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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마피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영화 대부의 장면들이 떠 오른다. 뉴욕 마피아 보스인 아버지 Don Coleone (말론 브란도)와 두 아들 (제임스 칸, 알 파치노)은 치밀하고 잔인하게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경찰과 담당공직자들을 매수하여 불법적인 사업을 장악해 가는 줄거리로 진행되는 흥미진진하고 다소 낭만적인 영화이다. Don이라는 호칭은 원래 이태리에서 귀족이나 성직자에게 존대의 뜻으로 붙여지었으나, 미국에서는 마피아의 최고보스가 스스로를 지칭할때 사용되곤 한다. 이 영화는 예술적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이후 조폭영화라는 새로운 쟝르를 개척하였으며, 속편뿐만 아니라 Goodfella, Scarface, Untouchables 등 유사한 영화들이 줄지어 제작되었고, Sopranos나 Wire같은 tv드라마도 커다란 흥행의 성공을 거둔다. 최근에는 나폴리 마피아의 현실을 상세히 묘사한 Gomorrah책에 기반한 tv드라마가 만들어져 전세계 50여국가에서 방영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원작의 저자인 Saviano는 책의 출간이후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마피아의 살인위협으로부터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은신처에서 칩거생활을 하고있다.
미국 마피아는 이태리 남부로부터의 대규모 이민물결을 타고 뉴욕근교의 이민자정착지를 근거로 성장하게 된다. 처음에는 고용주와 언어소통이 불편한 이민노동자들사이에서 중간역할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지만, 1920년대 금주법기간동안 밀주유통과 판매를 독점하면서 도박, 고리대금업, 공갈협박등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건설, 노조침투를 통한 운송, 부두하역, 쓰레기수거등의 합법적인 경제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다. 지난 50년이상 미국정부의 범죄조직과의 전쟁은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도 단절시켰지만, 마피아는 현재도 북동부지역과 시카고의 대부분 범죄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마피아의 원조는 잘 알다시피 이태리이다. 이태리 특유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마피아가 다른유럽국가가 아닌 이태리에서 번창할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세봉건사회의 몰락이후 중상주의의 쇠퇴와 카톨릭교회의 막강한 영향력은 이태리가 이익공동체의 조화로운 근대국가로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공권력의 행사가 전국적으로 특히 남부지방에까지 미치지 못하게 되고, 중앙정부는 세금수거만 할뿐 일반주민의 지역사회복지나 사유자산의 보호를 제공하지 못 하였다. 결국 지역주민들은 비합법적인 범죄조직에 대체적인 보호와 질서유지의 댓가로 상납을 수용할수 밖에 없었다. 19세기 후반 이태리 국가 형성을 전후한 공권력의 공백의 틈을 타고 파벌주의에 기반한 마피아는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된 범죄조직으로 거듭난다.
현재 이태리 마피아는 대략 5개 조직으로 파악되는데, 전통적인 시칠리아의 Cosa Nostra, 나폴리의 Gomorrah, 칼라브리아의 `Ndrangheta, 시칠리아의 신흥조직인 Stidda 그리고 풀리아의 Sacra Corona Unita이다. 1990년 중반에 시작된 이태리정부의 시칠리아 조직범죄에 대한 강도높은 단속의 기회를 이용하여 Gomorrah는 이태리 최강의 범죄조직으로 올라서고, 유럽 마약거래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Ndrangheta는 가장 잔인하기로 소문이 났고 최근에 급속하게 세력을 확산하여 최고의 재력과 남미마약의 세계적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조직구성원은 철저한 혈육원칙에 입각하여 아들들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조직에 합류함으로써 조직내의 동질성이 아주 높아 경찰수사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마피아는 경제적 규모로 치면 이태리 최대의 사업체로 총매출액만 1400억유로에 달하며, 실질적으로 이태리의 가장 큰 은행의 역할을 사채, 고리대금, 돈세탁등으로 하고있다. 불법적인 활동을 넘어서 현재는 도박사업(lotto), 건설수주와 쓰레기수거등을 용역받아 불법으로 폐기처분하는등 엄청난 이권개입에도 깁숙히 관여하고 있다. 특히 선거조작과 뇌물을 통하여 중앙및 지방정부 요직인사들을 매수하고 정부관련사업수주에 불법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이다. 마피아는 지역사회내에 깊숙히 침투하여 투표권자들에 대한 감시와 협박을 동원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인에 대한 선거의 결과를 유도하였다. 최근의 현상은 이태리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마약거래에 진출하여 막대한 수입을 확보하고 있다.
