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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ody><tr>
<td width="800"><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10pt;">
</span><p style="line-height: 430%; text-align: center;"><br></p>
<p></p><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10pt;"> </span><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10pt;">
</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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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justify" style="line-height:50px;"><font color="#8C8C8C"><span style="font-size:11.5pt;"><font face="Noto Serif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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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font-size:12pt;"><font face="Noto Serif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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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영화관의 뒤편에는 사창가가 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유령을 주웠다. 살아있었지만 죽어있다. 심장은 뛰지만 숨을 쉬지 않는다. 살아 있지만, 숨을 쉬지만 의지가 없다. 그곳을 오가는 사람 모두 그를 유령이라 불렀다. 부친이 빚을 지고 일가족이 모두 죽은 뒤 혼자만 살아남아 가게를 떠돌았다고 하던데. 이곳을 떠도는 생들은 운이 좋으면 아버지[<font color="#880000">佛陀<font color="#c2c2c2">]의 눈에 든다. 유령도 그중 하나였다. 쓸모가 없으면 몸을 잘라 돈을 챙길 수 있었으니 어떤 쪽이든 불타의 손해는 없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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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의 눈에 들기 전에 유령을 먼저 봤다. 죄를 짓는 일은 슬프지도 않지만 기쁘지도 않다. 사람으로서의 알량한 양심은 남아 새벽의 영화관에서 될 리 없는 회개를 했다. 뒤에서는 살과 살이 부딪혀 질척이는 소리가 났고 옆에서는 잠에 빠져드는 소리가, 앞은 아무도 없어 죽은 이들을 위한 공간 같았다. 그런 곳의 의자에 몸을 묻었다. 오래된 천에서 나는 분비물 냄새나 주변에서 새는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쁘지 않았다. 몸에 배인 피 냄새보다야 나았다. 말초적인 것들을 감각하다가 몸을 일으키면 창문을 열며 인사를 건네던 오드리 헵번은 자리를 비웠고 얼굴 모르는 남녀 둘의 정사만 눈앞을 가득 채웠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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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은 검고 비가 내렸다. 우산을 펼치면 아직 씻기지 않은 피가 있었는지 빗방울 떨어지는 사이로 검붉은 방울들이 떨어졌다. 유령은 그때 처음으로 봤다. 잔뜩 말라 볼품없는 몸집, 푸석이는 머리카락, 누가 봐도 더러워 보이는 모습은 흰 옷 탓인지 아니면 그의 몸을 반은 덮은 백발 때문인지 신의 규율을 어기고 떨어진 천사 같았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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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앞에 선 고우가 연초를 물었다. 뒤이어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났지만 연초에 불이 붙지는 않았다. 그는 비에 잔뜩 젖어있다.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그의 얼굴 앞에 라이터를 다시 켰다.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이 그제야 보였다. 흰 얼굴.<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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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역겹다. 눈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도망쳤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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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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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로 쓰지는 못해도 관상용으로 아깝지 않은 얼굴이 불타의 눈에 안 들어올 리가 없었다. 비 오는 날의 첫 만남 이후 그가 조직에 들어온 뒤로는 약 세 번의 만남이 있었고, 이번은 따지고 보면 다섯 번째 만남이었다. 아버지의 부탁이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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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인자한 얼굴로 어깨를 토닥였다. 아무래도 네가 제격이겠지. 고우에게는 꽤 익숙한 일이었다. 불타는 신입에게 새로운 임무를 줄 때면 고우를 함께 보냈다. 어설픈 일의 뒤처리는 둘째치고 현장이 목격되었을 때 조직을 대신해 잡힐 얼굴은 불타도, 그도 아니라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입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자리에서 둘 다 처리해 불타의 얼굴을 본 이가 없도록 만드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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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사회적인 나이로 위아래를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형제라고 칭하나 사회에서 쓸 법한 나이는 묻지조차 않았다. 모든 건 불타의 눈에 언제 들었는지가 결정했다. 고우는 카이보다 8년을 일찍 들어와 조직에 몸을 담갔다. 조직 내에서 들리는 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유령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얼굴 탓인지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의 귀까지 들어왔다. 자신보다 몇 살이 많다고 했던가. 흘려넘기고 기억하지 않았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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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하면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 생각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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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어.”<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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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가 하는 일을 지켜보던 고우가 몸을 일으켰다. 고우에게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었다. 불타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평범한 사람은 살인에 익숙하지 않다. 가뜩이나 이렇게 처음 맞는 (남의) 죽음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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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는 두 가지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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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든지, 죽이고 살아나가든지. 목표물을 재우고 난 뒤 카이에게 남은 일을 넘기고, 빼뒀던 장갑을 다시 손에 끼웠다. 그의 뒤로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그에게서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냄새가 났다. 비린내가 나지만 피는 아니다. 물 비린내인가. 고우의 한쪽 눈썹이 움찔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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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어.”<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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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곳에 남을 수 있는지 없는지.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때로 악에 눈을 감아야 하고 악이 되어야 한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살려고 하는 눈인가, 죽으려고 하는 눈인가. 우리와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형제를 지옥에 넣을 수 있는 선하고 악한 사람인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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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 번째였다. 주머니에 있던 나이프를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고 손을 꺼내며 그의 손을 감싸 쥐었다. 떨리는 손이 손바닥으로 전부 느껴질 정도였다. 노골적으로 떨리는 숨소리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눈 감은 몸을 보며 잡은 손에 힘을 줬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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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봐.”<br>
“하나도 놓치지 말고.”<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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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해야 되는 일이니까. 손에 실린 힘이 커지자 손이 점차 붉게 물들어갔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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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아버지의 규율을 처음으로 어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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