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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학 운동 얼과 길
- 살림학연구소 총회/나눔마당 -
10월 3일 하늘 열린 날, 〈살림학연구소 세움잔치〉 둘째 날 힘차게 열었습니다. 이날 아침에는 살림학연구소 여는 뜻 세우는 〈창립총회〉와 〈살림학 나눔마당〉이 펼쳐졌는데요. 전날 운동 한마당과 흥살림 잔치로 함께 웃음과 신명 나눈 살림꾼들이 아침부터 밝은누리움터 한울에 모였습니다.
살림꾼들은 한울에 들어서며 총회준비모둠에서 준비한 조그만 나무조각을 받았습니다. 살림학연구소 뜻을 세우며 각자 마음에 새긴 다짐과 바람을 적고 한곳에 모아 나무걸개를 만들기로 한 것인데요. 총회 시작 전 저마다 준비해온 생각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정성껏 나무 조각에 적어넣었습니다.
▲ 살림학연구소 열며 살림꾼들이 나무조각에 새긴 다짐과 바람.
살림꾼들이 모두 모이자 살림꾼 하룡 님의 이끔으로 총회가 시작됐습니다. “나이 들수록 새로운 꿈을 꾸기가 참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살림꾼들과 함께 살림학연구소라는 새롭고 멋진 꿈을 꿀 수 있어 감격스럽다”는 하룡 님의 인사말과 함께 총회 성원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전체 살림꾼 123명 중 1명이 뜻을 위임하고, 1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살림학연구소 창립총회가 성원되었음을 밝히며 총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총회는 연구소장 추대, 연구소 정관 설명과 의결, 나무걸개 기념식과 창립 선포 순으로 이뤄졌는데요. 살림학연구소 얼을 세우고 살림꾼들과 어깨 걸어 이 길 함께 걷고 있는 살림꾼 철호 님을 연구소장으로 추대하자는 하룡 님 제안에 살림꾼들이 뜨겁게 손뼉 치며 동의의 뜻 표했습니다.
이어서 연구소 정관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땅에 터하여 온 생명 곱게 어울리는 살림길 평화살이를 실천하고 연구한다”는 연구소 목적과 주요사업 등을 함께 나누고, 살림꾼들이 손뼉 침으로 동의의 뜻 표하며 정관을 세웠습니다.
▲ 살림학연구소 세움을 함께 선포하는 살림꾼들.
이후에는 나무걸개 기념식을 했습니다. 총회 시작 전 살림꾼들이 각자 바람과 다짐을 적은 나무조각을 하나로 모아 큰 나무걸개로 만들었는데요. 살림학연구소 얼 담은 노래인 ‘살림길 평화 온누리에’를 다 같이 한목소리로 부르며 살림꾼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나무조각을 한데 모았습니다.
하늘 땅 사람 곱게 어울려 살림길 평화 온누리에
움터 올라 서로 살리는 살림길 평화 온누리에
(노래 ‘살림길 평화 온누리에’)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살림, 평화!’, ‘함께 행복한 세상’, ‘꿈꾸길 멈추지 않겠습니다’, ‘늘 깨어있고 언제나 신명나게’, ‘서로 살리는 꿈 되겠습니다’, ‘사랑하며 살아요’ 등 살림꾼들의 소중한 다짐과 바람 담긴 고백들이 모여 큰 나무걸개가 만들어졌습니다.
나무걸개가 완성되자 살림꾼들 사이에서 손뼉 치며 기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하룡 님은 “앞으로 살림길 걸으며 여러 우여곡절이 있을 텐데, 지금 나눈 첫 마음과 다짐 함께 떠올리고 기억하면 좋겠다”라는 뜻을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모든 살림꾼들이 “살림길 평화살이 온누리에 물들어라!” 함께 외치며 살림학연구소 세움뜻 함께 선포했습니다.
▲ 123개 나무조각으로 만들어진 살림학연구소 걸개.
