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0-05
햇 볕 정 책
박 병 민 목사(새터공동체)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자연의 혜택(惠澤)인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것을 “일조권(日照權)”이라고 말 한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마태복음 5:45)라고 말하고 계신다. 여러 해 전에 선거 철에 나올 법한 그런 말이 유행을 하였다. 군대에 가지 않고 면제를 받게되면 “신의 아들”이고, 육 개월 방위(防衛)를 마치면 “장군의 아들”이고, 방위로 제대하면 “사람의 아들”이며, 현역의 복무를 마치게 되면 미련한 사람들의 부류로 취급되어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로 취급되어 손가락질을 받게된다는 우스개 소리들을 이야기 할 때가 있었다. 세상에는 당당히 백주대로(白晝大路)를 활보(闊步)하는 다수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걷지 못하여 밝은 볕을 쬐지 못하고 골방에서 구들장을 지고 누워 있는 어둠 속의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은 언저리에서 겉돌고 있는 이들을 가운데로 끌어 들였다. 사람들이 소경 하나를 예수께 데리고 왔는데, 예수님은 그 소경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기 위하여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예수는 그의 눈을 뜨여주고 “무엇이 보이느냐?” 물으셨다. “사람이 보이나이다” “나무 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을 보나이다”(마가복음 8:22-26).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사람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겠는가?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얼마나 보고 싶었겠는가?
헬렌켈러는 “3일동안만 본다면”이라는 글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만일 3일 동안 눈을 뜰 수 있다면 첫날 눈뜨는 순간 나는 나를 가르쳐 준 설리반 선생을 보고 싶다. 그의 인자한 얼굴 모습, 끈질긴 사랑의 힘 그리고 성실함, 이 모든 그의 성품을 내 마음 속 깊이 깊이에 새겨 놓겠다. 그리고 나서는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던 나의 친구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동안 그들의 모습을 똑똑하게 기억해 두겠다. 다음에는 녹음이 우거진 산과 들로 산책을 하며 하늘거리는 나뭇잎사귀의 모습, 아름다운 꽃들의 색깔, 그리고 그것들이 이루는 조화의 신비들을 만끽하면서 하루를 지 내다가 저녁에는 멀리 서편 하늘에 아롱지는 저녁 노을을 보며 하루를 접겠다. 둘째날에는 뉴욕시가의 번잡한 거리를 헤치며 많은 사람들의 틈에 끼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안에 진열된 역사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한눈에 살피고 싶다. 다음에는 미술관에 가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렘브란트, 미로 등의 화폭들을 감상하며 내 손끝으로 알 수 없었던 색깔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예술의 신비를 감상하고 싶다. 마지막 셋째날에는 먼동이 트는 햇살과 함께 일어나 바쁘게 출근하는 군중들의 모습, 거미줄같이 줄지어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움직임 등을 보면서 나는 극장으로 뛰어 가겠다. 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와 우아한 동작들 그리고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명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겠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아름다운 네온싸인 속에 파묻힌 고층 건물들의 숲 속을 헤치며 쇼윈도 안에 진열된 예쁘고 아름답고 귀여운 상품들을 쳐다보다 집으로 돌아오겠다. 이러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다시 영원의 암흑 속으로 나의 눈이 감겨질 때, 나는 나의 하나님께 3일 동안의 귀중한 경험과 기회를 감사하면서 고요히 눈을 감겠다”
“사람이 보이나이다” “나무 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을 보나이다”는 말처럼 어둠의 자식이 아닌, 봄볕을 쏘이며, 환한 앞을 보면서, 인파(人波)와 녹음(綠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햇볕정책이 필요하다. 나라 적으로는 추운 북쪽뿐만이 아닌, 어둠의 사람들에게도 빛이 들이는 정책이 수반(隨伴)되어야 한다.
공동체 이야기
늘푸른(ever green)
선 생 님 께
돌아오는 월요일은 스승의 날이지요. 6학년 다닐 때에 가르침을 받은, 선생님 가까이 밤나무골에 있는 병민이가 글로써 선생님을 찾아 뵙습니다. 살 곳을 찾던 중, 예전에 나 살던 건너 마을, 그러니까 학교가 있는 마을의 집이 정해지고, 이로 인하여 선생님을 뵐 수 있으니 마음 좋습니다. 학교 다니던 중에 선생님께서 가르침을 주실 때가 공부를 제일 잘 했던 것 같습니다. 집 안 형편은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우등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왼쪽 어깨에 우등생이 달고 다니는 견장을 달고 으스델수도 있었습니다. 책상에 연필 깎는 칼로 이름 세긴 것이 선생님의 눈에 뜨여 꾸중들은 일도 기억나곤 합니다. 가르침이 토대가 되어 이제는 유치원생의 아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처럼 학교 다닐 때의 선생님은 작은아이가 보기에는 퍽 크게 보이셨습니다. 그런데 엇그적게 뵐 때에는 외소 하셨습니다. 저희 배움이들도 조금은 자랐나 봅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하늘같으신 분이십니다. 교권이 실추된 때라고 말들 합니다, 그러하기에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배움자리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생님의 건강을 기도 드립니다. 오래도록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세요.
