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번호>
[시나리오 및 인물 소개]
: 청자는 화자 곁에서 멀리 떠나있습니다. 전화하는 화자는 밝고 친근한 말투로 이야기하다가 점차 쓸쓸한 감정을 비칩니다. 듣기에 따라 누구나가 될 수 있도록 관계는 따로 지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10대~30대 사이에서 편하신 대로 연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 통화연결음 소리가 크게 들리다 점점 작아진다.) 여보세요? (웃음) 잘 지냈어? 아, 다름이 아니고 오늘 간만에 할 일도 없고 날씨도 좋고 그래서 혼자 밖에 나갔다가, 학교 앞 분식집 있잖아? 거길 진~짜 오랜만에 갔거든.
기억나 그 메뉴? 피자 소스로 만든 떡볶이 위에 치즈 올라간 거.
지금은 워낙 퓨전 음식이 많아졌다지만 우리 자주 다니던 그때만 해도 진짜 흔하지 않은 메뉴였잖아. 암튼 거길 갔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전화해 봐야겠다 생각했지.
이제 할머니는 안 계시고 거기 따님네 부부가 이어받아 하고 있더라고.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있지, 치즈가! 있잖아! (한숨) 우리 다닐 때에 비하면 (중얼거리며) 반 밖에 안 주더라.
아무리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피자!떡볶인데 치즈가 박하면 섭섭하잖아~ 그게 포인트였는데 말이야. (가벼운 웃음소리)
내가 모짜렐라 치즈 쭈욱 늘어다는 거 허공에서 포크로 돌돌 말아서 입에 넣으면 막 포크 내려놓고 내 볼도 치즈마냥 늘려주고 그랬잖아.
으으... 그 손 진짜 매웠는데! 떡볶이보다 매웠다 진짜! 그래도 한 번 더 꼬집혀 줄 용의는 있어! 오랜만에 좀 꼬집어주라! (웃음)
암튼, 떡볶이 혼자서 다~ 먹고 나서는 커피 한 잔 사서 근처 공원도 한 바퀴 돌았거든. 걷다 보니까 길에 누가 먹을 걸 흘렸는지 주변에 개미가 바글바글하더라고.
땡볕 아래서 새까만 개미 떼들이 자기 몸집만 한 먹이를 낑낑 이고 지고 가는 걸 보면서 ‘아... 나도 얘네처럼 열심히 살고 있나...’ 잠깐 반성하는 시간도 갖다가, 개미들이 도대체 어디까지 행렬을 맞춰 가나~ (점점 천천히) 따라서 바닥을 보다가, 시선 끝에 흙이 잔뜩 묻은 내 신발이 걸리는데..
(BGM IN)
(쓸쓸하게) 내가 오늘, 우리가 같이 가서 샀던 그 신발을 신고 나온 거야.
그래서 또 ‘전화해야겠다’ 생각했지. 목소리가 너무너무 듣고 싶어서.
생각나면 힘들 거 같아서 다 정리한 줄 알았는데, 내가 이 신발을 못 버렸더라고.
신발 선물 싫다는 거 꾸역꾸역 선물해 주더니. 이거 신고 어디든 가자고 하더니...
(원망하듯이) 난 여기 그대로 있는데...
[(E. 전화 필터) N IN .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N OUT.]
(BGM 00:58에 맞추면 좋겠습니다. 아니어도 무방)
그럼, 다음에 또 전화할게. 혹시 괜찮으면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
꿈에서라도 목소리 좀 들려주라.
많이 보고 싶어.
(E. 전화 끊는 소리 )
(BGM OUT)
<BGM> River, 김승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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