살림학연구소 총회를 마치고 〈살림학 나눔마당〉이 이어졌습니다. 나눔마당은 살림꾼들이 삶을 토대로 이미 일궈온 살림길 열매들을 나누고, 살림학 운동 얼과 길을 밝히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이날 마을 곳곳에 뿌리내려 살림살이 해온 다섯 살림꾼이 나눔을 맡았는데요. 첫 나눔은 홍천마을에서 농생활소농으로 지내는 미영 님이 ‘하늘땅살이살림학’을 주제로 이야기 펼쳤습니다.
미영 님은 “하늘땅살이는 하늘과 땅 사이에 생명살림”이라는 말로 나눔을 시작했어요. 하늘땅살이를 농사라는 말로 쓰기도 하지만, 넓게는 삶과 농이 서로 어우러지는 삶을 뜻한다고 합니다. 농생활소농들은 모든 생명의 토대가 되는 흙을 조화롭게 가꾸며 생명평화 이루어가는 이들이라고 했지요. 미영 님은 이렇게 하늘땅살이를 설명하다보니 ‘하늘땅살이가 곧 살림학이구나’ 하고 생각되었다고 해요.
미영 님은 이어서 하늘땅살이살림학을 크게 네 주제로 풀어냈는데요. 첫째는 ‘흙살림’입니다. 흙은 씨앗을 품고, 씨앗은 흙이 주는 힘으로 열매 맺습니다. 열매를 먹은 사람의 똥, 오줌은 다시 흙이 되고, 함께 자라는 풀, 벌레, 미생물도 땅에 힘을 보태지요. 어떤 것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살리는 관계 속에서 생명순환하는 흙살림을 일굽니다. 두 번째는 ‘밥상살림’입니다. 절기 따라 얻은 남새와 열매로 생명살림 밥상을 차립니다. 자연 흐름따라 얻은 나물, 열매, 곡식들이 하늘 땅 기운과 연결되어 먹을거리로 우리 몸에 들여지는 과정이 곧 밥상살림입니다.
셋째는 ‘서로살림’입니다. 소농들은 여러 모양으로 어깨 걸고 서로 살리는 하늘땅살이 실천합니다. 농생활소농연대에서는 밭에서 이루어지는 하늘땅살이와 생명들 만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명사건을 서로 나누며 배움으로 삼는다고 해요. 나를 넘어 서로를 통해 배우는 서로살림입니다. 마지막은 ‘온생명살림, 지구살림’입니다. 호미와 낫, 생활에서 쓰던 것 밭에서 다시 쓰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하늘땅살이 이어갑니다. 밭일하다가 잠시 멈춰 둘레생명들 형편 살피고 마음 모으는 기도 함께합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생명을 사랑하라는 명을 실천하는 지구살림입니다.
미영 님은 나눔을 준비하며 지나온 길에 이미 ‘살림’이라는 주제가 녹아 있음을 깨달았다고 해요. 그 살리는 힘으로 앞으로 일구어갈 새길도 힘차게 걷겠다는 당찬 포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늘땅살이를 돌아보고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차리며 나눔을 준비했는데, 돌아보니 모두가 살림이었습니다. 돌보는 작물들과 동물생명들의 필요 채워주는 살림, 그리고 나, 함께 지내는 이와 먹고 지내는 살림이었습니다. 그 살림하면서 어떻게 생명들 살리는 일을 계속 이어갈까 배우고 궁리하는 스스로를 알아차립니다. 살림꾼으로 지내면서 앞에서 설명한 살림을 흙에 터해 더 공부하고 연구해가겠습니다.”
▲ '하늘땅살이살림학'을 주제로 나눔마당 펼친 살림꾼 미영 님.
이어서 살림꾼 지연 님이 ‘지구살림: 서로 살리는 사귐과 삶’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지연 님은 주한 덴마크 대사관 에너지와 환경 분야 상무관이자, 밝은누리 인수마을에서 하늘땅살이하며 두 아이 엄마로 지내고 있는데요. 이날 덴마크와 밝은누리 공동체 사례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주었습니다. 가까운 몸 동선에 기반한 마을 공동체와 인간관계 회복이 그 어떤 에너지 정책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뿌리 삼아 나눔 이어갔어요.