병 민 드림
늘 푸 른(ever green)
5월 15일, 새터 공동체 한 가족이 김대학 전도사님께서 꾸며놓은, 늘푸른 집에 가는 날이다. 서지를 못하고, 손으로 기어 출입하시는 90의 어귀녀 할머니를 모시고 밖의 나들이 기회로 삼으려고, 동료 목사님들께 차량 운전을 부탁드렸으나 여의 치가 않았다. 할 수 없이 이 들뜬 날에 어 할머니는 식구들이 나 다니는 밖을 오늘도 나서지 못하고, 방안에 몸 붙이고 누워 계셔야만 하는 아쉬운 형편이었다. 때 이른 시간에 할머니께 점심을 들여 밀다 싶이 드리고, 김교은 선생님, 김병만 형제, 처와 내가 집을 나섰다. 학교의 유치원에 들러 두 아이를 데리고, 버스로 금산 쪽을 향하여 갔다. 아이들은 선뜻선뜻 촐랑거리는데 노년의 할머니는 나서지 못하고 안주(安住)해야만 함이, 나를 앞지르는 아이들과 뒤에 남은 할머니의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걷게 하였다.
늘푸른 집은 금산 남이의 십이 폭포를 접어드는 길 맞은편 모티마을에 있었다. 길 모르는 폭포 쪽으로 오르려다 마을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빈 기와집, 새 옷이 아닌 기워 입은 정갈한 옷과 같아서 오히려 몸담고 들기에 편하였다. 여느 때는 빈집이다가, 아이들이나 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하여 찾아 드는 집이란다. 그러니까 오늘은 빈집이 아니, 찬 집이 되는 샘이다. 집 분위기가, 새터 공동체도 빈집이 아닌, 들어 찬 집을 생각해 본다. 우리 보다 앞서 세 분이 와 계셨다. 양손으로 크러치를 짚고 걸으시는 김정호 선생님, 시와 소설을 쓰시는 앞을 못 보면서 손이 절단된 이종형 선생님, 시각장애인 이면서 점자를 가르치시는 유도중 선생님이셨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전도사님과 여러분이 몸과 마음으로 만들어 주신 점심을 나누었다. 전도사님의 말처럼 세 분은 아주 박식(博識)했다. 높지 않고, 크지 않은 목소리가 회색을 띠지 않은 푸르름 이었다. 그 세 분의 얼굴에 그 입가의 말씀들이 쓰여있는 듯 하였다. 전도사님과 세 분은 젊었다. 당(唐)나라 때, 관리를 뽑는 시험에서 인물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생각났다. 같이 이 곳에 못 오게 되신 어 할머니가 겹쳐지듯 생각이 또 났다. 할머니 봄 돌아왔으니 회춘(回春)하십시오.
우리들이 늘푸른 상록수(常綠樹)로 서있기를 바란다.
공 동 체 소 식
☻ 새터 공동체 가족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99. 7.16)
김교은 (99.12.14)
박성규 (00. 1.12)
어귀녀 (00. 1.15)
김창준 (00. 3.21)
김병만 (00. 5. 2)
* 99년 12월 10일에 오셔서 함께 생활하시던 정진희, 이정남 목사님 가정이 00년 4월 28일에 대전시 천동으로 이사하여 가셨습니다.
* 2000년 3월 28에 오셔서 여러 가지로 공동체의 살림살이를 함께하여 주시던 최기순 할머니(64세)께서는 막내아들 혼례 일로 4월 30일에 대구 집으로 가셨습니다.
* 2000년 5월 10일에 신평리 충만육묘농장의 최영득 집사님께서 고추,가지,토마토,오이 묘목을 주셔서 밭에 심었습니다.
* 5월 15일에 장애인 모임을 시작하려는 금산 남이면 모티마을의 늘푸른 집(김대학 전도사님)에 공동체 식구들이 다녀왔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하신 분들
낭월교회4여전도회,권부남,왕지교회,일양교회(김기룡),광평교회(김흥태),이원교회,진수정,영생교회(이승호),신평교회(김춘근),대전서노회,분평청북교회,김대학,예수마을,어득자,대덕교회,서광교회(진유덕),사랑회,선교제일교회한삼천교회,장승권,충만농장(최영득),최기순,김교은,이종국,유인숙,채윤기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