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김효정 선교사의 2025년 11월 이야기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 (시편 126:3)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께,
캐나다는 이제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제법 내린 눈으로 길이 많이 미끄럽고 크고 작은 사고도 일어나곤 합니다. 필리핀은 여러 개의 태풍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겨울의 나라와 여름의 나라, 두 땅 사이에서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를 느끼게 됩니다. 계절이 변하고 환경이 달라져도 변함없이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고백하게 됩니다.
1. 17년, 건물은 사라졌지만 교회는 살아있었습니다
2008년 11월 11일, 오전 11시
특별한 숫자들이 겹쳐진 그날, 필리핀 동산교회의 설립 예배가 드려졌습니다.
"성경적 세계관과 살아있는 책으로 사역하자"
거창한 건물도, 넉넉한 재정도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분명한 비전이 있었습니다. 도서관 사역으로, 어린이 양육으로 한 걸음씩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어른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교회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건물보다 사람에게 투자하자"
그 마음 하나로 리더십 트레이닝, 태권도 교실, 여름 캠프, 의료 지원, 유치원과 학교 사역, 방과후 교실... 다양한 사역들이 꽃을 피웠습니다. 매달 월세가 부담이었지만, 우리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8년, 예상치 못한 종료
파송 단체의 계약 종료. 파송 교회의 계약 철회. 더 이상 늘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사역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교회는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 끝이구나..."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떠난 그곳에서. 건물도, 월세도 없어진 그곳에서. 교회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건물은 없어졌지만, 우리가 교회입니다."
누군가의 집 마당이 예배당이 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그곳에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팬데믹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을 때, 우리는 온라인으로 모였습니다.
팬데믹이 지나고 성도들이 말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그들의 요청에 우리는 답했습니다.
"우리 형편으로는 다시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그 사연을 들은 한 목사님께서 후원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공간을 임대할 수 있었습니다.
2025년 11월, 17주년을 맞다
지난 11월 11일은 필리핀 동산교회가 설립 17주년을 맞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태풍이 필리핀을 강타하면서 예배를 드릴 수 없었습니다. 성도들은 포기하지 않고, 11월 16일 주일에 함께 모여, 17년 동안 한결같이 우리를 돌보아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는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사실, 태풍 뿐 만이 아니라, 17주년 감사예배를 앞둔 그 한 주간, 정말 많은 일들이 교회를 흔들었습니다.
존 목사님은 신장결석 진단을 받았고, 교회 아이들 중 몇 명은 수족구에 걸렸습니다. 대학생 마크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고, 독감에 걸려 누워 있는 성도들도 많았습니다. 여기에 태풍마저 겹쳐서, 그야말로 모든 성도들이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때 교회의 리더인 메리안 자매가 고백했습니다.
"저는 교회의 일원으로 그동안 저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해 왔습니다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리더로서 성도들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 때문에 거의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정말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참으로 선하신 분이십니다."
메리안의 이 고백은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었습니다. 17년 동안 이어져 온 필리핀 동산교회의 이야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부족함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입니다.
17주년 예배는 특별했습니다. 올해 우리는 새로운 목사님을 청빙했습니다. 오래전 떠났던 옛 멤버들도 함께했습니다. 여러 교회들이 함께 축하해 주셨습니다. 제가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3개 교회 유스들이 우리의 좁은 예배당에 모여 5시간이 넘도록 뜨겁게 예배하고 깊이 교제했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전히 작은 공간입니다. 여전히 비좁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6년 만의 재회, 치유와 회복의 시간
좁은 공간에서 일어난 기적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9일까지, 저와 첫째 아들 예훈이는 한국과 필리핀을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필리핀을 정리하고 떠난 지 6년이 지난 후의 방문이었습니다.
예훈이는 그 사이 부쩍 자랐습니다.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픔의 기억들이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다시 찾은 교회의 모습과 성도들과의 교제를 통해, 하나님께서 예훈이의 마음에 치유의 역사를 이루고 계심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긴 시간 동안 함께 예배했고, 성도들을 위해 식사와 차를 준비하며 섬겼습니다. 작은 선물도 나누었습니다. 그 시간은 예훈이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깊은 회복과 치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5시간의 뜨거운 예배, 75명의 기적
9월 21일 주일, 제가 필리핀에 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3개 교회(HWC, PHC, TLCF)의 청소년들이 필리핀 동산교회에 모이기로 한 것입니다. 문제는 75명이 모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작은 방 하나 크기의 예배당입니다.