덴마크는 뛰어난 핵발전 기술이 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택했다고 합니다. 덴마크는 여러 자발적 시민조직들이 마을 근간을 이루며 삶의 다양한 필요를 주체적으로 채워온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요. 덴마크 사람들은 몸집이 큰 핵발전을 마을 단위로는 풀어갈 수 없음을 알았고, 삶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 선에서 필요에 맞는 해법을 스스로 마련했다고 합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투표를 했고, 다양한 단위들이 연대하며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는 풍력발전을 택했지요. 우리가 삶에서 겪는 문제들을 마을 단위 품앗이, 두레, 울력으로 풀어온 역사와 닮아있습니다.
밝은누리 공동체는 일상적인 생활양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안을 만드는 마을살이를 일구어왔습니다. 지연 님은 둘째아이를 집에서 낳았다고 하는데요. 출산이라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소비욕망의 자극 없이 평화롭게 맞이했다고 해요. 또 2019년 코로나 돌림병이 확산되었을 때, 밝은누리는 마을 단위로 하늘땅살이를 실천하고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며 다양한 창업을 일구었다고 합니다. 지연 님은 지구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가 경험해야 할 변화에 마을생활이 유효하다는 점을 이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요.
지연 님은 나눔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생활양식의 생성에 대해 강조했는데요. 새로움을 생성할 수 있는 힘은 서로 깨어 비추는 관계 속에서 움트고 꽃핀다는 점을 자기 경험에 빗대어 나누기도 했습니다.
“날카로운 분석, 의미 있는 비판과 더불어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구 생태계, 기후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이 저는 하늘땅살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흙을 터전으로 한 삶의 양식은 농생활을 넘어 우리 삶에 다양한 영감을 주고 있어요. 또한 서로 깨어 비추는 관계를 통해 만들어가는 운동이 우리를 생기 있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그 관계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를 하나씩 만드는 일이 지구 생태계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 '지구살림: 서로 살리는 사귐과 삶'을 주제로 발표한 살림꾼 지연 님.
다음은 물리학 공부하는 살림꾼 은진 님이 ‘살림과학: 온생명에 합하는 우주론’을 주제로 이야기 펼쳤어요. 물리학이 인간사고에 준 변혁, 철학과 인류문명이 과학에 끼치는 영향, 온생명에 합하는 살림과학이라는 화두를 다양한 사례에 근거해 풀어놓았습니다.
은진 님은 앞서 양자역학 원리를 간단히 설명해주었는데요. 양자역학에 의하면 우주는 조각으로 나뉠 수 있는 물리적 실체가 아닌 모든 존재가 서로 얽혀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주를 전체적으로 생각해야 우주의 참모습을 알 수 있다고 했지요. 그리고 이는 동북아철학과도 매우 합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서양철학이 현상의 원인을 물체 자체 특성으로 보는 것과 달리, 동북아철학은 공간이 기로 가득 차 있으며, 물체와 물체, 물체와 공간 사이가 기를 주고받으며 상호침투하는 관점에 기반한다고 해요.
동북아철학과 유럽철학이 있듯 서양과학과 동북아과학이 있을 수 있고, 현대과학이 주목하지 못하는 온생명의 연결됨을 회복하는 연구,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주와 온생명이 어떻게 도를 이루어 사는지 이해하는 것이 과학의 사명이고, 과학자의 사명은 곧 도를 깨우쳐 덕을 닦고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뜻깊은 나눔도 이어졌어요.
은진 님은 나눔을 갈무리하며, 살림과학의 꿈과 희망을 살림학연구소 여는 길에 담아 보냈습니다. 은진 님의 마지막 말에 살림꾼들 또한 따뜻한 웃음과 손뼉으로 응원과 격려를 보냈지요.
