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첨삭과 반성
김규진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을 읽었다. 요즘 세종대 에세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 강의가 글쓰기의 핵심 요약문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문처럼 느껴졌다. 2016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도 글쓰기와 관련된 스테디셀러인 이 책은 명성 그대로 전하는 글들이 따뜻하면서 남다른 사유가 돋보인다. 다른 책이나 영화, 인터뷰 등에서 나온 멋진 말과 문장을 적절히 인용해 쓰여진 글은 독자로서 작가를 무한 신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가 많이 읽고, 기록하고, 사유했다는 것이고, 그것들은 글을 쓰는데 튼튼한 기초체력이 된다. 스쳐 지나갈 사소한 일도, 기억하지도 못할 무의미한 감정도 글을 통해서 멋지게 재탄생됨을 이 책을 통해 느꼈다. 작가는 글쓰는 사람,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인터뷰와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 여러 활동을 하며 느낀 고민와 사유에 대해 썼고, 그 희로애락이 더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배경이 된 것 같다.
작가님이 알려준 글쓰기 방법을 제 나름대로의 글쓰기 십계명으로 정리해 보았다. 문장은 간결하게 전달해야 한다. 단어 숙어 등을 사용하려면 정확한 내용을 문장에 투입해야 한다. 반복되는 어휘와 중복되는 문장은 쓰지 말아야 한다. 접속사, 부사, 감탄사 등은 사용하지 말고, 일관성 있는 글을 전개하여야 한다. 독자의 흥미를 느끼게 하는 스토리텔링을 필자의 분명한 메시지와 생각을 담아야 한다. 계속 읽고 소리내어 읽어서 첨삭과 퇴고 작업을 완료하고, 잘못 썼다면 처절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이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유시민, 강원국, 하루키, 유선경, 샌드라 거스, 조지오웰 등이 전하는 글쓰기에 관한 책도 읽었다. 위에 내용처럼 글쓰기 십계명을 핸드폰 메모란에 저장해서 필요할 때 찾아보기도 한다. 그래도 힘들고 잘못 쓰는 게 글쓰기다. 좋은 글쓰기 방법을 익히고 지키는 일은 쉬운 거 같으면서도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안 좋은 버릇이 나오고 만다. 반복해서 써 보지 않고 퇴고해 보지 않는다면 제 자리 걸음인 것이다.
제 나름대로 직장과 외부 독서 모임을 통해 읽은 책은 꾸준하게 리뷰를 썼다. 하지만 타인이 공감하는 제대로 된 글은 아니었다. 작가가 어느 학인의 글을 지적한 것 처럼 저 또한 책의 서문을 요약하거나 좋은 구절을 정리한 고만고만한 글이었다. 내 생각을 다듬기 보다는 남의 생각을 적당히 흉내 내는 리뷰에 불과 했다. 이런 글은 늘지도 않고 쓸 필요도 없다는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젠 정년퇴직도 하고, 이제 쥐고 있던 무거운 짐들도 내려놓았다. 나만의 정해진 시간을 만드는 글쓰기 루틴을 지키고, 쓰고 또 써 보고자 한다.
이상의 내용이 교수님이 첨삭해 주어 고친 글이다. 거의 모든 문장을 들어내기고 하고, 명확한 메세지로 수정해 주셨다.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면서도 내 자신이 창피 함도 가득했다. 첨삭 전에 발표한 글에 대해서 동료 학인들의 평가는 가혹했다. 특히 자신감은 있지만 남을 가르치거나 고압적인 느낌이 있다는 말에는 한 순간 머리에 빨간 불이 켜지는 듯 했다. 그러면 그렇지 평생 고압적이고 알량한 기득권이라는 직업관이 고스란히 글에도 투영된 것이다.
글을 쓰는 데 있어 꾸준한 연습이나 창의성, 개방성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성과 독자의 입장을 망각하면 내가 처음에 쓴 글처럼 남을 가르치는 것 같은 오만한 글이 되지 않을까? 명확하고 간결한 표현도 중요하지만, 대상 독자가 누구인지 고려하고, 그들에게 맞는 어휘와 문체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 짧은 글도 쓰다 보니 제대로 된 글자 보다 삭제하기 키보드를 사용한게 더 많았다. 내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지는 글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더욱이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는 글은 강요라는 느낌으로 변질되기도 하니 말이다. 명료하게 자기생각을 보여주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첫댓글 좋았던 점 : 지난 시간의 과제를 수정하고, 그 과정과 소감까지 올려주셔서 글쓰기를 향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쓰기의 말들을 잘 소개해 주셨고,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된 것 같습니다. 김규진 선생님께서 평소에 어떤 글을 쓰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쉬운 점 : 제가 읽기로는 대체로 문장이 길어서 읽을 때 호흡이 달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쓰기에 대하여 평소에도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하시는 흔적이 보입니다. 글쓰기 십계명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솔직하고 담담한 성찰도 글쓰기에 앞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고 또 공감을 끌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남의 말을 따라 하지만 말고 자신의 의견과 느낌 생각을 얘기하라는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글을 쓸 때 독자를 고려하면서 자신을 믿고 나의 색깔을 담대하게 창의적으로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변화에 대한 의지와 다짐이 잘 느껴집니다. 처절한 자기 반성과 성찰은 내겐 너무 무거운 단어.
간결하고 편안하게 마음에 다가오는 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쓰는 데 있어 꾸준한 연습이나 창의성, 개방성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성과 독자의 입장을 망각하면 내가 처음에 쓴 글처럼 남을 가르치는 것 같은 오만한 글이 되지 않을까? 명확하고 간결한 표현도 중요하지만, 대상 독자가 누구인지 고려하고, 그들에게 맞는 어휘와 문체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고 하신 글이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