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씀)
여름 장마철이라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더니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를 만났다
뜻밖이었다
그녀를 먼발치에서
잠시 본 적이 있었지만
나와 교류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그녀가 아무런 조건없이
온 라인 상에서 내 편이 되어 쓴 글을 읽고
깊이 감사하며 감동 받았던 에피소드가 있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한 나는
그녀에게 빚진 자가 되어
내 마음 한켠에
늘 고마운 친구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를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움을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었는데
그녀도 그런 것 같았다
하필 두 사람 모두 숫기가 없어
서양식으로 껴안고 볼을 비비지는 못할망정
서로 쑥스러워 쭈뼛거리기만 하다가
그런 자신들이 못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반갑다는 짧은 인사가 고작였던
우리는 둘다 마음을 전하는데 서툴렀다
일단 지하철역에서 만나
도심 속을 걸어
예약된 식당으로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우기에다 일기예보는 거짓말쟁이여서
짐작을 할 수 없는 날씨였는데
갑자기 빌딩 사이로 느껴지는 여름 공기가
꾸물꾸물 곧 비라도 올 태세였다
모임 장소를 향해
나와 나란히 걷던 그녀가 갑자기 핸드백에서
여러 번 접힌 자그마한
다홍빛 우산을 꺼내며
"혹시 이따가 비가 올런지도 몰라...
난 차를 타고 가서 괜찮은데
넌 여기서 집까지 가까워 걸어가잖아...."
준비성 없이 나온 나와 다르게
비를 대비해 우산을 가져온 얌전한 그녀가
내 손에 자신의 우산을 들려주면서 말했다
모임 마치고 돌아갈 때 내가
비 맞게 될까 봐 그런가 보다
그녀의 속 깊은 배려가
그녀의 미소처럼 고와서
사양도 하지 않고 건네준
다홍빛 우산을 손에 꼬옥 쥐었다
우산을 받았는데 정을 받은 것 같았다
"우산 무거우니 내가 가지고 있다가
집에 갈 때 줄까?"
"아냐 내가 들고 갈께.....
어디를 보나 내가 더 힘이 셀 것 같잖아? 하하~"
나도 그녀를 위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였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우산을 접은 채 손에 들고
그녀와 함께 모임 장소에 도착해
식사 마치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되자
집에 일이 있어 부득이 나는 먼저 일어나야 했다
지하에 위치한 모임 장소는 창문도 없어
밖에 비가 오는지 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그녀에게 우산을 전해달라고
누군가에게 부탁하고는 그곳을 나왔다
그녀의 귀갓길에
혹시 비가 내리면 우산이 필요할 거 같으니까
밖으로 나오니 때마침 비가 내리고 있다
그녀가 비 맞을 염려는 없겠지?
우산 두고 오기를 참 잘한 것 같고
안심이 되었다
내가 비 맞았다고 그녀가
걱정을 할까 봐 나는 그게 걱정이었다
밖은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편히 집에 갈 수 있게
제발 비야 그치거라
비 맞으면서 그날처럼
기분 좋았던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카페 게시글
2008년
다홍빛 우산 (2008년)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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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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