“사실 나눔을 준비하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기보다는 천년을 내다보는 꿈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꿈은 사실상 지구상, 이 한반도에서 이룰 수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그 희망의 밑바탕이 이 살림학연구소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렇습니다. 지구와 온생명을 위해 연구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 '살림과학: 온생명에 합하는 우주론'을 주제로 이야기꽃 피운 살림꾼 은진 님.
다음으로는 양산 덕계마을에서 지내는 살림꾼 우경 님이 ‘생명평화 덕계마을 걸어온 이야기’를 나눠주었어요. 먼저 덕계마을에서 지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는데요. 덕계마을 곳곳에서 밥상, 배움터, 찻집, 떡집, 책방 운영하는 재미난 마을살이 풍경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우경 님은 덕계마을이 지나온 과정을 더 생생한 입말로 덧붙여주었어요.
덕계마을은 배움터를 중심으로 마을살이를 시작했다고 해요.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학교 문화를 가정 문화와 이어가려 노력하면서 부모들 관계가 돈독해졌지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대안교육을 받더라도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건강한 배움을 이어가기 어려움을 깨달았다고 해요. 이 깨달음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꿈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닿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여러 마을거점을 만들고 수많은 활동을 펼쳐내며 더불어 사는 힘을 맛보았다고 해요.
그러다 어느 시기에 갈등과 분주한 일상으로 처음 모은 뜻이 흐려진 모습 돌아보고, 한계를 뚫고 갈 새로운 힘을 찾게 되었다 합니다. 그때 마을에 ‘공동체지도력훈련’이라는 공부자리가 열렸고, 마을 벗들은 다시 마음 모아 공부하며 중심을 잡아갔다고 해요. 그렇게 모인 힘으로 마을에 중학교를 세우고, 돌림병 상황에서도 마을밥상을 열었지요. 온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명평화 덕계마을’이라는 이름을 짓고 함께 살아가자 마음 모으는 잔치를 열기도 했습니다.
구심이 강해지고 뜻이 분명해지면서 이후에 또 다른 어려움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덕계마을 분들은 이러한 사건들을 지나며 분별의 지혜를 배우고 깊은 사귐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해요. 이날 나누어진 덕계마을 이야기는 함께한 살림꾼들에게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밝아온다’는 뜻을 되새겨 주었습니다. 우경 님은 덕계마을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는 말로 나눔을 마쳤고, 살림꾼들은 뜨거운 손뼉으로 마음을 전했어요.
“앞으로 수없이 겪어야 할 일인 것을 알기에 두렵지는 않습니다. 배운 대로 담대하게 잘 통과해 가겠습니다. 온누리에 살림길 평화를 깃들게 할 그대들과 함께라서 든든합니다. 고맙습니다!”
▲ '생명평화 덕계마을 걸어온 이야기'로 울림을 준 우경 님.
이어서 인수마을에서 지내는 살림꾼 원 님이 나눔마당 펼쳤습니다. 원 님은 17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자본주의 경제를 경험했고, 밝은누리 공동체에서 집안살림과 육아하며 창업을 돕고 운영하는 일을 해왔다고 해요. 두 터에서 다른 원리와 지향으로 경제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모습을 보아왔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살림살이 경제학’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원 님은 앞서 모든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고,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가 절대적이며, 모두가 투자를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시장 질서를 설명했어요. 이런 순환 속에 있을 때는 끊임없이 자본을 증식해야 하고, 무한증식 속도에 맞춰 무리한 기술혁신을 해야만 하지요. 무한증식경제 역사가 300년 넘도록 이어져온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한증식경제 이전에는 살림살이경제가 있었습니다. ‘경제’를 뜻하는 영어 ‘이코노미’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라는 말에서 유래했고, 이는 ‘오이코스’(가정, 유기적 공동체)와 ‘노미아’(살림살이)가 합쳐진 말이기도 해요.
