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휙휙 지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것 중에 하나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이다
내가 오십 초반에 삼여년을 키웠던
준우도 어엿한 초등학교 일학년이 되었으니
앙증맞은 자태 달달한 아기 냄새는 과묵한 남자 냄새로 바뀌었다
누워 우유먹고
귀저귀 신세지며
아장아장 걸음마
온갖 재롱
준우 안고서 볼에 수없이
달콤한 뽀뽀하던 날들
모두 한때다
머무를 것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보면 다시 돌아 오지 않을
좋은 시절이었던 것을
준우가 볼때 마다 쑥쑥 자라더니
묻는 말이나 짧게 대답하는 등
서먹할 지경이다
그러나 속은 멀쩡해
"담임선생님 어때?"
할머니가 물어보니
"다른 반 선생님들은 젊은데
우리반 선생님은 늙었어요"
입술을 삐죽인다
늙은게 뭔지를 안단 말야?
8살 짜리도 늙었다면서
싫어 하니 기를 쓰고
늙지 말아야 해
이제 준우는 아기티를 벗었다
태권도 미술학원 피아노 한문 영어 학습지 등 사교육에 시달리느라 바쁘고
일학년인데 우연히 들여다 본
수학문제가 주관식
할머니 실력으로 어림도 없는
수준의 난이도라 놀라웠다
우리 때와 비교가 안되는
어린 것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니 안쓰럽다
할머니 집에 와도 손님처럼
꾸벅 인사하면 그만이고
아기 때 처럼 할머니를 졸졸
따라 다니는 일도 없다
수박씨 같은 까만 눈 마주치며
서툰 말로 재잘대지도 않지
재미없고 썰렁하다
뭐든 그러려니 준우 보면
벅차도록 반갑기만 하다
"준우야 너 할머니가 키운거 알어? 할머니랑 살았는데?"
"몰라요....."
"정말 몰라?"
"생각 안나는데....."
완전 오리발이다
애 봐준 공 없다는 말 맞네
온 몸을 다 바쳐 사랑했건만
생후 2개월 부터 3세 까지
어떻게 기억하겠냐고....
사랑하는 준우와의 사연은 그렇게 시나브로 나의 외사랑으로 앨범에 남겨져 추억이 되었다
카페 게시글
육아일기
초등학생 준우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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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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