"이 좁은 공간에 어떻게 75명이 모인다는 거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되자 각 교회에서 지프니를 두 번씩 갈아타고, 교통비를 지불하며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들은 40분 동안 서서 찬양했습니다. 더위와 열기를 넘어서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시설이 열악하고 덥고 좁았지만, 그들의 하나님을 향한 열정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쏟아지는 폭우가 함석 지붕을 때렸습니다. 습도는 최고조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연극을 하는 자매의 눈에는 진짜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습니다. 5시간이 넘는 예배와 펠로십. 그 좁은 공간에서 그룹 나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밖에서 이 장면을 보며 여러 감정이 뒤섞였습니다.
"하나님, 이 청소년들에게 좀 더 큰 장소에서 마음껏 예배하게 해주소서. 집회를 열게 하소서."
이 기도가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작은 카페의 큰 꿈
교회를 방문했을 때 또 하나의 놀라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깜짝 공개를 하려고, 그동안 사진 한 장 보내 주지 않았던 공간입니다. 교회의 자립을 위해 목사님과 청년들이 교회의 한 구석을 카페로 꾸며 놓은 곳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들이치던 공간에 지붕을 만들고,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고, 벽에 장식을 하고 전구를 달아 작은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카페라떼, 스패니시 라떼, 아메리카노, 각종 주스를 팔고, 컵에는 HWC 로고까지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했습니다. 주방 세제를 제조해서 "Wash 316"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한다고도 했습니다. 요한복음 3장 16절을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웃기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습니다. 한 번도 교회 운영비가 부족하다고 요청한 적 없는 청년들. 스스로 자립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에 눈을 감고 기도하려는데 울컥했습니다. 예배당만으로도 턱없이 부족할 것만 같은 환경에서,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 내려했던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가정 방문: 가슴 저리는 현실, 그래도 빛나는 희망
마크와 마리벨의 집 - 방 한 칸에 7명
첫 번째로 방문한 집은 마크와 마리벨의 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공장 창고를 지키며 작은 월급을 받고, 그 대가로 작은 공간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방 한 칸에 7명이 살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인 마크와 마리벨이 함께 공부할 공간도 없습니다. 침대 하나를 아들에게 주고, 아버지는 밖에서, 할아버지는 부엌 앞에서 주무십니다.
그런데 그들은 얼마나 밝고 맑게 살아가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데 울컥했습니다.
"제발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줘라."
마크는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엔진의 실린더 헤드에서 밸브 클리어런스를 조정하고, 스타팅 시스템의 실제 작업 등 다양한 실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조직 기부금, 프로젝트, 자동차 페인팅 재료비, 활동비, 실험실용 티셔츠, 책값...
그러던 중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외부뿐 아니라 엔진 내부까지 손상되어 수리비가 필요했습니다. 교통 체증 중 오버히트로 시동이 꺼졌고, 친구들이 안티폴로에서 안고노까지 밀어서 함께 이동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오토바이는 정비소에서 수리 중입니다.
레이나의 집 - 간호사의 꿈
두 번째로 방문한 집은 레이나네였습니다. 주인 집을 지켜주는 대가로 작은 공간에 살고 있습니다. 레이나는 간호학과를 다니며 실습이 잦아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레이나는 제 혈압을 청진기로 재주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직접 해보고 싶었나 봅니다. 아버지는 그라인더에 손을 다쳐 힘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술이 좋아 도너츠를 만들어 팔고 목수 일도 제법 잘하셨는데, 지금은 반죽하는 것도 힘듭니다. 어머니가 요리해서 학교 앞에서 스파게티, 뚜론 등을 팔아 자녀들 용돈과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동생 벤과 줄리아나도 교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멤버들입니다.
