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0
어제 오후에 시간이 되길래
심학산을 다녀왔어요
구름이 많고 바람이 불어서
많이 덥지는 않았습니다
심학산은 높지않고 가까이 있어서
잠깐 다녀오기 좋은 산이죠
보통은 수투바위 주차장에 주차하고
옆길로 올라서 정자를 거쳐
정상 팔각정을 찍고 약천사로 내려오는데
어제는 반대로 가볼까 하고
약천사에 주차를 했어요
많이들 찾는 곳이라
늘 붐비고 정신이 없는데
어제는 평일이라 한가했습니다
초입부터 눈길을 끄는 문구가 보였어요
지난거 연연하지 말고
아직 안온거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데
말은 쉽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아요
늘 등산객들과 사람들로
복작대던 경내가
이렇게 고요하니 생소하네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덕분에
처음으로 지장보전도 들어가 보았어요
불교를 믿진 않지만
경건함을 느꼈습니다
마음속 소망도 빌어보았구요
자, 이제 올라가 볼까? 하고
지장보전을 나와서
산을 오르는 초입으로 가는데
왼편으로 난 오솔길에서
사람들이 걸어나오는거에요
심학산에 이런 길도 있었나 싶어서
주욱~ 걸어서 들어가 봤는데
우거진 나무, 시원한 그늘,
운치 있는 산길이
둘레길처럼 좋았어요
산에오면 맨날 오르기만 했지
옆으로 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좋은길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높이 오르려고 아둥바둥 살다보면
정작 내 옆의 소중한 것들을 못보는
우리네 사는 모습처럼요
우연히 알게된 이 길
고즈넉하고 좋아서 가끔 찾고 싶어요
한시간쯤 걷고 되돌아오는데
자그마한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이엉을 어쩜 이토록 정교하게 엮었는지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웠어요
예술작품을 보는듯,
돌기와에 숨결이라도 깃든듯
하마트면 만져볼뻔 했지만 꾹 참고
한참을 보다가 내려왔습니다
평일 오후의 즉흥적인
심학산 나들이
좋은 기분으로 다녀왔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