원 님은 살림살이 역사가 경제의 본질이었음을 짚어주며, 이전에는 가정과 공동체 살림살이 대부분이 호혜와 선물로 이루어졌다고 했습니다. 원 님이 살고 있는 공동체도 이처럼 호혜관계를 구현하는 몸의 틀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용가치에 중심을 둔 나눔문화를 일구고 두레, 울력, 품앗이를 일상에서 구현합니다. 자족하는 삶을 배우고, 노동이 주는 기쁨과 가치를 몸으로 들이며, 모든 필요를 마을 관계망 안에서 풀어냅니다. 원 님은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내 삶을 지탱하는 게 자본 축적이 아니라 사랑하고 신뢰하는 관계의 축적”임을 몸으로 경험했다고 해요.
원 님은 나눔을 마치며 살림학연구소에서 이어나가고픈 실천과 꿈을 나누었는데요. 살림살이 경제를 한몸된 관계망 안에서 일구며 많은 이들에게 증언하는 삶을 꿈꾼다고 말했습니다.
“예수의 밥상공동체 혹은 노자의 무위정치도 같은 정신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몸된 관계와 생태계를 새롭게 회복하고 그에 맞는 경제원리를 찾아갈 때 새로운 살림살이 경제를 조직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삶을 토대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증언하고 개념화하며 소통하는 것이 살림살이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살림살이 경제학'을 주제로 이야기 나눈 살림꾼 원 님.
마지막으로 살림꾼이자 살림학연구소 소장인 철호 님이 〈살림학 운동 얼과 길〉을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살림학 운동의 밑바탕이 되는 총론 성격의 발표이지만, 어떠한 관념도 삶보다 우선될 수 없다는 연구소 철학에 걸맞게 가장 마지막 순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눔마당 준비한 살림꾼들의 작은 실천이 엿보인 대목이었습니다.
철호 님은 “살림학은 하늘 땅 사람 온생명 서로 살리고 평화 일구는 삶, 살림길 평화살이를 함께 실천하고 연구하는 운동”이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먹고 입고 자고 놀고 일하는 일상생활, 결혼․임신․출산․육아, 교육, 농생활 등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살림문화를 구현하는 생활양식을 만들고 실천하는 운동이라고 했지요. 서로 살리며 더불어 사는 살림터인 마을을 생성하고, 자치․자족․자립하는 마을들의 자율적인 연대가 곧 살림과 평화 생태계 일구는 길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분과학문은 삶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갈라져나온 가지들이기에, 살림학 운동은 살림살이(삶)를 뿌리로 서로 잇는 학제 간 소통, 통전학문 운동이라는 설명도 더해졌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과 분과학문들이 일관되게 관통할 때 생명 약동이 일어나며, 이는 인류가 삶을 곱게 꿈꾸고 실천하며 희망하게 하는 신비로운 힘이 된다고 했습니다. 앞서 발표한 주제(하늘땅살이살림학, 살림과학, 지구살림, 덕계마을 사례, 살림살이경제학)를 아우르는 이야기이자 살림학연구소가 뿌리내린 얼과 철학을 간결하게 설명해준 대목이었습니다.
철호 님은 살림꾼들을 신명나는 살림길로 초대하며 나눔을 갈무리했는데요. 생명살림과 평화를 향한 걸음이 일상의 잔치이자 온누리를 밝은 하나로 잇는 신명잔치임을 되새겨 주었습니다.
“살림학연구소는 생명살림과 평화 일구는 삶을 살고 연구하는 살림꾼들의 놀이터입니다. 다양한 자기 살림터에서 벌이는 일상의 놀이, 일상잔치이지요. 이는 다른 살림터들과 더 넓게 이어진 마당에서 난장을 벌이는 한마당잔치로 이어집니다. 살림학 운동은 살림길 평화살이하는 대동세상에서 벌이는 신명잔치입니다.”
▲ '살림학 운동 얼과 길'을 밝혀준 살림꾼 철호 님.
철호 님 발표를 끝으로 살림학연구소 총회와 나눔마당은 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살림길 흔적 나누고 전하는 자리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질 텐데요. 이날 나눈 밝은 기운이 살림길평화 움틔우는 바람 되길 바라며 살림꾼 모두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살림길 평화 온누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