하나의 집 - 하루 두 끼의 삶
세 번째로 방문한 집은 하나네였습니다. 비가 와서 더욱 그랬는지 입구가 질퍽여서 어렵게 들어갔습니다. 지붕에서 비가 주룩 새어 바닥도 축축하고 집도 습해서 사람이 사는 집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어머니는 딸 하나가 이번에 장학금을 받아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벌어들이는 급여가 넉넉하지 않아 하루에 두 끼 정도만 먹을 때가 태반이라고 합니다. 부엌이 있기는 한데 먹을 만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딸이 받은 장학금이 크지는 않지만 매일 들어가는 교통비를 감당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너무 고마워했습니다. 집을 수리해 주길 원하냐고 하니 땅 주인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손을 봐서 어린 자녀들이 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매번 가정들을 방문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기도할 때마다 아픔과 그래도 살아가려는 저들의 발버둥이 느껴져서 마음이 저려옵니다.
2. 장학생들의 이야기: 희망을 키우는 아이들
현재 4명의 대학생과 4명의 중고등학생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 "Elevate"와 함께 성장하는 소녀
크리스틴은 MAPEH 과목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Elevate"라는 그룹에 가입했습니다. 크리스천 성인 리더들이 학교에 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주고, 청소년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목사님과 제 후원자님께서 항상 사랑과 지원을 베풀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누리고 있는 모든 축복과 특권에 정말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장학금을 받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도와주신 것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목사님과 제 후원자님은 제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큰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네 가족은 교회를 매일 청소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교회는 깔끔하다 못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크리스틴의 아버지는 오토바이로 사람을 태워주는 라이더로 새벽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평균 91%, With Honors
이번에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평균 91%로 With Honors를 받았고, VE 과목에서 Top 1으로 95점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크리스틴의 얼굴은 자랑스러움으로 빛났습니다.
니꼴 - IT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
니꼴의 1학기는 2024년 11월 21일에 끝났습니다. 11월 24일에는 조별로 만든 웹사이트 및 게임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과목: Computer Programming
프로젝트: Game Development
게임 제목: "Go Green!"
이 게임은 환경 의식과 책임 있는 소비를 장려하는 인터랙티브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쓰레기를 받아내어 점수를 얻고, 올바른 쓰레기 관리 습관을 익히게 됩니다.
니꼴은 3개 교회 유스 펠로우십 연합 집회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는 새벽 5시에 모여 새벽예배를 드리며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리고, 감사와 헌신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HWC, PHC, TLCF 청년들이 함께 모여 '목적 있는 청년의 기쁨 찾기'라는 주제로 연합 펠로십을 가졌습니다. 웃음과 찬양, 게임, 나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안에서의 교제를 나누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3. 우리 가족 이야기
예일이와 예훈이
예일이는 학교를 휴학하고 일하는 직장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아 팀장이 되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워낙 책임감 있게 일해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예훈이도 팀장급으로 일하며 월급도 올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내년에 만료되어 다시 신청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한인교회 사역
올해 한인교회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을 섬겼습니다. 7월에는 캠핑을 다녀왔고, 8월에는 엎드림 기도회를 했으며, 11월에는 캘거리 유스 컨퍼런스로 8개의 작은 교회들이 모여서 청소년 집회를 했습니다.
11월 30일까지 한인교회 사역을 마무리하고 다음 사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선교한 지 12년, 캐나다에서 살아온 지 6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하나님께서 새로운 문을 열어주시는 것을 느낍니다.
4. 2025년의 비전: "한 평 사주기" 프로젝트
"집을 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시편 118:22)
17년 동안 흔들림 없이 필리핀 땅에서 하나님을 예배해 온 작고 가난한 교회가 있습니다. 태풍이 와도, 질병이 와도, 사고가 와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참으로 선하신 분"이라고 고백하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5시간 동안 뜨겁게 예배하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한 번도 교회 운영비가 부족하다고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카페를 만들어 자립하려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하루 두 끼를 먹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는 장학생들이 있습니다.
이제 이들에게 안전하고 든든한 하나님의 집이 필요합니다. 비가 와도 새지 않고, 태풍이 와도 무너지지 않을, 세대를 이어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그 집을 지어야 합니다.
우리의 꿈:
항상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해 주시는 후원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