡혔으면......................
미국양반 홍어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늙은조카가 힘을 쓰기 시작한다.
워낙 멀리 던져 놓았으니 당기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푸드득 거리며 끌려 올라온 놈을 보니 등쪽이 파르스름하고 몸은 하늘색이 도는 잘생긴 고기였다.
길이는 60Cm 정도.
Blue Fish란다.
그때 옆의 큰 조카가 두팔을 아래위로 벌려 힘들게 낚시대를 움켜잡고 버티는데 줄이 사정없이 끌려 나간다.
줄이 타는 듯한 소리를 낸다.
끼리리리리리리릭---------------끼리-----------------릭
어째 옆에서 보니 엉덩이를 뒤로 뺀채 진땀을 흘리며 버티는 큰조카의 모습이 영 엉성하고 앞으로 엎어질 듯이 불안해 보인다.
몇초 후 줄은 다 끌려가고 릴의 마지막에서 따-악 하는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순간 앞으로 쏠려 물에 빠질듯하던 큰조카는 줄다리기 하다 상대편이 손을 놨을 때처럼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
아니 사람이 고기힘에 끌려다니다니.............................
옆에서 보며 하도 기가 막혀 얼이 빠진다.
그런데 작은 조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나한테 걸렸으면 올릴 수 있었을 텐데.......”하며 딴전을 피운다.
그러면서 또한마리 Blue Fish를 올렸다.
Size는 거의 붕어빵.........
방금 줄 끌어간 놈이 어떤 고기 같으냐고 물으니 Red Drum 인 것 같다 한다.
잠시후 늙은 조카는 Blue Fish를 두 마리 더 잡았다.
그사이에도 큰조카는 열심히 새줄을 갈아 넣어서 다시 낚시를 시작한다.
몇분 않지난 것 같은데 큰조카가 “또 왔나봐!!!!”하며 예의 엉성한 자세로 대를 잡고 버틴다.
아무래도 또 아까짝이 날것같아 잽싸게 달려가 같이 대를 쥐었다.
둘이서.........................................
줄이 끌려 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않되겠다 싶어 드랙을 조금 죄었더니 끼이이익 하며 줄타는 소리가 나는데 둘다 끌려 앞으로 곤두박질 할것같다.
대가 똑바로 세워지질 않는다.
엄청난 힘이다.
정신없이 간신히 버티는데 몇초나 지났을까 또 따악하며 줄이 끊어져 버린다.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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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가다듬고 방금전 손맛을 생각해보니,
아니 몸맛이라 해야 옳겠다.
믿기질 않는다.
생전 처음 느껴본 무서운 힘..............................................................................
무섭다는 표현이 맞는다.
놓쳤다는 아쉬움은 하나도 없고 진짜 이럴 수도 있는가?
아마 낚시줄이 아니고 밧줄로 서로 묶여 있었다면 우리 둘은 그냥 물로 끌려 들어 갔을 것 같다.
얼핏 몸서리가 쳐진다.
그렇다!!! 이건 단순히 고기를 잡는게 아니다.
고기와의 일대일 전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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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만약 Florida 생활 후라 낚시가 많이 늘었을 때였다면 혹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낚시의 기술도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을 훗날 Florida에서 경험했다.
어느 크기 이상의 고기는 아주 운이 좋기 전에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 첫 바다낚시에서 느낀 그런 힘을 Florida에서도 여러 번 느꼈지만 그중 제대로 잡아 올린적은 1번 뿐인 것이다.
30Pound 정도의 고기를 안전하게 끌어 올리려면,
적어도 20분 이상이 걸린다.
물론 30Pound 급만해도 처음엔 엄청난 힘을 느끼지만 줄이 드랙의 브레이크에 걸리며 어느 정도 끌려 나간 시점에서는 잡아 올리는게 가능함을 느낄수 있다.
허나 60Pound 급이 넘으면 처음 느끼는 힘에서 생포불가란
(60파운드 급이면 대개 길이가 1M50이 넘는다.)
느낌이 전달돼 온다.
그렇지만 거기서 물러서면 안된다.
처음엔 그 엄청난 힘에 당황하게 되지만 침착하게 프로급의 도움을 받거나 해서 한번만 성공하면 된다.
그렇게 한번 성공하면 다음부터는 보다 쉽게 고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70Pound 이상의 고기는 릴이 크고 여유줄 길이가 300M는 되야 간신히 올릴까 말까 한다.
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되고 체력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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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내가 잡은 것은 Spot 한 마리 달랑..............................
하지만 그날은 나의 낚시에 큰 전기를 주었다.
몸 전체로 느꼈던 그날의 무서운 힘이 생각 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낚시꾼 특유의 도전하고 꼭 정복하리란 다짐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어려웠던 그곳에서의 생활은 나를 낚시로부터 멀리 떼어 놓았다.
겨우 두 번밖에 낚시를 못 갔는데 한번은 밤에 갔으나 꽝 !
한번은 Blue Fish 50cm 급 댓마리가 전부였다.
그러던중 워싱턴 생활을 정리하고 Florida로..........................................
또다시 미지의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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