마피아는 기존의 기업조직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위계질서에 따라 형성되고, 각자의 역할분담이 확실하게 주어진다. 새로운 사업의 확장에 따라 마피아의 운영도 국제화되었고, 다국적기업과 다름없이 생산이나 유통관리도 고도로 발달하게 되어, 급변하는 시장수요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필요한 인재발굴과 양성에도 나름대로의 실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Gomorrah의 한때 실세로 군림하던 Di Lauro는 이태리의 가장 혁신적인 경영자중의 하나로 평가되기도 하나, 지금은 경비가 가장 삼엄한 이태리 교도소의 독방에 수감중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사적소유권의 보장이다. 이태리 남부에서 마피아가 출현하게 된 것도 자주 바뀌는 외지점령세력들에 의한 법질서의 유린과 빈번한 개인재산권의 침해에 기인한다. 마피아집단은 역사적으로 이러한 외세와 지역주민들사이의 중간역할을 하면서 지역민원을 대변하는 과정을 통하여 어느정도의 사적자산의 보호와 상거래의 유지를 존속시킴으로써 그 존재감을 인정받게 되었다. 사회적, 정치적 배경또한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의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도의 관료주의가 그 한예이다. 지나친 관료주의는 권한을 행사할수 있는 집행자에게 엄청난 재량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막대한 임차료의 소득을 올릴수 있고 범죄조직과의 유착 가능성도 농후하다. 수요가 많은 상품의 시장불법화와 단속부재도 마피아의 개입을 조장한다. 단순한 개개인이 마약과 같은 복잡한 거래망을 수직적으로 관리하기는 역부족이고, 체계적이고 스스로 통괄할수 있는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범죄조직만이 공권력과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살아남을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남미마약유통의 경우 생산부터 최종목적지까지 수송에는 통상 10개 정도의 개별적인 조직들의 협력이 요구된다고 하니 일반개인이 감당할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다.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은 소위 말하는 조폭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틀리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마피아로 정의할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시장독점이다. 그들은 경쟁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고, 주어진 지역내에서 배타적인 시장지배권을 장악하려고 한다. 마피아가 관여하는 활동자체가 예를 들어 보호나 공갈협박등이라고 할때, 경쟁에 의한 시장논리가 좌우한다면 장기적으로 존폐의 위기로 몰릴수 있기때문이다. 경쟁이 심할수록 그 만큼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율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서는 시장독점이 절대 필수적이다.
마피아에게는 조직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선발과정도 엄격하다. 범죄조직의 특성상 내부자의 배신이나 사적거래는 조직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수 있는 잠재성이 항상 잠복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가족내에서 구성원을 선발하고 더 나아가 친인척으로 그 범위를 넓히며 확실히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만을 철저한 검증을 통하여 받아 들인다. 미국 마피아내에서 보스이상의 위치는 이태리계통이 아니면 불가능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정식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폭력적 역량도 증명하여야 하고, 종교적 의식에 가까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직내에서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폭력적 역량보다는 사업계획과 실천, 정치적 행정기술, 조직원에 대한 동기부여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정략적인 혼인도 조직의 운영과 신뢰성의 유지를 위하여 흔히 사용된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사망한 조직원들의 가족에 대한 배려도 철저하게 관리하여,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환경을 조성한다.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이 사회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다방면으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 우선적으로 불법행위의 만연은 사회적 정의와 법질서에 대한 일반시민의 불신을 가져오고, 시장질서를 혼란하게 하여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한다. 이는 모든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으로 부과되고 일반개인의 동기부여도 왜곡되게 만든다. 따라서 산업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질수가 없고, 인력자원도 생산적인 활동으로부터 유출되기가 쉽상이다. 실례로 소말리아의 해적행위가 성행되면서 외국에서 MBA를 취득한 우수한 인재들도 범죄집단에 가담하고, 범죄행위자체도 고도로 발달하게 된다. 피납치자들의 사상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인질이 협상의 귀중한 상품임을 인지한 해적들의 치밀한 상업적 계산에 기인한다. 가장 심한 부작용은 아마도 마피아와 공권력이 공모할 때이다. 마피아가 오래동안 존속할수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도 정치인들에 대한 후견인 역할때문이다. 이태리 남부지역이 경제적으로 낙후된 것도 마피아와 결탁한 부패된 정치권의 존재로 타지역의 기업이나 개인사업가들이 투자를 기피하였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의 격퇴를 위해서는 경찰력을 동원한 범죄구성원의 체포도 중요하지만, 정치권과 마피아의 유착관계를 절단하는것이 최우선이다. 동시에 불필요한 관료주의도 축소하여 경쟁의 요소를 가능한 많이 도입하는것도 마피아의 횡행을 방지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것이다. 오랜기간에 걸친 한국사회의 정경유착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재벌기업도 마피아조직에 버금가게 정치가, 법조인, 기자, 학자, 기타 전문가등을 이용하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는데 능숙하다. 유능한 재벌총수는 마피아보스와 마찬가지로 실질영향력이 여러가지 형태로 작용하는것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를 최대한 이용한 사례들이 1960년대 경제개발이후로 무수한 스캔달을 통하여 폭로되고 또 반복되어 왔다. 물론 모든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법의 언저리에서 교묘하게 저질러진 탈법행위도 암묵적으로 용인되곤 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재벌기업에 유리한 법제정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다각적으로 해 왔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에 대한 반대급부는 힘없는 근로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일반 납세자의 불공평한 조세부담으로 돌아온다.
한국 최대기업인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은 일반서민들에게는 돈병철로 불려졌다. 70, 80년대만해도 보통사람들에게는 상상이상의 많은 돈을 벌어 들였다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일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돈을 초월한 사회 각계 각층에 영향력을 꾸준히 구축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삼성이라는 재벌기업이 국가의 법과 질서를 우선하여 자손대대로 특권을 누릴수 있도록 준비하였던 것 같다. 그런면에서 그는 영화 대부의 주인공인 Don
Coleone를 훨씬 능가하는 Don 병철로 불리는것이 당연하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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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탈리아 지하경제 규모가 이탈리아 GDP의 2배는 될 것이라는 농담이 있던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 )
공식적인 통계로는 World Bank에 의하면 이태리 지하경제의 규모를 27.0%라고 하는데 이는 계량모델에 의한 예측입니다. 한국의 경우 한단계 낮은 26.8%로 보고가 되는군요. 제가 알기로는 로마시의 재산세가 50년전의 집값으로 아직도 징수되고 있다고 하니 공식적인 자료는 실제 지하경제의 규모를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마피아에 대해 잘 배웠습니다. 돈병철과 한국재벌, 마피아는 재미있는 비유입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 집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